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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46화 (46/240)

046화 히든 공락법(3)

그 후로도 화염늑대와 카사무리와 마주쳤지만 문제는 없었다.

현성의 공략법이 이미 확인된 이상.

오히려 이를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몬스터를 처리하는 시간은 점점 단축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린과 시연도 마찬가지였다.

“오빠! 지금이에요!”

하린이 재빨리 현성을 향해 뛰어오면서 외쳤다.

그 사이 시연 역시 능숙하게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내며 현성의 뒤로 들어왔다.

이에 현성이 기다렸다는 듯 용암폭포를 발동시키고 그 뒤는 예상대로.

-콰아아!

그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현성의 앞에는 용암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뿐.

몬스터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현성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린과 시연을 바라봤다.

“둘 다 잘했어. 하린이는 이제 훨씬 능숙해졌네.”

현성의 말에 하린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쵸? 이번에는 잘했죠?”

방금 전 잔뜩 걱정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

처음 한 두 번은 확실히 긴장했지만, 어느새 하린은 완벽히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적응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보는 대로.

“앞으로도 맡겨만 주세요.”

하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현성이 피식 웃으며 하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잘 부탁할게.”

그러면서 현성이 옆에 있던 시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고마워. 잘 따라와 줘서.”

이에 들고 있던 검을 집어넣으려던 시연이 잠시 멈칫거리고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 말씀을요. 현성 학생의 판단이 좋았을 뿐입니다. 전 별로 한 게 없습니다.”

절제되고 겸손한 태도.

그런 시연의 대답에 현성이 작은 헛웃음을 지었다.

별로 한 게 없다니.

지금껏 모든 계획은 현성의 머릿속에서 나온 게 분명했지만, 그동안 시연이 보여준 모습 역시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한 번 전투를 치른 뒤.

시연은 몬스터와의 거리, 속도, 공격을 전부 파악한 듯 딱히 현성의 오더 없이도 완벽히 제 역할을 해냈다.

‘설마 단 한 번의 경험으로 그걸 다 외우다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센스였다.

거기다 자신뿐만 아니라 하린에게 향하는 몬스터의 공격을 단 하나도 흘리지 않고 받아내기까지.

덕분에 여기까지 도달할 동안 팀의 피해는 제로였다.

곧 검을 집어넣은 시연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보스룸인가요?”

동시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가리켰다.

“맞아. 바로 저 앞이야.”

그가 가리킨 곳에는 동굴을 연상케 하는 좁은 외길이 나있었다.

바로 저곳이 이번 테스트의 목표이자 불의 둥지의 보스, 샐러맨더가 있는 곳이었다.

그 말에 하린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다른 학생들의 흔적은 안 보이는 거 같은데….”

그녀의 말대로 주변에는 그들을 제외한 다른 발걸음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그럼 저희가 첫 번째네요?”

그대로 하린이 현성과 시연을 번갈아보며 활짝 웃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왼쪽 길을 택한 인원은 소수 중의 소수.

만약 현성의 팀 이후 다른 팀이 왼쪽으로 들어왔다고 한들 몬스터의 리젠 시간에 겹쳐 지금쯤이면 한창 몬스터를 잡거나 몬스터에게 리타이어 당했을 터였다.

그렇다면 오른쪽 길을 택한 팀은 빠를까.

그건 또 아니었다.

‘오른쪽은 원래 길이 길기도 하고 거기다 많은 학생들이 한 번에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더 느려질 것.’

무엇보다도 오른쪽길이 안전하다고해도 아예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현성…의 예상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현재 오른쪽 길의 상황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

이에 관측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교수들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거…의외의 결과가 나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반대로 오른쪽 길이 훨씬 느리다니.”

그들이 보고 있는 스크린 안.

그곳에는 현성의 팀이 보였다.

“설마하니 왼쪽이 먼저 도착할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그 말에 미하일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기대할 수밖에 없는 학생이란 말이지.’

2라운드에서 현성이 보여준 방법은 이번에도 상식을 깨부수는 신박한 방법이었다.

1라운드에서 보여줬던 용암폭포와 몬스터들 간의 영역다툼을 접목시키다니.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방법이었다.

‘…이 정도면 실전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헌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그런 현성이 보여준 모습에 미하일 그를 포함한 교수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흥미로움과 놀라움뿐 이었다.

거기다 현성과 같은 팀인 하린과 시연은 어땠는가.

하린은 처음에는 긴장한 탓에 제대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점차 긴장이 풀리며 그 진가를 드러냈다.

‘…제 역할을 제대로 유지함과 동시에 마법을 이용한 서포팅.’

그리고 시연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탁월한 센스와 높은 피지컬을 중심으로 한 변수차단.

이 모든 게 모여 현성 팀은 손쉽게 던전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오른쪽 길은….’

미하일이 오른쪽 길을 택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각자 다른 팀이 한데 얽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분명 오른쪽이 유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데 바빠 더 느려지는 기현상.

이에 미하일이 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건 좀…아쉬운 모습이군요.”

동시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플레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던전이 끝나면 가르쳐야할게 한둘이 아니군요. 아무래도 관련 과제를 2배 정도로 늘리는 걸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아마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지금 이 말을 들었다면 경악할 일이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이를 알아차리는 것은 훨씬 미래의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리플레카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음? 그래도 오른쪽 길에서도 마지막에 다다른 팀이 나왔군요.”

그 말에 미하일을 포함한 다른 교수들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비규환이 된 틈을 타 운 좋게 빠져나온 한 팀이 보였다.

그 팀은 다름 아닌 하지성의 팀.

곧 미하일이 그의 푸른 머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1라운드에서 연합을 구성한 것도 저 학생이었죠?”

1라운드에서 가장 빨리 시험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한 학생.

그가 바로 하지성이었다.

덕분에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맞습니다. 이번에도 머리 잘 썼군요.”

미하일의 말에 리플레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 라운드에서도 지성 특유의 잔머리가 빛을 발했다.

그는 다른 팀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도록 유도한 뒤, 자신의 팀은 그 틈을 노려 교모하게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는 놀랍게도 현성이 썼던 방법과도 상당히 유사했다.

이에 가만히 스크린을 바라보던 이클레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거 완전 언 럭키 현성이네요.”

아마 현성만 없었더라면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그였을 것이다.

그대로 스크린을 지켜보던 미하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곧 둘이 만나겠군요.”

그 말에 이클레아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현성과 지성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예. 이거 예상보다 훨씬 재밌게 흘러가는군요.”

그러면서 그녀가 다른 교수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어때요? 이번에는 누가 1등 할지 내기하실….”

동시에 미하일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클레아 교수. 거기까지 하게.”

그런 미하일의 말에 이클레아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칫. 이 기회에 한턱 챙기나 싶었는데….”

“이클레아 교수?”

“에이, 농담입니다. 농담.”

이클레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 * * * *

아무튼 그렇게 교수들이 지켜보는 와중.

시연이 뭔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그곳에는 저 멀리 오른쪽 길에서 나오는 다른 팀이 보였다.

“…아무래도 다른 팀도 나온 모양이네요.”

그대로 시연이 현성에게 작게 속삭였다.

“아직 저희는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군요. 이대로 먼저 움직이죠.”

시연의 말대로 상대팀은 아직 이쪽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이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바로 가자.”

곧바로 현성이 외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동굴 곳곳에는 종유석과 붉은 빛을 발하는 광석이 가득했다.

-파아앗.

얼핏 보면 불꽃이 공중에 떠있다고 착각할 정도.

그 덕분에 붉은 빛을 발하는 광석 때문에 동굴은 불이 없이도 앞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에 하린이 안쪽을 둘러보며 신기한 듯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대단해요. 마치 광석이 타오르는 것 같아요.”

그 모습에 현성이 붉은 광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제로 이 광석은 전부 작지만 어느 정도 불을 품고 있어. 게다가 안쪽은 특히 불이 강한 곳 이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 불을 품고 있는 정도가 강할 거야. 그래서 이렇게 강한 충격을 주면….”

그대로 현성이 동굴 벽에 붙은 작은 광석조각을 때어내 바닥에 내리쳤다.

동시에 광석이 깨지며, 순간 광석 안에 담긴 붉은 불꽃이 폭죽처럼 터졌다.

“이렇게 폭발하지.”

작은 광석이라 불꽃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바닥에는 아직 불씨가 남아있었다.

-푸스스.

현성이 남은 불씨를 발로 비벼 꺼트리며 입을 열었다.

“샐러맨더를 잡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현성이 계속해서 깊숙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붉은 광석이 티 없는 새빨간 붉은색을 띌 때쯤.

마침내 현성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처억.

저 멀리 현성의 앞에는 마치 탁 트인 원형 축구장을 연상케 하는 돔 형태의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곳이 바로 보스룸.

거기서 현성이 말했다.

“이제 저기로 가면 바로 샐러맨더가 보일거야.”

동시에 그 순간이었다.

-드드득!

가려져 있는 길목너머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커다란 무언가가 바닥에 끌리는 것 같은 소리.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소리는….”

하린이 길목 너머를 주시하며 중얼거렸다.

보스룸 바로 앞에서 들리는 의문의 소리.

그렇다면 그 다음 벌어질 일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온다.”

시연이 천천히 검집에 손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뒤.

길목에서 커다란 붉은 도마뱀의 머리가 삐져나왔다.

-스으으.

붉은색을 띄고 있는 커다란 도마뱀.

불의 둥지의 보스.

샐러맨더였다.

-채앵!

이에 시연이 재빨리 검을 뽑아들었다.

그때였다.

-툭.

샐러맨더의 머리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채 시연이 샐러맨더에게 다다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배. 샐러맨더가 이미 죽어 있….”

동시에 소름 돋는 위화감이 현성의 몸을 뒤덮었다.

이어서 현성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

[캐릭터가 강력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캐릭터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낍니다.]

[캐릭터가 마기를 감지했습니다.]

그와 함께 현성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

바닥에 떨어진 샐러맨더의 목.

눈앞에 떠오른 3개의 메시지 창.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빠드득!

현성이 이를 갈며 재빨리 앞으로 달려갔다.

“당장 피해!!”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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