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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41화 (41/240)

041화 전조(5)

그렇게 용암폭포를 이용해 화염늑대를 처지한 뒤.

현성은 그 뒤로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화염늑대를 잡아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3번째 용암폭포가 화염늑대를 덮쳤을 때.

그가 바닥에 떨어진 붉은 결정을 전부 챙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방금 전 용암폭포를 마지막으로 이 필드에 있는 화염늑대는 전부 잡았다.

이걸로 현성이 소유한 붉은 결정의 수는 대략 20개.

여기서 다음 라운드의 진출에 필요한 포인트가 30포인트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10개만 더 챙긴다면 1라운드는 끝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20포인트를 벌었을 때 걸린 시간은 총 30분.

보통 다른 학생들이 30분에 채 10포인트를 채우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그의 속도는 그야말로 월등하게 빨랐다.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리 베테랑 헌터라고 한들.

용암폭포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용암폭포가 있는 포인트는 물론 그 범위를 정확히 숙지해야 했다.

즉 바꿔 말하자면 적어도 지금 불의 둥지 내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현성하나 뿐이었다.

그대로 현성이 붉은 결정을 매만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남은 스팟은 대략 5곳.’

그리고 현재 위치를 생각하면 여기서는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

그러면서 가는 길목에 있는 화염늑대를 모두 잡는다면 그는 큰 문제없이 1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을 터.

이에 현성이 오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 *

그대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앞으로 걸어가던 현성이 작게 미간을 좁혔다.

‘예상대로라면 가는 길목에서 못해도 화염늑대 다섯 마리는 마주쳤을 터.’

하지만 현재 현성이 마주친 화염늑대의 수는 제로.

그렇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밖에 없었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이 길목을 지나갔다.’

동시에 현성이 작게 웃었다.

오히려 좋았다.

전에 말했듯 포인트를 얻는 방법은 총 2가지.

몬스터를 잡거나.

아니면 학생을 잡거나.

어차피 포인트를 얻는 게 목적인 이상, 눈에 보이는 건 닥치는 대로 잡으면 그만이었다.

‘무엇보다 화염늑대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많은 결정이 모여 있다는 뜻.

그리고 잠시 뒤.

목적지에 도착한 현성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그곳에는 화염늑대는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곧 현성이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쉬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를 향해 뭔가 쏘아졌다.

이에 현성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콰앙!

그가 물러남과 동시에 바닥을 타고 충격음이 울려 퍼지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허나 그도 잠시.

서서히 흙먼지가 걷히고 현성이 눈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는 붉은 창 한 자루가 박혀있었다.

동시에 위쪽의 절벽에서 목소리가 삐져나왔다.

“쯧. 빗나갔네.”

그 목소리에 현성이 위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푸른 머리의 소년이 서있었다.

그런 그가 입고 있는 옷은 한 눈에 봐도 아카데미의 교복이었다.

무엇보다 현성과 같은 3학년생임을 뜻하는 명찰.

“아무튼 뭐 한 번에 못 맞춘 건 아쉽지만….”

그대로 그가 뒤를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봐. 내 말이 맞지?”

그러자 그의 뒤로 다른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이네요. 선배님.”

“그럼 이걸로 몇 번째죠?”

“대충 한 3~4번째 아닌가.”

어림잡아도 대략 3명 이상 되어 보이는 무리.

이에 현성이 피식 웃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그래. 왜 안 나오나 했다.’

전에 말했듯이 보통 불의 둥지에서 포인트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

먼저 몬스터를 노리는 방법.

허나 이 방법은 현성이 했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이상.

빠르게 포인트를 모으기 어려운 것은 물론 자칫하면 무리생활을 하는 화염늑대들에게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이 택한 게 바로 두 번째.

같은 아카데미 학생들을 노리는 것이었다.

이 방법 역시 쉬운 것은 아니나, 그건 어디까지 혼자 있을 때에 해당되는 내용.

그러니까 미리 연합을 형성할 경우.

난이도는 그만큼 내려가게 된다.

오히려 혼자 다니는 학생들만 노리는 특성상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위험요소가 적은 장점이 있다.

‘그나마 단점이라고 한다면 n분의 1로 수급을 나눠야한다는 것이지만….’

그 단점 정도는 쉽게 커버할 수 있다.

수급이 모자라다면 그때 가서 몬스터를 잡아도 늦지 않기 때문이었다.

즉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불의 둥지에서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1라운드를 통과하는 방법이 바로 연합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아카데미 측에서 노린 게 이 부분이니까.’

그것은 바로 협동심.

그리고 2라운드에서 조를 이루는 것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혼자는 힘들다.

그러나 둘, 셋은 다르다.

아마 머리가 좋은 학생들은 룰을 설명했을 때 벌써 눈치를 챘을 것이다.

어차피 2라운드에서 같이 조를 이루는 이상.

구태여 1라운드에서 아등바등 경쟁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눈앞의 이들은 아카데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학생들이 아닐 수 없었다.

잠시 뒤.

연합의 리더로 보이는 푸른 머리가 아래로 뛰어내렸다.

곧 그를 따라 다른 학생들 역시 내려온 뒤.

천천히 현성의 주변을 에워쌌다.

-처억.

어느새 현성은 꼼짝없이 포위된 상태.

이에 그가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순순히 항복하고 쉽게 갈래. 아니면 어렵게 갈래?”

그의 말에 현성이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주변의 학생을 세기 시작했다.

그런 현성의 모습에 푸른 머리의 그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 뭐하는 거냐.”

“글쎄.”

그때였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풀었다.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뭐?”

그대로 현성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니들까지 잡으면 2라운드 진출하기에는 충분하겠다고.”

그 순간이었다.

현성이 바닥에 박혀있던 붉은 창을 뽑고는 앞을 향해 달려갔다.

-파앗!

갑작스런 그의 돌격.

이에 당황한 학생들이 주춤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푸른 머리의 그가 재빨리 외쳤다.

“쫄지 마! 어차피 상대는 마법사!”

그대로 그가 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겨우 창 하나 가지고는 별 타격 없을…!”

그 순간이었다.

현성이 들고 있던 창을 힘껏 휘둘렀다.

동시에 그런 그의 팔뚝을 타고 굵은 힘줄이 솟아올랐다.

이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학생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그의 단발마가 끝나기 무섭게 현성의 창대가 정확히 학생 하나의 명치를 가격했다.

-콰앙!

동시에 커다란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충격음 사이.

창대에 후려 맞은 그가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며 벽을 향해 날아갔다.

“으겕!!”

그는 그 비명을 마지막으로 벽 아래 쓰러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어진 정적.

이에 현성을 둘러싼 학생들이 재빨리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눈빛에는 혼란과 동요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건 다름 아닌 1학년 학생.

“…선배님? 마, 마법사라면서요!”

그가 푸른 머리의 선배를 향해 소리쳤다.

그런 후배의 말에 그가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분명 마법사일 텐데….”

그의 이름은 하지성.

아카데미 내에서도 유독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학생이었다.

덕분에 이번 테스트에서 제일 먼저 연합을 제의한 사람 역시 그.

그런 그가 현성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물론 그가 일반적인 마법사와는 약간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공개대련에서 봤던 게 있으니까.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주먹.

창을 쓴다는 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심지어는 공개대련에서와 같은 불꽃도 보지 못했다.

마법시전 특유의 증거.

그 증거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 위력은….’

설마 새로운 마법인가.

그는 현성을 보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금 전의 공격은 마법이 아니었다.

방금 전 공격은 그야말로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순수 100% 현성의 근력.

이에 현성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 마법사 맞아.”

“그, 그럼 저건….”

지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기절한 학생을 가리켰다.

이에 현성이 창을 빙글 돌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기절마법. (물리)”

“…?”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그가 멍하니 현성을 바라봤다.

곧 현성이 그런 지성을 향해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 마법은 뚝배기가 사라지는 마법이란다.”

동시에 현성이 냅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창을 내질렀다.

-부웅!

그의 창끝이 향한 곳은 바로 지성의 머리.

그런 현성의 공격에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고개를 숙였다.

“오, 오메! 썅…!”

그의 욕지거리와 함께 뒤에 있는 벽을 타고 파편이 흩날렸다.

도저히 마법사라고는 볼 수 없는 위력.

이러한 위력에는 총 2가지의 이유가 존재했다.

현성이 마법을 포함한 모든 클래스를 마스터한 경험이 있는 썩은 물이라는 것.

현성이 힘법사기 때문에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

그리고 그 둘이 합쳐진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

-후두둑!

창이 직격으로 꽂힌 벽에 움푹 들어갔다.

그야말로 한 끗 차이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창.

이에 지성이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움푹 파였던 건 벽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였을 터.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곧바로 현성이 창을 회수하며 다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쉬이익!

허공을 가르며 쏘아지는 맹렬한 파공음.

그 소리에 지성이 비명을 내지르며 외쳤다.

“마, 마법사라며! 마법사라며어어어!!”

하지성.

아카데미 3학년 생.

그가 테스트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거 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굳이 연합을 형성하지 않아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지금 불의 둥지 내에서 그 ‘예외’는 총 두 명이었다.

그 첫 번째는 다름 아닌 하시연.

아카데미 내에서 탑을 달리는 그녀에게 있어, 연합은 의미 없었다.

몬스터든 학생이든 마주치는 대로 썰어버리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그것은 바로 유현성.

용암폭포로 한 번에 화염늑대를 처치한 괴짜이자,

지금 지성이 상대하고 있는 상대였다.

-콰앙!

동시에 다시 한 번 굉음이 울려 퍼지며 비명소리가 난무하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히 현성 그였다.

“으아아아악!”

나머지 학생들은 그런 현성의 공격에 저항하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멀리 있지 않았다.

‘젠장, 연합을 모을 때 좀 더 신중할걸 그랬어…!’

지성이 쓰러지는 학생들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연합을 모을 당시.

그의 첫 번째 타겟은 당연히 파워 싸움에서 밀려난 학생들이었다.

‘연합이 와해되는 걸 막으려 한 게 이렇게 돌아오다니.’

혼자서는 몬스터를 잡지 못하는 실력.

때문에 뭉칠 수밖에 없는 학생들.

지금 연합에 있는 학생들은 전부 그런 처지였다.

그 결과.

연합은 현성 하나에게 점점 붕괴하기에 이르렀고.

그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끄으으으….”

그의 앞에서 버티고 있던 학생 하나마저 ‘뚝배기가 사라지는 마법’에 당해 쓰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지성 단 하나.

이미 싸울 의지는 상실한지 오래.

이에 현성이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야.”

그러면서 현성이 자신이 들고 있는 창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 이게 뭐로 보여.”

그러자 지성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차, 창?”

그런 지성의 대답에 현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틀렸다. 이건 ‘마법’이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성이 창을 휘둘렀다.

-부웅!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창.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 했다.

그 사이.

-스으으.

지성은 확신했다.

이 새끼는 미친 새끼다.

미친 새끼가 확실하다.

-뻐억!

그대로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지성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미친 새끼.

그게 바로 지성이 남긴 현성에 대한 마지막 감상이었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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