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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38화 (138/240)

138화 블랙마켓(7)

아빠는 반칙이지.

현성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정체가 밝혀지자, 그 반응들이 정말이지 볼만했다.

“봐라! 내가 처음부터 나 맞다고 했잖아. 이 망할 잡것들아!!”

‘진짜’ 지훈은 자신을 가로막았던 수행원의 멱살을 앞뒤로 흔들며 자신의 결백이 드러난 것에 대한 후련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칼스는 뭔가를 쉴 새 없이 중얼거리다가 돌연 지훈, 아니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럼 내가 방금 한 계약은?”

“뭐긴 뭐야.”

그 말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허위 매물이지.”

그대로 현성이 지훈을 향해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그게 아니면 쟤랑 쇼부보던가.”

“이, 이런……!”

그와 함께 칼스의 입을 타고 이빨 갈리는 소리가 진득하게 삐져나왔다.

-빠드득!

그럼 처음부터 모욕을 참아왔던 것도.

부르는 대로 값을 준다는 것도.

계약서에 싸인을 했던 것도.

“……그게 전부 다 헛짓거리라고?”

칼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에 현성이 문에 몸을 기대며 싱긋 웃었다.

“덕분에 난 재밌었어.”

“…….”

동시에 칼스의 머릿속을 타고 집무실에서 당해왔던 치욕스러운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물론 그 치욕과 분노는 금융치료라는 이름 아래 사라졌으나, 그게 전부 허위매물인 게 밝혀진 이상.

그때의 분노가 다시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했다.

“감히…감히 매드독의 수장인 나를 하룻강아지 새끼로 봐?”

“대충 같은 개는 맞잖아. 매드독. 그리고 하룻강아지.”

“닥쳐!!”

칼스가 꽝! 주먹으로 벽을 내려쳤다.

그대로 벽이 그의 주먹모양대로 움푹 파이며 그 잔해가 푸스스 떨어졌다.

이어서 칼스가 중얼거렸다.

“넌 꼭 내 손으로 죽여주마. 아니 그 몸 안의 모든 장기를 빼서 상품으로 올려주지.”

그 말에 지훈이 작게 혀를 차고는.

겁도 없이 당당하게 칼스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툭 밀치며 말했다.

“쯧. 칼스 이 새끼야. 지금 니 잘못으로 이 지랄이 난거면 나한테 먼저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야? 무엇보다 날 사칭한 저 새끼도 나한테 먼저 넘겨야지. 안 그래?”

“허..허허……”

그런 지훈의 말에 칼스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가뜩이나 배알이 꼴려 뒤질 마당에 뭣도 모르는 애송이 새끼가 난입했다.

“이 새끼나 저 새끼나 아주 날 개호구로 보나……”

평소라면 이성에 힘을 빡 주고 예의를 차렸을 것이었다.

그야 지훈은 vvip등급이자, PH그룹의 차기 후계자니까.

그러나 지금은 말이 달랐다.

보란 듯이 매드독의 수장인 자신을 능멸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

이어서 돈 하나만 믿고 눈치 없이 나대는 재벌새끼 하나.

이에 칼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동안 억눌러왔던 과거의 버릇을 꺼내들었다.

“지훈님. 사이좋게 같이 뒈지기 싫으면 빠지십쇼.”

“……뭐? 너 이 새끼 지금 뭐라고…!”

“뒤로 빠져있으라고.”

칼스가 지훈을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당장 2M가 넘어가는 거구에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한 칼스였다.

그만큼 거기서 풍겨오는 위압감만큼은 보통이 아니었다.

-움찔!

그 위압감에 지훈이 딸꾹질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더 제멋대로 행동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그대로 지훈이 말을 더듬으며 물러났다.

“이, 이번에는…야, 야, 양보하지…….”

그 말에 칼스가 주먹을 우드득 풀며 중얼거렸다.

“……예, 감사합니다.”

이제 남은 건 지훈 행세를 하던 녀석이었다.

칼스가 문을 뒤로하고 서있는 현성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아니 발을 내딛으려는 찰나였다.

-벌컥!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이 들어왔다.

“칼스님!”

그런 그의 가슴팍에는 매드독임을 나타내는 뱃지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칼스의 수하로 추정되었다.

무엇보다 그의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 글쎄 vvip랑 동행했다니까!”

그녀는 바로 레이첼.

아무래도 진짜 지훈이 등장하면서 일이 꼬이고.

현성과 관련 있던 그녀까지 수행원에게 잡혀 끌려온 모양이었다.

“저 년은……”

이에 칼스가 레이첼과 현성을 번갈아보았다.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cctv로 보았을 때 현성의 옆에 딱 붙어있던 계집이었다.

“그래. 마침 잘 됐군. 이렇게 된 이상 둘 다 한꺼번에 팔아버리는 것도 좋겠군.”

칼스가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레이첼이 재빨리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두 명의 지훈. 그리고 대놓고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칼스.

“…….”

곧 상황을 파악한 레이첼이 옆에 있는 지훈.

그러니까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들켰냐?”

“보다시피.”

“젠장.”

레이첼이 미간을 구기며 입술을 씹었다.

그대로 칼스가 현성과 레이첼을 향해 다가왔다.

그런 그는 당장에라도 둘을 찢어죽일 기세였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무슨 좋은 생각 있어. 현성?”

“글쎄다.”

현성이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와 함께 현성이 다가오는 칼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칼스? 우선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보지 않을래?”

그 말에 칼스가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그게 니놈 유언이라면 들어주지.”

이에 현성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해봐. 우리 그 전까지는 분위기 좋았잖아? 그리고 이렇게 된 문제의 근원은 결국 지훈이 둘이란 거에서 시작된 거고.”

칼스가 아무런 대답 없이 그를 주시했다.

그러자 현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해결법은 간단하지. 둘이 하나가 되면 그만이야.”

“……뭐?”

그 순간이었다.

현성이 레이첼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그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외쳤다.

“레이첼!”

동시에 레이첼이 손을 팍 휘저었다.

그와 함께 그녀의 손끝을 타고 붉은 피가 수십 개의 암기처럼 날아가며 옆에 있던 수행원을 공격하며, 곧바로 칼스의 시야를 가렸다.

-피비빗!

그대로 칼스를 제치고 달려 나간 현성이 얼타고 있는 지훈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덥썩.

이에 지훈이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주춤거렸다.

무엇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이 불안감과 알 수 없는 익숙함.

그 느낌은 처음 아카데미에서 기절했을 때와 똑같은 감각이었다.

“자, 잠깐…!”

그 정체를 알아차린 지훈이 재빨리 외쳤지만 이미 한 발 늦었다.

그대로 현성이 지훈의 머리통을 붙잡은 채.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아앙!!

“두, 두 번은 반칙…끄어어억……”

그 충격에 지훈이 그때와 같이, 처연한 신음소리를 남기고 쓰러졌다.

이에 현성이 기절한 지훈을 흘깃 바라보며 외쳤다.

“자, 이제 다시 한 명 됐으니까 문제없지?”

뻔뻔한 현성의 한마디.

“저, 저…써글 놈이…!”

그런 현성의 말에 칼스가 레이첼의 공격을 떨쳐내며 이를 갈았다.

지금 저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그러나 이미 현성과 레이첼은 창문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와창창!

그와 함께 현성이 몸을 던져 창문을 박살내며 밖으로 도망쳤다.

곧바로 그 뒤를 따라 레이첼도 뛰어내렸다.

그 모습에 칼스가 한 발 뒤늦게 쫒아가며 외쳤다.

“뭐해! 당장 저 연놈들 잡아!”

난장판이 된 집무실을 타고 칼스의 성난 외침이 울려 퍼졌다.

* * * * *

블랙마켓의 길거리.

그곳에는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대로 현성이 슬쩍 뒤를 바라보자, 뒤에는 벌써 매드독의 수하들이 개 때같이 몰려오고 있었다.

당장 어림잡아도 수십 명.

거기다 추가될 병력까지 고려하면 더 많았다.

이에 레이첼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런 레이첼의 물음에 현성이 주변을 훑으며 대답했다.

“아직 생각 중.”

“에이씨!”

동시에 앞의 골목에서 매드독의 수하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제길, 벌써 여기까지 따라붙다니.

곧바로 매드독의 수하들이 현성과 레이첼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자, 잡았……!”

그때였다.

현성이 벽을 밟고 뛰어올라, 달려드는 매드독의 수하의 안면을 향해 니킥을 박아 넣었다.

-콰직!

“끄아아악!”

그와 함께 달려오던 매드독의 수하가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에 평소 같았으면 레이첼이 현성을 향해 저게 마법사가 맞느냐는 둥 그런 대사를 던졌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런 말을 꺼낼 틈도 없었다.

“저리 꺼져!”

레이첼이 손을 펼치며 외쳤다.

그러자 바닥에서 붉은 피로 이루어진 니들이 솟구치며, 달려오는 매드독들의 전열을 무너트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

“큿…!”

레이첼이 미간을 구겼다.

블랙마켓은 명실상부 매드독이 관리하는 구역.

물론 하나하나의 힘은 강하지 않았으나, 상대의 수가 너무 많았다.

지금은 어찌어찌 도망치고 있지만 이렇게 물량으로 밀어 붙이는 상대에게 계속 힘을 쓴다면 결국 소모전밖에 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잡힐 터.

“레이첼.”

이에 현성이 저 멀리 있는 갈림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갈라지자.”

같이 도망쳤다가는 오히려 매드독들이 뭉치게 두는 꼴이었다.

그렇다면 아예 갈라져, 조금이라도 뒤따라오는 매드독들의 수를 줄이는 게 그나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 말에 레이첼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어.”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대로 갈림길을 앞에 둔 순간.

현성과 레이첼이 동시에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러면서 현성이 외쳤다.

“그럼 부디 무사히 만나자고!”

그 말에 레이첼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아아악! 이게 뭐야!”

그녀가 꿈꿔왔던 데이트는 추격전으로 변질된 지 오래였다.

아무튼 그렇게 둘이 갈라지자마자, 뒤 따라오던 매드독 역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현성과 레이첼을 쫒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줄곧 골목 사이를 누비면서 도망치던 현성이 뒤를 바라보았다.

“잡아!”

“그쪽으로 간다! 포위해!”

그런 그의 뒤로는 매드독들이 눈이 뒤집혀 달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혀를 차며 다시 땅을 박찼다.

“쯧!”

확실히 쫒아오는 녀석들의 수는 줄었지만,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매드독들은 추격에 익숙해진 건지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그 와중 저 멀리서 폭음이 들려오며 자욱한 연기가 솟아올랐다.

-콰앙!

아무래도 레이첼 쪽도 비슷한 상황인 모양이었다.

이에 계속해서 도망치던 현성이 돌연 발을 멈췄다.

역시 쭉 생각해봤는데 이건 좋은 계획이 아닌 거 같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막다른 골목길.

현성이 숨을 고르고는 등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매드독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차피 막다른 길. 괜히 힘 빼지 말자고.”

“그러니까 그냥 순순히 포기하고……”

매드독이 현성을 향해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가 순순히 잡혀줄 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매드독들은 저마다 연장 따위를 꾹 움켜쥐며 그를 경계했다.

하지만 현성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예상과는 전혀 반대였다.

“그래. 포기할게.”

현성이 흔쾌히 대답했다.

그런 그의 대답에 매드독들이 미간을 좁혔다.

“잠깐……뭐라고?”

도리어 현성이 두 손을 내밀고는.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포기할 테니까 순순히 잡아가라고.”

허나 현성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나오자 역으로 당황한 매드독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 꼴에 현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못 믿겠어?”

그대로 현성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어가 매드독 중 한명이 허리춤에 매고 있던 수갑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현성이 스스로 자신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자, 됐냐. 이제 끌고 가.”

“…….”

그런 현성의 태도에 매드독들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찰나였다.

눈치를 보던 매드독 중 하나가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지, 진짜냐?”

그와 함께 녀석이 현성의 두 손에 수갑이 채워진 걸 확인했다.

확실히 수갑이 채워졌다.

이에 녀석이 자신감이 생긴 건지 현성의 얼굴을 때렸다.

-퍼억!

“하하, 진짜 스스로 수갑을 찼……”

“이 새끼가 미쳤나.”

그 순간이었다.

현성이 양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붙잡은 채.

그대로 벽에 내리박았다.

-콰앙!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성이 벽에다 대고 연신 그의 머리를 휘둘렀다.

-쾅! 콰앙! 쾅쾅!

그리고 잠시 뒤.

뭣도 모르고 나댄 녀석이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기절했다.

그런 그의 머리와 벽에는 붉은 핏자국이 낭자했다.

“…….”

그렇게 정적이 흐르는 막다른 골목길.

현성이 기절한 녀석을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왜. 저 새끼가 선빵쳤잖아. 이건 정당방위야.”

“그, 그건 그렇긴 한데……”

“그럼 이제 빨리 끌고 가.”

현성이 수갑을 찬 두 손을 흔들며 고개를 까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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