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화 주인공(3)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아카데미에는 공개대련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다음 일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현성을 포함한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진 곳은 공개대련의 평가였다.
‘…결과는 퇴학위기 탈출과 더불어 등급의 상승.’
그도 그럴게 무려 A급과 F급의 대련이었다.
동시에 현성은 본 대련으로 인해 높은 가산점을 받아 퇴학위기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아카데미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단단히 각인시켰다.
‘덕분에 직후에는 고생 좀 했지만….’
지금은 대련 때의 열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지기도 했고 그보다 더 큰 사건이 터져 전부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카데미 내 집단폭력.
바로 현성이 교수들과의 회의에서 터트린 그 사건이었다.
대련 이후, 교수들은 곧바로 현성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성준을 포함한 그의 패거리들의 행각이 밝혀지며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았다.
‘아마 정학 6개월에 사회봉사였나.’
원래 교장 미하일은 자신의 아카데미에서 이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퇴학까지 제시했지만, 해당 학생들의 가문과 일부 교수의 반대로 정학 6개월로 합의를 봤다고 한다.
허나 그 마저도 말이 정학이지 퇴학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동안 온갖 시험을 포함한 모든 활동이 정지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성준을 포함한 그의 패거리들의 이미지는 거의 나락으로 떨어지다시피 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괴롭히던 학생들은 말도 할 필요가 없고, 다른 유명가문의 자제들 역시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상황이 역전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성준은 지금껏 쌓아왔던 모범생의 이미지는 산산조각 났으며, 들리는 소문으로는 가문 내에서도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련 이후로 성준은 아직도 병원에 입원해있는 상태.
아마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심산인가 본데 그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걸로 1막 보스의 등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되겠지.’
1막의 보스는 던전에 봉인된 몬스터.
그런데 그 봉인을 풀 성준이 정학을 당했으니 하시연이 위험에 처하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이면 던전은 확인해두는 게 좋다.
‘위험요소는 차단해두는 게 좋고 던전은 여러모로 성장에 도움도 되니까 말이지.’
마침 다음 일정이 1막의 무대인 그 던전이었다.
그래서 현성은 다음 일정이 발표난 뒤부터 나름대로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현성이 지금 트레이닝 룸에 있는 이유였다.
-철컹, 철커덩!
아카데미 내 트레이닝 룸.
현성은 이번에는 허수아비가 있는 구식 훈련장이 아닌, 온갖 설비가 갖춰져 있는 신식 훈련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구식 훈련장에서 허수아비로 득 볼 건 다 봤으니까.’
거기다 현재 현성은 몰래 구식 훈련장의 허수아비를 하나 가져온 상태.
다행히 구식 훈련장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허수아비를 챙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당장 쓸건 아니지만, 일단은 챙겨두는 게 좋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구식 훈련장에서 얻을 건 다 얻었으니, 이제는 신식 훈련장을 쓸 차례.
그에 맞게 현성은 꾸준히 트레이닝 룸에 들려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대로 현성이 들고 있던 바를 내려놓았다.
-쿠웅…!
그와 동시에 바닥을 타고 육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만 들어도 상당한 무게.
하지만 현성은 쉬지 않고 옆 기구로 옮겨가 다시 묵묵히 운동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런 그의 어깨에는 꽤나 근육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트레이닝 룸에서 알게 모르게 그런 현성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속닥거렸다.
“…쟤 분명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냐. 뭔 마법사가 무슨 근육을 저렇게 키워.”
“야야. 너 대련에서 쟤 싸우는 거 못 봤냐? 저거 완전 미친놈이라니까.”
그러면서 그들이 현성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런 현성의 몸 곳곳에는 그가 한 번 팔을 들 때마다 잔 근육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히 마법사라 부르기에는 낯선 근육.
“음…저 정도면 그냥 스태프로 때려도 되지 않을까.”
그 말에 다른 학생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쟤라면 가능성 있다. 진짜로.”
물론 그 대화를 현성이 들을 리는 없었지만, 뭔가 현성 그라면 진짜 그럴 법도 했다.
곧 학생 하나가 몸을 부르르 떨며 등을 돌렸다.
“어후, 매점이나 가자.”
“…그래.”
그대로 두 학생이 트레이닝 룸을 나가고.
현성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운동에 집중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코톡!
현성의 스마트폰을 타고 알림음이 울렸다.
아무래도 누군가 톡을 보낸 모양이었다.
이에 그가 하던 운동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유하린이라는 이름이 떠있었다.
유하린 : 선배님, 뭐하고 있어요?
(뒹굴거리는 토끼 이모티콘)
톡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유하린.
그 날 하린을 다시 만난 이후.
그녀는 꾸준하게 현성과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는 고마웠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그 다음에는 종종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곤 했다.
그리고 현성은 그런 하린을 받아주다 보니 어느새 이런 사이가 되었다.
‘꼭 여동생이라도 생긴 거 같네.’
현성이 지금도 계속해서 울리는 폰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유하린 : 아. 맞다. 근데 선배님. 이번 던전 탐사 있잖아요. 그거 많이 어려워요?
(물음표를 띄운 토끼 이모티콘)
그 톡에 현성이 턱을 매만졌다.
분명 이번에 공지한 내용이 분명했다.
던전 탐사.
말 그대로 아카데미 학생들이 직접 던전에 들어가 탐사를 하는 일종의 실전이었다.
그리고 하린이 말하는 던전이 바로 1막의 무대인 ‘불의 둥지’였다.
동시에 이는 현성이 들어가야 할 던전이기도 했다.
‘불의 둥지는 4학년을 제외한 전 학년이 같이 들어가거든.’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실습이라고는 해도 갓 아카데미에 들어온 신입생들은 바로 던전에 들여보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통 던전 탐사는 선배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하린 : 친구들 말로는 엄청 어렵다는데 이러다 첫 실습 망치는 건 아니겠죠?
(좌절하는 토끼 이모티콘)
이에 현성이 잠시 생각하고는 하린에게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유현성 : 그럼 그전에 미리 가볼래?
유하린 : 던전을요?
유현성 : 응. 주말에 외출하면 가능할걸.
<이스페리아> 세계관은 어디까지나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던전과 몬스터와 같은 게 존재하고, 그 중 던전은 당연히 불의 둥지하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불의 둥지는 어디까지나 아카데미가 관리하는 던전 중 하나일 뿐.
당장 아카데미 밖에만 나가도 수십, 수백 개의 던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카데미 학생의 경우. 원한다면 주말외출을 통해 던전에 들어가는 게 가능했다.
동시에 현성이 노리는 게 바로 이거였다.
‘…불의 둥지에 들어가기 전 미리 다른 던전을 클리어한다.’
유하린 : 어디로 가게요?
그런 하린의 물음에 현성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유현성 : 얼음무덤.
유하린 : 네?? 얼음무덤이요?
(경악하는 토끼 이모티콘)
그렇다.
바로 현성이 가려는 던전의 이름은 ‘얼음무덤’.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얼음이 펼쳐진 드넓은 평원지형의 던전이었다.
유하린 : 왜 하필 그런 델 가요?
그런 하린의 반응에 현성이 피식 웃었다.
‘…그럴만하지.’
얼음무덤.
있는 거라고는 드넓은 평원에 얼어있는 식물들만이 전부.
게다가 이미 탐사가 끝난 던전이라 위험요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스페리아>를 플레이하던 다른 유저들도 굳이 갈 이유가 없었던 던전이 바로 얼음무덤이었다.
‘무려 시즌투표 가장 적은 유저들이 들어간 던전 1순위.’
춥기는 드럽게 춥고 그나마 갈 일이라고는 얼음 꽃을 구해달라는 시덥잖은 탐사 퀘스트가 끝.
당연히 굳이 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현성은 예전부터 불의 둥지에 들어가기 전, 무조건 이곳을 갈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첫 번째. 불의 둥지 클리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하린을 육성시키기 위해서였다.
‘전에 말했듯이 작 중 유하린은 훗날 성녀로 각성하는 인물.’
여기서 성녀란 무엇인가.
가뜩이나 희귀한 성(聖)속성 능력자들 중에서도 타고난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칭호.
그야말로 신의 대리인이자, 선택받은 재능충.
그게 바로 성녀였다.
‘…누가 주인공 동생 아니랄까봐 개사기야.’
아무튼 그만큼 유하린은 성장 포텐셜이 굉장히 높은 등장인물이었다.
한 마디로 하시연이 완성형 캐릭터에 가깝다면, 유하린은 성장형 캐릭터.
그리고 얼음무덤이야말로 이런 하린에게 있어 최고의 던전이었다.
유현성 : 어때? 가볼래?
유하린 : (고민하는 토끼 이모티콘)
잠시 뒤.
고민하던 하린이 드디어 답장을 보냈다.
유하린 : 좋아요!
(결심한 토끼 이모티콘)
이를 보고 현성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계획대로 되었다.
곧바로 현성이 톡을 보냈다.
유현성 : 좋아. 그럼 내일쯤 다시 톡할게.
유하린 : 아. 근데 혹시….
하린의 톡에 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도 궁금한 게 있는 걸까.
그리고 다시 하린이 톡을 보냈다.
유하린 : 저희 둘이 같이 가는 거 맞죠?
유현성 : 당연하지.
유하린 : 그럼 됐어요!
(해맑게 웃는 토끼 이모티콘)
그 모습에 현성이 대수롭지 않게 답장했다.
무슨 질문인가 했더니 싱겁기는.
유현성 : 그럼 내일봐.
유하린 : 네!
그렇게 하린과의 톡을 마무리했다.
동시에 현성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이걸로 불의 둥지 대비랑 하린의 육성은 해결.’
그렇다면 이제 다시 운동을 시작할 시간이다.
그대로 현성이 힘차게 몸을 움직였다.
-철컹! 철커덩!
* * * * *
한편 그 시각.
아카데미 내 위치한 1학년 기숙사실.
하린이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베개를 안고 침대에 누웠다.
-털썩!
그런 그녀의 손에는 현성과 톡을 주고받던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그대로 하린이 톡을 바라보고는 작게 웃었다.
“…헤헤, 약속 잡았다.”
그동안 꾸준히 현성과 톡한 보람이 있었다.
그 결과 이번 주말에 무려 현성과 단 둘이 약속을 잡아냈다.
물론 같이 던전을 들어가는 거긴 하지만 얼음무덤정도라면 문제없었다.
즉 다시 찾아온 절호의 찬스.
“이번에야말로 꼭….”
하린은 기필코 이번 기회에는 그때 못다 한 말을 다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현성 그가 자신의 오빠와 겹쳐 보이기 때문일지.
그게 아니면 다른 마음이 있는지는 그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좀 더 알고 싶어.”
하린은 지금.
현성에게 관심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