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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21화 (21/240)

021화 F급 파이어 볼(5)

이성준.

가문의 차기 가주이자, 아카데미 대외적으로도 유명한 엘리트.

거기다 그가 속한 이씨 가문은 하시연의 가문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검술로 유명한 가문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그의 가문에서 자랑하는 쾌검술(快劍術).

그 쾌검술 하나 만큼은 어느 가문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그의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기, 적화(赤華).

고속으로 휘두른 검에 상대방은 자신이 베인 것도 모르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며,

그때 흩날리는 피가 마치 붉은 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금.

성준이 그 비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현성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동시에 그가 깊게 숨을 고르며, 발도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성준의 검신과 그 주변으로는 푸른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멈칫.

이에 대련을 지켜보던 시연이 눈매를 좁혔다.

저 푸른 아지랑이.

분명 본적이 있었다.

물론 어릴 때 딱 한 번 본 게 전부였지만, 시연은 알 수 있었다.

‘…적화.’

주로 검술가문들은 각 가문의 발전과 교류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시연이 속한 하 가문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가문 사이 교류의 장이 열린 자리.

어릴 적 시연은 바로 그 자리에서 쾌검술의 극의라고 불리는 검을 본적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적화.

‘만약 저 검이 정말 적화라면….’

시연이 주먹을 꾹 쥐었다.

당시 그녀가 본 검은 그야말로 쾌검술의 극의라고 부르기에 흠이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 번쩍이던 검 끝.

심지어는 검이 검집에서 뽑힌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허공을 수놓은 수십 개의 참격.

무엇보다 다시 검을 집어넣었을 때.

사방으로 흩날리던 붉은 꽃잎.

그것은 분명 적화라는 이름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검이었다.

그리고 만약 성준이 그 검을 쓴다면.

‘…현성이 그 검을 막아낼 수 있을까.’

시연이 그 맞은편에 서있는 현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왜일까.

그녀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적화라는 기술의 완성도와 위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연은 현성이라면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건 단순히 무인으로서 가지는 순수한 의문일지, 그게 아니면 현성에 대한 다른 감정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단 한 가지.

-두근두근.

지금. 시연의 심장은 거세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우연의 일치인지 현성의 심장 역시 거세게 뛰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게 마지막 공격일터.’

지금의 위화감이 말하고 있는 바는 그것뿐이었다.

성준의 마지막 비기.

이번 공격으로 대련의 결과가 결정 난다.

그만큼 현성 역시 그에 맞는 기술을 준비해야했다.

이에 그가 자신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기대감이 앞서고 있었다.

그동안 <이스페리아>를 플레이하며 봐온 필살기들이 몇 개인가.

그럴 때마다 현성은 심장이 두근거려 미칠 정도였다.

과연 얼마나 강력할지.

얼마만큼 괴랄한 패턴을 자랑할지.

과연 피할 방법이나, 맞받아칠 방법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런 기술들을 보란 듯이 파훼할 때.

현성은 말로 이룰 수 없는 쾌감을 느끼는 부류였다.

그 순간이었다.

“…!”

드디어 발도자세를 취하고 있던 성준이 움직였다.

-퓻!

동시에 성준의 몸이 일순간 흩어지며, 그가 가공할 속도로 땅을 박찼다.

그야말로 지금껏 대련을 하면서 본 적 없는 스피드.

그런 그의 속도는 마치 쏘아진 총탄을 연상케 하였다.

이에 눈 깜짝할 사이.

현성의 앞에 도달한 성준이 중얼거렸다.

“적화.”

그와 함께 성준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둘렀다기보다는 ‘어느새 검 끝이 흔들렸다.’ 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렸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휘두른 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현성 그의 다리를 향했다.

‘우선 오른쪽 다리…!’

성준의 검은 본디 대련 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껴서는 안 되는 살기가 서려있었다.

하지만 그건 절대 실수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현성의 몸 한 군데를 못 쓰게 만들어버리겠다는 일념.

그 검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시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위험하다!’

마치 선천강에서 데일런트에게서 느꼈던 직감과 비슷했다.

물론 그것보다는 훨씬 미약한 기운이었지만 시연은 느낄 수 있었다.

성준의 검은 분명히 현성을 베려들었다.

그리고 이를 느낀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화, 화연누님! 저거 말려야 되는 거 아닙니까?”

청화 길드원 중 하나가 화연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청화의 부길드장, 진화연은 부드럽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중얼거렸다.

“…글쎄?”

분명 성준이라는 녀석의 검에는 상대방을 해하겠다는 살기가 서려있었다.

자칫하면 대련 중 큰 부상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화연의 관심은 현성의 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현성이 어떻게 반격할지.

그녀의 관심은 온통 그쪽에 쏠려있었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몬스터를 상대하며 수백 번의 생사를 오간 그녀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뭔가 숨기고 있다…!’

화연은 확신하고 있었다.

성준이 마지막 비기를 쓴 만큼, 현성 그 역시 숨기고 있는 마지막 수가 있었다.

그리고 성준의 검이 현성의 다리를 베어 가르기 직전.

“끝이다!”

성준이 외쳤다.

동시에 현성이 건틀렛을 낀 주먹을 꾹 쥐고 숨겨둔 마지막 수, 기사왕 티리카의 스킬을 발동했다.

‘…투신의 길.’

그때였다.

처음 현성이 투신의 길을 썼을 때와 같이 주변의 모든 게 극도로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과 같은 착각.

-사아아.

자신의 다리를 향하는 성준의 검이 똑똑히 보였다.

심지어는 그의 검에 서려있는 푸른 오러 마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온 몸을 타고 보이는 붉은 점과 그때와 같은 티리카의 모습.

이에 현성이 내릴 선택은 간단했다.

그 모습을 따라 발을 움직인다.

과거 기사왕 티리카가 그랬듯이.

-피잇!

빠르면서도 정확한 보법.

현성이 성준의 검을 피했다.

“…?!”

이에 성준이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그도 잠시.

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쉬지 않고 두 번째 검격을 날렸다.

그 순간이었다.

현성이 주먹을 뻗었다.

과거 기사왕 티리카가 그랬듯이.

-카앙!

동시에 검이 튕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푸른 오러와 붉은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 뒤로 성준의 검이 계속해서 참격을 내리그었다.

허나 들리는 건 현성의 비명소리가 아닌 검이 튕겨져 나가는 날카로운 마찰음 뿐.

-채앵! 채앵! 채재쟁! 챙챙!!

그럴 리가 없었다.

자랑스러운 가문의 비기, 쾌검술의 극의, 적화를 전부 받아내고 있었다.

육안으로도 보이지 않는 참격을 막아낸다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 불가능한 일을 지금 현성이 보란 듯이 해내고 있었다.

-빠드득!

동시에 성준의 입을 타고 어금니가 갈리는 소리가 삐져나왔다.

그럴 리 없었다.

적화는 쾌검술의 극의이자, 자신의 가문의 비기였으며 몰락가문의 현성은 절대 이 검을 막을 수 없었다.

‘왜! 왜! 도대체 왜…!!’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참격은 닿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검을 휘둘렀을까.

-멈칫!

순간 성준의 주변이 어두워졌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허공에 검을 휘두르고 있는 자신.

허나 그마저도 곧 사라졌다.

그때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붉은 꽃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성준이 히죽 웃었다.

‘…붉은 꽃잎!’

그것은 분명 적화였다.

그럼 그렇지.

가문의 비기가 안통할 리가 없었다.

동시에 성준이 마지막 참격을 내리그은 순간이었다.

“…어?”

붉은 꽃잎이 푸른색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그리고 다시 돌아온 시야.

그 앞에는 양 팔에 푸른 불꽃을 휘감은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현성이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이제 끝났냐?”

그런 현성의 말에 성준이 넋이 나간 눈으로 중얼거렸다.

“아, 아니야…아니야…!”

하지만 그 순간.

현성이 주먹을 내지름과 동시에 폭음과 푸른 불꽃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투신의 길은 아직 발동상태.

이에 현성이 쉬지 않고 연격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푸른 불꽃이 폭발하며 그 불씨가 흩날렸다.

그런 불씨는 마치 흩날리는 푸른 꽃잎과도 같았다.

-두두두두두두!!

그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현성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 투신의 길의 지속시간이 끝나간다.

동시에 이제 마나 역시 떨어져간다.

그렇다면 이게 마지막 공격이었다.

-터업!

현성이 연격을 때리던 주먹을 멈추고 성준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현성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단숨에 그의 얼굴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동시에 귓가가 울릴 정도로 커다란 폭음이 울려 퍼지며, 대련장 한 가운데로 푸른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콰아아아아앙!!

타오르는 푸른 불꽃.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사방에 흩날리는 불씨.

대련장은 자욱한 연기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관중은 물론 대련을 지켜보던 모두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오직 고요한 정적만이 맴돌았다.

잠시 뒤.

서서히 연기가 걷히고.

대련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서있는 것은 오직.

유현성이었다.

“…거봐. 내 말이 맞았지?”

그 모습에 화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동시에 사방이 웅성거리며 너도나도 할 거 없이 현성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발밑에는 성준이 고꾸라져있었다.

한 치의 미동도 없는 몸.

거기다 방금 전 그 불꽃까지.

성준이 일어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에 관객들이 웅성거렸다.

“…유현성?”

“유, 유현성이다!!”

“그럼 승자는….”

그때였다.

현성이 남은 불씨를 털어내며 사회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무리.”

“…예, 예?!”

그대로 현성이 쓰러진 성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무리 안 해요?”

그런 현성의 말에 그제야 사회자가 정신을 차리며 재빨리 마이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사회자가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이, 이번 대련의 승자는….”

곧 사회자가 현성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3학년의 유현성입니다!”

대련장에 울려 퍼지는 사회자의 목소리.

동시에 관객석을 타고 커다란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현성의 눈앞을 타고 쉴 새 없이 떠오르는 메시지 창.

[아카데미의 교수 이클레아가 당신에게 흥미를 가집니다.]

[아카데미의 학생 유석진이 당신의 모습에 감탄합니다.]

[아카데미의 학생 이하련이 당신의 활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

.

.

[아카데미의 교수 리플레카가 당신의 마법에 강한 흥미를 가집니다.]

아카데미의 학생은 물론이거니, 교수들까지 모두 현성을 주목하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 메시지 창이 바로 그 증거.

그 모습에 현성이 의외라는 듯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만큼 많은 캐릭터가 반응하는 건 처음이군.’

실제로 이렇게 열렬한 반응은 주인공 유진으로 플레이하면서도 겪어보지 못한 경우였다.

그대로 얼마나 메시지 창이 떠올랐을까.

현성이 앞으로 발을 내딛은 순간.

-띠링!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유독 밝은 색의 메시지 창이 하나 떠올랐다.

[등장인물 유현성에 대한 평판이 상승합니다.]

F급인 현성이 A급을 성준을 이긴 초유의 사태.

그만큼 그 보상 또한 남달랐다.

이에 현성이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히죽 웃었다.

‘설마하니 평판까지 상승할 줄이야.’

평판의 상승.

토론, 대결과 같이 다수의 사람들의 앞에서 큰 활약을 거둘 경우 나타나는 <이스페리아>의 특수한 시스템이었다.

심지어는 주인공 유진으로 플레이할 당시에도 많이 본 적 없던 그 메시지.

그게 바로 지금 현성의 눈앞에 떠올라있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점점 커지는 환호소리.

-와아아아아!

그런 관중들의 환호소리는 그 해 열린 대련 중.

그 어떤 대련보다도 뜨거웠으며,

그 어떤 대련보다도 커다란 환호임이 분명했다.

* * * * *

그렇게 현성과 성준의 대련이 마무리 되고.

대련장은 잠시 정비시간에 들어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성의 불꽃에 타버린 대련장도 대련장이지만.

도저히 그 다음으로 대련을 진행하기에는 장내의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었다.

다음 대련을 치룰 학생들이 입장했음에도 현성의 이름과 환호가 끊이지 않았으니 이정도면 말 다한 수준이었다.

결국 아카데미측은 이대로는 대련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잠시 정비를 하며 휴식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이 소란의 주인공.

현성이 양호실에 앉아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이클레아가 현성의 몸을 살피고 있었다.

“어때요? 아무 문제없죠?”

“…허어.”

이에 이클레아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며 빤히 그를 쳐다보았다.

상처를 입은 곳은 오로지 양 손등이었지만, 그마저도 대련 중에 생긴 게 아닌 훈련도중에 생긴 상처라고 했다.

그러자 현성이 천연덕스럽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이 다쳐서 오지 말라면서요. 그리고 이거.”

그런 현성의 손에는 초코 츄러스가 들려 있었다.

“자요. 약속 지켰죠?”

“….”

잠시 할 말을 잃은 이클레아가 우선 초코 츄러스를 받아들었다.

일단 이건 먹고 봐야지.

그리고 그녀가 창밖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대신 한 명이 아주 작살이 났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니?”

그녀가 말한 건 바로 이성준.

대련직후. 현성은 기절한 성준을 질질 끌고 양호실에 와서는 그대로 성준을 내팽개쳤다.

그리고 당시 성준의 상태는 그야말로 반죽음.

이에 이클레아는 급한 대로 회복 포션과 붕대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도저히 이 이상은 여기서 안 된다고 판단.

응급차를 불러 성준을 큰 병원으로 보냈다.

그런데 그런 현성이 와서 하는 말이 약속을 지켰다니.

아무리 그녀가 막나간다 하더라도 기가 차는 게 당연했다.

“넌 그러고도 그런 말이…아니 됐다. 너라도 무사하니 됐다.”

이클레아는 그런 현성을 향해 한마디 하려다가 곧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진짜 이겼네?”

“어? 보셨나 봐요?”

현성이 작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클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환호성이 여기까지 들리더라.”

도저히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거기다 눈을 뗄 수 없는 전투.

그만큼 현성의 활약은 대단했다.

‘…설마 진짜로 이기다니.’

이클레아가 눈앞의 현성을 바라봤다.

설마하니 진짜 F급인 그가 A급인 성준을 이길 줄은 몰랐다.

그대로 그녀가 현성을 향해 말했다.

“아무튼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클레아가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그건 알고 있지?”

“아. 이틀 뒤에 조사받으라는 거요?”

현성이 성준을 이긴 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대련이 끝난 직후.

일부 교수들은 성준이 그랬던 것처럼 현성의 등급과 클래스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결국 현성은 재조사를 하는 걸로 결정 났고, 그에 따라 이틀 뒤.

그 조사에 참석해야했다.

이에 이클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볍게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난 먼저 가있을 테니까 우선 넌 여기서 적당히 쉬다가 가라.”

“네? 어디 가시게요?”

“…있어. 그런 게.”

그런 현성의 말에 이클레아가 혀를 차며 손을 저었다.

방금 전 말한 이틀 뒤의 재조사.

이에 따라 아카데미의 교사들은 해당 안건에 대해 미리 준비해두라는 공지를 받았다.

특히 이클레아의 경우는 공개대련 전, 사전 조사를 담당한 교수인 만큼 회의에 필참 해야 했다.

더불어 사전 조사과정에 아무런 부정행위도 없었음을 증명해야함은 덤.

‘사실은 말이 증명이지 결국은 교수들 사이의 파벌싸움이지만….’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골치 아팠다.

차라리 연구라면 모를까.

파벌싸움이라니.

“아무튼 그냥 쉬라면 쉬고 있어.”

그러면서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개싸움이 될 거 같거든.”

“네? 뭐라고 하셨어요?”

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이클레아가 손을 휘저으며 문으로 걸어갔다.

“아냐. 아무것도. 아무튼 그러니까 넌 그냥 쉬고 있어. 알겠지?”

“…그러죠. 뭐.”

“그래. 그럼 이틀 뒤에 보자.”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클레아가 양호실을 나갔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복도 중간.

그녀가 표정을 구기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아. 이거 빡셀 거 같은데.”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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