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앨버그 왕국을 다스렸던 알기어스 왕의 목을 베고,
그 자리를 차지한 자는 ‘투로의 왕’ 카르낙 발투만.
벌레만도 못한 신분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행복은 거세되어 박탈당했다. 대신 그의 마음에 자리한 것은 앨버그인들에 대한 증오와 끝없는 복수뿐.
카르낙의 미천한 태생과 냉혹한 지배를 이유로
앨버그 왕국은 끊임없는 반란과 봉기에 휩싸이고 만다.
왕좌의 정당성을 위해 고귀한 혈통이 필요해진 그는 오래전 앨버그 왕국을 떠난 왕의 사생아, 파니릴리를 찾아 정략결혼을 서두르는데….
“제가 이곳에서 폐하의 아내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면, 그렇다면… 저를 다시 그라타로 보내 주실 수 있는지요?”
눈처럼 새하얀 백금발에 은빛 눈동자.
분명 증오해야 할 핏줄이건만 카르낙은 그녀를 놓고 싶지가 않다.
가장 비천하고 위대한 왕 카르낙과 가장 고귀하지만 가장 낮은 곳에 머물고 싶은 여인 파니릴리.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