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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10화 (10/240)

010화 고인물의 육성법(4)

“…이거?”

수연의 말에 현성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마법변형.”

마법변형.

<이스페리아>의 마법사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그 단어.

게임의 설정 상 이곳에서 쓰는 마법은 전부 원형이 되는 마법이 있고, 과거의 위대한 대마법사들이 이를 변형시켜 정리한 게 지금의 마법이다.

파이어 볼은 파이어 월로.

블링크는 텔레포트로.

라이트닝 챠지는 체인 라이트닝으로.

이처럼 원형이 되는 마법의 일부 성질을 바꿔 여러 가지로 뻗어나간 게 현대의 마법체계인 것이다.

그리고 방금 현성이 한 것 역시 마법변형의 일종.

물론 현성에게 있어 <이스페리아>는 게임이기 때문에 평캔이라는 테크닉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지만 수연에게 있어서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과거 대마법사들의 경지.

말로만 들었던 그 마법변형을 직접 해내다니.

그것도 자신의 도련님이 말이다.

수연이 잔뜩 흥분한 채 현성의 어깨를 붙잡고 앞뒤로 흔들며 소리쳤다.

“꺄아아악! 도련님, 이게 무슨 일이세요! 마법변형이라니!”

“수, 수연. 잠깐만…!”

“거기다 방금 전 그 파괴력! 그리고 지금은 마법구현실패 특유의 부작용도 없는 거 같은데 맞죠? 제 말 맞죠?!”

“일단 나 좀…어, 어지러워!”

하지만 수연은 이미 현성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그녀는 한참동안 흥분에 차 역시 도련님은 언젠가 해낼 줄 알았다는 둥, 어릴 때 마법서를 바라보던 눈빛이 남달랐다는 둥 온갖 칭찬을 끌어 모으며 애정을 표했다.

‘언제는 마법에 재능이 없다면서….’

그 후로도 한참이 지날 동안.

수연은 현성의 두 손을 꼭 움켜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잔뜩 신난 강아지 같았다.

“도련님, 정말 대단해요!”

“하하…하….”

“도대체 어떻게 하신건지. 세상에!”

“그거야….”

사실 이유야 간단했다.

현성은 게임 플레이어였으니까.

물론 현성 그가 이룬 업적은 게임 상에서도 대단한 업적이었으나,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이스페리아>라는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런 건 엄두도 못 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마법사 그 양반들이 뭐가 아쉬워서 주먹질을 하겠어.’

대마법사면 이미 손짓한번이면 낙뢰가 치고 폭풍이 불며 땅을 가르는 경지에 이른 양반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이 아쉬워서 격투술을 연마했겠는가.

거기다 설정 상, 당시 대마법사들은 자신들의 마법에 대한 프라이드가 장난이 아니라, 마법을 제외한 검술이나 격투술 같은 다른 분야는 아주 개만도 못한 취급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결국 마법변형은 마법의 굴레 안에서만 이루어졌을 뿐이고, 격투와 마법을 합칠 생각은 절대 할 리가 없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말이 다르겠지만, 전에 말했듯이 힘법사는 격투와 마법, 두 분야를 마스터해야한다.

그러니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대신 마검사는 꽤 있는 편이었지. 아마?’

마검사는 어디까지나 <이스페리아> 설정 상 히든 클래스가 아닌 듀얼클래스.

힘법사처럼 격투와 마법을 접목시킨 게 아니라, 마법과 검술 중 메인을 확실히 정하고 나머지 하나를 서브로 정하고 가는 케이스다.

그렇기 때문에 힘법사보다 훨씬 쉬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현성은 마법변형을 하기 좋은 케이스였다.

‘…메인으로 삼을 게 없었으니까.’

거기다 마법의 구현도 못해봤으니 차라리 새로운 것을 습득하기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본디 원래 습관을 버리는 게 더 힘들다고.

현성은 습관들 것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좋게 말하면 새하얀 백지, 나쁘게 말하면 똥멍청이였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마법도 제대로 못해내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인물의 넘쳐나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똥멍청…아니 새하얀 백지가 합쳐지니 최고의 시너지가 발동한 셈이었다.

아무튼 이걸로 1차 목표는 달성.

“이 정도라면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할 일은 없겠어요!”

수연이 자신의 일처럼 기쁜 듯 말했다.

이에 현성 역시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현성이 몸을 풀며 입을 열었다.

“맞아. 퇴학당할 일은 없겠지. 근데 그렇다고 여기서 안심할 수는 없어.”

“네? 왜요?”

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겨우 방금 그거 한 번 했다고 힘들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예에에에?”

현성의 말에 수연이 그의 몸을 살피며 되물었다.

겨우 파이어볼 두 번이 끝이라니.

심지어 한 번은 실패했다.

허나 슬프게도 평군 스텟 3따리 현성에게는 이게 현실이었다.

그대로 현성이 휘청거리듯 쓰러지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 좀 부축….”

“도련님!”

수연이 쓰러지는 현성을 재빨리 낚아채 안았다.

이걸로 안김 당한 건 두 번째다.

앞으로 이런 일은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스텟을 키워야했다.

“…확실히 이런 몸으로는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그녀가 헝클어진 현성의 머리칼을 정리하며 싱긋 웃었다.

이에 현성 역시 어딘가 해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두 번째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스텟 성장.

그렇게 현성이 수연의 품에 안긴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몸을 추스르며 일어났다.

“도련님, 이제 괜찮아요?”

수연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이 정도면 괜찮아졌어.”

“흐응, 도련님이라면 더 안겨있어도 되는데….”

“뭐라고?”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수연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모습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먼저 올라가 있을래? 곧 따라 올라갈게.”

“네? 도련님은요?”

“대충 방금 전 감각만 기억해두려고.”

그러면서 현성이 자신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수연이 작게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세. 멋지네요. 역시 도련님이 최고에요. 그럼 전 먼저 올라가있을게요.”

“응. 알겠어.”

그렇게 수연이 먼저 올라가고 현성 혼자 남겨진 훈련장.

곧 그녀가 완전히 올라간 것을 확인한 현성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생일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잔뜩 기대한 눈빛으로 손을 비볐다.

“자, 그럼 나도 시작해볼까.”

동시에 현성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 다음 그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기사의 반지와 낡은 건틀렛.

바로 데얼런트를 쓰러트리고 얻은 전리품이었다.

-처억.

그대로 현성이 낡은 건틀렛을 집어 이리저리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건틀렛의 손등부분에 난 홈을 발견한 그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빙고.”

감각을 기억해두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핑계.

그동안 현성이 <이스페리아>를 플레이하면서 했던 평캔만 해도 수백, 수천 번이었다.

그런 그가 그 감각을 까먹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할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이제 건틀렛이 본 모습을 드러낼 시간이구만.”

낡은 건틀렛을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전에 말했듯이 ‘누군가의 낡은 건틀렛’은 겉보기에는 고철에 불과하지만, 유일하게 <이스페리아> 상에서 최강급인물이라 불리는 기사왕과 연관된 퀘스트를 진행하게 해주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현성은 바로 지금.

그 아이템의 진가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게 바로 이 기사의 반지.’

그러면서 현성이 기사의 반지를 집었다.

그대로 그가 건틀렛에 난 홈을 바라보았다.

얼핏 보면 그저 떨어져나간 고철처럼 보이는 홈.

하지만 이게 바로 아이템의 진가를 해방시킬 일종의 열쇠구멍이었다.

곧바로 현성이 건틀렛의 홈에 기사의 반지를 끼워 넣었다.

그 다음 조심스럽게 반지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끼기긱…철컥!

그러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반지가 돌아가며 건틀렛이 움직였다.

아니 겉에 있는 녹과 고철이 떨어져나간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현성이 완전히 반지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쩌저적…파아아아앗!

겉에 있던 녹과 고철이 완전히 떨어져나가며, 그 사이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이에 현성이 눈을 가렸다.

그리고 잠시 뒤.

“허어….”

현성의 눈앞에는 밝은 은색과 고급스런 금색의 장식이 섞인 건틀렛이 자리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게 방금 전 그 낡은 건틀렛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양새.

동시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업적달성 : 신화를 거머쥔]

그대로 그가 건틀렛의 정보를 살펴봤다.

[기사왕 티리카의 건틀렛]

[등급 : 신화]

설명 : 과거 기사단을 이끌었던 기사왕 티리카의 건틀렛이다. 그 어떤 무기도 그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없었으며, 그 어떤 방패도 그의 정권을 막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그의 주먹을 버틸 건틀렛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티리카는 중간계 최고의 장인 드워프들에게 특제 건틀렛의 제작을 맡겼으며, 이에 드워프들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맥인 바베론 산맥에서만 자라는 특수한 금속을 제련해 이 건틀렛을 만들어냈다.

기사왕 티리카는 이 건틀렛에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이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모든 전장을 휩쓸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특수스킬 <투신(鬪神)의 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시/비가시 모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템은 성장형 아이템입니다.

*착용 시 사용자에게 귀속됩니다.

동시에 현성의 눈앞에 떠오르는 금색의 퀘스트창.

히든 퀘스트였다.

[히든 퀘스트 : 기사왕의 길을 걷는 자.]

<기사왕 티리카의 전설을 마주한 자여, 그대는 티리카의 의지를 이을 자격을 충족하였다.>

퀘스트 내용

-스킬 : 투신의 길 사용하기. (진행 중)

발생조건 : 기사왕 티리카의 무구를 습득.

최종보상 : 티리카의 비전스킬.

*본 퀘스트는 연계 퀘스트입니다.

<이스페리아>내 존재하는 등급 중 최고등급인 신화급 아이템.

그리고 게임 내 몇 없는 성장형 무기이자, 유일하게 티리카의 비전스킬을 배울 수 있는 히든 퀘스트를 해금해주는 아이템.

이것이 바로 이 건틀렛의 진면모였다.

“하.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신화급 아이템이냐.”

그대로 현성이 건틀렛을 매만졌다.

그가 <이스페리아>를 할 때는 이벤트를 포함해 온갖 지옥을 구르며 신화급 아이템을 긁어모으고 다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의 이야기.

지금의 스텟 3따리인 그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현성의 눈앞에 신화급 아이템이 놓여있다니.

정말이지 만감이 교차하는 이 기분.

“후우….”

거기다 신화급 아이템이면 당장 경매에 올려도 못해도 수억은 받을 수 있을 터.

하지만 흠이라면 한 번 장착하면 그대로 사용자에게 귀속된다는 일명 귀속템.

현성이 떨리는 마음으로 심호흡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당장 팔았겠지.’

허나 지금은 어디까지나 <이스페리아>에 빙의한 상황.

앞으로 어떤 위기가 그를 덮칠지 몰랐으며, 끽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는 법.

그렇기 때문에 현성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 아이템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암시장에만 올려도 수억. 그리고 그 돈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앞서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우선 살고 봐야지!

결국 현성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건틀렛을 잡았다.

그리고 눈 딱 감고 재빨리 건틀렛을 자신의 손에 끼웠다.

-철컥…사르륵…!

그러자 건틀렛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현성의 손에 딱 맞게 조절되더니 부드럽게 주먹을 타고 장착되었다.

거기다 금속 같은 재질이지만 느껴지는 착용감은 그야말로 환상적.

분명히 건틀렛을 장착했음에도 불편함은커녕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현성이 자신의 팔을 매만지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나 이대로 나가면 분명 수연이 경악을 할 터.

그가 건틀렛을 빤히 바라보았다.

“비가시 모드.”

그러자 건틀렛이 팔에 녹아들 듯 흐릿해지더니 곧 완전히 투명해졌다.

가뜩이나 착용감도 없는데 보이지도 않으니 정말이지 아무런 티도 나지 않았다.

역시 신화급 아이템은 달랐다.

“…그럼 올라가볼까?”

히든 클래스 전직.

거기다 신화급 아이템까지.

오늘 얻을 건 전부 싸그리 긁어모았다.

이에 현성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카데미의 개학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아카데미 정문 앞.

그곳에는 수많은 기자들은 물론 고위직 인사들까지, 온갖 인파가 몰려들었다.

거기다 이번에는 아카데미에 신입생들까지 들어오는 날.

당연한 일이었다.

“…도련님. 빼먹은 거 없이 준비는 다 하셨죠?”

그 사이.

수연이 긴장한 듯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오늘만 해도 저 말을 몇 번이나 듣는지 모르겠다.

“응, 완벽해.”

그녀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교복.

거기다 현성의 하얀 피부와 병약한 외모가 섞여 묘한 신비함을 연출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고위 귀족가문의 자제.

허나 현실은 몰락가문의 가주.

그대로 현성이 수연에게 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다녀올게.”

현성의 인사에 수연이 긴장 가득하던 모습은 잠시 잊고, 그를 향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녀오세요. 도련님.”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현성이 당당하게 아카데미의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그를 향해 밝은 카메라 셔터세례가 쏟아졌다.

허나 현성은 당황하지 않고 처음 그대로, 기품을 유지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처억.

그렇게 그가 아카데미의 정문에 발을 내딛는 순간.

본격적인 현성의 아카데미 생존기가 시작되었다.

게임 속 삼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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