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화 F급 파이어 볼(8)
회의실의 분위기는 현성의 예상대로 단번에 역전되었다.
마법변형이라는 놀라운 성과.
동시에 이는 종학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
그가 초조한 눈빛으로 현성과 다른 교수들을 바라보았다.
‘뭐라도 트집을 잡아야한다…!’
이에 종학이 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만요! 저게 마법이 맞습니까? 혹 이번에도 대련처럼 다른 도구를 사용한 거 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현성이 여유롭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 질문에는 굳이 현성이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종학의 말과 동시에 리플레카가 안경을 치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그럼 설마 지금 제가 마법과 도구사용도 분간하지 못했다는 말입니까?”
이미 리플레카의 여론은 돌아선지 오래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리플레카는 종학처럼 현성이라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교수는 절대 아니었다.
단순히 그의 평소 행실을 알고 있기에 의심했던 것 뿐.
만약 지금이라도 현성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무런 차별 없이 학생을 인정할 줄 아는 참된 교수가 바로 리플레카였다.
그런 그의 반응에 당황한 종학이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리고 이클레아가 그런 종학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긴 검만 만지는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큭…!”
그녀의 말에 종학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전에 그가 이클레아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았다.
그야말로 개망신.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교수 회의에서 조금 추해지는 것 정도는 별 일 아니었다.
종학이 다른 교수들을 향해 말했다.
“그래. 마법변형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말입니다. 겨우 F급이었던 학생이 하루아침에 마법변형을 쓸 수 있는 겁니까?”
그의 말에 일부 교수들이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마법변형이라면 꽤나 높은 경지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는 과거 대마법사들이 이루었던 경지라고 들었습니다만….”
이에 종학의 입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여론이 다시 뒤엎을 수도 있다.
게다가 대마법사라면 확실한 패가 있다.
곧바로 종학이 미하일을 바라보며 외쳤다.
“미하일님! 대마법사의 제자이신 당신이라면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바로 미하일.
아카데미의 교장이자 대마법사의 제자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그는 실제로 과거 대마법사의 제자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일개 F급 학생이 대마법사가 이룬 경지를 이루었다면 미하일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상황일터.
게다가 교장의 말이라면 한 번에 여론을 뒤엎기에는 충분했다.
자신의 완벽한 계획에 종학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확실히 종학교수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 그렇다면….”
“현성 학생!”
미하일이 현성의 이름을 외쳤다.
이에 종학이 승리를 확신하며 히죽 웃었다.
하지만 그런 미하일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계획과는 정반대였다.
“정말 대단합니다!”
동시에 종학의 얼굴이 찌그러지며 미하일과 현성을 번갈아보았다.
‘뭐, 뭐야…!?’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작게 미소 지었다.
종학 그가 어떻게든 미하일을 끌어들이려는 것까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미하일은 뼛속까지 마법의 발전을 생각하는 진정한 마법바라기라는 것.’
애초에 <이스페리아>의 설정에 따르면 미하일 그가 아카데미의 교장직을 하고 있는 이유조차도 마법의 발전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미하일의 입장에서 아카데미의 학생이 마법변형을 이루었다면 그건 그야말로 기쁨과 감동 그 자체.
그리고 실제로 그런 현성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대로 미하일이 박수까지 치며 말했다.
“과거 대마법사들이 이룬 경지인 마법변형을 이루어 내다니! 아카데미의 교장으로서 이만큼 자랑스러운 일이 있을까요?”
그렇게 말하는 미하일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실제로 대마법사들이 마법변형이란 개념을 확립시킨 건 맞았다.
그리고 대마법사의 제자인 미하일의 입장에서는 마법변형을 해낸 현성이 기특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마법변형은 끊임없이 마법을 탐구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경지.
하지만 요즘 어린 마법사들은 더 이상 그런 연구를 하려들지 않았다.
이미 닦아진 길이 있는데 굳이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이, 현성이 그걸 해냈다.
심지어 F급에 불과한 학생이 말이다!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감동의 서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미하일이 꿀 떨어지는 눈으로 현성을 바라보았다.
‘스승님, 아직 마도의 미래는 밝습니다…!’
미하일이 자신의 스승이었던 대마법사 루카스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미하일은 정말이지 너무 기뻐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이게 얼마 만에 나타난 마법계의 인재인가.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종학의 얼굴은 찌그러들다 못해 썩어 들어가기 일보직전이었다.
‘망할! 일이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물론 만약 그가 마법은 경쟁의 성격보다는 탐구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미하일이 이토록 마법의 발전을 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만 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다시 담을 수도 없었다.
남은 건 오직 전진 뿐.
종학이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발동하며 다시 말했다.
“미하일님. 그게 아니라 저 나이에 이런 경지를 이루었다면 그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가, 가령 불법적인 방법을 썼다거나….”
그런 종학의 말에 리플레카가 발끈했다.
“어허! 지금 감히 마도의 길을 의심하는 것입니까!”
마법학 교수 리플레카.
그는 전에 말했듯이 마법사들 중에서도 유독 학구열이 높은, 그야말로 마법이라면 환장하는 마법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는 새롭게 연구할 마법이 등장한 경사스러운 마당에 자꾸 찬물을 끼얹는 종학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그리고 듣자하니 자꾸 현성 학생에게 의도적으로 트집을 잡으려 하는 거 같은데 왜 그러십니까!!”
“트, 트집이라뇨!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에 미하일이 넉살좋은 웃음을 지으며 둘을 진정시켰다.
“허허, 두 분 다 진정하시죠. 이렇게 좋은 시간에 화내는 건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쯤 종학은 종학대로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F급인 현성이 마법변형을 이루었다는 건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오해할법한데 아무도 오해를 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이때만큼 그는 자신의 전공인 검술이 억울한 적이 없었다.
‘내 전공이 검술만 아니었어도…!’
차라리 마검사였으면 덜 억울하기라도 했을 터.
순수 검술의 끝은 억울함뿐이었다.
그리고 미하일이 그런 종학을 보고 말했다.
“그러니까 종학 교수님의 말은 이 나이에 마법변형을 하는 게 가능하냐는 말이시죠?”
드디어 종학 그의 말을 들어줬다.
이에 종학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그러자 미하일이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음, 그렇군요.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예?”
“지금 여기에도 현성학생과 비슷한 나이에 마법변형을 이룬 사람이 있답니다.”
-움찔!
미하일의 말에 종학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게 무슨….”
“심지어 제가 알기로는 현성학생보다 더 어린 나이에 해낸 업적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 그게 누굽니까?”
그때였다.
교수들 사이.
익숙한 빨간 머리가 손을 들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이클레아.
그대로 이클레아가 입을 열었다.
“…접니다만 무슨 불만이라도?”
그와 동시에 종학의 심장은 덜컥 주저앉는 거 같았다.
하필 그 많고 많은 교수들 중에 이클레아라니.
허나 그 속을 모르는 미하일은 연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자, 이클레아 교수님은 몇 세에 마법변형을 해냈죠?”
그런 미하일의 말에 이클레아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아마 15세인가 그랬을 겁니다.”
이게 바로 그녀가 연금술의 한 획을 그었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
무려 15세의 나이에 마법변형이라는 업적을 따냈다.
최연소 아카데미 교수.
연금술계의 천재.
그녀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말도 안 돼….”
그녀의 말에 종학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에 이클레아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데 지금 현성 학생은 17세 아닙니까? 그 정도면 한창 제가 학회에 참가하면서 논문 발표할 때였는데 마법변형정도면 아무 문제없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이클레아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발언.
잠시 뒤.
종학이 애써 정신을 붙잡았다.
끈기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고작 여기서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하. 하지만 현성 학생은 천재인 이클레아 교수와는 다르게 F급 학생 아닙니까?”
나름 날카로운 지적.
세기의 천재인 이클레아라면 모를까.
현성은 말이 다르지 않는가.
이에 미하일이 입을 열었다.
“아. 그거야….”
그대로 미하일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원래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학창시절에는 성적 잘 안 나왔습니다. 오히려 천재들은 어릴 때 다 괴짜소리 들으면서 자라지 않습니까. 허허.”
“…허…허허허…허허.”
그 말에 종학의 마음 속 끈기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미 교수들은 현성의 간악한(?) 계략에 넘어간 지 오래였다.
입 밖으로 나오는 건 그저 반쯤 포기한 헛웃음 뿐.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도구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등급을 조작한 것도 아니다.
그 빌어먹을 마법변형인지 뭔지 하는 방법으로 강해졌단다.
역시 검술은 미래가 없었다.
종학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내 다음번엔 기필코 마법전공을….”
그때였다.
줄곧 교수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현성이 손을 들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그대로 그가 말했다.
“…그래서 조사결과는 어떻게 결정난건가요?”
그런 현성의 말에 교수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교수 회의가 열린 목적.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이에 교수들이 전부 자리로 돌아가 착석하고, 미하일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그럼 현성 군의 대련을 없던 걸로 하고 재조사를 요청하는 교수 있습니까?”
그런 미하일의 말에 종학이 힘없이 손을 들었다.
이미 결과는 결정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를 따라 몇몇 교수들이 손을 들기는 했으나, 그 수는 고작 다섯이었다.
“좋습니다. 다음으로 현성 군의 대련결과를 인정하는 교수 있습니까?”
곧 교수들이 하나 둘씩 손을 들었다.
그 수는 얼핏 봐도 다섯은 훌쩍 넘는 수.
그 중 미하일 역시 찬성파였다.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확인한 미하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다수결에 따라 현성 군의 대련결과는 공식적으로 현성 군의 승리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대로 미하일이 말을 마쳤다.
‘…끝났다.’
그에 따라 이번 회의의 최종결론은 ‘대련의 결과에는 아무 문제없다’.
동시에 현성이 작게 미소 지었다.
모든 게 그의 계획대로였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다른 교수들을 향해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아닐세. 오히려 소중한 시간을 뺏어 미안하네.”
그렇게 현성과 미하일이 훈훈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교수 회의가 끝나려는 찰나.
현성이 입을 열었다.
이제 피날레를 장식할 차례였다.
“아. 그런데 대련은 저만 참가한 게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 그러니까 성준이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돌연 내뱉은 현성의 한 마디.
이에 반쯤 체념해있던 종학이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원래대로라면 성준까지 회의에 참가해야했지만 지금 그는 병원에 있는 상태.
그래서 우선 현성만 불러 회의를 연 것이었다.
어차피 주요안건도 현성과 관련된 일이었으니 큰 상관없었다.
근데 여기서 성준의 이름이 나올 줄 몰랐다.
그것도 현성의 입에서 말이다.
그 말에 미하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지. 그런데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별거 아닙니다. 회의라고해서 성준이와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할 이야기?”
동시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묘해졌다.
이미 다 끝난 마당에 굳이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있던가.
그리고 그 중 제일 긴장되는 것은 다름 아닌 종학이었다.
불안했다.
굉장히 불안했다.
그대로 현성이 입을 열었다.
“…혹시 아카데미 내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그와 함께 회의실의 분위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학교폭력.
학교라면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아카데미라고 그 예외는 아니었다.
미하일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그 말은 현재 아카데미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미하일은 엄연한 아카데미의 교장.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미하일의 입장에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
이에 현성은 대답대신 자신의 품에서 서류 한 뭉치를 꺼냈다.
그대로 그가 서류를 미하일의 앞에 내려놓았다.
“현성 군? 이건….”
“저를 포함한 피해자 학생들의 진술서입니다.”
그러면서 현성이 종학을 흘깃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가해자는 전부 이성준.”
이게 바로 현성이 준비한 피날래.
덕분에 그는 요 이틀 동안 학생들에게서 하나하나 진술서를 받아내느라 꽤나 바쁜 하루를 보냈다.
무엇보다도 탁자를 가득채운 진술서.
상식적으로 이틀이라는 시간 내에 이만한 진술서를 모아온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공개대련으로 얻은 최고의 패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평판의 상승.’
이로 인해 현재 아카데미에서 현성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거기다 학생회장인 시연의 어시스트까지.
이 두 가지가 합쳐져 현성은 성공적으로 많은 진술서를 모을 수 있었다.
‘이성준 이놈이 갱생의 여지가 없는 쓰레기새끼라 다행이야.’
혹시나 진술서가 모자랄까 걱정했지만 웬걸?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일 정도였다.
동시에 종학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 그게 무슨…!”
그 순간이었다.
미하일이 여태 내본 적 없는 호통을 내뱉었다.
“종학!”
그리고 미하일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그의 주위로 공기가 무겁게 주저앉았다.
중력마법사 특유의 패기.
그 기운이 교수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자리에 앉게.”
그의 말에 종학은 조용히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미하일이 현성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현성 군. 아무래도 자네가 가져온 자료를 확인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거 같은데 괜찮은가?”
이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좋네. 그럼…혹시 나중에 불러도 되겠나.”
미하일의 말에 현성이 싱긋 웃었다.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불러주시죠.”
“…고맙네.”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현성이 꾸벅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철컥.
그대로 회의실의 문이 닫히고.
그와 동시에 회의실의 공기가 단숨에 변하기 시작했다.
-쿠구구.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짙은 무게감.
그 사이.
미하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종학. 성준이 자네의 제자라고 했지?”
“…예.”
종학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짧은 대답뿐이었다.
그의 대답에 미하일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 미하일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웃음기란 찾아볼 수 없었다.
“자네는 나와 이야기 좀 하지.”
무거운 중압감이 흐르는 교수 회의실.
미하일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