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외전 4. 암살자의 밀회
현성의 본가 앞.
평소라면 평화로운 주말을 보낼 그곳에는 수연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녀가 안을 향해 외쳤다.
“도련님! 아가씨! 준비 다 되셨나요?”
들려오는 수연의 외침.
이에 곧 머지않아 자택 안에서 현성과 하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둘의 손에는 각자 캐리어가 들려있었다.
동시에 그건 먼저 나와 있던 수연도 마찬가지.
그대로 그녀가 옆에 있는 캐리어를 재차 확인하고는,
현성과 하선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좋아요. 그럼 이제 가볼까요?”
오늘은 다름 아닌 주말을 맞아 가족여행을 가는 날.
그만큼 수연의 표정은 꽤나 상기되어있었다.
그도 그럴게 그동안은 하선이 가문을 나가있어, 가족여행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현성의 설득으로 하선이 가문에 돌아왔으며,
더 이상 마족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거기다 이번 여행은 무려 현성의 활약으로 인해 받은 호텔 초대권으로 가는 것.
그대로 수연이 흐뭇하게 현성과 하선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도련님과 아가씨가 한 자리에 있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과거, 하선이 가문을 나가기 전,
같이 찍은 사진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풍경이 계속될 걸 알기에, 수연은 지금 이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와 함께 수연이 미리 렌트한 차에 자신의 캐리어를 싣고,
현성과 하선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도련님, 아가씨. 주세요. 제가 싣겠습니다.”
“아냐. 내가 할게.”
그러자 현성이 자연스럽게 하선의 캐리어를 받으며,
한 번에 차에 실었다.
이에 수연이 현성을 마주보고 작게 웃고는, 곧 차를 향해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자, 그럼 출발해볼까요?”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호텔에 도착한 수연과 현성, 하선.
그대로 호텔 내부로 들어온 수연이 주변을 바라보며 작게 감탄했다.
“말로는 들어봤지만 역시 대단하네요.”
물론 겉으로 봤을 때 커다란 빌딩이 전부 호텔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클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당장 호텔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정원과 위에는 스파나 수영장, 헬스장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스카이라운지와 수족관까지.
이 모든 게 한 건물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선 역시도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놀라운지 연신 책자를 흥미롭게 살피고 있었다.
그러면서 수연이 티켓을 매만지며 현성을 향해 말했다.
“도련님 덕분에 이런데도 다 와보네요. 고마워요.”
앞서 말했듯이 이런 호텔에 오게 된 것도 전부 현성 덕.
이에 수연이 그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러자 현성 또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냐. 고맙기는. 아무튼 그럼 짐부터 풀어볼까?”
“좋아요.”
그와 함께 현성과 수연, 하선이 라운지에서 호텔 카드키를 받고,
객실이 위치한 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동하는 와중에도 탁 트인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의 내부가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객실이 위치한 층에 도착하고 셋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어서 수연이 각자의 호텔 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짐 정리하고 이 앞에서 만나는 걸로 할까요? 그 다음에는 같이 여기저기 둘러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대로 수연이 현성과 하선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혹시 두 분 따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러자 잠시 고민하던 현성과 하선이 입을 열었다.
“……헬스장?”
“난 그냥 내 방이면 충분할거 같은데.”
처음 대답한 건 당연히 현성.
그 다음은 하선이었다.
그런 둘의 대답에 수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아가씨야 워낙 어릴 적부터 가문의 부름에 여기저기 불러 다닌 탓인지, 별다른 일이 없으면 안에 있는 걸 선호했기 때문에 그럴 줄 알았다.
거기다 도련님은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못 본 사이 성향이 꽤 변했다.
물론 설명해준 대로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낫다고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헬스장이라니.
이에 수연이 싱긋 웃으며 둘을 향해 말했다.
“아쿠아리움으로 가죠.”
결국에는 수연이 결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현성과 하선이 서로를 바라보고는,
곧 별 저항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알겠어.”
그 모습에 수연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두 분 다 귀여우시긴.
그러면서 수연이 객실에 들어가기 전, 현성과 하선을 번갈아보았다.
“그럼 두 분 다 이따 봐요.”
그 말을 끝으로 수연이 객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보인 건 밖이 훤히 보이는 통 유리창이었다.
무엇보다 그 아래 보이는 도시와 아름다운 강.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수연이 짐을 정리하다 자신의 오른손에 나있는 흉터를 바라보고는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꾸욱.
그대로 수연이 자신의 흉터를 감추며 밖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잠시 잊고 있던 감정이 새어나왔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한 나머지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이었다.
불안함.
지금이 행복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이었다.
폭풍 전 바다는 고요하다는 말처럼,
그녀가 행복해지면 행복해질수록, 불안함 역시 점점 커져만 갔다.
분명 가문을 나갔던 아가씨는 돌아왔으며, 도련님은 보란 듯이 인류를 구원해냈다.
하지만 그게 꼭 언젠가는 사라질 신기루 같아서,
언젠가 사라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거 같아서.
수연은 그게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와 함께 수연이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에 난 상처를 뜯기 시작했다.
곧 그런 그녀의 손을 따라,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10년 전 대변동 당시 생긴 버릇 중 하나였다.
-뚝, 뚜둑….
그대로 붉은 핏방울이 바닥을 적셨다.
지금에서야 조금 괜찮아진 줄 알았더니,
그때의 버릇은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야.”
허나 머지않아.
수연이 애써 불안함을 떨쳐내며 흘러내린 피를 닦아냈다.
오늘만큼은, 도련님과 아가씨와 함께 하는 오늘만큼은 이래서는 안 되었다.
‘정신 차리자.’
수연이 심호흡을 하며 불안함을 감추었다.
불안함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감추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감정을 감추는 것이라면 언제나 해왔던 일이니까.
이를 증명하듯,
수연의 얼굴에는 어느새 처음 호텔에 왔을 때와 같은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와 함께 그녀가 화장대에 있는 거울로 자신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객실을 나섰다.
이정도면 괜찮았다.
-철컥.
그리고 객실 밖에 나오자 그곳에는 벌써 현성과 하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수연이 싱긋 웃으며,
처음 자택을 나설 때처럼 둘을 향해 말했다.
“그럼 이제 가볼까요?”
* * * * *
호텔 안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은 꽤나 볼만했다.
푸른 물빛 속을 부유하는 여러 물고기부터 이런저런 체험까지.
물론 펭귄 먹이주기 체험장에서 아가씨에게만 펭귄들이 잘 오지 않아, 아가씨가 내심 실망한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펭귄들이 다가오면서 즐거워하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니 다행이었다.
그리고 도련님은 그새 익숙해졌는지,
능숙하게 저 멀리에 있는 펭귄에게까지 먹이를 던져주곤 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쿠아리움을 다 돌아보고 난 뒤,
수연이 현성과 하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다음에는 어딜 가볼까요.”
그러자 그 말에 하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미안하지만 난 이제 객실로 돌아가도 될까. 조금 피곤해서 말이야.”
“괜찮으세요, 아가씨?”
“아. 그냥 잠깐 피곤한 거뿐이야.”
그러면서 하선이 현성과 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둘은 신경 쓰지 말고 따로 더 둘러보고 와. 알겠지?”
하선은 자기 하나 때문에 둘까지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선이 객실로 퇴장하고 자연스럽게 그곳에는 현성과 수연만이 남겨졌다.
“…….”
그런 둘 사이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곧 수연이 현성의 손을 잡으며 싱긋 웃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저희 단둘이서 데이트네요?”
장난스러운 수연의 한마디.
이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음….”
그런 현성의 말에 수연이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수영장은 어때요? 한 번 쯤은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래? 그럼 옷은…….”
“당연히 준비해왔죠. 바로 갈아입고 올게요.”
그러면서 수연이 현성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럼 조금 이따 위에서 봐요.”
* * * * *
그리고 잠시 뒤.
스카이라운지에 위치한 수영장.
어느새 검은 비키니로 갈아입은 수연이 위로 올라왔다.
“……도련님은 아직인가.”
그대로 수연이 라운지를 둘러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 모습은 도련님에게 가장 처음 보여주고 싶었는데.
수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런 라운지의 수영장에는 이미 다른 투숙객들이 보이고 있었다.
동시에 그때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대화를 하느라 앞을 보지 못한 모양인지 수연과 부딪혔다.
“어엇!”
이에 한 여성이 휘청거리자,
수연이 먼저 손을 뻗어 넘어지려는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괜찮으신가요?”
“아, 감사합니다…….”
그와 함께 부딪힌 여성이 수연의 부축을 받으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수연의 오른손에 자리한 흉터를 발견하고 미간을 좁혔다.
“……윽.”
물론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그리고 수연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수연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부축하고 있던 그녀를 놓아주었다.
이어서 수연과 그녀가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가는 찰나.
뒤를 타고 본의 아니게 대화가 들려왔다.
“야, 너 방금 저 사람 손에 흉터 봤어?”
“응, 조금… 징그럽더라.”
그러면서 수연에게 부축을 받았던 그녀가 마치 더러운 게 묻기라도 한 것처럼,
수연의 손이 닿은 곳을 털어냈다.
이에 수연이 뭐라 하려던 것도 잠시.
천천히 자신의 흉터를 가렸다.
도련님과 아가씨와 같이 온 여행을 굳이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동안 더한 것도 참아왔던 만큼,
이 정도쯤은 아무렇지 않게 참을 수 있지 않는가.
그대로 수연이 상처를 가린 채, 그들을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려는 순간이었다.
“……손이 왜요?”
돌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수연이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어느새 현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현성이 방금 전 그들을 향해 말했다.
“사과하시죠.”
그런 현성의 말에 여성의 옆에 있던 남성이 미간을 구기며 앞으로 나섰다.
그대로 그가 현성을 바라보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뭐? 니가 뭔데 갑자기 와서…….”
허나 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
현성이 그의 손목을 붙잡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꺾어버렸다.
이어서 우드득!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그대로 현성이 그를 휙 밀어버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아직 모자라?”
현성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그를 내려 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그가 주춤거리며 황급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현성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
이에 현성이 미간을 좁히며 뒤에 있는 수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아니라 이쪽한테 사과해야지.”
“예? 아, 알겠습니다! 야, 너도 빨리 와!”
현성의 말에 그가 재빨리 여성의 손을 잡아끌며 수연의 앞에 섰다.
그대로 그가 재차 고개를 숙이며 여성과 함께 수연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그게…… 죄송합니다.”
그런 둘의 말에 수연이 현성을 흘깃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시죠.”
그와 함께 둘이 도망치듯 퇴장하고,
어느새 현성과 수연 둘밖에 남지 않은 수영장.
현성이 수연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괜찮아?”
그러자 수연이 흉터를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리며 작게 웃었다.
“……고마워요, 도련님.”
“다음부터는 괜히 참지 마.”
“알겠어요.”
그러면서 수연이 현성을 올려다보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도련님 앞에만 서면, 도련님과 같이 있는 순간이면 그때만큼은 아무런 불안함도 생기지 않았다.
“…….”
흉터를 뜯던 오래된 버릇도, 행복이 커질수록 커지는 두려움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렇지 않았다.
이따금씩 모든 게 전부 사라질 것만 같았지만, 그때마다 도련님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어느새 자신의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네요.”
동시에 수연이 고개를 숙이며 눈을 비볐다.
그와 함께 울먹거리며 작게 떨려오는 목소리.
이유는 모르겠지만 괜히 눈물이 나오려 했다.
“……수연? 정말 괜찮아?”
이에 현성이 혹시나 방금 어딘가 다친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연을 살폈다.
그러자 그녀가 싱긋 웃으며 현성을 바라보았다.
-스르륵.
그리고 수연이 아무 말 없이 현성의 목에 팔을 감고는,
그대로 현성은 껴안은 채,
뒤에 있는 수영장으로 뛰어내렸다.
-촤악!
그렇게 아무도 없는 수영장.
푸른 물이 솟구치며 현성과 수연을 적셨다.
이어서 수연이 젖은 머리칼을 넘기며 해맑게 웃었다.
“제가 왜요? 봐요. 전 아무렇지도 않은걸요?”
방금 전까지 울먹거리는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눈가에 흘러내리던 눈물은 이미 물에 씻겨 내려간 지 오래였다.
그런 수연의 모습에 멍하니 있던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
그와 함께 수연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현성에게 물을 뿌렸다.
“뭐해요? 안 오고?”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이에 현성 또한 수연에게 물을 뿌리며,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동안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수연이 위로 올라왔다.
-촤악.
그와 함께 그녀의 하얀 머리칼부터 검은 비키니까지.
푸른 물방울이 떨어지며 반짝였다.
그대로 수연이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선 베드에 앉았다.
“도련님, 혹시 다음에 뭐할지 생각해뒀나요?”
갑작스런 수연의 물음.
이에 뒤따라 올라온 현성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딱히 없는데 왜?”
“그럼 손 뻗어보실래요?”
“……손?”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잠시 뒤.
수연이 뭔가를 꺼내 현성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건…….”
수연이 손에 쥐어준 건 다름 아닌 호텔 카드키.
그대로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 객실 키예요.”
그러면서 수연이 선 베드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비키니 말고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이 남았거든요.”
“……아니, 잠깐만.”
이에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현성이 말했다.
하지만 수연은 그런 현성의 말은 들은 체도 안하며,
곧바로 그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그럼 기다릴게요?”
이어서 현성이 그녀를 붙잡을 새도 없이,
수연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그리고 현성이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에는.
“…….”
어딘가 묘한 눈빛과 함께 농염한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