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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43화 (143/240)

143화 블랙마켓(12)

블랙마켓의 중앙.

마치 커다란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일명 블랙 홀.

그곳에서 금빛 드래곤이 날개를 펼쳤다.

-펄럭!

그와 함께 주변에서 거센 바람이 일더니, 순식간에 알레시아와 그 위에 탄 현성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대로 현성이 아래를 내려 보자, 그의 발밑에는 블랙마켓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

개 때 같이 몰려있는 사람들과 그 앞에 있는 은발의 소녀.

레이첼이 보였다.

이에 알레시아가 말했다.

[저곳으로 가면 되겠지?]

“예,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단호한 알레시아의 한 마디.

그와 동시에 주변의 바람이 그녀를 휘감기 시작했다.

이어서 몸을 휘감던 바람이 알레시아의 날개 끝에 멈춘 순간.

-퍼어엉!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알레시아의 몸이 드넓은 창공을 향해 쏘아졌다.

그러기 무섭게 현성의 귓가를 타고 매서운 바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알레시아가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리 말하는 걸 까먹었군. 꽉 잡게나!]

간만에 즐기는 비행 때문일까.

그런 알레시아의 목소리는 어딘가 상당히 들떠있었다.

* * * * *

현성의 전화를 받고 얼마나 지났을까.

레이첼이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뒤를 바라보며 다른 손을 휘저었다.

-퓻!

그러자 그녀의 손끝에 맺혀있던 붉은 피가 암기로 변해 쫒아오는 매드독들을 꿰뚫었다.

그와 함께 전방에 있던 녀석들이 고꾸라졌다.

허나 그게 전부.

앞의 녀석들이 쓰러지기 무섭게 뒤에서 다른 매드독들이 달려와 그 자리를 메꾸었다.

도대체 얼마나 이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중간에는 그 인원이 조금 빠지길래 적당히 몸을 숨기고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어째 어느 순간부터는 그 수가 더 늘어 어느 한군데 가만히 숨어있을 수도 없었다.

“미치겠네. 정말.”

이에 레이첼이 까득, 이를 악물며 다시 한 번 손을 휘저었다.

동시에 피가 휘몰아치며 뒤에 따라오던 매드독들을 막아냈지만, 그도 머지않아 흩어졌다.

그동안은 블랙마켓에서 얻은 피들로 버텼지만, 이제 슬슬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피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현성이 곧 도착한다는 것일까.

그러면서 레이첼이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가만 안 둘 거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달려가던 레이첼이 앞을 바라보고 낭패라는 듯 미간을 구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앞에 자리한 막다른 길.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길을 잘못 든 모양이었다.

이에 레이첼이 황급히 막다른 길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이미 한 발 늦었다.

“드디어 따라잡았다.”

어느새 그런 그녀의 앞에는 매드독들이 길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그 수만 얼핏 보아도 골목을 가득 메울 정도.

아무리 봐도 빠져나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좀 힘들겠는데.’

레이첼이 주변을 둘러보며 작게 혀를 찼다.

“쯧.”

그러자 맨 앞에 있던 매드독의 고위 간부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크큭, 왜 가만히 있지? 어디 이번에도 그 잘난 혈마법을 써보시지 그래?”

그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꼬맹이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줄곧 도망치면서 쓰던 마법.

‘혈액이 암기로 변하지 않나, 바닥을 솟아오르며 앞을 가로막지 않나.’

그건 분명 혈마법이 분명했다.

아니 혈마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곧 눈앞의 소녀가 뱀파이어라는 말과도 같았다.

“뱀파이어라니 이거……아주 뜻밖의 수확이야.”

평소에는 자신들의 영역에서 잘 나오지 않아, 살면서 한 번도 보기 힘들다는 그 뱀파이어였다.

그런데 그 귀한 뱀파이어가 지금 눈앞에 있다니.

거기다가 지금 이곳은 그가 속한 매드독이 관리하는 블랙마켓.

‘당장 경매에 넘기기만 해도 그 값이 얼마야.’

무엇보다 저 아름다운 외모.

은발의 트윈 테일과 붉게 빛나는 적안.

보기만 해도 도도해 보이는 게 그야말로 vvip들이 환장하는 취향이었다.

그만큼 굴복시키는 맛이 있다나 뭐라나.

이에 그가 꿀꺽 군침을 삼키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안 그래도 자신의 보스 칼스를 포함한 다른 vvip들에게 이미 연락해두었다.

아마 이제 곧 칼스도 이쪽으로 올 것이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생포해서 넘기는 일 뿐.’

그대로 그가 천천히 레이첼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가 으르렁거리며 고위 간부를 위협했다.

“그 이상 다가오면 죽여 버릴 거야.”

그렇게 말하는 레이첼의 손에는 붉은 피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동시에 그런 그녀의 말에 일부 매드독들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뭐해? 병신들아! 기껏해야 뱀파이어 하나다!”

“하, 하지만…….”

“쫄지 마. 어차피 힘 다 빠졌으니까.”

간부가 피식 웃으며 레이첼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저 봐라. 만약 힘이 남았으면 진즉에 뚫고 도망쳤겠지. 저렇게 제자리에서 위협만 하고 있겠냐?”

그런 녀석의 말에 레이첼이 표정을 구겼다.

실제로 그의 말이 맞았다.

아마 손에 두른 혈액이 마지막 상태. 이 이상으로 피를 썼다가는 위험했다.

‘……하다못해 현성이라도 있었으면.’

그라도 있었다면 당장에라도 목덜미를 물어 피를 보충했을 텐데.

만약 현성이 이를 알았다면 자신을 걸어 다니는 혈액팩 취급하는 거냐며 뭐라 했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을 신경 쓸 정도로 레이첼은 한가하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그냥 아예 역으로 달려들까도 생각해봤지만……아냐, 역시 이건 좀 아니야.’

레이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으로 달려들어 녀석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면 피는 보충할 수 있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도 그럴게 저 많은 수의 매드독들이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을까.

무엇보다 눈앞의 매드독을 해결한다 해도 곧 칼스가 이끄는 본대가 이곳으로 올 게 분명했다.

동시에 그때였다.

“어이!”

저 뒤에서 수많은 인기척과 함께 한 남성이 등장했다.

그 목소리에 레이첼이 눈을 번쩍 떴다.

설마 현성인가.

허나 곧 얼굴을 확인한 레이첼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현성이 아닌 매드독의 본대였다.

“뱀파이어는 잡았나?”

“안 그래도 이제 잡을 거야. 칼스님은?”

“예기치 못하게 블랙 홀에서 일이 터져서 말이다. 그래도 곧 처리하고 오실 거다.”

젠장, 이제 조금 뒤면 칼스까지 도착한다.

하여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에 레이첼이 스마트폰을 꽉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하여간 빨리 온다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그와 함께 앞에 있던 간부가 주먹을 치켜들며 명령했다.

“덮쳐!”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매드독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대로 잡힌다면 평생 현성을 미워할 테다.

레이첼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레이첼!”

돌연 저 위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허공을 타고 익숙한 목소리가 삐져나왔다.

이번에는 틀림없는 현성의 목소리였다.

“……현성!”

이에 레이첼이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하마터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이 나올 뻔 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웬 거대 금빛 도마뱀 위에 타고 있는 현성이 보였다.

아니 좀 더 자세히 보니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이라니.

설마 진짜로 경매장에 나온 드래곤을 데려온 걸까.

그 모습에 간부가 눈을 부릅떴다.

“저, 저건 드래곤?!”

분명 지하 물품 보관소에 있어야할 드래곤이 왜 저기 있는 것인가.

그의 눈빛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저 위에 있던 현성이 레이첼을 향해 외쳤다.

“레이첼 머리 숙여!”

“……뭐?”

“머리 숙이라고!”

동시에 현성이 타고 있던 드래곤이 입을 쩍 벌렸다.

그러기 무섭게 드래곤의 입을 타고 모이는 심상치 않는 빛.

주변의 마나가 떨리고 있었다.

-고오오오.

그 크기는 작았지만 분명 브레스였다.

그리고 브레스란 무엇인가.

드래곤을 상징하는 공격이자, 그 이명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진 마법의 결정체.

‘저게 진짜 브레스라면……우리에게 승산은 없다!’

꼼짝없이 죽은 목숨.

실제로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에 간부가 재빨리 등을 돌려 뒤로 도망치면서 남은 수하들을 방패로 삼은 채 외쳤다.

“마, 막아! 당장 저거 막으라고! 이 새끼들아!”

하지만 그의 외침이 무색하게 마나의 진동은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진동이 멎었을 때.

드래곤의 입을 타고 한 줄기의 광선이 대지를 강타했다.

-콰가가가각!!

“다, 당장 도망……!”

“크아아아악!!”

그대로 레이첼의 눈앞에 펼쳐진 심판의 빛이 모든 걸 집어삼켰다.

폭발하는 하얀빛에 순간 세상이 전부 하얀색으로 물든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어서 사방에서 온갖 비명소리와 살벌한 파괴음이 울려 퍼졌다.

-스으으으.

그 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너무도 길게 느껴졌던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레이첼이 눈을 떴을 때.

“돌아가자. 레이첼.”

그곳에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현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 레이첼이 그와 골목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매드독이 가득했던 골목은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고요한 정적만이 맴돌고 있었다.

-투욱.

그대로 레이첼이 현성의 손을 끌어당기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박았다.

그러면서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늦었잖아. 바보야.”

그 말에 현성이 싱긋 웃으며 레이첼의 어깨를 토닥였다.

“미안. 다음에는 안 늦을게.”

“너 약속했어.”

“그래. 약속.”

현성의 약속이라는 말에 그제야 레이첼이 안심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줄곧 지켜보던 알레시아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게 청춘이로군.]

역시 현성이라는 소년을 따라온 건 좋은 선택이었다.

따라 나오자마자 이런 재밌는 풍경을 보게 되다니.

티리카는 연애에는 영 잼병이라 이런 걸 볼 일이 없었다.

[자네도 이걸 보면 좋아했겠지?]

알레시아가 떠나간 자신의 친우, 티리카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해가 저물어가는 블랙마켓을 끝으로.

현성은 알레시아와 함께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품에는 어느새 곤히 잠든 레이첼이 안겨있었다.

그대로 현성과 레이첼이 블랙마켓을 떠나고.

한참이 지난 뒤.

뒤늦게 골목 근방에 도착 한 칼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꼴.

“허억…허억……”

동시에 그런 그의 한쪽 눈에는 긴 자상과 함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칼스가 눈을 부여잡으며 이를 갈았다.

그 망할 엘프 전사 계집만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늦을 일도, 한쪽 눈을 잃을 일도 없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풀려난 거야!!”

그가 주먹을 쥐어 벽을 후려쳤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간 블랙 홀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지 않나.

그 와중에 엘프 계집년은 보란 듯이 다른 노예들과 도망쳤다.

뼈아픈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간부들에게 연락받은 대로 여기서 그때 그 은발계집년을 잡으면 해결이었다.

‘무려 살아있는 뱀파이어다. 그 정도면 부르는 게 값일 터…!’

거기다 지하 물품소에 보관되어있는 물건들과 드래곤이라면 충분히 손해를 메꿀 수 있었다.

그대로 칼스가 일말의 희망을 품은 채. 비틀거리며 골몰을 돌았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골목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횅하게 뚫려있는 벽과 고열에 녹아내린 바닥.

그곳에는 아직도 성난 마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엇이 있었던 걸까.

아니 애초에 이 정도 위력을 낼 존재라면 하나밖에 없다.

불길한 예감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털썩.

그대로 칼스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뱀파이어도, 자신의 본대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칼스가 폐허가 된 골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 아니야, 설마 그럴 일이 있을 리가……”

-우우우웅!

그와 함께 그의 스마트폰이 세차게 울렸다.

이에 칼스가 부들거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카, 칼스님! 지하 물품소에 있는 물건과 드래곤이 사라졌습니다!]

“……”

그 소리에 칼스가 툭하고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떨어트렸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다.

드래곤이. 풀려났다.

“내, 내 왕국이……”

박살난 블랙 홀.

보이지 않는 뱀파이어와 자신의 모든 병력.

사라진 드래곤과 지하 물품소의 물건.

“크하아아악!! 그 망할 개새끼가…!!”

그날, 블랙마켓의 골목.

그곳에서는 말 그대로 모든 걸 잃은 칼스의 절규가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허나 그때의 그는 알지 못했다.

이게 모든 불행의 시작이라는 걸.

* * * * *

블랙마켓에서의 일이 있고 나서 일주일 정도가 흘렀다.

그 사이, 알레시아와 레이첼은 제법 친해진 건지 요새 그녀의 기숙사에 모여 같이 게임을 하는 빈도가 늘었다.

“호오, 이런 이 몸의 공격을 이렇게 파훼하다니 대단하구나.”

게임기 앞에 패드를 연타하고 있는 금발의 여성.

그녀가 바로 중간계의 패왕이자 티리카의 친우인 알레시아였다.

물론 블랙마켓 때와 다른 점이라면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일까.

“알레시아도 제법 인걸? 벌써 절명콤보까지 쓰다니.”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은발의 소녀.

그녀는 당연하게도 레이첼이었다.

알레시아가 먼저 나서 말을 편하게 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드래곤에게 저렇게 서슴지 않게 반말을 하며 같이 게임을 하다니.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현성이 알레시아에게 반말을 하기까지는 총 5일이 걸렸다.

아무튼 현성이 게임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은발의 소녀와 금발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2막의 보스 피의 여제와 중간계의 패왕 드래곤이라는 거지?’

보기 드문 풍경에 현성이 피식 웃었다.

그 와중에도 레이첼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스틱을 움직이며 말했다.

“후후! 하지만 내 108콤보는 막기 힘들 것이다!”

“크, 크윽. 이건 확실히…!”

그대로 잠시 뒤.

게임오버 창이 올라왔다.

승자는 레이첼.

이에 그녀가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며 알레시아를 바라보았다.

“내 승리다.”

“좋은 승부였다. 역시 널 꺾기엔 아직 모자란 모양이군.”

이어서 레이첼이 알레시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도 일주일 플레이 한 거치고 이정도면 굉장히 잘하는 거야.”

“그런가?”

“응, 누누이 말하지만 알레시아가 약한 게 아니야. 내가 강한 것뿐이지.”

레이첼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알레시아를 격려했다.

그러자 알레시아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현성의 반려답구나.”

“……엣?”

그런 알레시아의 말에 레이첼이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패드를 떨어트렸다.

그대로 빨갛게 달아오른 뺨은 덤.

레이첼이 뒤에 있는 현성을 흘깃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게 정말이야?”

그러자 알레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정말이고말고. 블랙마켓에서 분명히 그랬느니라.”

그와 함께 알레시아가 레이첼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자신의 반.려. 라고.”

알레시아가 묘하게 반려에 강세를 주어 말했다.

이에 레이첼의 얼굴이 더욱 더 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에 줄곧 뒤에 있던 현성이 말했다.

“……둘이 무슨 대화해?”

그런 현성의 말에 알레시아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여자들만의 대화가 있느니라.”

동시에 레이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아. 별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레이첼의 입 꼬리는 새어나오는 미소를 참느라 움찔거리고 있었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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