2권-16화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문제는 내공의 운용인가?”
기간트는 탑승자의 영력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로봇이었다. 이것을 영자 제네레이터를 통해 증폭시켜서 전신 각부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탑승자의 신체와 동기화 된 상태로, 인간과 같은 방식의 영력을 운용하는 신개념의 로봇이라 할 수 있었다.
이진운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콕핏트와 연결된 단자들을 통해 내공이 흘러들어가 기간트의 영자 제네레이터로 향했다. 이곳이 인간으로 말하자면 단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우웅!
흘러간 내공이 영자 제네레이터에 들어간 순간, 크게 공진하며 증폭되었다. 그가 불어넣은 10년의 내공이 무려 50년의 내공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는 이 상태로 기간트의 전신 각부를 관조했다. 그러자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회로들이 손에 닿을 듯 선연히 감지되었다.
이것이 바로 영자전도회로. 인간으로 따진다면 영맥, 즉 경맥과 혈도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영자기관이었다.
영자 제네레이터에서 시작된 방대한 영력이 기간트의 전신 각부를 순환하기 시작했다. 그 경로는 현재 체득하고 있는 현천진기의 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이진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뻑뻑한 느낌이군.’
영자전도회로를 타고 흐르는 진기의 흐름이 생각보다 순탄하지 못했다. 이걸 사람의 동맥에 비유한다면 각종 노폐물과 지방으로 가득 찬 동맥경화증 상태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영력의 제어에 좀 더 신경을 써봤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 통신회선이 열리더니 리스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태는 좀 어때요?”
“맨 마찬가지다. 어제하고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아.”
“이상하네요.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요?”
이진운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스티. 금방 결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실험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다시 검토한 리스티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전도회로의 위치와 성질을 인체와 거의 똑같이 설정했는데도 이런 문제가 생긴 걸 보면 아무래도 저희가 근본적인 부분에서 뭔가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럴지도 모르지. 인체와 흡사하다고 해서 완전히 같은 건 아니니까.”
“대체 그게 뭘까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리스티는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 머릿속으로 다시 시뮬레이션 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남들이 보면 멀쩡한 컴퓨터를 놔두고 무슨 쓸데없는 짓인가 하겠지만, 리스티의 두뇌는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단순 연산이라면 몰라도 뭔가를 깨닫고 본질을 파악하는 그녀의 직관력은 컴퓨터를 훨씬 능가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능력에 기인한 바가 컸다.
하지만 그녀는 하던 일을 다 마칠 수 없었다. 이진운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영자 패턴의 파장 코드가 뭐지?”
“에? 코드요? 갑자기 그건 왜요?”
뜬금없는 그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 리스티. 하지만 이진운은 그녀의 대답을 채근했다.
“묻지 말고 대답부터 해.”
“D웨콘-795R이요.”
리스티가 얼떨결에 코드 넘버를 알려주자, 이진운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역시 그게 문제였군.”
“영력을 증폭하는 데엔 그 코드 패턴이 제일 좋은데요?”
“증폭하긴 좋지. 하지만 그만큼 영력의 순수성이 떨어져, 안정성도 그렇고. 최대 증폭력이 좀 낮아지더라도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그렇게 문제의 원인을 짚어낸 이진운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곧 결론까지 내놨다.
“그래, C프라마-99KS 코드가 좋겠군. 그거면 증폭력도 어느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리스티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가 내놓은 의견에 틀린 부분이 없어서였다.
“아저씨···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아저씨가 그런 고등전문지식을 어떻게 알아요?”
그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진운은 마도공학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사람이었다. 나름대로 영력을 다루는 독자적인 지식은 갖추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마도공학과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하는 말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어지간한 전문가들보다 더 수준이 높지 않은가. 특히 영자의 파장 패턴 코드는 연합 내에서도 극소수의 인물들만 아는 지식이었다. 어지간한 영자학의 전문 연구가들도 대부분 모르는 지식을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러게 말이다. 한 번도 배운 적도 없는 내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이진운도 그제야 놀란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스스로 말해 놓고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리스티와 기간트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 그와 같은 마도공학에 관련된 지식들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리스티에게 영자 패턴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도 그가 의식적으로 한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튀어나왔을 뿐이다.
‘이건 내가 알던 게 아니야. 전생에서도, 이번 현생에서도 이런 지식들은 배운 적도 없어.’
지금까지 겪어왔던 일들을 되새겨 봤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지식들은 자신이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에 의해 강제로 주입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시스템 때문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스템은 자신에게 어떠한 혜택도 주지 않고 있었다. 레벨 업은 불가능한 상태였고, 고유스킬 또한 물음표 상태로 알 수 없었으니까.
헌데 이런 자신에게 뜬금없이 마도공학의 지식을 부여해 준다고?
“정말이지 알 수가 없군. 알 수가 없어.”
“그 표정을 보니 아저씨도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나 보군요.”
리스티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오자, 이진운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래,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하긴 이곳에 불려올 때부터 모든 게 정상이 아니었지.”
그런 이진운을 듀렌 박사는 꽤나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자신을 비롯한 지구인들과는 너무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자네는 여러모로 신기해. 이제 막 소환된 지구인이 가질 수 없는 전투력을 보유한데다, 이젠 고등 지식까지 알고 있다니. 무슨 말로만 듣던 서번트 증후군 같구먼.”
“이게 서번트 증후군인지 어떤지는 나도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군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지식을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진운은 이 지식을 어떻게 얻은 건지 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원인을 밝혀내기엔 현재 그에게 주어진 단서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고민해봐야 답이 나올 일이 아닌 이상, 쓸데없는 심력낭비일 뿐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얻은 이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이제부터는 나도 연구에 동참할 생각입니다. 그냥 실험을 돕는 보조역할만 할 게 아니라, 내가 알게 된 이 지식들까지 총 동원해서 확실하게 연구를 돕도록 하죠.”
“자네 진심인가?”
이진운의 돌발선언에 듀렌 박사가 놀라 되물었다. 지식을 아는 것하고 그것을 연구에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진운은 그게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이왕 얻은 지식이니 적극 활용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저까지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요.”
“흐음, 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전 찬성하겠어요. 영자 패턴 코드를 그 즉시 분석해서 옳은 답을 내놓을 정도면 아저씨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듀렌 박사는 물론 리스티까지 찬성하게 되면서 이진운의 연구 동참은 바로 확정이 되었다.
“그럼 서둘러 결과를 내도록 하자. 적어도 수료 이전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해.”
교육을 수료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4개월 남짓.
어떤 성과를 내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얻게 된 깊이를 알 수 없는 지식과 리스티와 듀렌 박사의 두뇌를 총 동원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 * *
오일 뒤, 이진운은 아리엔을 데리고 관리국에 머물고 있는 웨슬린과 로이란,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난번에 못 다한 치료를 마저 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찾아가자, 로이란이 누운 상태로 이진운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진운 씨. 웰라우드 가의 가주직을 맡고 있는 로이란 웰라우드라고 합니다.”
“예, 제가 이진운입니다. 의식이 있는 상태로 뵙는 건 처음이군요.”
가벼운 소개에 이진운도 마찬가지로 화답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로이란의 상태부터 살폈다.
확실히 상태가 예전보다는 좋아진 상태였다. 기맥의 일부를 열어서 기가 통하게 한 덕분에, 육체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기력도 상당수 되찾게 된 것이다.
아직 거동은 불편한 상태지만, 지금이라면 치료를 강행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몸 상태는 상당히 괜찮군요. 이대로 치료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지금 치료하실 거죠?”
웨슬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진운은 로이란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묻지요. 어쩌면 로이란 씨께 실례될 수 있는 질문이지만,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물어보시지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로이란. 이진운은 말을 이어나갔다.
“로이란 씨. 따님에게서 저와 웰라우드 가가 맺은 협정에 대해선 들으셨을 겁니다.”
“예, 들었습니다. 그 조건과 내용에 대해서도 제법 상세하게 들었지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가주님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맺은 협정인데도 말입니다. 웰라우드 가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불공정 협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혹시라도 그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지금 엎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이진운은 잠시 상대방의 두 눈을 응시했다. 하지만 로이란의 두 눈에서는 조금도 불만이나,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완치는 못 받으시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더 악화되진 않을 겁니다. 앞으로 몸조리만 잘 하신다면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실 순 있겠지요.”
“그렇군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전의 협약은 없었던 걸로 만들어도 무방했다. 비록 예전의 무위는 되찾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웰라우드 가의 힘을 소모하면서까지 이진운을 돕지 않아도 될 테니까.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두 개의 선택지를 앞두고 갈등할 법도 하련만, 로이란은 조금도 주저 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전 그럴 생각 없습니다. 전 딸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렇습니까?”
“솔직히 말해··· 제가 의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의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웰라우드 류의 복원은 저희의 오랜 염원이었죠. 설령 제 건강 문제가 달려 있지 않다 하더라도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렇군요.”
이것으로 자신과 웰라우드 가 사이의 협약은 완벽하게 정리되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해 상대를 떠봤지만, 로이란은 생각보다 올곧은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그를 믿어도 될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눈을 감는 로이란. 웨슬린도 긴장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치료에 방해가 되지 않게 자리를 피하려는 것이다.
고오오!
단전에 고여 있던 진기가 현천진기의 경로를 따라 끓어오르며 순환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사용할 수법은 그가 전력을 다해도 부족함이 많을 정도로 고도의 대법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진운의 표정도 전에 없이 엄숙해졌다.
‘지금 현재의 내공 수위로는 턱없이 부족해. 그렇다면······.’
그가 결단을 내린 순간 만유합원신기가 발동되었다. 그를 중심으로 생성된 강대한 무형의 인력이 외부의 기운을 진공청소기처럼 마구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러자 단전은 물론이고 각종 혈도와 경맥, 그리고 최하 말단에 이르는 세맥까지 기운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젠 기운이 넘치다 못해 과포화 상태로 터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이진운은 그 기운들을 냉정하게 통제해 나갔다. 그가 전생에 가졌던 무진장에 가까운 내공 수위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직 그럭저럭 다스릴만한 수준이었다.
양 손의 검지를 곧게 세운 뒤 진기를 집중시켰다. 그러자 검지 끝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눈에 보일 만큼 넘실대며 피어올랐다.
웨슬린은 그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진운의 검지에 서린 지력(指力)의 위세가 상상 이상으로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야. 이 정도 영력을 다루다니, 이 사람 정말로 소환된 지 2달밖에 안 된 게 맞아?’
그 순간, 이진운의 두 손가락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웨슬린이 안력을 최대한 돋워 살폈지만, 보이는 것은 무수한 잔상뿐이었다.
타타타탁! 타타타타!
그의 양 검지가 로이란의 전신을 어지럽게 누볐다. 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대맥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기경팔맥 전체가 그의 지력에 의해 점혈 된 것이다.
“후우······.”
이진운은 깊게 숨을 토해내었다.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건 고작 시작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치료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로이란을 향해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겨누었다.
현천진기의 경로를 타고 끓어오르는 진기, 만유합원신기의 모용에 의해 외부에서 유입되어 용솟음치는 막대한 기운들!
그것을 조심스럽게 아우르면서 오른손 검지로 집중시킨다.
우우우웅!
대기가 공진을 일으켰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이 방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웨슬린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저도 모르게 소릴 지를 뻔해서였다.
‘대체 얼마나 많은 기운을 움직이기에 이런 일이···?’
일부러 기운을 외부로 드러낸 것도 아니고, 그냥 기운을 운용해 신체 일부에 집중시키는 행동만으로도 이런 영향을 끼치다니.
그만큼 이진운이 보여주고 있는 이 수법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기이이잉!
무시무시할 정도로 막대한 기운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압축되어 나갔다. 얼마나 강렬하던지 마치 주변의 모든 것이 그의 오른손 검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이게 정말로 치료를 위한 수법이 맞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이런 기세는 A랭크의 오버러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점점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니.
아지랑이 같던 기운이 어느덧 빛과 같은 또렷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바로 강기의 현현이었다.
‘역시··· 쉽지 않구나. 지금 경지에서는 조금 무리였나?’
이진운의 입술 사이로 가는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만큼 강기의 구현이 그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로이란을 치료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강기 정도는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쥐어짜 만들어낸 지강이 그의 손끝에서 눈부신 빛이 되어 방출되었다.
일양지(一陽指)
일영한섬지(日映悍閃指)
저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광처럼 뿜어지는 헤아릴 수 없는 지력이 로이란의 전신을 비추었다.
이것이 바로 점창파의 제일의 지공인 일양지. 그중에서도 인간의 신체로 불가능한 수천 수만에 이르는 점혈을 단 한수로 가능케 한다는 일영한섬지의 수법이었다.
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지력들이 로이란의 전신을 파고들었다. 그것들은 기경팔맥과 전신의 세맥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가 강하게 공진하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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