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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13화 (113/240)

113화 엑스트라의 사정(3)

한편 청화길드의 집무실.

그곳에는 화이트레이의 토벌을 마치고 돌아온 화연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끼익.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김 비서가 들어왔다.

그대로 그녀가 화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일단 계약만 맺고 그냥 왔다고요?”

그 말에 화연이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그, 그냥이라니. 이 정도면 큰 수확이지!”

“예, 뭐 확실히 현성 군을 놓치지 않은 건 큰 수확이긴 하지만 나머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김 비서가 말하는 ‘나머지’는 불 보듯 뻔했다.

현성을 정식영입하지 못한 것과.

무기 무상 수리에 관한 것.

하지만 그도 잠시.

김 비서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요. 이미 지나간 거 어떻게 하겠어요. 이 이야기는 우선 나중으로 하는 걸로 하고…….”

이어서 김 비서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이에 화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건?”

그러자 김 비서가 안경을 치켜 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번에 부탁했지 않습니까.”

“……!”

그 말에 화연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때 부탁했던 거라면…….”

“네, 이수연이라는 자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했지 않습니까. 분명 현성 군 가문의 메이드임과 동시에 마법사라고 했었나요?”

김 비서의 말에 화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렇게 부탁했었다.

그대로 화연이 그녀가 가지고 온 서류를 바라보았다.

“……뭐 나왔어?”

그러자 김 비서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확실히 보통 메이드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제 능력으로도 정보를 찾는 데 애를 먹은 건 간만이었어요.”

김 비서는 청화길드 내에서 정보력에 관해서라면 단연 탑을 달릴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런데 그런 김 비서가 일개 메이드의 정보를 알아내는데 애를 먹다니.

분명 수연 그녀에게는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에 화연이 김 비서를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김 비서가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 나머지는 직접 확인해보는 게 빠르겠네요.”

“…….”

“그럼 이만.”

그 말을 마지막으로 김 비서가 등을 돌리고 집무실 문을 닫았다.

-철컥.

그대로 혼자 남겨진 집무실.

화연이 김 비서가 놓고 간 서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서류를 펼쳤다.

그와 함께 서류에는 수연의 프로필과 그간의 행적이 정리된 파일이 보였다.

첫 페이지에는 현성 그가 말해준대로였다.

이름 : 이수연.

직업 : 유 가문의 메이드.

특이사항 : 현재 망해버린 유 가문에서 유일하게 가주 유현성과 같이 지내는 메이드. 아카데미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여러 일을 하고 있음.

하지만 진짜는 그 다음 줄부터였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좀 더 찾아보던 중. 과거 블랙 하운드에서 의뢰를 받았던 기록을 확인.’

이에 화연이 미간을 좁혔다.

블랙 하운드.

일명 사냥개라고 불리는 곳으로, 마약운반, 살인청부의뢰를 포함한 온갖 더러운 일을 행하는 집단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의뢰는 다름 아닌 헌터 청부 살인.

이 때문에 블랙 하운드의 의뢰를 받는 사람들은 주로 실력이 입증된 암살자나 같은 헌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와 관련된 기록은 누군가에 의해 말소되어 있어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10년 전 대변동에서 그녀를 관측했다는 정보를 획득. 당시 <라이게르 암살사건>의 중심에 연루된 혐의가 있음. 아마 이때부터 유 가문 밑에서 일했던 것으로 추정.’

그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

화연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와 함께 오른쪽 팔에 있는 흉터가 저려왔다.

“……역시 그때 그 자가 맞았어.”

대변동.

10년 전 한창 게이트 너머에서 마족과 괴수들이 쏟아지던 시절을 일컫는 말로.

그때는 매일 매일이 지옥이었으며, 매일 매일이 전쟁터였다.

동시에 화연 그녀 역시도 그 전쟁터의 중심에 서있었다.

주변에는 온통 박살난 도시의 잔해와 몬스터인지 사람인지 모를 시체로 가득했다.

보이는 건 오직 절망뿐이었으며, 손에 쥐어진 것은 피 묻은 검이 전부였다.

그만큼 곳곳에서는 생존과 이권을 둘러싼 전쟁이 멈추지 않았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 바로 <라이게르 암살사건>이었다.

이는 당시 마법사의 수장이라 불리던 라이게르가 암살당한 사건으로, 화연 그녀가 맡은 호위 임무이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화연은 정체불명의 암살자를 막아내려 했지만, 그녀 혼자서는 역부족.

그 결과. 호위대상인 라이게르가 암살당하며 그녀의 임무는 실패로 끝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 암살자에게는 ‘마법사 사냥꾼’이라는 이명이 달리게 되었다.

-욱씬.

그와 함께 화연이 자신의 상처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오른쪽 팔에 있는 상처 역시 ‘마법사 사냥꾼’에게 얻은 상처.

화연이 그때를 떠올렸다.

“…….”

암살자임에도 불구하고 마법을 번갈아 사용하던 전투방식.

그 중에서도 순간이동을 이용한 단검술을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

화연이 처음 수연을 봤을 때 느꼈던 익숙함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틀림없이 죽은 줄 알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아카데미에서 마주친 그녀의 눈은 과거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

그 다음 페이지에는 10년 사진으로 추정되는 수연의 얼굴이 찍혀있었다.

표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

도저히 첫 페이지에 있던 그녀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그 다음은 볼 필요도 없었다.

10년 전 대변동 때 있었던 일은 화연 그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대로 화연이 서류를 덮었다.

-타악.

서류를 덮은 그녀가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수연이라는 그 자가 ‘마법사 사냥꾼’일 줄이야.

거기다 현재 유일한 유 가문의 메이드라니.

그런 그녀가 아직까지 왜 유 가문에 남아있는지.

현성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만약 그가 모른다면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 의문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화연이 뭔가 결심한 듯 핸드폰을 들었다.

* * * * *

수연의 방 한 가운데 덩그러니 서있는 현성.

그런 그의 눈앞에는 여전히 단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동시에 현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혹시나 싶어 다시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건 분명 그때 암살자의 단검이었다.

애초에 그만큼 흔한 디자인이 아닐뿐더러, 눈앞에 떠오른 설명 창.

[푸른 송곳니]

설명 : 순간 이동 마법이 인챈트 된 단검으로, 사용자와 단검의 위치를 바꾸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순간 이동 마법이 인챈트 된 단검.

사용자와 단검의 위치를 바꾼다.

암살자를 상대할 당시 두 눈으로 직접 봤던 효과 그대로였다.

무엇보다도 그녀와의 전투 마지막.

그녀는 현성이 내지른 창을 막아내느라 손과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현재 수연 역시 손에 상처를 입은 상태.

공교롭게도 그 위치가 같았다.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어…….’

현성이 지그시 단검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그가 천천히 수연의 옷장을 향해 걸어갔다.

곧 현성이 옷장의 문을 연 순간.

깔끔하게 정리된 옷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메이드복.

그 다음은 기껏해야 2~3개에 불과한 일상복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현성이 구석에 있는 옷을 발견하고 정지했다.

앞서 말한 메이드복과 일상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은 전신 타이즈.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그때의 암살자와 같은 복장.

그런 타이즈의 양 손과 옆구리에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인 흔적과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현성이 아무 말 없이 옷장의 문을 닫았다.

-덜컥.

우연의 일치로 수연의 책장과 옷장에서 그때의 암살자와 같은 단검과 복장을 발견하고.

우연의 일치로 수연과 그때 암살자가 입은 상처부위가 똑같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와 함께 현성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애초에 단검을 발견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와 몸이 따로 놀았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차마 몸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처음 든 생각은 부정이었다.

수연이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

하다못해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옷장을 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심 바라고 있었다.

제발 그때 그 암살자가 입었던 옷이 없기를.

하지만 현실은 그가 바라던 방향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모든 증거가 한 가지 결론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레이첼 납치사건에 등장했던 암살자는 다름 아닌 수연이었다.

그대로 현성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다.

수연이 왜?

‘애초에 왜 레이첼을 노린 걸까. 그게 아니면 설마 나를…….’

그대로 한참을 생각하던 현성이 책장에 꽂혀있던 편지를 바라보았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편지에 단서가 있을 것이다.

곧바로 현성이 편지를 꺼냈다.

그런 편지의 겉에 찍혀있는 가문의 문양.

곧 현성이 조심스럽게 편지를 열자, 그곳에는 익숙한 이름이 적혀있었다.

‘유하선.’

편지의 정체는 다름 아닌 그의 누나 유하선이 보낸 편지였다.

그와 함께 현성이 미간을 좁혔다.

‘……실종된 게 아니었어?’

현성 그가 알기로 그의 누나는 현재 실종.

그러나 편지에는 정확히 그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에 현성이 찬찬히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대로 잠시 뒤.

편지의 내용을 다 확인한 순간.

현성이 단숨에 편지를 구기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된 거로군.”

<이스페리아>의 전개상 유현성이라는 등장인물은 마족에게 몸이 빼앗긴다.

그러나 그 원인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는 그동안 현성 그가 유일하게 알지 못했던,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그가 우려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그 실마리가 보였다.

편지의 시작은 간단한 안부 인사였다.

난 잘 지내고 있다. 그동안 연락이 없어 미안했다.

내 동생 현성은 잘 있냐.

수연 혼자에게만 맡겨서 미안하다.

두서없는 말의 연속이었지만, 처음 편지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가문을 버려서 미안하다.

현성과 수연 너희 둘을 두고 가서 미안하다.

그 다음 이어진 내용에서는 희망과 기대가 느껴졌다.

이젠 그럴 걱정 없다.

다시 가문을 부흥으로 이끌 수 있다.

막바지에는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정령왕의 술잔과 이키펠. 마족을 이끄는 자의 이름이었다.

이는 <이스페리아> 작중에서도 등장하는 이름인 만큼, 현성 그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편지의 맨 마지막.

그곳에는 수연과 만남을 기대하는 글과 함께 일시와 장소가 적혀있었다.

이 모든 게 말하고 있는 건 단순했다.

‘……실종된 누나가 가문의 부흥을 위해 마족과 손을 잡았다.’

동시에 그때였다.

-부르르.

현성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가 핸드폰을 꺼내자.

그의 액정에는 화연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

이에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던 그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대로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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