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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발 아래 은빛 눈-103화 (103/231)

103화

“아!”

릴리는 참다못해 신음을 내질렀다.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끝난 것 같았는데. 분명 사정을 했는데. 사정을 하고 나면 양물은 부피가 줄어들고 다시 그것을 키우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분명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사정을 끝내고도 그의 것은 줄어든 것 같지가 않았다. 제 안에 들어온 것은 분명 여전히 단단하게 팽창해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사정을 한 것이 아닌 건가? 그럼 제 사타구니를 타고 흐르던 것은 누구 건데? 설마 내 것? 그럴 리가. 갑자기 그렇게 많은 것을 저가 흥건하게 흘릴 리가 없다. 릴리가 고개를 들어 제 사타구니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그의 크고 단단한 것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젖은 기둥이 매끄러운 빛을 냈다. 카르낙이 그녀의 귓불을 빨기 시작했다.

그의 뜨거운 숨소리에 귓가가 녹아내릴 것 같았다. 아마도 맹렬한 탐구심이나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릴리는 제 남편과 맞물린 아랫도리에 손을 댔다. 아내의 손가락이 페니스 기둥에 닿자 그는 움찔 미간을 떨고 시선을 내렸다.

“…….”

릴리는 말없이 흐르는 체액을 확인했다. 허벅지까지 적실 정도로 흥건하게 무엇인가 흐른 것은 분명한데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색이나 향을 확인하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그렇다고 맛을 확인하기엔… 그의 것에서 무슨 맛이 나는지 모른다!

“…뭐 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돼?”

카르낙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골몰하는 그녀의 표정이 궁금했다.

“확인을 좀 했어요….”

“무슨 확인?”

“…….”

릴리는 다만 그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카르낙은 조금 후에야 다시 물었다.

“…뭔데?”

“폐하의 것에선 무슨 맛이 나요?”

내 것? 내 어떤 것…? 설마 내… 내 다리 사이에 달린 거? 그는 힐긋 제 아래를 바라보고 물었다.

“내 것 말이야?”

“네. 그거요.”

“…….”

몰라. 알 리가 없잖아. 그게 무슨 맛이 나는지 알게 뭐란 말인가. 내 것은 물론 다른 놈의 거시기 따위에서 무슨 맛이 나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졌다.

릴리가 상체를 일으키며 그를 뒤로 밀었다. 엉덩이를 물리자 그의 것이 릴리의 질구에서 툭 빠져나왔다. ‘앗’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허무한 기분이 드는데 릴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꿇으며 눈을 빛냈다.

“한번 해 볼게요.”

“뭘.”

“무슨 맛이 나는지 확인해 볼게요.”

농담도 참. 카르낙은 푸, 하고 짧게 웃음을 흘렸다. 별로 그런 장난을 할 기분이 아니라고 대꾸하려는데 릴리가 별안간 머리카락을 귓바퀴에 걸고 학구열에 눈을 반짝이며 그의 페니스를 꽉 잡았다.

“자, 잠깐!”

카르낙이 황급히 숙이려는 릴리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녀가 눈을 들었다.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보였다.

“왜요? 안 돼요?”

“어….”

아. 어. 음.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입에 들어가기엔…. 내 것은 지나치게 흉물스럽고 그녀의 입술은 지나치게 예쁜 데다가 또 작아서 무리였다. 별로 그녀의 입안에 욱여넣고 싶지 않았다.

아니, 하고 싶은가. 그녀의 혀가 제 아랫도리에 닿는 생각만 해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정말 황홀할 것 같지만 그래도 안 될 것 같다. 아니야. 그래. 아니지. 감히 어떻게 그런 짓을. 어차피 다 담지도 못할 텐데…. 하지만 그냥 가볍게 거기에 입만 맞춰 주면 정말…. 아니야. 하지 마. 그런 상상은 하지 마. 물론 끝내주는 광경이겠지만 감히 어떻게.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무으어….”

말을 다 마치지도 못했는데 맥없는 신음 소리에 끊겼다. 물론 자신이 낸 신음 소리였다. 어느새 릴리는 몸을 숙인 채 그의 선단에 입술을 댄 것이다. 누군가 그의 복부를 강타한 것처럼 등이 굽었다. 털이 삐죽 설 정도로 짜릿한 한편 나약하고 무방비한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뭐… 뭐 하… 으어….”

릴리가 혀를 내밀어 선단을 핥는 바람에 다시 말을 끝내지 못했다. 이젠 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혀가 제 페니스에 닿는 것을 보며 머릿속이 하얗게 날아가 버렸다.

“리… 릴리.”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제 입술을 물었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몰라 이젠. 모르겠다. 저항하기엔 감촉이 너무 황홀했다. 그는 제 아랫도리를 그녀에게 내어 줬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카르낙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음했다. 호흡이 가빠지자 입술이 말랐다. 흉곽과 복부가 함께 부풀었다가 함께 내려앉았다.

릴리는 그의 선단을 할짝거렸다. 처음엔 아무 맛도 나지 않다가 몇 번 더 핥고 나니 짭조름한 맛이 났다. 언뜻 피 맛 같기도 했다. 릴리는 사내의 것을 그토록 가까이서 본 일이 없었다.

제 손이나 혹은 제 안으로 들어온 그것을 느껴본 적은 있어도 카르낙의 것을 이토록 자세히 본 것은 처음 이었다. 그리고 설마 이것이 보면 볼수록 먹음직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행길에 오른 것은 얼마나 잘한 일인지. 릴리는 그의 선단에 맺혀 있는 꼭 이슬방울 같은 것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러자 카르낙이 엉덩이를 들며 으, 하고 신음했다. 그의 호흡이 더욱 가빠졌다. 릴리는 고개를 들어 카르낙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낯빛이 붉고 목과 이마에 핏줄이 솟아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꼭 울기 직전의 얼굴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분출 직전의 얼굴인가? 그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하라고 하는 것인지 혹은 다른 것을 해달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가 무척 흥분해 있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를 더 흥분시킬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녀는 카르낙의 낮빛을 살피며 제 입 안으로 천천히 그의 것을 머금었다.

제 귀두가 밀려 들어가는 것을 보는 카르낙의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었다. 치대고 싶은 것을 참느라 바닥을 디딘 그의 발끝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귀두의 끝까지 그녀의 입 안으로 사라지자 카르낙은 다시 신음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의 툭 튀어나온 목울대가 꺽, 삼키는 소리와 함께 움직였다.

릴리는 자신의 행위에 도취되었다. 짜릿한 열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의 선단을 입안에 머금었다가 뱉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카르낙은 신음했다. 자칫 괴로워 보이기도 했다.

“릴리….”

아내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음성이 억눌려 있었다. 어금니를 문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 좀 더. 조금만 더 릴리. 그녀가 조금만 더 제 것을 물어 주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조금 더 깊이. 카르낙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짓쳐 올렸다.

‘컥!’ 하고 릴리가 구역질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안!”

카르낙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사과했다. 목젖을 치는 바람에 구역질이 나왔고 그 바람에 주르륵 침이 흘렀다.

“괜찮아?”

카르낙이 물었다. 릴리는 제 입가를 닦아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괜찮아요.”

릴리가 다시 귓바퀴에 머리카락을 걸고 몸을 숙였다. 카르낙은 난처했다.

“릴리. 이제 됐어. 그만해도 돼.”

이러다 또 흥분에 못 이겨 그녀의 목구멍에 제 것을 쑤셔 넣을 것만 같다. 그러다 숨이라도 막히면 어쩌나 두려웠다.

“아직 다 못 했는데요.”

”…….”

어디까지 하려는 건지 대충 짐작은 갔다. 카르낙은 그녀의 손이 제 페니스 기둥을 잡도록 이끌었다. 그러고는 반대쪽 손도 마찬가지로 이끌었다.

“이쪽 손도. 잡아. 릴리.”

카르낙의 페니스가 양손에 빠듯하게 감겼다. 됐어. 이러면 그녀의 입속에 제 것을 욱여넣으려 해도 들어가지 않겠지. 그는 마른 혀를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이제. 해.”

릴리가 고개를 숙여 그의 것을 입안에 넣었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며 제 입술을 꾹 물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나풀거리는 것을 손아귀에 휘감았다. 그러고 나서는 작정을 하고 허리를 퉁겼다. 릴리는 잔뜩 인상을 썼다. 그의 페니스를 잡고 있는 것은 분명 자신인데 뜻대로 하는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카르낙이었다. 제지해 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맘대로 되지 않았다. 그에게 머리채가 잡혔고 입안으로는 계속해서 그의 것이 물렸다. 물러날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단어 대신 ‘억’, ‘억’ 하는 소리만 났다. 제 입이 자신의 질구 대신이 된 것 같았다. 정신이 멍했다.

카르낙이 중얼거렸다. 다 됐어. 이제 다 됐어. 허릿짓이 힘차졌다. 밀려오는 세기와 속도에 겁을 먹은 릴리가 그의 것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으읏!”

하고 그가 움직임을 멈췄다. 잔떨림이 일기 시작했고 조금 후에 울컥, 하고 릴리의 입안으로 무엇인가가 쏟아졌다.

“…….”

릴리는 눈만 깜빡일 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것이 입안에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놀랍다 못 해 경황이 없을 지경이었다.

스르륵, 하고 머리채를 쥔 카르낙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벽돌같이 단단하던 허벅지 근육이 이완되고 그의 엉덩이가 차분히 시트 위에 내려앉았다. 더불어 그의 뒤통수도 침대 위로 툭 떨어졌다.

그의 배와 가슴팍이 땀으로 흥건했다. 릴리는 제 입속에 있는 것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꿀꺽 삼켜 버렸다. 그러고 난 뒤에는 쩝쩝 입맛을 다셨다. 이게 무슨 맛이람.

“원하던 대로 되었어?”

그가 숨을 고르며 물었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눈을 감은 채였다.

“네. 뭐.”

뭐라고 정의해야 좋을지 모를 맛이지만 어쨌든.

“일단은요.”

“잘됐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릴리의 몸은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갈무리하지 못한 아랫도리를 가르고 단단하고 매끄러운 것이 밀려 들어왔다. 릴리는 저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카르낙이 입술을 부딪치고 혀로 그녀의 입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곳도 말이다. 그녀의 입이 벌어진 것은 카르낙이 입을 맞춰 와서가 아니었다. 입은 벌어져 있었고 그 안으로 카르낙이 혀를 넣었다고 해야 맞았다.

그가 허리를 짓쳐 올리는 순간 릴리는 설마 하던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윽.”

하고 신음이 흐름과 동시에 볼 한쪽에 경련이 일었다.

세상에.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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