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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230화 (230/240)

230화 종막(13)

독버섯 파프질리아.

여왕의 궁전과 같은 일부 던전에서 자생하는 버섯 중 하나로.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는 게 그 특징이었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가 이 독버섯을 먹을 경우.

체력이 1이 남을 때까지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

허나 현성은 이를 이용하여 버그성 테크닉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그건 바로 이미 독에 당한 상태에서 독버섯을 먹을 경우,

중독이 중첩되면서 체력이 1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아직 이 버그성 테크닉이 유효하다는 건 이미 여왕의 궁전에서 도플갱어 퀸을 상대할 때 확인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지금도 현성의 눈앞에는 메시지창이 쉴 새 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캐릭터의 체력이 1 남았습니다.]

[캐릭터가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캐릭터의 체력이 1 남았습니다.]

[캐릭터가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파프질리아의 지속시간은 5분.

그에 따라 현성은 적어도 5분 동안은 죽을 일은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죽지만 않을 뿐이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여왕의 궁전 때와 같았다면 괜찮았겠지만 상대는 엘카인.’

지금 당장도 엘카인의 독무덕분에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이 온 몸을 찌르고 있었다.

거기다 눈앞을 뒤덮은 디버프 창까지.

[플레이어가 엘카인의 독무(毒霧)에 걸렸습니다.]

[이동 속도가 50% 저하됩니다.]

[공격력이 50% 저하됩니다.]

[방어력이 50% 저하됩니다.]

[체력 회복력이 50% 저하됩니다.]

그마저도 그가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면서 스텟을 성장시켰기에 이 정도였지.

만약 그게 아니었으면 독무에 당해 죽거나, 고통을 못 이겨 쇼크로 죽을지도 몰랐다.

디버프만 걸린 게 차라리 다행일정도.

허나 엘카인의 본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으며,

본체를 찾아낸 대가로 이 정도면 충분했다.

꽤 괜찮은 거래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며 엘카인의 손을 붙잡은 채,

있는 힘껏 바닥을 향해 패대기쳤다.

그와 함께 인간계와 마계의 문을 이으려던 엘카인이 바닥에 떨어지며 커다란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성이 곧바로 떨어진 엘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프질리아의 지속시간 5분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데미지를 축적시켜둬야 했다.

-철컥.

그대로 현성이 양 손으로 하얀 망치를 부여잡았다.

동시에 망치를 타고 솟아오르는 붉은 화염.

그러자 엘카인이 손을 펼치며 검은 마법진을 펼쳤다.

[어둠에 먹혀 사라져라!]

방금 전과 같은 대사와 검은 마법진.

재차 타르타로스를 발동하려는 게 분명했다.

이에 현성이 재빨리 망치를 휘둘렀다.

-끼기긱…. 챙강!

현성의 망치와 엘카인의 마법진이 맞부딪쳤다.

그 충격에 그의 마법진이 산산조각 나며 무너져 내렸다.

공격력이 50%나 깎였지만, 힘법사 특유의 높은 데미지가 있어 다행이었다.

아무튼 이걸로 타르타로스는 시전 실패.

그리고 현성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발 더 내딛어 엘카인에게 파고들었다.

허나 그 역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리 쉽게 당해줄 것 같았느냐!]

엘카인이 검은 마기를 끌어올려 오른손에 집중시키고는,

현성을 향해 휘둘렀다.

그에 따라 짐승의 송곳니처럼, 바닥을 갈아버리며 솟구치는 거센 마기.

-콰가가가각!

평소라면 받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방어력이 50%나 깎인 상태.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결국 달려들던 현성이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방향을 바꿔 몸을 틀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엘카인이 왼손을 뻗고 있었다.

[사라져라!]

그런 엘카인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 무섭게 다시금 거센 마기가 솟구쳤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 마기.

이에 현성이 히죽 웃으며 남은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이어서 그가 넘실거리는 검은 마기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사라져.”

그 순간이었다.

현성의 주의를 타고 심상치 않은 푸른빛이 폭사되었다.

그리고 돌연 현성을 향해 쏘아지던 검은 마기가 소멸했다.

-푸스스.

찰나에 불과한 틈에 검은 마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중간 과정이 삭제 당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어떤 전조도 없었다.

그저 현성의 말 한마디에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말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마치 엘카인이 레이아의 능력을 이용해 공간 채로 소멸시켰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

이에 엘카인이 미간을 좁히며 주춤거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곧바로 현성이 비틀거리며 거친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쿨럭!”

그 모습에 엘카인이 현성을 주시하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용언이로구나. 허나 몸이 버티지 못하는군.]

“…….”

그런 엘카인의 말에 현성이 거칠게 소매로 피를 닦아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방금 전 현성이 사용한 것은 용언(龍言).

언령과 같이 말 그 자체에 힘이 담겨있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이는 강한 의지를 담을수록, 강한 존재가 읊을수록 강해졌다.

무엇보다 그 후자에 속한 게 드래곤이라는 존재였다.

그만큼 드래곤 하트를 흡수한 현성 또한 용언을 다룰 수 있었다.

허나 지금 그는 중독에 걸린 상태.

거기다 무려 최종 보스인 엘카인의 공격이었다.

그 결과, 공격은 소멸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의 몸이 그 반발력을 완전히 이겨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에 엘카인이 양 손에 마기를 끌어올리며 비웃었다.

[……꽤나 무리하고 있군.]

그동안의 전투로 인해 축적된 피해와 독무, 용언의 반발력까지.

독무를 버틴 것은 칭찬해줄 법 하나,

보아하니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거 같았다.

아마 제한시간이 있겠지.

그리고 그 제한시간이 끝나면 지금보다 더한 무리가 갈 터.

그렇다면 엘카인은 그저 그 시간동안 도망치면서 시간만 끌면 그만이었다.

실제로 엘카인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5분이 지나고,

그에 따라 현성은 체력이 1이 남은 상태가 된다.

물론 여왕의 궁전 때는 이클레아가 있었기에 그 후도 문제없었지만,

지금은 현성 그 혼자뿐.

게다가 그 상대가 엘카인라면 현성에게 승산은 거의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그냥 순순히 포기…….]

하지만 그때였다.

현성이 엘카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맞아. 그래서 무리한 김에 아예 더 무리해보려고.”

동시에 그렇게 말하는 현성의 입가에는 광기 어린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현성이 엘카인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런 그의 손을 따라 쏘아진 것은 다름 아닌 사슬.

-촤르륵!

망치를 사슬 형태로 변환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날아간 사슬이 엘카인의 손목에 닿은 순간.

끝에 있는 수갑이 잠겼다.

-철컥…!

그대로 단단하게 그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

이에 엘카인이 실소를 터트리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설마 겨우 이따위로 날 묶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뭔가 했더니 겨우 사슬로 손목을 묶은 게 전부.

이깟 사슬은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아니.”

그러나 그 순간,

돌아온 현성의 대답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애초에 묶을 생각 없었어.”

-으드득!

그러면서 현성이 이를 악물며 있는 힘껏 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사슬에 연결되어있던 엘카인이 끌려왔다.

그리고 그 끝에 그가 본 모습은.

-히죽.

자신과 같이 팔에 수갑을 채운 현성이었다.

[……네놈, 설마!]

그대로 현성이 사슬을 팔에 휘감았으며,

그렇게 머지않아 엘카인이 눈앞에 다다른 그때.

현성이 사슬이 풀리지 않도록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제 도망 못 가겠네?”

애초에 엘카인 그가 파프질리아의 지속시간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건 진즉에 눈치 채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예 그냥 도망치지 못하게 육탄전을 유도하면 그만.

[이런다고 네놈이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엘카인이 현성을 향해 말했다.

중독에다가 지속시간이 끝나면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그가 자신을 육탄전으로 승부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현성은 사슬을 꽉 붙잡으며 대답했다.

“글쎄. 해보면 알겠지?”

동시에 현성의 주먹을 따라 화염이 타오르고,

그가 엘카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대로 화염이 폭발하며 직격했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엘카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의 팔을 타고 검은 마기가 넘실거리며,

엘카인이 손을 휘두름과 함께 모여 있는 검은 마기가 현성을 집어삼켰다.

-콰가가가각!!

그 충격에 현성의 몸이 세차게 꺾였다.

그 후로 이어진 건 말 그대로 난타전.

엘카인이 계속해서 검은 마기를 폭발시키며 현성을 공격했다.

물론 그 사이 현성도 주먹을 날렸으나,

마력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현성보다 온전한 엘카인이 우위를 점하는 건 당연했다.

-콰가가각! 콰악! 콰아앙! 콰앙!!

들려오는 건 오직 검은 마기가 무차별적으로 퍼부어지는 소리뿐.

그에 따라 사방에 현성의 피가 튀어 오르며 그가 비틀거렸다.

그대로 엘카인이 외쳤다.

[당장 이 손을 놓지 못할까! 이까짓 공격으로 날…!]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확실했다.

지금껏 그토록 날뛰던 현성이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는 게 그 증거.

허나 뭔가 이상했다.

-꾸구국!

그러면 그럴수록 현성이 점점 더 강하게 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런 그는 웃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그 순간에도, 현성의 입가에는 여전히 광기어린 미소가 걸려있었다.

-흠칫!

이에 엘카인이 잠시 손을 멈추자,

현성이 고개를 꺾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타고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멈춰?”

동시에 엘카인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으나,

현성은 이미 끝까지 사슬을 잡아당기고 있는 상태.

뒤로 물러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사슬을 붙잡고 있던 현성의 손에 힘이 풀렸다.

파프질리아의 지속시간 5분이 지난 것이었다.

[……!]

그러자 엘카인이 재빨리 그를 뿌리쳤다.

이에 현성이 비척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와 함께 엘카인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은 마법진을 전개하며 손을 펼쳤다.

[죽어라!!]

타르타로스와는 사뭇 다른 검은 마법진.

-고오오…!

이어서 그런 마법진을 따라, 검은 사신을 연상케 하는 유령체가 튀어나왔다.

타르타로스, 사멸의 빛에 이은 엘카인의 또 다른 패턴,

영혼 수확이었다.

무엇보다 이 스킬은 방어무시공격.

플레이어의 방어를 완전히 무시하고 들어가는 공격이었다.

여기서 현성의 남은 체력은 1.

그가 무슨 짓을 해도 방어 무시 공격이라면 무조건 그에게 데미지 1 이상을 입힐 게 확정시 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현성은 여기서 사망.

그대로 검은 사신이 현성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동시에 사신의 낫이 현성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 모습에 엘카인이 히죽 미소 지었다.

끝났다. 이것으로 그의 완벽한 승리였다.

아니 완벽한 승리였을 터였다.

하지만 현성의 손가락을 따라 빛나는 반지.

그건 다름 아닌 정령의 신전에서 골렘을 쓰러트리고 얻은 아이템, 불굴의 반지였다.

-파앗!

그 효과는 1회에 한하여 어떤 공격이던 무효화시키는 특수스킬 : 불굴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불굴의 발동조건은 사용자의 체력이 5%이하일 때.

즉, 현재 체력이 1이 남은 현성은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빛 무리가 현성의 몸을 감싸며 영혼수확이 무효화되었다.

이에 엘카인이 미간을 좁히며 이를 갈았다.

-뿌드득!

도대체 언제까지!하지만 그도 잠시.

아직 그가 소환한 사신은 건재했다.

[잔재주는 여기까지다!]

그대로 재차 사신이 낫을 휘둘렀다.

그러나 엘카인 그가 간과하고 있는 두 가지 사실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특수스킬 : 불굴의 효과로 인해 영혼수확은 물론, 기존의 중독 상태에서 걸려있던 디버프까지 완전히 무효화 되었다는 것.

-파지직.

이에 현성의 몸을 따라 푸른 스파크가 일었다.

무엇보다 그런 손에 들려있는 텅 빈 유리병.

체력 회복 포션이었다.

연이어 현성이 들고 있던 유리병을 놓기 무섭게,

퓻!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떨어진 유리병이 바닥에 부딪히며 깨진 순간.

-챙강!

어느새 푸른 번개를 두른 현성이 사신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

그 모습에 엘카인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왜냐하면 사신은 어디까지나 유령체. 그만큼 물리 데미지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예상외의 천운(天運)이 아닐 수 없었다.

[크하핫! 마지막까지 발악했지만 결국은 네놈도 여기까지……!]

허나 여기서 엘카인이 간과한 두 번째 사실.

현성은 히든 클래스 힘의 마법사.

그에 따라 지금 그의 공격은 제 아무리 유령체라고 한들, 유효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이번 건 꽤 짜릿할 거야.”

동시에 폐허가 된 신전을 따라,

푸른 섬광이 터져 나오며,

번개가 검은 사신을 물론이고 엘카인까지 전부 집어삼켰다.

-콰가가가가각!!

그리고 눈앞에 어지럽게 작렬하는 번개 사이.

현성이 히죽 웃으며 인벤토리 창을 펼쳤다.

이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시간이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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