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85화 (185/240)

185화 악몽(10)

“현성이 왜 저기서 나와?”

“내 말이!”

시연과 레이첼이 서로를 바라보며 시계탑에 있는 현성을 가리켰다.

확실히 오늘 강의에 현성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단순히 늦잠을 잔거라면 다행이지만, 혹시 감기라도 걸린 건지, 몸이 아픈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

-우우웅!

그와 함께 시연의 스마트폰을 타고 한통의 문자가 왔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아카데미의 학생회.

이번 사태에 대한 상황파악이 끝난 모양이었다.

“뭐야? 무슨 상황인데?”

“기다려보세요. 지금 확인해볼 테니.”

그대로 시연이 재빨리 문자를 확인했다.

“시계탑에서 신원미상 외부인의 테러활동을 확인…. 추가적으로 아카데미의 학생 중 하나가 납치되어 휘말린 걸로 확인…, 그 이름은 3학년의 유현성…….”

동시에 문자를 확인한 시연과 레이첼의 표정이 굳어갔다.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테러.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마지막.

“현성이…….”

“…납치당했다고?”

그 순간이었다.

레이첼과 시연이 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시계탑을 째려보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현성을 납치했다니.

-꾸구국!

이대로 간다면 현성이 위험했다.

그리고 때마침 시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학생회였다.

“회장님, 문자 확인 하셨…….”

“확인했습니다. 바로 구출하겠습니다.”

“일단 회장님도 대피하시고…. 예? 아니, 잠깐만요. 구출이요?”

시계탑에서의 테러를 확인.

그렇다면 이제 그녀를 포함한 학생회와 교수들이 모여 대책을 세울 때였다.

현성에 대한 구출도 이후 여기서 의논이 이루어질 터.

허나 시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즉시 시계탑으로 진입. 현성을 구출하겠습니다.”

“회, 회장님! 그게 아니라 우선…….”

“끊겠습니다.”

시연이 그대로 통화를 종료하고 스마트폰을 움켜쥐었다.

빠지직,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그녀의 스마트폰 액정이 산산조각 났다.

현성을 납치한 괴한을 향한 강한 살의와 분노였다.

그리고 현성을 구출해야 한다는 조급함까지.

‘한시라도 빨리 가야한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있는 강의실과 시계탑은 거리가 상당했다.

바로 내려간다고 해도 족히 10분은 걸릴 거 같았다.

이에 시연이 조금이라도 서두르기 위해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는 찰나였다.

“기다려.”

레이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말에 시연이 미간을 와락 구기며 소리쳤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그러는 건가요?! 한시라도 빨리……!”

당장 현성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기다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자 레이첼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그와 함께 돌연 레이첼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물었다.

-까득!

동시에 그런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피.

그대로 레이첼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이렇게 다른 인간들 앞에서 정체를 드러내기는 싫었는데…….”

현성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그녀가 뱀파이어임을 드러낸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그래야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 현성을 구해야했다.

무엇보다 적의 전력을 모르는 이상, 현성을 무사히 구출해내기 위해서는 한 명의 도움이라도 더 필요했다.

-펄럭!

그대로 그녀의 등 뒤로 피로 이루어진 붉은 날개가 펼쳐졌다.

그리고 확연히 달라진 레이첼의 분위기.

그런 그녀의 눈동자는 낮에도 불구하고,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당신, 이게 무슨…….”

그 모습에 시연이 미간을 좁혔다.

피로 이루어진 날개와 붉은 눈동자.

입술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송곳니까지.

“……뱀파이어?!”

이에 레이첼이 작게 혀를 차며 시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까발리든 욕하든 뭐든 나중에 하고. 일단 지금은 손잡아.”

그러면서 레이첼이 저 멀리 시계탑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현성. 구해야 할 거 아니야.”

“…….”

그러자 가만히 서있던 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그녀가 레이첼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바로 가죠.”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눈동자.

레이첼이 그런 시연의 눈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작게 웃으며 도약할 준비를 했다.

-고오오.

곧 그녀의 주의로 붉은 피가 진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레이첼이 창밖으로 도약한 순간.

“꽉 잡아.”

레이첼의 짧은 한 마디와 함께 그녀의 몸이 쏜살같이 쏘아지며.

거센 바람이 둘의 몸을 감쌌다.

-파앗…, 쉬이익!

그대로 시계탑을 향해 날아가는 레이첼과 시연.

동시에 둘의 시야 저 멀리.

유진과 대치하고 있는 현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 *

한편 시계탑 최상층.

그곳에는 검은 그림자와 푸른 섬광이 쉴 새 없이 맞부딪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방으로 전해지는 충격.

“죽어라!”

유진의 외침과 함께 그의 검을 타고 검은색의 검기가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그리고 그의 검기가 현성을 덮치려는 그때.

순간 현성의 몸이 사라지며,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르르릉!!

다시 모습을 드러낸 현성은 온몸에 푸른 스파크를 두른 채.

날아오는 검기를 맨 몸으로 받아냈다.

이어서 그가 주먹을 내지르자.

-끼기긱… 파지지직!!

그대로 현성의 푸른 전격이 유진의 검기를 찢어버렸다.

그와 함께 번쩍이는 전격 사이.

현성이 양 주먹을 당기며 작게 속삭였다.

“……투신의 길.”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퓻! 현성의 신형이 유진을 향해 쏘아지더니.

어느새 그의 품안에 파고든 현성이 정권을 날렸다.

-콰앙!

그런 유진의 복부를 타고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이에 그가 미간을 좁히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성의 눈앞에 구현된 티리카의 형체와 무수한 붉은 점.

그가 그 점을 향해 쉴 새 없이 연격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공기가 뭉개지며 매서운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쾅! 두두두두! 콰쾅! 쾅!

휴먼 라이트닝으로 인해 극한까지 끌어올린 속도.

거기다 투신의 길까지.

한 번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주변이 무겁게 울리고 있었다.

-그그극…, 챙! 채쟁! 채앵!

이에 유진은 그간 보여준 적 없는 속도의 쾌검(快劍)을 펼치며 현성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사이 들려오는 건 오직 검과 건틀렛이 마주치는 날카로운 마찰음 뿐.

그렇게 찰나에 수십 번의 공방이 오가고.

현성이 마지막 일격을 날림과 동시에.

유진 역시 양 손으로 검을 쥐고 힘껏 내리그었다.

-콰아아앙…!

그대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뒤.

서서히 먼지가 걷히고, 곧 서로 몸을 맞대고 있는 유진과 현성이 보였다.

“……제법이군. 허나 거기까지다.”

유진이 검을 쥔 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동시에 그런 그의 검 끝은 정확히 현성의 목을 꿰뚫고 있었다.

이에 현성이 움찔거리며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쿨럭!”

그와 함께 현성의 입을 타고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아니 터져 나와야 했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피 한 방울조차 흐르지 않고 있었다.

“……?!”

그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챈 유진이 황급히 검을 회수하려했으나,

그때는 이미 한 발 늦은 뒤였다.

-푸욱!

그대로 검 한 자루가 유진의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등 뒤에는 현성이 서있었다.

그와 함께 목이 꿰뚫린 현성, 아니 좀 더 정확히는 현성의 모습을 하고 있던 환영마법이 흩어졌다.

-파스스.

이에 현성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나이스 알레시아.”

유진 그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

그건 바로 알레시아의 존재였다.

둘의 마지막 일격이 격돌하고 자욱한 먼지가 솟아난 그 찰나의 순간.

시야가 가려진 틈을 노려 알레시아가 환영마법을 펼쳤던 것이다.

그 결과, 유진의 검은 현성의 환영을 꿰뚫고.

현성은 그런 그의 등을 노려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꽃은 것이었다.

-투둑…, 뚝…….

유진의 복부에 박힌 검을 따라, 피가 흘러내렸다.

하린의 피와 같은 보라색.

마족의 피였다.

허나 그 순간이었다.

-터업.

돌연 유진이 복부에 박힌 검을 부여잡고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검이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유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목.

-우득! 끼기긱!

유진의 목은 90도를 넘어서 180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차마 인간이 꺾을 수 없는 각도.

마치 올빼미를 연상케 하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현성, 저건…….]

“그래.”

이에 현성이 검을 놓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복부에 검이 깊숙이 박히고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

거기다 180도로 돌아간 목까지.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역시 언데드였나.”

현성이 유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등장과 함께 세웠던 2가지 경우 중 하나.

진짜 살아있는 유진이 아닌, 마족이 되살린 유진의 형상을 한 언데드.

그게 바로 눈앞의 유진의 정체였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현성의 입장에서는 한결 편해졌다.

회유고 뭐고 그냥 박살내면 그만이니까.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군.”

유진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하린도 눈치 채지 못한 걸 그가 알아채다니.

“그런데 내가 말했지 않나.”

“…….”

“딱 거기까지라고.”

동시에 유진이 자신의 복부에 박힌 검을 거칠게 뽑았다.

그와 함께 그의 다리를 타고 기괴한 소리가 삐져나왔다.

-뿌드득, 콰득…!

그런 유진의 다리에는 힘줄이 잔뜩 튀어나와있었다.

압축에 압축을 가한 근육.

인간은 몸은 기본적으로 100%이상의 출력을 낼 수 없다.

기본적으로 뇌에 리미트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만약 인간이 아닌 언데드라면 강제로 리미트를 풀어, 일시적으로 육체의 한계에 도달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육체의 손상은 피할 수 없겠지만, 이미 언데드라는 걸 들킨 이상.

유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 그가 검을 쥐어 잡은 순간.

-콰아앙!

유진이 딛고 있던 바닥이 박살나며 그의 몸이 쏘아졌다.

그 속도만 본다면 거의 현성의 휴먼 라이트닝과 비슷한 정도.

아니 순간적인 가속도는 그보다 더 빨랐다.

-퓻!

말 그대로 현성의 시야에서 유진이 사라졌다.

이미 눈으로는 쫒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패턴과 검성식의 검로를 계산하여 예측한다.

‘왼쪽……!’

현성이 반사적으로 왼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야말로 본능에 가까운 직감.

과거 수연과의 전투 당시, pvp의 경험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예측한 것과 똑같았다.

그리고 그런 현성의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정확히 그의 왼쪽에 나타난 유진.

그에 따라 현성의 주먹이 유진의 어깨 죽지에 박혔다.

-콰드득!

동시에 유진의 어깨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대로 움푹 주저앉은 그의 어깨.

이에 유진의 얼굴이 순간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

설마 그 속도를 따라잡았다고?

아니 예측한 것인가.

하지만 그도 잠시.

“유감이군.”

유진이 작게 조소하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검 끝은 현성이 아닌 그 뒤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귓가를 따라 들려오는 처연한 목소리.

“…오… 빠?”

그녀는 다름 아닌 하린이었다.

그대로 그녀가 보랏빛을 피를 울컥 토해냈다.

그와 함께 바닥을 적시는 뜨거운 피.

-주르륵.

애초에 유진이 노린 건 시계탑을 향해 날아온 하린.

그녀에게 있어 유진은 오빠일지 몰라도, 그에게 있어 하린은 그저 마법진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검 끝은 예측하지 못했군.”

유진이 단호하게 말하며 더욱 더 깊게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그러자 하린이 몸이 들썩거리며 그녀의 손이 작게 떨렸다.

그리고 유진이 검을 뽑아낸 순간.

사방으로 보라색 피가 터져 나오며 하린이 고꾸라졌다.

“하린!”

이에 현성이 황급히 하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유진이 그 틈을 기다렸다는 듯.

재빠르게 그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쉬익!

이번에는 채 환영마법을 펼칠 틈도, 피할 틈도 없었다.

그와 함께 승리를 확신한 유진이 히죽 웃으며 외쳤다.

“이대로 같이 꿰뚫어주마!!”

어차피 필요한 건 반인반마의 피 뿐.

그대로 유진의 검이 현성의 목을 꿰뚫기 직전이었다.

순간 현성과 유진 사이를 타고 바람이 흩날렸다.

-사아아.

그와 함께 시계탑 최상층.

날카로운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채앵!

이에 유진이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앞에는,

붉은 피로 이루어진 창과 한 자루의 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

그와 동시에 유진의 양 옆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

““당장 그 더러운 손 치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성을 구하러 온 시연과 레이첼이었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