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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88화 (188/240)

188화 악몽(13)

그대로 카이락스의 브레스와 미하일의 마법진이 격돌했다.

그와 함께 사방으로 거대한 풍압과 충격파가 밀려왔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하일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쿠구구궁!!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한 빛을 뿜어내는 마법진.

그런 그의 주위로 강한 압력이 땅을 짓누르며 바닥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미하일의 마법이 발동되었음을 알리는 증거였다.

그의 주위에는 항상 무거운 중압감이 흐른다.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소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흐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카데미의 교장이자 대마법사의 제자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자.

그만큼 그는 마법이라는 영역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법사.

그 중에서도 그의 특기는 염동력과 중력제어였다.

무엇보다 그건 이번 마법진도 마찬가지였다.

리버스 그래비티 마법을 응용하여, 상대방의 공격을 상쇄시키고 염동력으로 그 피해를 줄인다.

거기다 다른 교수들의 마력까지 합쳐진 이상.

미하일을 필두로 펼쳐진 방어 마법진은 웬만한 공격은 전부 막아낼 수 있었다.

허나 그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설마 마족이 아카데미를 침공할 줄을 몰랐다는 것.

그리고 그 상대가 <이스페리아>의 3부 메인보스.

사룡 카이락스라는 것.

-그그극… 챙그랑!

그대로 가장 위에 있던 마법진이 깨졌다.

이어서 연쇄적으로 박살나는 마법진.

그런 그와 교수들의 위로 박살난 마법진의 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멈추지 마라! 계속해서 버텨!”

“마나를 쏟아 부어!!”

그들이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지막 마법진까지 박살나면 이대로 자신들은 물론이며, 아카데미까지 끝난다.

그리고 이 중 도저히 그 꼴을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으드득!

그건 다름 아닌 타오를 듯한 붉은 머리의 교수.

연금술의 천재 이클레아였다.

10년 전, 마법소녀라는 개 같은 흑역사를 이겨내고 따낸 직장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직장이 전부 날아간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이클레아가 마나를 끌어 모으며 중얼거렸다.

“건강보험, 집세, 전기세, 가스비, 대출금!”

이 땅에서 숨을 쉬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으며,

돈을 위해서는 직장이 필요했다.

이게 그녀가 교수직을 버티고 있는 삶의 원동력.

그리고 그건 다른 교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이클레아의 한이 서린 중얼거림에 주변에 있던 교수들 역시 있는 힘껏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

그와 함께 순간 출력이 높아진 건지 마법진을 타고 밝은 빛이 솟아올랐다.

이에 미하일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조금씩 밀어내고 있네!!”

그런 그의 말에 다른 교수들이 화색을 띠며 물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하지만 그도 잠시.

바로 이어지는 미하일의 말.

“아. 미안하네, 내가 잘못 본 모양이야.”

“으아아아아아!!”

그대로 이클레아를 포함한 다른 교수들이 고통 섞인 절규를 내질렀다.

그러나 그들의 팔이 내려오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 여기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쿠구구구!

카이락스의 쏘아낸 브레스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마법진이 계속해서 박살남에도 불구하고, 브레스의 위력은 도저히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간다면…….’

이클레아가 주변을 전부 소멸시킬 기세로 쏘아지는 검은 빛을 주시했다.

좀 더, 좀 더 강한 출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카데미의 전 교수가 힘을 다하고 있는 상태.

여기서 더 강한 출력을 내기란 어려워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이클레아의 머릿속을 타고 들려오는 익숙한 전음.

[레아! 법… 녀…! 힘… 때야!]

“……?”

그런 목소리는 점차 뚜렷해지고.

마침내 들린 외침은 바로.

[이클레아! 마법소녀 레드의 힘을 사용할 때야!]

이클레아 그녀를 마법소녀의 길로 이끈 신수.

로미였다.

이에 그녀가 미간을 와락 구기며 중얼거렸다.

“망할… 토끼 새… 끼가……!”

내 그렇게 나오지 말라고,

만약 다음번에 나오면 그대로 직화 구이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했건만,

기어코 이번에도 기어 나왔다.

[이대로 간다면 못 버티는 거 알고 있잖아!]

“닥… 쳐……!”

[하지만 마법소녀 매지컬 레드의 힘이라면 할 수 있어!]

“제발 그 입… 좀…….”

이클레아가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 입을 떼었다.

그러나 입을 놀리는 걸 멈추지 않는 로미.

그녀가 마지막 마나를 끌어올리며 악을 썼다.

“제기랄…!”

사실은 알고 있었다.

로미의 말이 전부 맞았다.

이대로 가면 마법진은 파괴. 브레스를 막아내지 못한다.

결국 브레스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많은 마나가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로미의 말처럼 그동안 축적해두었던 마법소녀의 힘이라면 혹시 몰랐다.

무려 다년간 쓰지 않고 모아둔 힘.

그 위력은 도플갱어 퀸과의 전투에서 입증했지 않는가.

그때 쓴 힘은 충분히 남아있었다.

그러나 지금 모두가 있는 이 앞에서 마법소녀의 힘을 쓰기라도 한다면.

그동안 숨겨왔던 정체는 발각.

아카데미는 지켜낸다고 해도,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럼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는가.

[죽어도 아무 소용없는 건 똑같잖아! 그런 면에서는 정체를 들키는 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지옥 불에 구워먹을 망할 사기꾼 같으니.

오늘따라 맞는 말만 하고 있었다.

역시 그때 허위계약을 성사시키던 혀 놀림은 어디 안 갔다.

“빌어먹을 영업직 같으니…!”

[다른 누구보다도 현성은! 널 믿고 있는 현성은 어쩔 거야!]

-움찔.

그런 로미의 말에 이클레아가 주춤거렸다.

동시에 저 멀리 시계탑 최상층.

위에서 쏟아지는 언데드들을 막아내는 현성이 보였다.

-으득.

그대로 이클레아가 이를 악물었다.

“브레스만 막아내면, 그 다음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그러니까 믿어주세요.”

하필 지금, 현성과 주고받은 그때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로 이 브레스만 어떻게 막아낸다면.

그 다음은 걱정 안 해도 되는 걸까.

“…….”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결심을 내린 듯.

이클레아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딱…, 만… 야….”

[……뭐?]

“딱 이번 한번만이야!”

그 말과 동시에 로미가 작게 조소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계약 성립.]

“……젠장.”

그와 함께 순간 시간이 멈추었다.

그대로 이클레아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더니.

곧 카이락스의 브레스도, 미하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으으.

머지않아 그런 그녀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달이 떠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서있는 붉은 눈의 흰 토끼.

윤기가 흐르는 비단 같은 하얀 털.

루비처럼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

신수 월묘(月卯)라 불리는 로미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내 힘을 받아들이겠나.]

그 모습은 이클레아가 처음 마법소녀가 되었던 날에 보았던 풍경과 똑같았다.

이에 그녀가 그때처럼.

토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래.”

그러자 거대한 토끼는 어느새 원피스를 입은 백발의 소녀로 변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대로 백발의 소녀, 로미가 이클레아를 향해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 파트너.]

그 말과 동시에 어두웠던 주변이 걷혔다.

쏘아지는 카이락스의 브레스.

이를 막아내는 미하일과 다른 교수들.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채 1초도 지나지 않은 현실.

그리고 이클레아의 옆에 있던 교수가 외쳤다.

“이클레아! 멍하니 있지 말고 집중해!”

“……/”

그 말에 이클레아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이에 옆에 있던 교수들이 미간을 좁혔다.

“지, 지금 뭐하는….”

“포기하지 마!”

허나 그때였다.

점차 이클레아를 감싸는 붉은 빛의 입자들.

무엇보다 그 사이.

-사아아.

이클레아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항상 쓰고 있던 안경이 사라지고, 밝게 빛나는 눈동자가.

하얀 가운 대신 붉은 스커트가.

-번쩍!

그대로 잠시 뒤.

빛이 걷히고.

그런 그들의 앞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서있었다.

빨간 스커트와 리본.

거기다 귀여운 트윈 테일까지.

그야말로 과거의 전설적인 영웅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매지컬 레드?”

교수들 중 하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10년 대변동 당시.

전장의 아이돌이라 불린 영웅의 이름이었다.

“뭐? 그게 무슨…….”

“매, 매지컬 레드다!”

그런 그녀의 등장에 주변에 있던 교수들이 순간 브레스를 막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외쳤다.

그도 그럴게 갑자기 동료교수가 전설적인 아이돌이자 영웅으로 변했다.

놀라는 게 당연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의 교수 대부분이 대변동을 직접 겪은 세대인 만큼.

매지컬 레드의 업적과 활약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이클레아의 옆에 있던 로미가 윙크를 하며 외쳤다.

[이제 매지컬 레드가 도와주러 왔으니 안심하라구!]

그런 로미의 말에 교수들이 함성을 지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매지컬 레드가 우릴 도와주러 왔다!”

“이런 씨발…….”

이에 이클레아, 아니 매지컬 레드가 미간을 구기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녀가 마법진을 향해 손을 펼치며 소리쳤다.

“다들 한 눈 팔지 말고 전부 집중해!!”

동시에 이클레아가 손을 뻗은 그때.

그녀의 손을 타고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방출되었다.

도플갱어 퀸을 상대한 후로 한 번도 쓰지 않은, 10년 치의 힘.

방금 전 그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마나였다.

그에 따라 마법진을 타고 눈부실 정도로 강한 빛이 폭사되었다.

엄청난 출력의 상승.

“이,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

미하일을 비롯한 다른 교수들의 눈이 희망으로 반짝였다.

이에 미하일이 마지막 마력한줌까지 끌어 오르며 마법진을 최대출력으로 발동시켰다.

-쿠궁! 쿠구구국…!

곧이어 바닥까지 울리기 시작한 진동.

무려 대마법사의 제자, 아카데미의 교수 전원, 매지컬 레드.

모두의 마력이 합쳐진 마법이었다.

-퍼어어어엉!!!

그대로 마법진을 따라 쏘아진 빔이 브레스를 집어삼켰다.

그 충격에 사방을 타고 귀가 먹먹한 폭발음과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스으으.

먼지가 잦아든 그들의 앞.

그곳에는 방금 전의 마법진은 물론이며, 검은 심판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사룡 카이락스의 브레스를 막아냈다.

“저희가… 해냈습니다…!”

“와아아아아!!”

그와 함께 커다란 환호가 퍼져 나왔다.

곧 그런 승전보는 시계탑에 있는 현성과 시연, 레이첼에게도 전해졌다.

깔끔히 사라진 브레스.

미하일과 교수님들이 해냈다.

이에 시연과 레이첼이 언데드들을 마저 베어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현성이 주먹을 콱 움켜쥐며 아래를 향해 외쳤다.

“쥐엔장, 매지컬 레드! 믿고 있었다구!”

“그, 그런 말 하지 말란 말이야!!”

동시에 치욕스러움 가득한 이클레아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현성은 그쯤은 가볍게 무시하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이걸로 브레스는 막아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카이락스.’

현성이 상공 위에 날개를 펄럭이는 사룡을 바라보았다.

<이스페리아> 원작 상.

아카데미는 카이락스의 브레스를 맞아 박살나고, 주인공 일행은 마지막에 미하일이 걸어준 비행마법으로 하린을 구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카이락스의 공격을 맞지 않고 접근하는 것.’

제 아무리 주인공이라고 한들.

카이락스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그의 공격을 피하며, 하린을 구해내 카이락스의 조종을 푸는 것.

이것이 원래 3막의 보스 공략법이었다.

허나 현성은 그 방법은 쓰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그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준비 됐어?”

[물론이다.]

그런 현성의 말에 알레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그가 티리카의 건틀렛을 매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

“가자. 알레시아.”

[그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성과 알레시아가 시계탑 아래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파아앗!

알레시아의 몸을 타고 금빛이 폭사되었다.

그대로 잠시 뒤.

빛 무리가 걷힌 그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금빛의 드래곤이었다.

허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펄럭!

그런 금빛의 드래곤 옆으로 바람을 가르고 나타난 또 다른 날개.

티 없이 매끈한 검은 비늘.

차갑게 가라앉은 검은 두 눈.

틀림없는 드래곤이었다.

그런 검은 비늘의 드래곤은 사룡 카이락스와는 다른.

고요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그대로 시계탑 위 드넓은 창공을 따라,

금색의 드래곤과 흑색의 드래곤.

둘의 우렁찬 흉성이 사방을 타고 울려 퍼졌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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