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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17화 (117/240)

117화 엑스트라의 사정(7)

눈앞으로 날아오는 현성의 망치.

이에 수연이 급하게 자세를 잡아 망치를 피하려 했지만, 그녀는 지금 공중에 떠있는 상태.

움직임의 제약이 너무 많았다.

‘이, 이건 위험……!’

이 상태로 공격을 회피하는 것은 무리.

결국 수연은 망치를 피하는 선택지 대신 몸을 움츠리며 단검을 가로막았다.

망치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망치를 피하는 게 불가능한 이상.

아무것도 안하고 공격을 받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드를 올리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콰아아앙!

곧바로 현성의 망치가 수연과 직격하며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왼팔을 타고 우득! 하는 소리가 삐져나왔다.

막아낸다고 막아냈지만, 역시 직격타로 들어간 데미지를 무시할 수는 없던 모양이었다.

-퍼억!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간 수연이 나무에 부딪히고, 그 아래에 고꾸라졌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신음소리 한번조차 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이를 악물고 고통을 씹어 삼킬 뿐이었다.

“…….”

충격이 상당할 텐데도 수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그리고 잠시 뒤.

수연이 자신의 팔을 부여잡은 채 일어났다.

“하아…….”

기어코 자리에서 일어난 수연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쓰러진 직후, 재빨리 일어나긴 했지만 그 충격은 그대로인지 순간 그녀의 몸이 휘청거렸다.

이에 줄곧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현성이 말했다.

“……더 하고 싶어?”

수연 그녀가 아무리 마스터급 암살자라고 한들, 클래스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체력.

암살자는 타 클래스에 비해 월등한 속도와 날카로운 공격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기사나 전사클래스에 비한다면 터무니없이 낮은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수연 역시 암살자인 만큼.

방금 전 현성의 공격은 단 한번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있어 상당히 피해가 컸다.

가뜩이나 순간 폭딜에 한해서는 탑을 달리는 힘법사의 공격이었다.

거기다 전용무기까지 사용한 공격.

반대로 피해가 없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현성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여기서 끝내길 바라고 있었다.

“…….”

그러나 그런 현성의 물음에도 수연은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수연은 답변 대신 조용히 단검을 들었다.

계속해서 싸우겠다는 암묵적인 의지의 표명이었다.

-스으으.

동시에 그녀의 분위가 변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변하는 건 주변의 공기뿐만이 아니었다.

수연이 들고 있던 단검을 타고 검은 빛이 일렁였다.

마치 그림자 같이 일렁이는 빛은 점점 더 짙고, 길게 뻗어져나가고 있었다.

이에 현성이 직감적으로 스태프를 붙잡았다.

‘이건…….’

급변한 분위기와 무엇보다도 단검을 타고 흐르는 검은 이펙트.

현성 그가 기억하고 있는 게 맞다면 저건 분명 마스터 암살자 클래스의 궁극기였다.

이름이 쉐도우 브레이크였나.

‘진짜 네이밍 센스 한 번 끝내주네.’

그러나 으레 게임에서 그렇듯 기술이름이 중2병 돋을수록, 그 위력은 정비례하기 마련.

특히 암살자 같은 클래스라면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피잇!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수연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검은 섬광.

<이스페리아>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쉐도우 브레이크는 검은 섬광을 시작으로 총 5번의 공격을 하는 스킬이었다.

그 과정에서 공격을 가하면 가할수록 그 위력은 점점 강해지며, 마지막에 가서는 높은 데미지를 자랑하는 일격을 날리는 구조.

무엇보다 여기서 수연 그녀가 듀얼클래스라는 점과 그동안의 전투방식을 생각한다면, 이 궁극기에 공간이동을 섞을 게 분명했다.

이에 현성이 재빨리 주변에 박혀있는 수십 개의 단검을 주시했다.

‘그렇다면 이 중 반짝이는 단검이 그녀의 다음 위치일 터……!’

전에도 그랬듯, 그 위치만 알면 다음 공격을 예측하는 게 가능했다.

그대로 현성이 반짝이는 단검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때였다.

돌연 수십 개의 단검이 일제히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파앗!

마치 한꺼번에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반짝이는 푸른빛에 현성이 미간을 좁혔다.

이에 그가 이빨을 으드득 갈며 고개를 돌렸다.

한 번에 모든 단검이 빛날 줄이야.

‘제기랄……!’

이대로 간다면 그녀의 다음 위치는커녕 이번 공격조차 막지 못할 게 뻔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현성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순식간에 쏘아진 검은 섬광이 그대로 현성의 몸을 긋고 지나갔다.

-촤악!

그와 동시에 터져 나오는 붉은 피.

하여간 다른 예감은 몰라도 불길한 예감만은 항상 틀리는 일이 없더라.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며 재빨리 눈을 굴렸다.

그러나 단검은 여전히 하나도 빠짐없이 빛나고 있었으며, 그녀의 궁극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가뜩이나 마스터 암살자 급의 속도에 순간이동까지 더해지니 그 속도는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할 지경.

-핏! 피잇! 피비빗!

들리는 것은 오로지 날카로운 파공음이 전부였다.

보이는 것은 푸른빛의 연속과 어지럽게 쏘아지는 검은 섬광 뿐.

그럴수록 현성의 몸을 타고 상처가 늘어나며, 체력이 떨어졌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쉴 새 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캐릭터의 체력이 40%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캐릭터의 체력이 30%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캐릭터의 체력이 20%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네 번.

검은 섬광이 그어지고.

마지막 다섯 번째 순서였다.

-쉬익!

이걸로 끝났음을 직감한 수연이 단검을 역으로 돌려 잡았다.

도련님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버텼지만, 이제는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마법사 사냥꾼이라는 이명으로 활동해오면서 이 공격을 받아낸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대단하다는 마법사의 수장 라이게르도, 그때 앞을 가로막았던 붉은 머리의 호위도.

압도적인 속도 앞에서는 똑같았다.

그리고 도련님 역시 이와 같을 터.

실제로 그녀의 예상은 정답이었다.

현재 현성의 남은 체력은 고작 20%.

여기서 스킬의 특성상, 마지막 공격이 가장 데미지계수가 큰 것을 고려하면 현성은 꼼짝없이 그로기상태에 빠질 게 분명했다.

‘끝입니다……!’

수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단검을 휘둘렀다.

그대로 단검 끝에 맺힌 검은 기운이 현성을 꿰뚫기 직전이었다.

돌연 그의 발밑을 타고 정전기가 일었다.

‘……정전기?’

그 순간이었다.

우레와도 같은 폭음과 함께 현성 바로 위로 낙뢰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내리치는 낙뢰 속.

“잡았다.”

짧은 한마디와 함께 내지른 현성의 손에는 창으로 변한 스태프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창끝이 향하는 곳은 수연.

이에 번개를 두른 현성의 창과 그녀의 단검이 맞부딪쳤다.

-채앵…파지지직!

동시에 검고 푸른 섬광이 한데 뒤섞이며 사방으로 빛이 터졌다.

-쩌어엉!

그대로 잠시 뒤.

서서히 섬광이 걷히고 보인 모습은 다름 아닌.

수연의 목에 창을 겨누고 있는 현성이었다.

“움직이지 마.”

“…….”

이에 수연이 일말의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분명 그는 수연의 마지막 일격은 피할 수 없었다.

단검의 위치를 특정할 수도, 다음 공격을 예측할 수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껏 마지막을 제외한 4번째 공격이 전부 들어간 게 그 증거.

그렇다고 피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맞은 것도 아니었다.

방금 전 수연의 궁극기에 현성은 완벽하게 아무런 손도 쓰지 못했다.

허나 지금 펼쳐진 광경을 보라.

현성은 정확히 그녀의 5번째 공격을 예측하고 받아냈다.

그게 아니었으면 단검을 휘두르는 타이밍에 창을 내지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떻게?’

수연이 미간을 좁히며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현성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단검을 바라보았다.

앞서 말했듯 지금껏 그의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이스페리아>에서도 항상 그랬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극악의 운빨을 자랑하는 그였기 때문에.

현성은 항상 그 다음 플랜을 준비하는 게 몸에 배어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차라리 아예 모르는 스킬 대신 궁극기를 써줘서 다행이었어.’

앞서 말했듯 쉐도우 브레이크는 총 5타로 이루어진 궁극기.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마지막 공격은 보통의 플레이어는 물론, 웬만한 보스몬스터도 반응하기 힘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바로 5번째 공격은 100% 확률로 백어택판정이 뜨기 때문.

‘……덕분에 당하는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은 사각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셈.’

거기다 타수가 늘어날수록 강해지는 메커니즘에 따라, 마지막 공격은 가장 강력한 데미지를 가진다.

이러한 스킬구조로 인해 쉐도우 브레이크는 암살자클래스를 PvP의 패왕으로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모든 던전에 공략이 있듯이, 이 스킬에도 파훼법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100% 확률로 백어택판정이 뜬다는 부분이었다.

본디 설계대로라면 이 부분은 궁극기의 중요한 아이덴티티이자, 가장 사기적인 부분이었다.

동시에 현성이 역이용한 부분 역시 이 점이었다.

100% 확률로 백어택판정.

이는 바꿔 말하면 마지막 공격은 ‘무조건’ 뒤에서 온다는 뜻과도 같았다.

‘이 말은 곧 4번째 공격까지는 몰라도 5번째 공격만은 막을 수 있다는 소리.’

물론 이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2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우선 첫 번째는 4번째 공격까지는 전부 받아내야 한다는 것.

그 두 번째는 정확히 백어택판정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반격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빠르게 움직이면 다시 뒤를 잡히기 마련.’

그러니까 결국 요지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정확한 타이밍을 노리는 것.

이게 바로 현성이 PvP랭킹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에 현성이 이긴 결정적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연.”

“…….”

“물어볼 게 있어.”

그대로 현성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왜 마지막에 힘을 뺀 거야.”

현성 그가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수연에게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마지막 순간에 힘을 뺐다.

즉 현성은 5번째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성공했지만, 수연에게는 여전히 찬스가 있었다.

‘당장 수연이 곧바로 공격만 날렸어도 승패는 몰랐다.’

현성이 방금 전의 전투를 떠올렸다.

현재 그의 남은 체력은 10%남짓.

4번째 공격을 맞았을 때만 해도 고작 20%밖에 안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그 상태에서 계속해서 출혈이 있었으니, 현재 수치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다고 치면 불리한건 어디까지나 현성이었다.

여차하면 그로기상태에 빠졌을 뻔 했다.

‘허나 방금 말했듯이 수연은 마지막에 공격을 하는 것 대신 힘을 빼는 걸 택했다.’

그 말에 수연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궁극기를 날리기 전.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

지금 현성의 앞에는 그저 마법사 사냥꾼이 아닌, 메이드 이수연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던 수연이 마지못해 입을 떼었다.

“할 수 없었으니까요.”

“……뭐?”

“도저히 할 수 없었어요.”

그대로 수연이 싱긋 웃으며 현성을 향해 말했다.

“……어떻게 제가 도련님을 끝내겠어요.”

그런 수연의 눈에는 웃고 있는 입가와는 다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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