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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발 아래 은빛 눈-159화 (159/231)

159화

그가 규칙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동작은 릴리를 채우는 것 같으면서도 애를 태웠다. 조바심이 나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는데 카르낙이 입술을 부딪쳐 왔다.

릴리는 눈을 질끈 감고 그것을 기꺼이 제 안으로 맞이했다. 그의 혀는 육감적으로 그녀의 입 안을 뒤적거렸다. 릴리는 제 혀를 거기에 비비고 기꺼이 그의 입술을 빨았다. 그러자 카르낙은 혀뿌리에 힘을 주어 더 강하게 그녀의 입 안을 헤집었다. 농염한 것을 탐하느라 몸이 달았다. 온몸의 근육들이 팽창을 거듭하며 부풀어 올랐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둔부의 움직임 또한 바빠졌다. 척추를 따라 기립근과 광배근이 선명하게 솟아올랐다.

릴리의 신음 소리는 곧 애걸로 변했다. 그녀는 재촉하듯 카르낙의 움직임에 맞춰 제 허리를 옴짝거렸다.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섬광처럼 쾌락이 반짝였다.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 쾌감을 조금 더 오래, 더 많이 느끼고, 지속하고 싶다는 육욕이 치솟았다.

카르낙은 제 어금니를 사리물고 두 손으로 릴리의 허리를 쥐었다. 그러자 릴리는 그의 목에서 손을 풀어 뒤를 짚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풀을 움켜쥐고 허리를 돌렸다. 이 편이 더 움직이기 편했고, 자극도 더 강했다. 카르낙이 ‘헉’ 하는 소리를 내며 턱을 쳐들었다. 그녀의 구멍이 저를 뿌리째 삼키려 드는 감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거야.”

카르낙은 혼이 나간 듯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신음했다. 릴리는 자신의 남편을 어떻게 해야 황홀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안다니. 이 얼마나 훌륭한 아내인가. 카르낙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신음하고, 웃고, 미간을 찌푸리고, 제 허리를 움직이고, 동시에 릴리의 허리를 잡은 두 손을 움직이느라 바쁘면서도 모든 것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완벽하게 작동되었다. 그 움직임은 저를 기쁘게 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도 기쁘게 했다. 릴리의 작고 예쁜 내부가 부풀어 조여 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릴리와의 섹스는 그가 느끼고 경험해 온 것 중 가장 완벽한 원리와 작용일 수밖에 없었다.

카르낙은 고개를 떨구고 릴리의 가랑이 사이에 제 것이 드나드는 적나라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음란하다 못해 더러는 흉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모습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그라면,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는지도 몰랐다. 두꺼운 제 몸의 일부분이 단단하게 일어서다 못해 핏발을 세우며 달아올라 있다면 말이다.

한편으로는 저의 것이 그녀의 안을 가르고 들어가는 장면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하였고, 이런 것을 기꺼이 받아 품고 기뻐해 주는 그녀의 몸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기도 했다.

엄지에 침을 발라 그녀의 클리토리스 위에 얹었다.

“아응!”

릴리가 기뻐 비명을 질렀다. 그러곤 움찔 허리를 떨더니 다시 무게를 싣고 몸을 움직였다.

“그거야, 릴리.”

내 것을 이용해. 너만의 장난감으로 만들어. 네가 원할 때, 언제든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마음껏 가지고 노는 거야.

“날 범해 줘.”

쾌락에 비명을 지를 때까지 날 범해. 네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계속, 계속, 계속해서. 카르낙이 그녀를 종용했다. 제 엄지에 그녀가 스스로 클리토리스를 비비며 자신만의 절정을 찾아가도록 끊임없이. 제 꺼끌꺼끌한 손끝에 붉고 예쁜 것이 점점 더 꼿꼿하게 기립하며 부풀었다.

“으으… 응….”

릴리가 제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곧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버렸다. 기대와 흥분으로 카르낙의 표정 또한 그와 같이 고조되었다.

“그래, 그거야. 그거야.”

릴리가 가슴을 들썩였다. 둥글고 농염한 젖가슴이 쏟아질 듯 출렁거렸다. 카르낙은 몸을 숙여 그녀의 가슴을 탐했다. 핥고 빨다가, 유두를 잘근 물었다.

“아흐윽!”

동시에 릴리가 길게 목을 빼며 울었다. 무너지려는 것을 카르낙이 팔을 둘러 받쳤다. 숨을 멈춘 채 물에 빠진 이처럼 허우적거리다가 이내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부르르르, 그녀가 절정에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카르낙은 기쁨에 환하게 웃었다.

“잘했어, 릴리. 아주 잘했어.”

카르낙은 소리 내어 그녀를 칭찬하고 몸에서 열기가 빠져나가기 전에 재빠르게 추삽질을 해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움츠러든 릴리의 좁은 내벽이 말간 액체를 내뿜은 그의 것을 조였다.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렀다. 몇 번 더 잔허릿짓을 하고 카르낙은 그녀에게서 물러났다. 주르륵, 액체가 새어 웅덩이로 떨어졌다.

그것을 보고 카르낙은 떠나기 전, 포드 가족을 위해 새 웅덩이를 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내내 카르낙은 릴리의 손을 붙잡고 걸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록 지금 가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릴리가 제 곁에 있으니 더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만일 무언가를 원한다면 그것은 전부 릴리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리라.

“칼.”

하염없이 손깍지를 끼고 걷는데 릴리가 그의 손을 당기며 걸음을 멈추었다. 불안한 시선이 닿아 있는 곳으로 그도 눈을 돌리니 포드 부부의 집 앞에 열댓 명도 더 되는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포드 부인은 두 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무엇엔가 화를 내고 있었다. 길란은 그런 아내를 말리기 위해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고, 매짐은 팔짱을 낀 채 딱딱하게 그 모습을 주시했다. 분명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

탄식하듯 카르낙은 짧게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일까요? 보아하니 포드 부부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

엘버그인의 본성을 뼈에 사무칠 정도로 잘 알고 있는 그는 결국 일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성이 맑고 바른 릴리가 저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포드 부부의 집에 쳐들어온 것은 수타르였다. 그는 성격이 불같고 거칠기로 유명하였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사람은 저뿐 아니라 이 마을 모든 사람의 생명을 구했잖아요! 안 그래요? 네?”

자미에 포드는 카르낙 덕에 목숨을 부지한 푸줏간 모녀에게 큰 소리로 되물었다.

남편을 잃은 푸줏간의 모녀는 검은 상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들은 파리하게 질린 안색으로 서로를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가장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다시 새로운 가장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딸의 어린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나이가 많고 볼품없는 홀아비를 푸줏간의 주인으로 맞아야 하니 어쩌면 이리 넋을 놓은 게 당연하리라.

게다가, 그 홀아비가 수타르라면 더더욱 그랬다. 아이를 낳다가 아이와 함께 요절해 버린 수타르의 아내는 그 당시 나이가 열아홉이었다. 그 이후 두 번의 결혼을 더 하였으나 두 아내 모두 병으로 죽었다. 그와 혼인한 모든 여인들의 운명이 그러할진대 다음은 어떠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 수타르가 결혼을 하겠다고, 푸줏간을 책임지겠다며 나섰다. 그럼에도 그 혼인에 대해 반대하지 못한 것은 불같은 수타르의 역정을 감당할 수 있는 자가 마을에 아무도 없는 까닭이었다.

물론 여기 포드 내외는 제외해야 했다. 자미에 포드는 유일하게 그에게 바른말을 할 줄 아는 괄괄한 여인이었지만, 그녀는 마을에서 동떨어진 대장간에 사는 탓에 산달을 얼마 남기지 않은 임부들을 돌보는 것을 제외하면 마을의 일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모두 당연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해야지요! 이렇게 떼거리로 몰려와 협박을 할 것이 아니라!”

말을 하면 할수록 더 화가 나 자미에의 언성은 계속해서 높아졌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제 목숨을 걸고 사람을 살려 놨더니만! 물에 빠진 것을 구했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란 심보가 아닌가!

자미에의 고성에 사람들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수타르는 지지 않으려 더 목소리를 높였다.

“협박이라니! 협박이라니! 그럼, 생판 얼굴도 모르는 웬 신원 미상의 사내가 나타나 푸줏간에서 사람들을 도륙했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 있으란 말이오?”

“이스바가 도륙 낸 이들은 무장을 한 채 탈영한 군인들이었어! 그치들에게 마을의 치료사와 푸줏간의 주인을 잃었다고! 아직 살아 있다면 다음엔 누구 차례였을 것 같아!?”

“어쨌든 당신은 아니었겠지! 자미에 포드! 생긴 걸 보아하니 길란과 비슷하게 생겼던데, 분명하게 말해 봐! 그놈 당신 남편의 사생아 아닌가!?”

“…이… 감히… 감히 누구를 모욕해?”

남편을 모욕하다니! 자미에 포드는 참을 수가 없어 손톱을 바짝 세우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보다 못한 매짐이 얼른 어머니의 허리를 잡아 수타르에게서 떼어 놨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진정해요!”

“이거 놔! 이 형편없는 겁쟁이들!! 군인들이 푸줏간을 차지하고 앉아서 술이나 퍼마실 때는 시궁창의 쥐들처럼 집 안에 웅크리고 오들오들 떨던 것들이! 이제 목숨 부지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기세등등해져서는! 부끄러움도 도리도 모르는 한심한 멍청이들 같으니!”

“여보.”

길란이 아내를 만류했다. 그러나 자미에는 남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심보를 못되게 써먹으니 결혼하는 족족 아내들이 견디질 못하고 다 황천길행이지!”

“어머니.”

“자미에.”

적잖게 심한 말이긴 한 모양이었다. 수타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더니 당장에라도 주먹을 휘두를 듯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다.

“이, 이 여편네가!”

악을 쓰며 앞으로 발을 내딛자 보다 못한 마을 사내들이 그를 붙잡으며 말렸다.

“이봐, 이봐. 수타르, 진정해. 진정하라니까.”

“이것 놔! 저 여편네의 뚫린 주둥이를 내가 확, 다 꿰매 버릴 테니까!”

그러자 자미에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래! 꿰매! 꿰매 봐! 바느질도 못 하는 놈이 어디 한번 꿰매 보라고! 그러면 난 네 놈의 입을 대장간의 인두로 지져 버릴 테니까!”

“저! 저! 저 미친 여편네가!”

“제발 그만들 하세요, 좀!”

“다들 진정 좀 해! 수타르! 그만해! 포드 부인이 자네 처들을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돌봤나! 자네의 애들을 받아 준 것도 다 그녀인데, 이러면 안 되지.”

“지극정성은 무슨!! 개떡같이 돌봤으니 모두 다 죽어 자빠졌지! 한 년이라도 살려 놨으면 지금 내가 이 꼬락서니겠어?”

“지가 말려 죽여 놓고 어디서 남 탓을 해!!! 이 거지 같은 놈!”

자미에는 회까닥 눈을 뒤집고 빽빽 소리 질렀다.

“어머니, 제발 좀…!”

이쯤 되니 수타르도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뭐? 거지, 거지 같은 놈? 말려 죽여? 이년을 내가!”

그때였다. 카르낙이 홀연히 나타나 자미에의 앞을 가로막았다. 갑작스레 제 면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수타르는 일순 멈칫했다.

좀 전의 노기는 갑작스레 끊기고 아연한 얼굴이 되어 시선을 위로 들었다. 그러고는 버러지를 쳐다보듯 저를 내려다보는 카르낙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주춤, 뒤로 물러섰다. 수타르뿐 아니라 마을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했다. 내내 흐느끼던 푸줏간의 모녀의 울음소리도 순간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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