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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10화 (11/448)

1권-10화

우우웅!

사람들이 전부 탑승한 뒤, 류테인 급 준대형 전함 프라이스 호가 낮은 구동음과 함께 하늘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리게 상승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빨라지더니 어느새 성층권을 넘어 저 우주 공간에 다다라 있었다.

그러자 함 내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뜨··· 뜬다, 떠!”

“정말 날고 있어!? 이런 거대한 게?”

“벌써 우주잖아. 이 함선 정말로 우주전함이었어!”

홀로그램 스크린에 비친 외부의 정경에 놀라 부르짖는 사람들. 지구에서 타본 제트 여객기와는 전혀 다른, 생경한 경험이었다.

순식간에 행성의 대기권을 벗어난 프라이스 호는 곧 무시무시한 속도로 우주공간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광년 단위의 거리를 순식간에 단축한다 하는 초광속항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 내부는 가속에 의한 압력은커녕 미세한 진동 하나 없이 고요했다.

누군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놀랍군. 이런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나는데도 G는커녕 작은 진동조차 없어.”

“아마도 관성을 제어하는 거겠지. 아니면 중력에 간섭하는 기술이던가. 그런 게 아니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속력 속에서 함체 내부가 이렇게 안정적일 리가 없어.”

그렇게 확신하듯 말하는 듀렌 박사. 그렇기에 더더욱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헌데 이런 고도의 과학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니··· 인베이더란 것들은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넋두리 같은 그 말에 일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제야 다들 현실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런 과학력을 보유한 아르탈 행성연합조차 버거워 하는 괴물인 인베이더들을 앞으로 자신들이 상대해야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암담함에 빠져 있는 사이, 이진운은 우선 자신의 현재 상태부터 점검했다.

‘일단 내공 운용은 정상적이군. 하지만 그뿐이다.’

현재 운용 가능한 열양공은 어디까지나 점창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심공. 이보다 상위의 심공을 체득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내공수위 30년 정도로는 아직 힘들지. 게다가 지금 내 몸은 내가무공에도 익숙지 못하고.’

그의 영혼은 전생의 지고한 경지를 기억하고 있지만, 달라진 육체는 그의 모든 깨달음을 소화할만한 역량이 없었다. 차차 육체를 가다듬는 한편, 좀 더 시간을 두고 각종 내가무공에 육체가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나마 몸 안에 노폐물은 별로 없어서 다행이군.’

이것도 시스템에 의한 각성 효과인 것일까?

만일 이 정도 혜택도 없었다면 내가 무공을 본격적으로 수련하기도 전에 혈도부터 타통하느라 더 긴 시간을 소모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아리엔의 목소리가 함 내 방송으로 울려 퍼졌다.

“지구인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본 함이 목적지인 아르탈 행성에 도착하려면 앞으로 약 15일 정도가 소요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여러분들에게 간단한 교육과 함께 각자에게 맞는 개인장비를 맞춤 제작하려 합니다. 그러니 강화대원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 되었다.

기초교육과 개인장비의 제작. 그리고 그 끝에는 결국 인베이더와의 목숨을 건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긴장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강화대원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그나마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을 찾자면 이진운 뿐이었다.

가장 먼저 숙소부터 배정되었다. 앞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보름 동안 머물 개인 숙소였다. 전장만 수km나 되는 전함이라 그런지 수천 명에게 각기 방을 배정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자신만의 방을 배정받은 이진운은 그 안에 틀어박혀 자신의 수련 상태부터 살폈다. 지금까지 꾸준히 수련은 해 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작으로 나타내는 초식의 형(形) 정도 뿐.

내가무공의 진수를 몸에 익히는 것은 이제부터였다.

그는 열양공을 토대로 지금까지 수련해온 무공들을 하나하나 펼쳐나갔다. 각 개인에게 할당해준 숙소는 제법 커서, 간단한 연무 정도는 충분히 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후우···.”

그가 조용히 탁기를 토해내며 마지막 동작을 마친 순간, 시야 위로 메시지 창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나후산수(4급)를 체득하셨습니다.]

[비류보(6급)을 체득하셨습니다.]

[유운신법(4급)을 체득하셨습니다.]

[비운축영을······.]

[······.]

[···.]

“뭐야, 이거. 이런 식으로 죄다 스킬화가 되다니······. 하긴 열양공도 등록이 됐었으니 당연한 건가?”

비록 내공은 운용 못했어도,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수련해온 무공들이었다. 헌데 고작 연무 한번 했다고 이렇게 줄줄이 등록 된다니, 일순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무공의 등급과 숙련도라···. 직관적이라서 알아보긴 편한데, 나한테는 별 쓸모가 없군.”

어차피 무공의 성취는 끊임없는 수련과 깨달음에 의해 이루어진다. 시스템에 의한 레벨업 보정 효과를 받을 수 없는 그에겐 기껏해야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등급평가와 하등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이거 등급이 높은 건지 낮은 건지 모르겠군. 나후산수가 대단한 신공절학은 아니라지만 고작 4급이라니···. 하긴 열양공은 고작 6급이었으니 높은 건가?”

나후산수는 점창의 절정 무공 중 하나. 이것만 제대로 익혀도 일류는 물론, 절정의 경지까지 넘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초절정 무공은? 그 이상의 신공절학은 어떤 등급이 매겨질 것인가?

“뭐 궁금하긴 하지만, 나중에 가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지금은 현재 수련 중인 무공들을 완전히 체득한 후, 다음 단계의 무공으로 넘어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점창의 기초 무공조차 제대로 체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런 걸 궁금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우선은 기초 수련에 전념할 때였다. 마침 방 안에는 수련용 무기들도 다양하게 비치되어 있어서 다양한 종류의 무기술도 시험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점창의 기초검술을 타루검을 시작으로 점창의 기본 무공들을 하나하나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내공이 없어 지난 20년 동안 형(形)만 다져온 무공들이었다. 그는 열양공으로 진기를 끌어올린 뒤 심혈을 기울여 전개해 나갔다.

이전 생에선 처음으로 운용하는 내가 무공인지라 조금 어색했지만,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열양공(6급)의 성취가 5성으로 상승했습니다.]

[삼절검(5급)의 성취가 6성으로 상승했습니다.]

[비류보(6급)의 성취가 6성으로 상승했습니다.]

[유운신법(4급)의 성취가 5성으로 상승했습니다.]

[나후산수(4급)의 성취가 5성으로 상승했습니다.]

[비운축영의······.]

[······.]

[···.]

이미 전생에 지나왔던 길이다. 단숨에 이 정도로 성취가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렇지만, 이 이상은 단기간에 이루기 어려웠다. 이제부터는 꾸준한 단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행착오는 없을 테니 전생보다는 성취가 월등히 빠르겠지.’

몇 시간에 걸친 연무를 마친 그는 숨을 내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이 이상의 수련은 어렵겠는데.”

제아무리 방안이 넓다 해도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연무에는 한계가 있었다. 검술까지는 상관없겠지만,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무공을 시험해 보기에는 상당히 비좁은 편이었으니까.

“아리엔이라고 했나? 그 애한테 제대로 수련할만한 장소가 따로 있는지 어디 한번 물어봐야겠군.”

아리엔을 찾는 건 간단했다. 숙소를 배정해주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자신의 거처를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가는 길에 승무원이나 강화병들과 몇 번 마주치기도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여기 기강이 해이한 편인 건가? 아니면 우리가 함 내를 돌아다녀도 터치하지 않고 그냥 자유롭게 놔두겠다는 건가? 알 수가 없군.’

어쩌면 그건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이제 막 이능을 각성한 지구인 정도는 자유롭게 놔둬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하지만 다들 너무 풀어져 있는 것이, 제대로 된 군함 같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한테는 크게 나쁜 일은 아니지. 억압되어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 뭐라 하기도 그렇군.’

이진운이 아리엔의 거처로 다가가자, 그 근처 있던 강화병 중 하나가 경계어린 모습으로 제지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지?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다. 지구인이 여기까지 찾아올 일은 없을 텐데.”

“볼 일이 있어서 왔다. 아리엔이라고 했던가? 그 소녀가 무슨 일 있으면 자길 찾아오라고 하던데··· 내가 가서 만나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잠시 못마땅하다는 듯 노려보던 강화병이 이내 입을 열었다.

“···따라와. 뵙게 해주지.”

강화병을 따라 숙소를 찾아가 기별하자 곧 아리엔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미안한데 부탁할 게 있어서 찾아왔다.”

“제 권한 내에서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들어드리죠.”

“따로 수련할만한 장소를 찾고 있는데, 이 함선 내에 괜찮은 장소가 있을까?”

“수련이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승무예를 익혔는데 말이야. 이걸 수련할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더군. 배정해준 숙소가 작은 건 아니지만, 제대로 된 수련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아리엔의 두 눈이 일순 휘둥그레 떠졌다.

조금 뜻밖이었다.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달라거나, 아니면 뭔가 특별한 요구를 해올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원하는 게 고작 수련장소라니···.

‘그러고 보니 이 사람, 각성하자마자 체화스킬을 터득했었지?’

아리엔은 이내 납득하고 말았다. 어지간한 수련광이 아니라면 각성하자마자 자신이 수련해온 무예를 곧장 스킬로 체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다. 영능의 불모지로 알려진 지구 출신인 그가 6급 체화스킬을 체득할 정도면 대체 어떤 무예를 수련했고, 그 실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안내해 드리죠. 수련장을 개방해 드릴게요.”

그러자 옆에 있던 강화병이 먼저 끼어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아리엔 대장! 절대 안 됩니다!”

“안 된다니요. 어째서죠?”

“저 자 하나에게만 특혜를 베푼다니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주 틀리 말은 아니었다. 아무런 훈련도 거치지 않은 각성자에게 오버러 전용 수련장을 개방해준 경우는 전례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아리엔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 정도는 특혜랄 것도 없잖아요. 어차피 수련과정에 들어가면 지구인 분들에게도 공개될 곳인데. 조금 일찍 공개한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죠.”

“그야 그렇지만······.”

뭐라 더 반대하고 싶어 보이는 강화병이었지만, 그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아리엔의 결정에 반대한 것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절 따라오세요.”

이진운은 아리엔을 따라 수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진운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강화병이 있었다.

수련장에 도착하자 거대한 문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문 옆에 있는 패널에 손바닥을 대자, 몇 가지 인증 절차가 이뤄지더니 거대한 철문이 좌우로 스르르 열렸다.

그리고 그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수련장 내부정경.

“호오, 대단한데?”

실로 엄청난 규모였다. 어지간한 체육관 시설 정도로 생각했던 이진운은 살짝 감탄하고 말았다. 이 정도면 수련장 내부만 해도 어지간한 대운동장보다 더 크지 않은가.

게다가 온갖 이능을 수련할 수 있도록 천장과 벽, 바닥 등은 재질을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 정도면 웬만큼 날뛰어도 쉽게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D랭크 이하의 이능에는 손상되지 않도록 되어 있어요. 어느 정도 손상을 입어도 자동 복구되고요. 마음껏 수련해도 괜찮을 거예요.”

“그건 마음에 드는군.”

“일단 무기는 거치대에 걸려있는 걸 골라 쓰세요. 전용 무기는 나중에 맞춤 제작해 드릴 테니까요.”

“뭐, 여기 있는 것들도 쓸 만하네.”

수련장 한쪽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걸려 있었다.

수련용이라 날만 세워지지 않았을 뿐, 하나같이 훌륭한 무기들이었다. 집에 놓고 온 3억짜리 검보다도 더 나아 보였다.

일단 이진운은 걸려 있는 무수한 무기들 중 창을 골라 집어 들었다.

검이야 숙소에서도 얼마든지 수련할 수 있지만, 창이나 그 이상 되는 장병기들은 이런 넓은 장소가 아니면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가 창을 쥐는 모습을 본 아리엘이 말했다.

“창을 쓰시는군요.”

“평소에 좀 즐겨 쓰는 편이지.”

“주력 무기가 아니라 그냥 즐겨 쓴다고요? 그럼 전문 분야가 아니란 말인가요?”

“창, 검, 편, 궁, 부 등··· 가리지 않고 고루 쓰는 편이지. 그래도 내 진짜 전문 분야는 검이지만.”

“이해할 수가 없군요. 대체 무슨 무예를 전승했기에······.”

설마 그 많은 종류의 무기를 전부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건가? 아리엔은 약간 헷갈린다는 얼굴이 되었다. 한 사람이 배울 수 있는 분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인데, 그렇게 많은 것을 수준 이상으로 다룬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허풍인가 했지만, 창을 쥔 자세를 보니 범상치가 않았다.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면 드러낼 수 없는 무형의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우리 문파의 무예가 좀 분야의 폭이 넓은 편이었거든.”

점창의 무학의 주종은 검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만 다룬 건 아니었다. 점창은 도가문파답지 않게 수많은 실전을 통해 무공을 정립해온 터라,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수법들이 존재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바로 관일창(貫日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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