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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발 아래 은빛 눈-120화 (120/231)

120화

릴리는 ‘흑’ 하는 소리를 내며 번쩍 눈을 떴다. 삽시간에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다. 간지럽고 야릇한 기분이 들어 잠결에 몸을 이리저리 뒤틀다가 카르낙이 제 몸을 가르고 들어오는 감각에 퍼뜩 정신이 든 것이다.

“좋은 아침이야, 릴리”

그러곤 그는 기둥 끝까지 릴리의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것은 아주 매끄럽게 질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그녀의 육체만은 남편을 받아들일 준비를 완전히 마친 것이다. 혼몽한 가운데 느껴지던 그 묘한 감각들은 카르낙의 손길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했다.

릴리는 빠듯함에 허리를 들었다. 어느새 반쯤 벗겨져 있는 슈미즈 밖으로 풍만한 가슴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카르낙이 한동안 핥고 빤 탓에 유륜과 유두 주위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카르낙은 그녀의 입술을 찾아 입을 맞출 수 있도록 그녀의 턱을 잡아 이끌었다.

한쪽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가득 쥐고, 그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조금 물러섰다가 골반이 딱 닿을 때까지 밀었다.

“아응….”

릴리는 신음하며 제 가슴을 쥔 카르낙의 커다란 손을 움켜잡았다. 제 안에 담은 그의 것이 벅차 그녀는 가쁜 숨을 토했다. 카르낙이 입을 맞추고, 혀로 그녀의 입 안을 들쑤셨다. 단 한 줌의 숨결이라도 남김없이 먹어 치울 기세였다.

매번 이런 식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는 자신의 아래에서 릴리를 잠들게 하고, 자신의 아래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는 릴리의 보드라운 피부를 맛보고, 그녀의 몸이 주는 희열에 취하는 것이 좋았다.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기분 좋고 짜릿한 일이었다. 또한, 해도 해도 지루하거나 질리는 법이 없었으며,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카르낙은 자신이 느끼는 이 감미로운 쾌락을 그녀에게도 전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구멍이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그의 것을 얼마나 부드럽고 따듯하게 품어 주는지, 그리하여 그를 얼마나 안정시키고 흥분시키며, 또 불가항력으로 만드는지.

늘 그것을 전하지 못해 애가 탔다. 자신의 아래에서 그녀가 신음을 내지를 때면 카르낙은 그것이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쾌락 때문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늘 그것을 알아내려 유심히 그녀를 살피고는 하지만 그 전에 쾌감에 제 꼭지가 먼저 돌아 버리고 만다.

언제쯤 이 행위에 진력이 날까. 언제쯤이면 릴리의 얼굴에 저와 같은 쾌락이 깃드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까. 그것을 보기 위해 밤낮 이 짓을 해야 한다면 그것을 핑계로 기꺼이 할 수 있었다. 파니릴리가 버텨 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는 릴리의 귓불을 빨며 추삽질을 계속했다. 퍽, 퍽 접합부에서 물기 어린 충돌 소리가 났다. 그럴 때마다 릴리는 저항할 수 없는 짜릿함에 카르낙의 목에 매달려 신음을 내질렀다. 마치 발밑이 허공에 뜬 듯 아찔해 밀부가 꿰뚫릴 때마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다.

횟수가 잦아질수록 고통과 아픔이 아닌 짜릿함을 느끼는 자신의 육체가 신기했다. 카르낙이 제 위에 올라타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아랫도리는 열렬하게 반응했다. 흥건하게 젖어 부드럽게 그를 안으로 맞이했다. 그럴 때면 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놀랍고 신기하여 전율이 일었다. 그를 온몸으로 껴안고 매달려 생전 내 본 적 없는 소리를 뱉고야 만다. 행위가 끝나면 부끄러움에 고개를 파묻을지언정 그에게 매달릴 때는 부끄러움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그를 끌어안고 더 맞닿으려 안간힘을 쓸 따름이었다.

릴리는 카르낙의 허리에 허벅지를 감았다. 등 뒤에 발목을 교차해 힘껏 당기자 이번엔 카르낙이 ‘윽’ 하고 이 물린 소리를 내었다. 그는 움찔 콧잔등을 찌푸리고 어금니를 물었다.

“아. 어, 잠, 잠깐.”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릴리. 그녀가 허벅지에 힘을 주면 질구가 좁아 들었다. 그러면 그는 빠듯하다 못해 제 양물이 죄어드는 감각을 느꼈다. 흥분으로 팽창해 있거나 사정 직후 예민해질 때면 그 감각은 짐짓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카르낙은 제 목에 두른 릴리의 손을 풀었다. 그녀를 바닥에 짓누르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카르낙의 허리를 따라 릴리의 다리와 둔부가 들렸다.

“그만! 릴리!”

카르낙이 추삽질을 계속하며 애걸했다. 아윽, 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그는 더듬더듬 제 등 뒤로 손을 돌려 릴리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는 짐승이 그르릉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간신히 릴리의 발목을 제 허리께에서 풀어냈다. 동시에 질구에서 쏜살같이 제 양물을 빼내 버렸다. 릴리는 흐트러진 얼굴로 열기가 오른 눈동자를 반쯤 감은 채 헐떡댔다. 카르낙은 그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난잡하고 또한 아름답다 생각했다.

“…칼.”

릴리가 반쯤 잠겨 쉰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카르낙은 그것에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는 릴리의 두 무릎을 잡아 짓누르며 다시 그녀의 질구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번엔 움직일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듯 그녀의 다리를 단단히 쥔 채였다.

릴리가 헐떡이며 턱을 들었다. 절로 다리가 오므라들고 사타구니가 뭉치며 경련하였다. 카르낙은 제 어금니를 물고 버티며 추삽질을 했다. 그녀의 붉은 속살이 탱탱하게 부풀어 윤기가 흘렀다. 군침이 돌았다. 분명 실컷 맛보았다 생각하였건만 그것으로 충분치 않은 모양이었다. 카르낙은 제 양물을 질구에서 빼내고 조급한 동작으로 몸을 숙여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제 얼굴을 묻었다.

“아!”

릴리가 허리를 뒤틀었다. 본능적으로 무릎을 붙이려는 것을 카르낙이 막아 다시 양옆으로 벌렸다. 고개를 들어 제 남편이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핥는 것을 보고 그녀는 신음을 참기 위해 손등을 물었다. 눈앞이 흐릿하고, 시야는 형체를 분간할 수 없이 혼탁하였다.

카르낙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속속들이 핥았다. 빨아 당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빨고, 핥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핥았다. 그러다 도독하게 튀어나온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빨고 핥은 뒤 조심스레 이로 긁었다. 릴리가 몸을 움찔 떨며 그의 새까만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는 릴리의 몸짓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픈 것인지 아니면 기쁜 것인지 알고 싶어 카르낙은 한 번 더 그녀의 도도록한 살결을 이로 긁었다.

릴리는 ‘아윽!’ 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골반을 치켜들었다. 벗어나려는 듯한 행동은 아니었다. 부르르 떠는 그녀의 질구에서는 더 많은 체액이 왈칵 흘러나왔다.

“아아. 릴리….”

카르낙은 그것이 황홀하여 탄성을 내질렀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는 것은 정말이지 즐거웠다. 그는 릴리가 좋아하는 부분을 혀로 꾹 눌러 쓸고 비비고 빨고 긁기를 반복했다. 강하게. 약하게. 진득이. 간지럽히듯 가볍게. 릴리의 복부가 신음으로 부풀었다 흐윽, 소리를 내며 홀쭉해졌다.

그럴 때마다 젖가슴 아래 갈비뼈가 도드라졌다. 카르낙은 혀를 움직이며 손으로 그녀의 실루엣을 마음껏 음미했다. 흘러내린 풍만한 젖가슴, 그 아래 갈비뼈를 긁고 낭창한 허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릴리가 참을 수 없다고 도리질을 하며 호흡조차 제대로 뱉어 내지 못할 때쯤 카르낙은 단번에 그녀의 안을 가르고 들어갔다.

“아앗!”

단 한 번의 교접으로 릴리는 허리를 튕기며 비명을 질렀다. 완벽한 절정이었다. 부르르, 몸이 떨리며 그녀가 몸을 옹송그렸다. 딱딱하게 굳은 근육들이 질벽을 조였다. 카르낙은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안에 사정을 하고 그 긴 여운을 즐길 동안 그의 이마와 콧등으로 흘러내린 땀방울이 릴리의 편편한 배 위에 툭. 툭 떨어졌다.

참으로 완벽한 아침이었다. 카르낙은 깊은 만족감을 느끼며 제 아래 늘어져 있는 릴리의 잔머리를 쓸어 올리고 반듯한 이마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릴리는 기진맥진한 채로 제 남편의 품에 파고들었다. 다시 노곤해진 모양이었다. 카르낙은 아내의 어깨를 어르며 그녀가 다시 잠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릴리가 깊은 잠에 빠진 후에야 조심스레 옷을 챙겨 입고 침실에서 빠져나왔다.

울퍼와 고프리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겋게 부은 울퍼의 왼쪽 뺨이 자못 유쾌하여 카르낙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릴리가 진심으로 화가 나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사람을 패는지 이제는 잘 알게 되었다. 저것에 비하면 지난날 릴리에게 맞은 제 뺨은 가려운 축에도 들지 못할 것이다.

“좋은 아침이다. 울퍼”

“국왕 폐하.”

고프리가 예를 갖춰 그에게 인사를 한 뒤 공손히 의자를 빼 주었다. 카르낙은 자리에 앉으며 빵을 하나 들고 우적우적 씹었다. 그리고 더욱 자세히 울퍼의 얼굴을 관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꽤나 잘 어울리네. 자국이 아주 선명한 것이.”

“…….”

울퍼는 침통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하긴 입을 열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터. 그것이 더 우스워 카르낙은 결국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내 아내는 상냥하여 누군가에게 손찌검을 하는 일이 드물다. 그러니 영광으로 알아라, 울퍼. 너는 발투만 왕비에게 얻어맞은 몇 안 되는 사내가 될 테니 말이야.”

마지못해 울퍼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침통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행색이었다. 그것은 고프리도 마찬가지였다. 분하고 억울하나 발투만 왕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치욕적으로 느껴졌다.

특히나 고프리는 대대로 멀루아의 영주를 섬겨 온 명망 있는 집안의 차남이었다. 그런 그가 한순간 멀루아의 주인과 제 아비 그리고 형을 한꺼번에 잃고, 팔자에도 없는 벙어리를 영주라 모시는 것도 모자라 근본 없는 왕에게 능멸당하는 것을 눈 뜨고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수치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나마 천치 같은 울퍼가 이만큼 구색이라도 갖추고 사는 것은 전적으로 고프리 자신의 덕이었다. 자신이 없다면 울퍼는 벙어리일 뿐만 아니라 눈뜬장님과 다름이 없다. 그런 그를 욕보이는 것은 단지 울퍼만 욕보이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울퍼를 가르치고 이끌어 온 자신을 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네놈이 엘버그인들을 증오하고 능멸하길 바라 놓고 이제 와 아내를 내세워 그것을 단죄하는 척하다니. 멀루아 비렁뱅이 놈들이 발투만을 찬양하니 마치 네놈이 엘버그의 진정한 왕이라고 찬양받는 것 같던가? 그저 건장하게 타고나 믿을 것이라고는 체력과 운뿐인 놈이.

이제 와 아내와 짝짜꿍하여 멀루아를 들쑤시고, 울퍼와 나를 짓누르려 해? 그렇게 왕 나부랭이 노릇을 한다고 네놈이 정말 엘버그의 왕이라도 된 것 같은가? 너나, 이 벙어리 놈이나 천하고 비루하긴 마찬가지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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