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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07화 (107/240)

107화 화이트레이 토벌전(2)

그런 현성의 말에 연서가 미간을 좁혔다.

그녀로서는 느닷없이 현성이 왜 이러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연서의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분명 그만큼 현성의 표정에서 급박함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현성 그가 장난삼아 말하는 게 아니란 것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제길.”

그대로 연서가 작게 중얼거리고는 곧바로 등을 돌려 다른 길드원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달려가는 연서를 확인하고는 동시에 현성 역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화연을 비롯한 다른 베테랑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에는 이미 해체가 진행된 듯.

화이트레이의 비늘과 심장을 포함한 주요 부산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현성?”

한창 화이트레이의 부산물을 배분하고 있던 중앙.

화연이 달려오는 현성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현성이 도착하자 화연이 말했다.

“무슨 일이야? 재료라면 걱정할 필요 없이 획득….”

“아뇨.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처음에는 무기 제작 재료 때문에 달려온 줄 알았다.

그러나 현성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그대로 그가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다른 베테랑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레이드에 앞서 사전에 환경조사를 실시했습니까?”

그 말에 다른 베테랑 헌터들이 저마다 눈빛을 주고받으며 눈치를 살폈다.

환경조사.

말 그대로 레이드를 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환경을 조사하는 행동으로, 필드에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레이드의 대상이 되는 몬스터는 언제 관측되었는지 사전에 알아보는 과정이었다.

이는 매뉴얼 상, 레이드 전에 해야 하는 과정임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은 유도리 있게 넘어가곤 했다.

그도 그럴게 화이트레이의 서식지는 예전부터 조사가 전부 끝난 곳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레이드에 참가하는 인원은 알다시피 네임드 길드의 베테랑 헌터들.

그런 자잘한 과정정도쯤은 생략해도 큰 문제없었다.

이에 엘더란의 한성이 앞으로 나섰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레이드는 예전부터 조사가 완료된 게이트기도 하고, 더 이상의 특이점은 관측되지 않….”

“그러니까 환경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단 말씀이신가요?”

현성이 한성의 말을 자르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 현성의 행동에 한성이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이번 레이드에서 그의 활약이 컸다한들, 일개 길드원.

그런데 감히 대놓고 말을 자르고 이런 태도로 나온다니.

한성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쾌할만했다.

동시에 한성이 현성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나 결국 아직은 아카데미 학생이라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모양이군.”

심상치 않은 분위기.

이에 지켜보고 있던 화연이 그 둘 사이를 저지했다.

그대로 화연이 둘을 번갈아보며 입을 열었다.

“잠시만 진정하죠.”

그러면서 화연이 현성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 역시도 현성이 갑작스레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현성의 모습은 지금껏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대로 화연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야? 현성.”

그러자 현성이 방금 전 알이 발견된 장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화이트레이의 알.”

“…뭐?”

“화이트레이의 알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성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장내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건 화연도 마찬가지.

“잠깐, 지금 뭐라고….”

화이트레이의 알이 발견되었다.

동시에 화연이 황급히 화이트레이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현성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화이트레이가 산란기였다고?’

다른 헌터들 역시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

엘더란의 한성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화이트레이의 산란기는 지금보다 1달 정도 늦게 나타나지 않나.”

그 말에 현성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수치라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오류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현성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럼 그렇지. 왠지 일이 잘 풀린다 했다.

그대로 화연이 현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레이드가 성공적이었던 이유가….”

“예, 맞습니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화이트레이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산란 직후 힘이 빠졌기 때문이겠죠.”

모든 동물, 심지어 인간도 그렇듯이 산란 직후의 화이트레이는 상대적으로 평소보다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레이드의 성공요인은 다름 아닌 이것.

-꾸욱.

이에 화연이 주먹을 쥐었다.

이번 레이드는 자신들이 잘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상대적으로 화이트레이가 약했을 뿐.

“그럼….”

곧바로 여기저기서 베테랑 헌터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화이트레이의 산란기라면….”

“…이거 좋지 않군.”

베테랑 헌터들이 저마다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했다.

보통 화이트레이는 암컷과 수컷으로 나뉘며, 서로 짝을 지었다한들,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허나 산란기가 되면 말이 달라진다.

암컷은 산란을 앞두고 둥지를 꾸미는데 전념하고.

수컷은 이런 암컷을 지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둥지주변을 돌며 감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말은 곧 이곳에도 머지않아 수컷이 등장한다는 사실.

그러나 이번 레이드는 어디까지나 화이트레이 단 한 마리를 상정하고 계획한 레이드.

두 마리부터는 말이 달랐다.

“곧바로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에 현성이 다른 베테랑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산란기만 아니었다면 상관없었다.

그러나 언제 수컷이 출몰할지 모르는 이상,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았다.

물론 현성이나 다른 베테랑 헌터들만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알다시피 이번 레이드는 일반 길드원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상황.

화이트레이의 수컷까지 상대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현성의 말이 맞아.’

화연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고개를 끄덕였다.

더군다나 레이드가 끝난 지금.

여기서 또 한 번 레이드를 진행하기에는 체력부터 물품까지 모자란 게 한 둘이 아니었다.

‘일반 길드원들이 이걸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

이에 상황의 위험성을 파악한 베테랑 헌터들이 화이트레이의 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중요한 재료만 챙기고 어서 둥지를 뜹시다. 이대로 수컷이 오기라도 하면 낭패입니다.”

“동감합니다.”

“그럼 일반 길드원들에게 다들 대피할 준비를….”

그 말에 현성이 일단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연서의 뒤로 다른 길드원들이 전원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연서가 현성의 말대로 잘해준 모양이었다.

“그건 이미 끝내뒀습니다. 남은 건 바로 내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좋아, 그럼 출발하도록….”

그 순간이었다.

저 멀리 눈 폭풍이 몰아치며 그 사이, 불길한 소리가 삐져나왔다.

그건 다름 아닌 커다란 날갯짓 소리.

-펄럭!

수컷의 등장을 알리는 그 소리에 베테랑헌터들이 멈칫거렸다.

어느새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용족 특유의 불타는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수컷 화이트레이의 입을 타고 낮은 울음소리가 삐져나왔다.

[크르륵….]

그리고 화이트레이가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얀 설원은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위로는 자신의 반려가 싸늘하게 죽어있었다.

무엇보다 그 주위를 감싸고 서있는 낯선 침입자들.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대로 수컷의 분노한 흉성이 둥지 가득 울려 퍼졌다.

[크롸라라락!!]

마치 당장에라도 설산을 무너트려버릴 것 같은 살벌한 기세.

아니 기세뿐만이 아니었다.

헌터들이 채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기도 전에, 수컷 화이트레이가 한 발 먼저 입을 쩌억 벌렸다.

-고오오.

동시에 그의 입을 타고 주변의 눈 폭풍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그 누구보다 먼저 반응한 건 다름 아닌 현성.

그가 눈매를 좁히며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저 패턴, 화이트레이의 궁극기가 확실했다.

현성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이스페리아>에서 화이트레이 레이드 당시, 저 패턴에 얼마나 많은 전멸을 맛보았는가.

동시에 현성이 다른 모두를 향해 있는 힘껏 외쳤다.

“당장 좌우로 갈라져요!!”

그리고 현성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 무섭게 화이트레이가 둥지의 침입자들을 향해 궁극기를 날렸다.

순간 번쩍이는 한 줄기의 하얀 섬광.

이어서 분노에 찬 화이트레이의 심판의 빛이 대지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아!!

* * * * *

그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하얀 섬광이 내린 대지는 처참했다.

마치 둥지를 반으로 가른 것처럼, 둥지의 중앙을 타고 커다란 얼음가시로 이루어진 빙산이 생성되었다.

-쩌저적!

그 주변에 있던 땅이 갈라지다 못해 아예 얼음벽과 하나가 되었다.

무엇보다 하늘 위로 끝도 없이 솟아오른 빙산.

그 빙산의 끝은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화르르륵…콰악!!

그리고 그 사이.

얼음파편과 눈이 뒤섞인 바닥이 움찔거리더니 순간 화염이 솟아오르며, 현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의 양손에는 붉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대로 현성이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그의 주변에 보이는 건 화이트레이의 사체와 부산물 뿐.

수컷 화이트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투두둑!

곧 저 옆에서 화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화연의 겉에는 강철로 이루어진 날개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곧 강철의 날개가 젖혀지며, 화연이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베테랑 헌터들도 하나 둘씩 얼음파편을 헤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저마나 방패나 무기 따위가 들려있었다.

그들은 갑작스런 기습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화이트레이의 궁극기에 대비했다.

이성보다는 몸에 새겨진 경험이 앞선 행동.

역시나 베테랑 헌터들이었다.

“…다행히 전부 무사한 모양이군요.”

현성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에 화연이 솟아오른 빙산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화이트레이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화연의 말과 동시에 높게 솟아오른 빙산 건너편을 타고 화이트레이의 울음소리가 삐져나왔다.

[크롸라라!!]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외침들.

그 소리에 베테랑 헌터들이 시선이 일제히 건너편으로 쏠렸다.

“…이 소리는!”

그 소리만으로도 건너편의 상황을 추측하기에는 충분했다.

왜냐하면 빙산의 건너편.

그곳은 다름 아닌 일반 길드원들이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물론 산란기에는 암컷은 체력이 약해지는 만큼, 수컷 역시도 평소에 비해 전투력이 급감한다.

단순히 수치로 따지자면 반절정도 약해진다.

그러나 일반 길드원만으로는 약해진 화이트레이도 감당할 수 없었다.

애초에 충분히 화이트 스콜피온을 잡을 전투력이 되었음에도, 지레 겁먹었던 녀석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경험이 턱없이 모자랐다.

그나마 믿어볼 건 하 가문의 검인 연서지만, 그녀 혼자 모두를 지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베테랑 헌터들이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젠장….”

하다못해 이곳에 있는 베테랑 헌터 한 명만 넘어간다면 상황은 몰랐다.

평소라면 한명으로도 턱없이 힘들었겠지만, 산란기에 들어가 약해진 화이트레이가 그 상대라면 모를 일이었다.

즉 한시라도 빨리 반대쪽으로 넘어가야하는 상황.

“비켜서라.”

이에 엘더란의 한성이 대검을 쥐고 걸어왔다.

그대로 누가 말리기도 전에 한성이 빙산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그런 그의 대검에는 푸른 마나가 일렁이고 있었다.

-콰아아앙!

동시에 커다란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게 전부.

빙산은 작은 흠집을 제외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

그 모습에 한성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돌격대의 선두에 설 정도인 그의 공격으로도 이게 전부였다.

이 말은 곧 보통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빙산을 뚫고 넘어가는 건 불가능 할 거 같군. 지금이라도 지원을 부르고 추가병력을 기다리는 게….”

한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베테랑 헌터가 건너편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럼 건너편에 있는 다른 길드원들은 어떻게 하자는 건가!”

이에 한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지금 그걸 말이라고…!”

단숨에 과열되는 분위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양 측 다 이해가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처억.

현성이 그 둘 사이를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두 분 다 거기까지 하시죠.”

“하지만 이대로라면 다른 길드원들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현성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대로라면 다른 길드원들이 위험한 것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현성은 더더욱 침착할 수 있었다.

“현성,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 현성을 보고 화연이 물었다.

여기서 괜히 서둘렀다가는 일이 더 꼬일 가능성이 컸다.

이에 현성이 잠시 고민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은 적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그의 말에 다른 베테랑 헌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현성에게 쏠렸다.

이어서 화연이 주먹을 꾹 쥐고 말했다.

“그럼 그 방법. 들어볼 수 있을까?”

“좋습니다. 그럼 곧바로….”

그대로 현성이 크게 심호흡하며 화연을 비롯한 다른 베테랑 헌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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