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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52화 (152/240)

152화 하 가문(9)

사일런트와 환영마법.

실제로 마법의 효과는 훌륭했다.

연회장에 있는 그 누구도, 현성이 있는 테이블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쯧, 그거 한 대 맞고 뻗어버리기는.”

그가 휘두른 와인병에 머리가 깨져 사람이 쓰러지는 지금조차도 말이다.

이에 현성이 들고 있던 와인병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 한 번 확실하구만.

“그래서 니들은 어떻게 할 거야.”

현성이 쓰러진 녀석을 발로 밀어 치워버리고는.

방금 전 진우가 그랬던 것처럼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그대로 그가 남은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계속 그렇게 서있을래?”

그런 현성의 말에 녀석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잠시 뒤.

“뭐, 뭐해!”

“하던 대로 해!”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녀석들이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부웅!

그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오는 주먹.

이에 현성이 고개를 옆으로 꺾어 주먹을 피했다.

그 다음 발을 내질러 그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콰악!

그러나 녀석도 보통은 아닌지.

복부를 얻어맞고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대로 그가 현성의 발을 꽉 움켜쥐었다.

“좋아! 이대로 다 덮…!”

본디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고.

자신이 발을 묶기만 한다면 나머지는 동료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했다.

허나 그때였다.

“후회할 텐데.”

현성의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기 무섭게 그의 발을 타고 붉은 불씨가 생성되었다.

이에 녀석이 미간을 좁혔다.

“……불?”

그와 함께 머지않아 그는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그대로 현성의 발을 따라 거센 불길이 치솟더니.

그의 발끝을 타고 폭발이 일었다.

-콰아앙!!

동시에 발을 붙잡고 있던 녀석이 충격파에 공중을 날았다.

그렇게 날아간 녀석은 단발마의 비명을 남기고 매가리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끄어어억……”

그 모습에 현성이 남은 불씨를 털어내며 말했다.

“이걸로 둘.”

이어서 현성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은 수는 대략 대여섯.

현성이 테이블 옆에 있던 의자를 움켜쥐고는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그극.

그러자 바닥을 타고 의자가 긁히는 소리가 삐져나왔다.

그런 현성의 모습에 녀석들이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주춤.

진우에게 들은 정보하고는 뭔가 달랐다.

아니 너무나도 달랐다.

상대는 그냥 몰락가문의 꼬맹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다짜고짜 와인병으로 머리를 깨지 않나.

방금 전은 발끝을 타고 불꽃이 치솟았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

마치 필드에서 몬스터를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오, 오지마!”

그대로 위협을 느낀 녀석들이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허나 이곳은 이미 사이런트 마법이 발동된 상태.

그 소리가 바깥에 빠져나갈 일은 없었다.

이에 현성이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이래서 난 마법이 참 좋아.”

* * * * *

그 후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애초에 이번 이벤트 자체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거저 주는 보상이었다.

아무리 하 가문의 졸개가 강하다고 한들.

지금까지 스토리를 진행해온 플레이어에게는 큰 위해를 가할 수 없었다.

그에 따라 이제 남은 것은 단 한명.

혼자 남은 녀석이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제, 젠장……!”

보이는 건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동료들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일단 덤비면 어떻게든 쪽수로 밀어붙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하나 둘씩 동료가 쓰러질수록, 그 생각은 서서히 사라졌다.

의자를 휘두르며 머리를 가격하지 않나.

테이블을 밟고 뛰어올라 니킥을 박아 넣지 않나.

그러면서 자꾸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이 정도는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니까.”

그는 어깨에 뭐가 있기라도 한 건지.

연신 아무것도 없는 어깨를 바라보며 말했다.

“굳이 나설 필요 없다니까…….”

이에 그가 다시 현성의 어깨를 바라보았으나, 그의 어깨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설마 귀신이라도 보는 걸까.

“뭐? 그럼 내기하자고?”

허나 그 실상은 조금 달랐다.

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를 바라봤다.

지금 현재 그와 이야기 있는 대상은 다름 아닌 알레시아.

[그래. 마침 심심하기도 하고 잘 됐지 않느냐?]

한창 현성이 녀석들을 박살내고 있을 때쯤.

언제 깨어난 건지 모를 알레시아가 말했다.

물론 그녀의 목소리는 현성에게만 들릴 정도로 꽤나 작았다.

덕분에 남들이 보기에는 현성은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미친놈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현성은 별 신경 쓰지 않으며 알레시아를 향해 물었다.

갑자기 내기라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

“……도대체 뭐로 내기하게?”

그러자 알레시아가 마지막 남은 녀석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딱 좋은 녀석이 있지 않느냐.]

“……저거?”

현성이 알레시아를 따라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누누이 말하지만 현재 알레시아는 투명화를 두르고 있는 상태.

지금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현성밖에 없었다.

이에 그 진위를 알 턱이 없는 녀석이 움찔거렸다.

왜 갑자기 자신을 보는 걸까.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그래. 저 녀석에게 물어 보는 거다. 네가 마법사로 보이는지 아니면 다른 걸로 보이는지.]

알레시아의 질문에 현성이 턱을 매만졌다.

“…….”

사실 이런 고민을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다.

실제로 그가 <이스페리아>를 즐길 당시.

힘의 마법사, 줄여서 힘법사에 대한 분류를 두고 말이 많았다.

힘법사는 과연 마법사의 상위로 보는 게 맞는가.

그게 아니면 격투가, 그러니까 투사의 상위로 보는 게 맞는가.

동시에 알레시아가 속삭였다.

[너도 나름 궁금하지 않았느냐.]

그런 그녀의 말은 정확했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난 전자로.”

이래보여도 힘법사는 스테이터스 창에도 버젓이 힘의 ‘마법사’라고 적혀있다.

무엇보다도 전직조건이 ‘마법변형’아닌가.

그러자 알레시아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난 후자에 걸도록 하지.]

그와 함께 현성이 남은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의 앞에 선 채 입을 열었다.

“야. 너 내가 뭐로 보여?”

“……예?”

그 질문에 녀석이 멍하니 현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뭔가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알아차린 그가 말했다.

“이, 인간?”

이에 현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면서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야. 클래스가 뭐로 보이냐 이거지.”

“…….”

그런 현성의 물음에 녀석이 재빨리 눈동자를 굴렸다.

도대체 이 질문의 의도가 무엇일까.

클래스를 따라 자신을 조질지 살릴지 결정하는 걸까.

초조하게 떨리는 눈동자가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투, 투사?”

처음부터 와인병으로 머리를 깨고, 발길질을 하지 않나.

그 다음에는 의자를 휘두르며 테이블을 밟고 니킥을 꽃아 넣었다.

그런 피지컬로 미루어보았을 때.

눈앞의 그는 격투계열이 확실했다.

동시에 그 순간이었다.

현성이 미간을 와락 구기며 말했다.

“아니 상식적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마법사 아니야?”

“……예?”

지금 이 미친놈이 뭐래는 거지.

그가 현성을 올려다보았다.

그 와중에 알레시아가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럼 내 승리로구나.]

이에 현성이 혀를 차며 그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너 때문에 졌잖아.”

그런 그의 말에 녀석이 황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아, 아니 잠깐…지, 지금 보니 마법사! 틀림없는 마법사입니다!”

허나 이미 기차는 떠난 뒤.

곧바로 현성이 가차 없이 그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늦었어.”

-콰앙!

그대로 현성의 한마디와 함께 마지막 녀석이 쓰러졌다.

그 모습에 어깨에 있던 알레시아가 여유롭게 말했다.

[현성. 나는 소고기가 먹고 싶다. 저번에 레이첼이 보여준 너튜브를 보아하니 호주산 티본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그 말에 현성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스테이크가 요새 얼마더라.

아니 애초에 드래곤이면 몇 kg을 사야하는 거지.

“하여간 얘만 아니었어도.”

현성이 이미 기절한 녀석을 툭툭 발로 차며 중얼거렸다.

“알레시아. 티본은 너무 비싸고 대신 다른 건……”

[싫다.]

“아니 어차피 드래곤이면 딱히 고기를 안 먹어도 되잖아.”

현성이 알레시아를 향해 물었다.

실제로 드래곤은 설정 상.

굳이 끼니를 챙기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러자 알레시아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응. 어쩔티비.]

“……?”

그런 그녀의 대답에 현성이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이에 알레시아가 당당하게 말했다.

[레이첼이 요새 유행하는 말이라고 알려줬다. 현성이 자꾸 물어볼 때 이 말을 쓰면 단번에 입을 닫게 만들 수 있다고 들었다.]

“…….”

그 말에 현성이 아무 말 없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알레시아가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효과가 좋구나.]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너튜브를 지워야겠다.

현성이 그렇게 다짐하며 일어났다.

아무튼 이걸로 진우 패거리는 전부 정리했다.

-띠링.

이를 증명하듯 경쾌한 알림음 울려 퍼지며 현성의 앞에 메시지창이 펼쳐졌다.

[퀘스트 : 하 가문의 증명]

퀘스트 내용

-눈앞의 패거리를 제압하시오.(완료)

보상 : 힘 스텟 +5

그대로 금색 빛이 현성의 주변을 돌고는, 곧 그에게 흡수되었다.

아마 적혀있던 보상이겠지.

현성이 곧바로 자신의 상태창을 펼쳤다.

[이름 : 유현성]

성별 : 남성

나이 : 17

종족 : 인간

클래스 : 힘의 마법사(physical wizard)

업적 : [데일런트를 쓰러트린], [폭풍의 창을 받아낸], [새로운 마도(魔道)의 길을 걷는], [신화를 거머쥔], [구식이 아니라 클래식], [새로운 주인공], [얼음무덤의 비밀을 알아낸], [악마의 진명을 부른], [철의 권7의 패왕], [거 삽질하기 딱 좋은 날이구만], [수호자를 쓰러트린], [지나가다 벼락을], [번개를 자른], [레드 룸의 승자], [설산을 지배한], [드래곤 슬레이어], [여왕의 궁전에 발을 내딛은]

체력 35

지력 28

민첩 25

행운 11

의지 18(+15)

*스킬상세

[파이어 펀치. LV5]

[얼음폭풍. LV5]

[휴먼라이트닝. LV3]

특수스킬

[투신의 길. LV3]

[삽질의 황태자. LV2]

고유스킬

[게이머의 감각. MAX]

합동기

[빙혈. LV1]

30이었던 힘 스텟은 방금 전 보상으로 35가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아무래도 언제 한번 따로 스텟을 올릴 시간을 가져야겠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며 상태창을 접었다.

뭐 그건 그거고.

지금은 일단 할 일이 남아있었다.

-펄럭.

그러면서 현성이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망토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도플갱어 퀸의 로브.

이에 알레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건 분명 블랙마켓에서 쓰던 물건이 아닌가? 갑자기 그건 왜?]

그러자 현성이 로브를 휙 둘러쓰며 작게 웃었다.

“잠시 준비할 게 있거든.”

그와 함께 그가 연회장 너머.

하진우가 사라진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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