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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9화 (19/240)

019화 F급 파이어 볼(3)

고요한 공개 대련장.

현성의 말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대련을 지켜보던 관중들이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지금 설마 성준 선배가 나가떨어진 거야?”

“…저 녀석 총 평가 F라고 하지 않았어?”

“그럼 지금 F가 A급을….”

대부분의 반응은 보다시피 혼란스러움이 대부분이었다.

무려 F급이 A급을 때려눕혔다.

심지어 단 한방에 의한 결과.

관중들이나 학생들이나 상식적으로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대련을 생중계하고 있던 카메라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는 비틀거리는 성준을, 일부는 현성을.

그야말로 카메라를 어디 둘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 되었다.

이에 방금 전만 해도 충격에 잠시 멈춰있던 생중계 채팅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

-와 방금 불꽃 뭐임;;; -아니 화면 좀 제대로 잡아봐

-미친 저게 F급이라고?

-쟤 마법사라며ㅋㅋㅋㅋㅋ

-저게 어떻게 마법사임???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채팅 가운데 가장 많이 보이는 채팅은 물음표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채팅이 바로 ‘저게 정말 마법사냐?’ 라며 현성의 클래스를 의심하는 말들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근접전에서, 그것도 먼저 거리를 내준 상황에서 역으로 카운터를 꽂는 마법사라니.

지금껏 누구도 본적 없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기행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기행이 지금 대련장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안 들어오냐?”

현성이 저 멀리 비틀거리고 있는 성준을 향해 손을 까닥였다.

이에 성준이 이를 갈며 흘러내린 피를 거칠게 닦아냈다.

-으드득.

‘감히, 감히 버러지 주제에 내 얼굴을….!’

방금 전의 공격은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다.

그 반응속도도, 그 위력도.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현성이 아니었다.

하지만 성준 역시 이 정도로 쓰러질 리가 없었다.

아니 쓰러질 수 없었다.

‘…겨우 운 좋게 한 번 얻어걸린 공격주제에!’

성준이 있는 힘껏 검을 부여잡고 현성을 째려보았다.

지금까지는 방심했을 뿐.

방금 전의 패착은 단순히 그런 이유일 뿐.

‘내가 제 실력을 낸다면 아무것도 아닌 놈이다.’

성준이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이제는 제대로 할 시간이다.

그러면서 그가 그동안 배운 것들을 떠올렸다.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근접.’

즉 다시 거리를 좁힌다면 승기는 자신 쪽으로 기울 게 분명했다.

이에 성준이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멈칫.

방금 전 악몽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불타오르는 불꽃.

그대로 얼굴을 타고 느껴지던 격통.

그의 검 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거리를 좁히는 게 정석이다.

거리를 좁혀 캐스팅을 막고, 그 사이 제압한다.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허나 몸에 각인된 공포는 서서히 성준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공포에 잠식된 성준이 검을 든 채 머뭇거리는 사이.

현성이 움직였다.

“…안 오면 내가 먼저 간다?”

그 말과 동시에 현성이 성준을 향해 달려갔다.

-파앗!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현성.

이에 한 박자 늦게 정신 차린 성준이 검을 들었다.

원래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근접전을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마법사가 근접을 유도하며 달려들 때에는?

성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그때였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현성이 자세를 잡았다.

당긴 팔꿈치.

그리고 손바닥 위로 타오르는 불꽃.

그 모습을 보고 성준이 확신했다.

‘방금 전 그 공격이다…!!’

이에 성준이 검에 힘을 주며 단숨에 아래로 내리그었다.

그런 그의 검신에는 푸른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저건…오러?’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

성준의 검신에 물든 푸른 기운을 본 현성이 주먹을 멈추고, 재빨리 몸을 틀었다.

‘…피해야 한다.’

-촤아아악!

그와 동시에 간발의 차로 성준의 검이 현성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공기를 가르는 매서운 절삭음.

곧바로 현성이 성준과 거리를 벌려 그의 검을 바라보았다.

-스으으.

그런 성준의 검에는 아직도 푸른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그 정체는 바로 오러.

검사 클래스의 대표적인 기술로 검신에 마나를 불어넣어, 절삭력과 강도를 높이는 기술이었다.

만약 현성이 주먹을 멈추지 않았으면 공격은 들어갔겠지만 그 역시 오러에 당해 무사하지 못했을 터.

현성이 작게 혀를 찼다.

“…쯧.”

동시에 성준이 그런 현성을 보고 히죽 웃었다.

그럼 그렇지.

순간 당황했지만 역시 마법사를 상대로는 근접이 맞았다.

그대로 성준이 자신의 검에 맺힌 오러를 바라보았다.

‘이것만 있으면…그 공격은 막을 수 있다!’

당장 방금 전만 해도 그랬다.

현성 그가 아무리 주먹을 내지른다고 해도 기본적인 리치차이가 있다.

이 말은 즉 오러를 계속 유지하고 검의 리치차이를 이용하면 이길 수 있다는 뜻.

성준이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흐흐, 운 좋게 한번 먹힌 공격이 다시 통할 줄 알았나보지?”

그런 성준의 말에 현성이 미간을 구겼다.

하지만 그도 잠시.

잠시 성준의 검을 바라보던 현성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오러는 위협적이네.”

그리고 다시 한 번 현성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앗!

이를 보고 성준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 치며 검을 잡았다.

전부 성준 그의 예상대로였다.

‘그래, 그 이상한 공격을 맞추려면 거리를 좁혀와야지!’

하지만 거리를 좁혀온들, 리치차이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준은 다시 검을 휘둘러 이를 막으면 그만.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곧바로 현성의 팔을 타고 불꽃이 타오르며 주먹을 내지르기 직전.

“그것도 이미 간파했다!”

성준이 확신에 가득 차 검을 휘둘렀다.

-부웅!

그 순간이었다.

현성이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간파했다고?”

돌연 현성의 주먹이 궤도를 바꿨다.

그리고 그의 주먹이 향한 곳은 다름이 아닌 성준의 검.

“그럼 막아보던지.”

그대로 현성이 그의 검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동시에 타오르던 불꽃이 오러와 마주치며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그러자 충격파가 터지며 성준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

이어서 눈앞을 잔뜩 가린 흙먼지.

이에 성준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뭐, 뭣?!”

오러가 깃든 검을 튕겨냈다.

그것도 맨 손으로.

아니 불꽃이 타오르던 그 이상한 공격 탓이 분명했다.

그가 이를 갈았다.

-으드득!

하지만 그도 잠시.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던 현성을 발견한 성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결국 무기의 리치차이는 변함없다.

검을 휘두르기만 하면 그의 공격에 맞을 리는 없었다.

‘멍청하기는…!’

그대로 성준이 튕겨나간 검을 부여잡고 현성을 향해 휘둘렀다.

-부웅!!

그리고 피어오른 흙먼지 사이.

성준이 발견한 것은 주먹을 휘두르려던 현성이 아니었다.

어느새 그의 주먹에는 불씨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주먹이 아니야?! 그럼….’

-화르륵!

오히려 불타오르는 곳은 그의 주먹이 아닌 발이었다.

이에 현성이 공중으로 도약하며 말했다.

“야. 막아봐.”

동시에 현성의 발끝을 타고 붉은 화염이 거세게 타올랐다.

그대로 그가 킥을 내지르자, 타오르는 불꽃이 허공에 붉은 궤적을 남기며 정확히 성준의 턱주가리에 꽂혔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작열 사이.

현성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에게는 이미 리치차이는 상관없었다.

현성이 주먹이 아닌 킥을 내지른 순간부터 리치차이는 극복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파이어 펀치는 주먹으로만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그 타점만 옮긴다면 어디든 가능하다.

일명 응용기.

그리고 지금.

현성의 응용기가 보란 듯이 먹혔다.

이에 웅성거리던 관객들도 잠시.

웅성거림은 빠른 속도로 환호로 바뀌었다.

-와아아아아!!

그런 환호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현성의 공격을 맞고 미동도 없던 성준의 몸이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잠시 기절한 모양이었다.

“커으으…쿨럭!”

그대로 성준이 거친 기침을 토해내며 비틀비틀 일어났다.

지끈거리는 머리.

입 안 가득한 비릿한 피 맛.

보기 흉하게 어긋난 턱.

아무래도 턱이 그대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망신창이가 된 성준이 주먹을 꾹 쥐었다.

진득한 피와 함께 흐르는 것은 오직 수치심 뿐.

그 수치심을 참다못한 성준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터걱!

이에 성준이 억지로 턱을 비틀어 어긋난 턱을 끼워 맞췄다.

그와 동시에 욱신거리는 고통이 머리를 때렸지만, 입 안 가득 느껴지는 패배의 맛에 비하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성준이 위쪽에 따로 마련된 관중석을 향해 외쳤다.

“…이, 이건 뭔가 잘못됐습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학생회와 교수진들이 앉아있는 자리.

그대로 성준이 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F급 마법사일 리 없지 않습니까!”

눈앞에 있는 현성은 도저히 F급처럼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저게 어딜 봐서 마법사인가.

근접전을 유도하며 싸우는 그의 스타일은 마법사보다는 오히려 격투계열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아예 등급조정부터 클래스까지 사전에 그가 알고 있던 정보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성준은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만 했다.

-웅성웅성.

그의 외침에 관중들 역시 대련장의 현성과 위쪽의 관중석을 번갈아보았다.

사실 관중들의 생각 또한 성준과 큰 차이는 없었다.

승패는 둘째 치고 일단 재미있으니 보고는 있었지만 확실히 현성의 모습은 F급이라 하기에도, 마법사라하기에도 이상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대로 대련이 중지되는 건 아쉬운 일이나, 학생 본인이 이의를 제기했다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그럼 이대로 대련은 끝나는 건가? 그건 아쉬운데….”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만약 정말 F급이 아니라면 이건 부정대련이잖아.”

실제로 관객들의 여론이 대부분 ‘어쩔 수 없다.’ 라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만약 성준의 이의제기처럼 등급이나 클래스가 잘못 설정되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분명 아카데미 측의 문제이자, 더 나아가 부정행위의 영역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곧 대련장의 분위기를 살핀 성준이 피식 웃으며 소리쳤다.

분위기 역시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에 지금 당장 대련을 중지하고 재조사에 들어갈 것을 요청합니다!”

그런 성준의 목소리가 대련장 가득 울려 퍼졌다.

이 정도면 교수들도 쉽사리 넘어가지 못할 터.

그리고 실제로 위쪽에 마련된 관중석에는 교수들이 뭔가 분주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대로 2분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교수 측에서 메시지가 왔다.

그렇게 메시지를 확인한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아. 아카데미 측에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어서 사회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름과 같았다.

“우선 드, 등급과 클래스에는 확실히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사전 조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아카데미 측의 메시지.

그렇다면 이것이 뜻하는 바는 단 한 가지였다.

“그럼 대련은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런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우선 첫 번째. 웅성거림과 함께 의심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

하지만 이들 역시 잠깐 수군거릴 뿐 어차피 다시 진행될 거 즐기자는 입장이 강했다.

어차피 관중들 입장에서는 대련이 중지되는 것보다는 계속 진행되는 게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을 타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카데미 측에서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재미있는 대련을 관람할 수 있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거부할 리가 없었다.

F급이 A급을 이긴다.

이 단순한 문장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더욱 더 재미있기 마련이다.

본디 이런 대련의 주 흥행요소는 ‘반전.’

그리고 지금 성준과 현성, A급과 F급의 대련에서 F급이 A급을 이기는 현성의 모습은 그야말로 반전요소 그 자체였다.

이에 가만히 서있던 현성이 히죽 웃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들었지?”

이에 반해 성준의 얼굴은 급속도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낭패다.

사실 이의제기도 이의제기였지만, 가장 큰 목적은 여기서 망신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허나 여기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다시 이의를 제기해도, 이대로 대련을 진행해도 망신을 당하는 건 똑같았다.

성준이 초조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며 검을 꽉 쥐었다.

“…제길.”

결국 성준이 어쩔 수 없이 검을 쥐고.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주먹을 풀었다.

겨우 몸이 풀렸는데 벌써부터 피날레를 장식하면 섭섭할 뻔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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