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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23화 (123/240)

123화 교수님의 은밀한 비밀(4)

이클레아는 오늘따라 유독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눈앞의 현성.

그대로 이클레아가 원망 섞인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보았다.

‘너만 아니었어도…….’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왜요?”

그런 현성의 모습에 이클레아가 힘없이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뱉었다.

벌써 몇 번째 내뱉는 한숨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도 잠시.

현실을 자각한 이클레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지끈거리는 두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바로 정면돌파.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이 골칫덩이를 해결한다.’

그렇게 다짐한 이클레아가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그 첫 발걸음은 마법소녀의 눈을 사용하는 것.

그대로 이클레아가 눈을 감고 말했다.

“야. 너 거기 가만히 있어.”

“오. 그거 사용하시게요?”

“……가만히 있으라고. 임마.”

“아무렴요.”

현성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마침내 이클레아가 눈을 떴다.

-사아아.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

그런 그녀의 눈동자를 타고 부드러운 금빛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금빛은 점점 더 밝아지며, 이클레아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

그와 함께 이클레아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너, 방금 한 말. 전부 다 사실이야?”

금빛으로 물든 눈동자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전부 사실입니다.”

그런 현성의 대답에 이클레아가 눈매를 좁혔다.

만약 그가 거짓을 말했다면 현성의 몸을 타고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을 터.

그러나 현성의 주변에는 그 아무것도 솟아나지 않았다.

-파아앗.

아니 오히려 금색의 부드러운 빛이 그를 감쌀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지금껏 현성이 했던 말은 모두 진실.

“……다 됐나요?”

현성이 이클레아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연신 그를 바라보고 있던 이클레아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눈을 뜨자.

그곳에는 방금 전의 금빛안광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평소와 같은 붉은 눈동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대로 이클레아가 벗어둔 안경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 됐어.”

이에 현성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전부 사실이죠?”

“……그래.”

인정하기는 싫지만, 망할 토끼가 부여한 힘.

그러니까 그 녀석의 마법은 다른 건 몰라도, 효과하나는 확실했다.

그만큼 마법소녀의 눈으로 본 결과 역시도 믿을 수 있었다.

“자, 그럼 던전 공략. 도와주실 거죠?”

“…….”

그 말에 이클레아가 잠시 고민하는 듯 대답을 망설였다.

설령 현성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는 해도, 던전을 다시 깨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도 그럴게 그때의 이클레아는 마법소녀였으며 동시에 다른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던전을 봉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자신은 더 이상 마법소녀가 아니며, 다른 동료들의 도움은커녕.

아카데미의 학생 하나를 데리고 던전을 공략해야할 판.

‘결정적으로 그때는 10년전 이었단 말이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물론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다시 마법소녀로 변신하여 싸운다 한들.

그때처럼 몸이 따라줄지가 의문이었다.

“역시 고민되는 모양이군요.”

동시에 현성이 그녀의 속을 꿰뚫기라도 한 듯 말했다.

“확실히 지금이랑 그때랑은 상황이 많이 다르니까요.”

“그렇지. 아무리 예전의 경험이 있다고 해도 다시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야.”

“그렇다면…….”

현성이 이클레아를 향해 히죽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그 고민 제가 해결해드리죠.”

“뭐? 그걸 어떻게 해결 한다는…….”

그때였다.

이클레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성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익숙한 불길함을 감지한 이클레아가 황급히 손을 뻗었으나 한 박자 늦었다.

“너, 너…너 설마!”

“하하.”

그런 그녀의 다급한 외침이 무색하게 현성의 손가락이 액정에 닿았다.

-톡.

다시금 울려 퍼지는 상큼 발랄한 그때 그 목소리.

이클레아에게 있어서는 과거의 악몽이던 그때 그 하이라이트 씬이 그녀의 눈과 귀를 공격했다.

[전장의 아이돌, 매지컬……!]

그와 함께 이클레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현성을 향해 소리쳤다.

“으아아악! 당장 그 흉물스러운 영상 안 꺼?!”

“에이, 흉물스럽다니요. 귀엽잖아요.”

“닥쳐!”

이에 현성이 태연하게 영상을 정지시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뭇 진지해진 어투.

그대로 현성이 천천히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만약 이 ‘귀여운’ 영상이 교내에 퍼지면 어떨까요?”

“너…너……”

“더 이상 다가오면 바로 아카데미 단톡방에 공유 합니다?”

그런 현성의 말에 당장 그에게 달려들 것 같던 이클레아 기세가 누그러졌다.

이어서 현성이 싱긋 웃었다.

“제목은 <아카데미에서 교수였던 내가 10년 전에는 마법소녀라구?!>로 어떠신가요.”

“이…이 쓰레기 같은……!”

“아마 흥행요소는 확실하지 않을까요?”

던전을 공략하는 게 망설여진다면 망설일 틈을 주지 않으면 되는 법.

현성은 10년 전 이클레아의 시크릿 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하고 있었다.

이에 그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약 영상이 퍼진다면?

제 아무리 루머라고 우긴다 한들, 한동안은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 사이에서 그 이야기가 오갈 게 분명했다.

그러다 만약 그게 진짜라고 밝혀진다면?

상상만 하는 것만으로도 이클레아의 심장이 덜컥 주저앉았다.

최근 이토록 강한 공포를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아, 안 돼……”

차마 떨쳐낼 수 없는 흑역사의 공포에 이클레아가 중얼거렸다.

현성이 그 모습을 보고 이죽거렸다.

“아직도 고민되시나요?”

의미심장한 그의 말.

동시에 현성이 공유버튼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활짝 웃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

현성 저 녀석이라면 진짜 누른다.

누르고도 남을 녀석이다.

그리고 현성이 공유버튼을 누르기 직전이었다.

“하, 하면 되잖아!”

아카데미의 연구실.

이클레아의 급박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현성의 손가락이 멈췄다.

-멈칫.

그대로 현성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이클레아 교수님.”

“…….”

이클레아가 현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그의 모습에서 과거 그때 그 망할 토끼가 겹쳐 보이는 건 왤까.

곧 자기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 이클레아가 현성을 향해 전공책을 집어던지며 외쳤다.

“만족하냐? 어! 만족해?!”

-터업.

그러자 현성이 능숙하게 그녀가 던진 전공책을 잡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책을 책장에 꽂으며 히죽 웃었다.

“네.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그와 함께 현성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 참. 교수님 내일 강의 없으시죠? 마침 저도 내일 공강이거든요.”

“…….”

“그러니까 바로 출발하면 되겠네요. 그쵸?”

그러면서 생글생글 웃은 현성.

이에 이클레아는 순간 처음으로 괴수가 아닌 학생에게 살인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아냐…참자, 참자…….’

그대로 이클레아가 심호흡을 하며 화를 다스렸다.

그 다음 그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좋아. 다 좋아. 지금 당장 출발해도 좋다 이거야. 근데 그전에.”

“그전에?”

“……영상은 지워.”

“왜요?”

그런 현성의 말에 결국 이클레아가 다시 한 번 분노를 터트리며 외쳤다.

“그냥 지우라면 지워어어엇!!”

* * * * *

그 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이름 모를 숲 속.

이클레아가 현성을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영상.”

“네?”

“그때 영상 진짜로 지운 거 맞지?”

이에 현성이 피식 웃으며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당연하죠. 교수님이 직접 제 폰까지 뺏어가서 삭제했잖아요.”

“그럼 더 이상 없는 거지?”

“아 글쎄. 삭제한 거 보셨으면서. 정 뭐하면 마법소녀의 눈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해보세요.”

“…….”

자신만만한 현성의 말에 이클레아가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이클레아가 의심을 거두며 말했다.

“그럼 됐어.”

“그래요?”

“……무엇보다도.”

이클레아가 들릴 듯 말 듯 작게 중얼거렸다.

“그건 다시 쓰기 싫단 말이야…….”

그런 그녀의 중얼거림에 현성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들킨 뻔했네.’

그가 가지고 있는 매지컬 레드의 영상은 그때 스마트폰에 담긴 영상이 전부가 아니었다.

본가에 있는 컴퓨터부터 외장하드, 클라우드 서버까지.

현성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그녀의 영상을 전부 백업시켜두었다.

‘두고두고 쓸 소중한 무기(?)를 그냥 삭제하기에는 아깝잖아.’

그대로 현성이 작게 웃었다.

동시에 그가 저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검은 열쇠가 둥둥 떠있었다.

그의 누나, 하선에게서 빌려온(?) 열쇠였다.

여기서 열쇠의 역할을 비단 봉인된 던전을 여는 것 뿐 만이 아닌, 던전까지의 길을 안내해주는 나침반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덕분에 던전을 찾는 수고는 덜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스페리아>에 몇 없는 편리한 기믹 중 하나.

현성이 공중에 떠있는 열쇠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희가 여기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죠?”

이에 이클레아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대략 40분정도. 아마……”

“그럼 이제 곧 도착하겠군요.”

현성이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이클레아가 멈칫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음? 아냐. 아무것도.”

하지만 그도 잠시.

이클레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현성을 검은 열쇠와 그를 번갈아보았다.

‘……곧 도착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현성은 분명 이번이 처음일 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긴장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앞장서고 있었다.

‘마치 예전에 와본 사람처럼 말이야.’

그렇게 이클레아가 현성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앞서가던 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와 함께 바로 앞에 절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절벽 아래에는 마치 커다란 동굴을 연상케 하는 입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빛 한줌 들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입구.

그저 알 수 있는 건 그 입구가 지하를 향해 나있다는 것뿐이었다.

-우뚝.

동시에 연신 움직이던 열쇠가 정지하였다.

열쇠의 끝이 가리키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저 어둠너머.

그대로 좀 더 가까이 가보니 입구에는 어둠이 아닌, 어둠을 연상케 할 정도로 어두운 문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

무엇보다도 문 중앙에 나있는 홈.

그건 다름 아닌 열쇠구멍이었다.

이에 현성이 공중에 떠있던 검은 열쇠를 낚아챘다.

그리고 그가 열쇠를 구멍에 꽂고 힘껏 돌린 순간이었다.

-철컥, 드드득……!

그러자 육중한 소리를 내며 앞을 가로막고 있던 문이 서서히 열렸다.

그와 동시에 익숙한 알림음이 울려 퍼지고.

현성의 눈앞을 타고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여왕의 궁전을 발견했습니다.]

[업적 획득 : 여왕의 궁전에 발을 내딛은]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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