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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발 아래 은빛 눈-74화 (74/231)

74화

“아윽! 칼! 아… 아파! 아파요!”

릴리가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천천히 가르고 들어오던 카르낙이 안 되겠는지 단번에 제 것을 뿌리까지 처넣었다.

“하악!”

릴리가 까무러칠 듯 비명을 지르며 턱을 치켜들었다. 아파, 너무 아파, 불에 덴 듯 아랫도리가 욱신거렸다. 아파요, 칼. 너무 아파… 마른 장작처럼 뻣뻣해진 몸으로 릴리가 흐느꼈다.

카르낙이 식은땀에 절어 있는 릴리의 이마를 쓸고 눈물로 뒤범벅이 된 그녀의 뺨과 턱을 핥았다. 짜고 신 맛이 났다. 접 붙은 곳에서 맥박이 뛰었다. 릴리의 구멍에 처박힌 양물이 펌프질을 했다. 카르낙이 릴리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파묻은 채 허리를 움직이자 릴리는 펄쩍 몸을 튕기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아! 아파!”

어떡하지. 릴리가 연신 비명을 지르자 카르낙은 달칵 겁이 났다.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멋대로 움직였다. 허리는 사정을 봐주지 않고 릴리를 짓쳐 올렸다.

“아앗! 아파!”

릴 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양물은 다시 한번 추삽질하며 빠져나와 구멍을 쑤시고 들어갔다.

“아파요! 칼!”

그녀는 흐느끼며 몸부림쳤다. 저를 밀치고 빠져나가려는 것 같았다. 카르낙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허리가 마음대로 움직였다. 밀면 미는 대로 가느다란 몸은 위로 밀려 올라갔다. 그러다 침대 헤드에 쿵쿵 은백색 머리가 충돌했다.

카르낙은 릴리의 허리를 잡아 방향을 바꾸었다. 릴리의 몸은 사선으로 눕혀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카르낙의 충돌은 멈추지 않았다. 시트가 엉망으로 구겨지고 비틀렸다. 릴리가 시트를 움켜쥐고 자꾸만 몸을 비틀었다. 빠져나가려는 것을 카르낙이 잡아 다시 끌어왔다. 선단까지 빠져나왔던 양물이 다시 구멍에 처박혔다.

“아흑! 아파! 그만! 칼! 그만해요! 제발요!”

릴리가 애원했다. 그만두고 싶어. 그만두고 싶은데….

“아… 안 돼, 릴리.”

곤란하다. 당황한 와중에도 숨은 헐떡거리고 희열에 신음은 새어 나왔다. 구멍을 들락거리는 제 것을 보는데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조절이 되지 않았다.

“이게, 이게 마… 마음대로, 마음대로… 안 돼…. 아….”

쉰 목소리가 났다. 짓쳐 올리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왜, 왜 이러지, 릴리는 제 아래에서 울고 있는데 그래서 마음이 아픈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아… 너무 좋아.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다.

그가 밀고 들어올 때마다 부딪치는 골반이 얼얼하다가 이내 골까지 울려 댔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아파서 계속 눈물이 났다. 그가 계속해서 쑤시고 들어왔다 빠져나갔다가 다음번엔 더 강하게 쑤셨다. 계속해서 몸이 위로 밀렸다. 올라가다 올라가다 이내 등에 닿는 것이 없어졌다.

“칼, 그만! 잠깐만요! 아앗! 아, 떠, 떨어… 떨어져요! 아윽!”

릴리가 팔을 뻗어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카르낙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사람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짐승처럼 헐떡거리며 허릿짓을 할 뿐이었다.

“칼!”

버둥거리다가 기어코 허리가 꺾였다. 중심이 무너지며 릴리의 몸이 쿵, 뒤통수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느 순간 양물이 들락거리던 구멍이 그것을 뱉어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르낙이 재빨리 그것의 허리를 붙잡아 다시 양물을 쑤셔 넣었다.

하지만 또 제 것을 뱉어 냈다. 그러더니 침대 아래로 완전히 낙하해 버렸다. 다시 들어 올려 자세를 바로 하고 양물을 집어넣을 여유가 없었다. 헝클어진 시트와 얽힌 채 바닥으로 떨어지는 여체를 따라 그도 기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더니 기어코 다리를 벌리고 구멍을 찾아 제 것을 넣었다.

“아흑! 칼!”

릴리가 바닥을 긁으며 신음하자 카르낙이 잔뜩 달아오른 목소리로 애원했다.

“조금만… 릴리…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더. 미안해. 조금만 더 할게. 카르낙이 어르듯 그녀의 가슴을 빨았다. 별로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만 더 달아오르는 행위가 아닌가. 고통에 무뎌진 것일까, 아니면 그만하라고 애원하는 것에 진이 빠진 것일까.

릴리는 더는 그만하라거나 멈추라거나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고양된 감정을 이기지 못해 흐느낄 뿐이었다. 그녀는 흐린 눈을 들어 카르낙을 보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고 넋이 나간 얼굴이 붉었다. 이마와 목울대에 핏줄이 솟아 있었다. 터질 듯 부푼 입술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계속해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짐승 같은 행위일진대 가만히 들여다보는 그의 얼굴이 연약하고 천진해 보였다.

“칼….”

릴리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응.”

하고 헐떡이는 와중에도 카르낙은 대답했다. 그러자 릴리가 물었다.

“좋아요?”

아이를 잉태하기 위한 행위임은 안다. 그러나 로리아나는 그것에 더해 이 행위는 그 어떤 것보다 더 사내에게 강렬한 쾌감과 기쁨을 선사한다고 했다. 그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 로리아나를 불렀다. 일부러 사내를 기쁘게 해 주는 여인을 찾았다. 그러니 그가 좋아했으면 좋겠다. 기뻐했으면.

카르낙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릴리… 아… 너무, 너무 좋아.”

단단한 팔로 릴리의 몸을 힘껏 껴안고 신음했다. 품에서 도망치려 열심히던 릴리가 그제야 제 목을 꼭 끌어안았다. 카르낙은 무아지경 속에 빠졌다. 숨결은 더욱 가빠졌다.

“아… 흐… 아, 릴리….”

고양감이 단단하게 뭉쳤다. 더 참고 싶은데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찍이 이런 기분은 매양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더러운 욕구가 더러운 것을 뱉어 낸다는 혐오감이 그를 절망에 빠뜨리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괜찮은 거다. 이대로 괜찮다.

“릴리….”

카르낙이 다급하게 릴리를 찾아 헐떡였다.

“나… 아, 이제….”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뭐라고 해야 적절할까. 어딘가 저급하지 않고 천박하지 않은 표현이 분명 있을 거다. 분명 있을 테지만 염병할. 몰라. 모르겠다.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고상한 단어 따위 배운 적이 없다.

쌀 거 같아. 카르낙이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더 조급하게 허릿짓을 해 댔다. 가느다란 몸이 충돌에 못 이겨 덜컥덜컥 위아래로 흔들렸다. 릴리가 그의 목에 매달렸다. 그가 쳐올릴 때마다 제 몸이 부서져 조각나 버릴 것 같아 릴리는 그를 꽉 안았다.

“아흑!”

하는 소리를 내며 카르낙이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 골반이 징- 하고 울렸다. 카르낙은 제 양물을 끝까지 쑤셔 넣고는 더 우겨 넣을 듯 몸을 비벼 댔다.

카르낙은 헐떡거리며 아주 천천히 릴리의 몸 위로 무너졌다. 그가 얼굴을 파묻은 목덜미에 더운 숨이 뭉개졌다. 릴리는 어르듯 숨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는 남편의 젖은 등을 매만졌다. 제 아래를 찢고 뭉개던 것이 조금씩 부피를 줄여 가고 있었다. 어정쩡한 이물감에 릴리는 엉덩이를 조였다.

“아윽.”

하고 카르낙이 신음했다. 응? 뭐지? 호기심이 생겨 릴리는 한 번 더 엉덩이를 조였다. 카르낙이 움찔 떨며 ‘아야’ 하고 앓는 소리를 했다.

“아파, 릴리. 조이지 마.”

“…아….”

아, 그렇구나.

“아, 윽, 릴리.”

이번엔 정말 고의가 아니었다.

“일부로 그러는 게 아니라… 자꾸 힘이 들어가요.”

카르낙은 인상을 찌푸리고 천천히 릴리의 질구에서 제 성기를 빼냈다. 조이는 것을 나오자니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났다.

카르낙의 양물이 빠져나가자 왈칵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 릴리는 지레 겁을 먹고 사타구니를 붙였다. 그럼에도 엉덩이 골을 타고 뜨거운 것이 바닥으로 흘렀다.

“아, 자꾸 뭐가 나오는 것 같아요… 피, 피인가 봐요.”

카르낙이 바짝 오그린 그녀의 엉덩이 아래를 살피며 말했다.

“아니야, 릴리. 피가 아니라 내 거야.”

그제야 릴리는 몸을 일으켜 제 다리 사이를 확인했다. 하얀색의 불투명한 점액이 제 다리 사이에서 흘러 양탄자를 적셨다. 카르낙이 아내의 뺨에 달라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주며 물었다.

“괜찮아?”

생각보다 통증이 오래가진 않았다. 행위가 끝나고 카르낙이 물러나자 타는 듯한 작열감은 희미해졌다. 대신 제 고간에 남은 것은 간지럽히는 듯한 떨림과 미약한 열기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카르낙의 아내가 되었다는 안도감이었다. 릴리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카르낙은 엉망이 된 침대와 꼬리처럼 이어져 바닥에까지 끌려 내려와 있는 시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는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또한 어째서 릴리와 자신이 침대에서 바닥까지 굴러왔는지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기억나는 거라곤 제 양물을 릴리의 구멍에 넣었을 때 지독히도 좋았다는 것. 그다음엔 그저 황홀함뿐이었다. 몸도, 마음도 그 느낌에 완전히 사로잡혀 다른 것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 황홀함을 떠올리니 다시금 오금이 저리며 사타구니로 피가 몰렸다.

성기가 다시 반쯤 일어서 있었다. 안 돼. 지금은 안 된다고. 눈치도 없는 물건이 또 부피를 키우고 있다. 카르낙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을 입었다.

“기다려, 릴리.”

그러고는 시녀들이 가져다 놓은 물그릇에 보드라운 천을 적셨다. 릴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벅지를 붙이고 일어서자 아랫도리가 쿡 쑤시듯 쓰렸다. 그녀는 엉거주춤하게 몸을 일으키고 다소 엉성하게 침대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다시 시트 위에 엉덩이를 대는데 다시 한번 찌릿하고 찟겨진 곳에 통증이 일었다. 아파…. 그녀는 끙 하고 신음하며 눈가를 떨었다.

“많이 아파?”

카르낙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앞에 앉았다. 원래 아프다고 했다. 살이 찢기니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릴리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닦아 줄게.”

하며 카르낙이 릴리의 무릎을 잡았다. 무슨 뜻인지 눈치챈 릴리가 소스라치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폐하. 이런 것은 제가 해야 하는 겁니다. 폐하의 몸을 닦아 주진 못할망정, 어떻게 감히….”

“제대로 걷지도 못하잖아.”

“그건 원래….”

“처음 사내와 잠자리를 하면 최소한 삼 일은 아프다더군. 로리아나가 그랬어.”

카르낙의 입에서 로리아나의 이름을 들을 줄은 몰랐다. 릴리는 당황하여 되물었다.

“좋은 스승은 공유해야지, 릴리.”

마치 핀잔을 주듯 하는 말이 짓궂었다. 붉게 달아오른 볼이 더 붉어졌다. 카르낙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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