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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40화 (40/240)

040화 전조(4)

“쯧.”

한데 모여 달려드는 화염늑대.

그 모습을 보고 현성이 작게 혀를 찼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입을 모아 화염늑대가 토벌하기 까다롭다고 말하는 이유였다.

화염늑대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는다.

무조건 무리생활.

안 그래도 빠른 몸놀림과 불꽃을 두른 갈기 덕분에 화염늑대 한 마리를 잡는 것도 힘든 마당에 집단으로 움직이다니.

제 아무리 헌터들이 화염늑대보다 능력치가 강하다고는 한들.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는 법.

그렇기 때문에 본디 화염늑대를 잡을 때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개체를 노리거나, 무리를 가른 후에 잡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달랐다.

그는 보란 듯이 약 10마리가 되는 화염늑대를 한꺼번에 끌어 모았다.

이에 현성이 가장 선두에 선 화염늑대를 향해 달려갔다.

-파앗!

그리고 선두에 선 늑대가 현성을 물어뜯기 위해 입을 벌렸을 때.

그가 피식 웃으며 그대로 늑대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터업.

현성이 마치 유도를 하듯 늑대를 옆으로 던져버렸다.

곧바로 그가 늑대 사이를 가로지르며 재빠르게 무리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현성의 모습에 우두머리가 움찔거리며 다른 늑대들에게 명령을 내리듯 크게 짖었다.

“커엉!”

그의 명령과 동시에 주변의 늑대들이 우두머리의 주의로 모여들었다.

정황상 현성이 노리는 것은 분명 우두머리일 터.

그리고 몬스터들 중에서도 상당히 지능이 높은 편에 속하는 화염늑대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실제로 화염늑대 사냥 시.

베테랑 헌터들은 따로 무리를 떼어놓지 않고, 곧바로 우두머리를 노리는 방법을 선호했다.

정석대로 하자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빠른 사냥을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이것.

물론 리스트는 크지만, 한 번에 우두머리를 노릴 피지컬만 받쳐준다면 그만큼 좋은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현성이 우두머리 늑대가 가까워 진 순간이었다.

-타앗!

그가 다른 늑대의 머리를 밟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이에 우두머리 늑대를 포함한 다른 녀석들이 몸을 움츠리고 그의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휘익.

현성이 그대로 우두머리를 넘어갔다.

그 후 바닥에 착지한 그가 냅다 절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황한 우두머리가 눈매를 좁혔다.

“크륵…?”

하지만 그도 잠시.

뒤늦게 정신을 차린 늑대들이 달려가는 현성을 쫒아갔다.

맹렬하게 추적하는 화염늑대 무리.

이에 현성은 얼마 가지 못해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앞은 용암이 부글거리는 낭떠러지였기 때문이다.

-투두둑!

돌멩이 하나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떨어진 돌은 곧 시뻘건 용암에 먹혀 가라앉았다.

만약 현성이 그 아래로 떨어진다면 틀림없이 죽을 터.

현성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등을 돌렸다.

그런 그의 눈앞에는 이미 늑대무리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크르르….”

* * * * *

그리고 아카데미 내 위치한 관측실.

그곳에는 미하일을 포함한 교수들이 전부 모여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스크린에는 현재 불의 둥지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이에 마법학 교수 리플레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어째 전보다 초반 탈락자가 꽤 많아 보이는군요.”

그러면서 그가 슬쩍 고개를 돌려 미하일을 바라보았다.

“안 그렇습니까? 미하일님?”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아카데미의 교장, 미하일이 첫 시작부터 학생들을 냅다 불의 둥지로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불의 둥지 시험은 역대급 기록을 갱신했다.

“시험시작 5분경과. 탈락자 총 23명.”

그대로 리플레카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야말로 역대 최단시간에 최다탈락자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허허….”

그런 리플레카의 말에 미하일이 넉살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살아남은 학생들도 있지 않습니까. 일단은 계속 지켜보도록 하죠.”

확실히 이번 시험은 리플레카의 말대로 역대급으로 많은 탈락자를 낳았다.

하지만 학생회장인 시연을 포함해 갑작스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대처한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상위권의 학생들.

역시 상위권에 들어갈 만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미하일의 눈길을 끄는 학생은 따로 있었다.

‘‘…현성 군이라고 했었나.’

그것은 바로 유현성.

그는 3학년 중 유일하게 상위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학생이었다.

처음 불의 둥지에 떨어질 때는 폭발음과 자욱한 먼지가 솟아 그대로 탈락한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

현성은 상처하나 입지 않은 몸으로 태연하게 불의 둥지를 활보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지금은 화염늑대 무리에게 대놓고 싸움을 걸었다.

이는 다른 학생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동.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대되었다.

공개대련 때도 그랬으며,

마법변형을 직접 보여줄 때도 그랬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 현성 군.’

그대로 미하일이 작게 웃으며 현성 쪽을 가리켰다.

“…저기 좀 확대해보겠나?”“네? 아. 유현성 학생 말입니까?”

“그래. 부탁하지.”

동시에 현성 쪽 화면이 확대되며 그가 처한 상황이 보였다.

현재 현성이 서있는 곳은 다름 아닌 절벽 끝이었다.

심지어 그 아래는 시뻘건 용암바다.

바로 앞은 늑대 무리.

“….”

그야말로 꼼짝없이 갇힌 형태였다.

이에 현성이 손목을 매만졌다.

그런 그의 손목에는 못 보던 팔찌 하나가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불의 둥지에 진입하기 전 아카데미에서 받은 팔찌였다.

팔찌의 효과는 간단했다.

팔찌를 풀면 그 안에 부여되어있던 공간이동 마법이 발동하며 곧바로 불의 둥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팔지를 사용해 불의 둥지를 벗어난 순간 그 학생은 바로 탈락.

그러니까 팔찌는 위급상황 따위를 대비해 스스로 기권할 수 있는 도구였다.

즉 지금 상황에서 현성 역시 팔찌를 사용하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현성은 바로 기권처리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스크린을 지켜보던 다른 교수들이 말했다.

“아무래도 기권하려는 거 같죠?”

“네. 저 상황에서는 뭐 어쩌겠어요.”

대부분의 교수들은 모두 현성 그가 기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화염늑대 무리에게 몰려 절벽 끝에 서있었다.

저건 웬만한 베테랑 헌터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글쎄요? 전 좀 다른 생각입니다.”

누군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붉은 포니테일과 안경.

그녀는 다름 아닌 이클레아였다.

“…네?”

“기권. 안할 거 같습니다.”

“음, 그래도 저 상황이면…역시 좀 힘들지 않을까요?”

이에 이클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래 보이긴 해요. 그런데.”

이클레아가 스크린 속 현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뭔가 숨기고 있는 거 같거든요.”

그런 그녀의 말에 다른 교수가 피식 웃었다.

“에이, 설마.”

그러자 이클레아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럼 내기해볼래요?”

“내기요?”

“기권한다. 안한다.”

평소 귀찮음이 눈동자에 가득한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대로 그녀가 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 기권 안 한다에 걸겠습니다.”

동시에 미하일 역시 입을 열었다.

“재밌어 보이는군. 그럼 나도 현성 군이 기권 안 한다에 걸도록 하지.”

예상외의 발언.

이에 다른 교수들이 살짝 놀란 듯 미하일을 바라보았다.

“네? 교장님도 거시게요?”

“그렇다면….”

다른 교수들이 눈을 반짝이며 하나 둘씩 내기에 참가했다.

“그럼 전 기권한다에 걸겠습니다.”

“저도 기권한다에 걸죠.”

“저 역시 같습니다.”

때 아닌 단체 내기 판.

원래 이런 내기는 판이 커질수록 재미있는 법.

곧 다른 교수들마저 내기에 참가하면서 관측실은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 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

가만히 서있던 늑대들이 천천히 그를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이에 교수들이 스크린을 집중하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르륵!

처음 시작은 그의 손바닥 위로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그 불꽃을 보고 몇몇 교수들이 눈매를 좁혔다.

그것은 분명 저번에 보였던 불꽃이자 그의 특기.

마법변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공격을 성공시킨다고 한들.

10마리에 다다르는 화염늑대를 전부 해치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것만은 변하지 않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이에 현성의 기권에 내기를 건 교수들이 이때다 싶어 말했다.

“자, 그럼 아쉽지만 내기는 아무래도 저희들의 승리….”

그때였다.

현성이 히죽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동시에 그의 주먹이 꽂힌 곳은 화염늑대가 아닌 옆의 벽.

-콰아앙!

그 소리에 가장 앞에 있던 교수가 움찔거렸다.

“저 녀석 무슨….”

그뿐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런 현성의 돌발행동에 다른 교수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현성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었다.

-쿠르릉….

그 충격에 벽이 흔들리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결국.

-쩌저적…쿠궁!

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야말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콰아아!

벽이 무너지면서 그 위에 있던 용암이 아래를 향해 쏟아졌다.

그 아래는 정확히 화염늑대 무리가 있는 곳.

그대로 시뻘건 용암폭포가 단숨에 화염늑대들을 휩쓸었다.

그 범위는 딱 화염늑대 무리까지.

즉 현성이 있는 곳은 아슬아슬하게 용암이 닿지 않았다.

이에 사방에서 화염늑대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깨개갱!!”

“크륵…크아아아!”

허나 용암에게 자비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쏟아지던 용암은 검게 그을린 흔적만을 남기고 전부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대로 용암폭포가 멎은 절벽.

그곳에 서있는 것은 오로지 현성 하나뿐이었다.

-스윽.

그러고는 현성이 태연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그의 발밑 아래로는 화염늑대가 죽으면서 남긴 붉은 결정만이 남아있었다.

이는 화염늑대를 잡으면 드랍되는 특유의 붉은 결정.

동시에 이게 바로 몬스터를 잡은 포인트로 인정되는 증거였다.

“저, 저게 말이 됩니까?”

이에 스크린을 지켜보던 교수가 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그는 현성이 기권한다에 걸었던 교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운 좋게 떨어진 용암폭포에 화염늑대가 전부 죽다니.

“이건 단순히…어부지리 아닙니까?”

곧 그가 기권한다에 걸었던 다른 교수들 역시 하나 둘씩 말을 꺼냈다.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건 시험의 취지에 맞지 않는 걸로 보이는군요.”

“저 역시 동의합니다. 저건 실력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운이죠.”

허나 현성의 기권한다에 걸었던 교수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현성 그가 고이다 못해 썩은 고인물이라는 사실.

그에 따라 일부러 화염늑대의 무리의 어그로를 끈 것도.

절벽으로 간 것도.

마지막에 벽을 향해 공격을 날린 것도.

전부 다 현성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알 턱이 없는 교수들은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 순간이었다.

이클레아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현성을 가리켰다.

“운이요? 다른 교수님들은 저게 과연 운빨로 몬스터를 잡은 사람의 반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녀가 가리킨 현성의 모습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현성은 그 사이 남은 결정을 전부 챙기고 다음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른 교수들이 머뭇거렸다.

“그건….”

무엇보다도 가장 큰 증거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만약 저게 운이라면 방금 전 절벽에 공격을 날린 것도 운이겠네요?”

이클레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현성 그의 실력은 공개대련에서 입증되었다.

단 한번이긴 했지만 무려 A급을 이겼다.

그런데 그런 전투센스와 실력을 가진 현성이 잘못해서 공격을 벽에 꼬라박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또한 다른 교수들 역시 똑똑히 봤다.

그가 일부러 벽에 공격을 날렸던 걸 말이다.

이에 미하일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 역시 이클레아 교수의 생각과 같네만.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그게….”

그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교수들이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요.”

“…이클레아 교수의 말에 인정하겠습니다.”

물론 그들의 입장도 이해안가는 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용암폭포를 이용해 화염늑대를 처리하다니.

과연 누가 저걸 계획했다고 생각이나 했을까.

“그나저나 저 학생…대단하군요.”

“맞습니다. 지형을 이용할 줄이야. 거기다 저 정도면 이론은 물론 실전경험까지 풍부해야 할 텐데 말이죠.”

그 말에 미하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현성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대로 미하일이 스크린 너머, 현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유현성 학생. 정말이지 공개 대련 때도 그렇고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아무래도 아카데미의 미래는 아직 밝은 모양입니다.”

싸우던 것도 잠시.

어느새 교수들은 현성을 바라보며 미하일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런 분위기를 환기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자자, 그럼 다들 뭐하십니까?”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클레아.

그녀가 안경을 치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내기의 결과에 따라야죠?”

이클레아가 히죽 웃으며 다른 교수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미하일이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카데미의 미래는 밝군요….”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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