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발 아래 은빛 눈-70화 (70/231)

70화

신음 소리도 명치를 맞은 듯 거칠고 가쁘게 냈다. 혀로 그것을 간지럽히듯 핥다가 그는 그것을 입술에 머금고 살며시 빨아 보았다.

“아흣!”

그러자 릴리가 울며 몸을 뒤틀었다. 카르낙은 혀로 갈라진 부분을 길게 핥아 보았다. 다시 그 맛이 났다. 카르낙은 ‘으음’ 하며 음미하는 소리를 내고 그것을 남김없이 핥아 먹었다. 그러다 그 맛이 사라지면 다시 살점을 입에 머금고 빨았다.

그러면 다시 그 맛이 났다. 핥고 빨수록 그녀의 도드라진 살점이 부풀었다. 딱딱하게 굳었던 것이 더 도드라지며 말랑하게 변했다. 하염없이 부드러워지기만 했다.

“칼, 그만… 아흑…. 아. 안 돼.”

릴리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러나 안 된다는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허리는 스스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활처럼 유연하게 휘었다가 들리며 제 스스로 카르낙의 입술에 가랑이를 비비고 있는 것이다.

“칼, 그만해, 아… 그만해…. 으응… 제발… 아….”

“싫은데.”

카르낙은 계속해서 그녀의 것을 핥았다. 핥으며 반질반질해진 것을 눈으로 한 번 보았다가 다시 핥았다. 릴리는 곧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헐떡였다. 마치 아까 전 릴리의 손에 양물이 잡힌 채 껄떡껄떡 넘어가던 자신과 같았다.

과연 침을 바르라던 루이스의 말은 대단히 적절한 정답이었다. 아무 경험이 없어도 릴리가 쾌감에 몸을 떨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 자신과 비슷한 희열을 느낀다는 것도 말이다. 카르낙은 그 메커니즘을 이해했다.

기분이 좋으면 릴리의 여기는 자극적인 맛이 났다. 끈적하고 음란하여 자꾸 맛보고 싶어지는 것이 흘렀다. 릴리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복부가 홀쭉해졌다 부풀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제 골반 아래를 보았다. 카르낙이 거기에 코를 박고 완전히 자리 잡은 채 제 들썩이는 가슴과 붉어진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또한 제 골반이 멋대로 움직이며 그에게 치대고 있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낯설고 부끄러워 자괴감마저 느껴졌다.

“아, 어떡해… 아, 멋대로… 흐윽… 허리가 멋대로….”

왜 이러지. 왜 이게 멋대로 움직이지, 왜 이게 통제가 안 되지? 내 몸인데, 내 건데, 왜 내 맘대로 조절이 안 되지. 그가 혀로 눅진하게 그녀의 것을 핥아 올렸다. 그의 혀끝에 점성을 띤 액체가 길게 늘어졌다. 그것을 보는데 정말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아앗! 안 돼! 안 돼요! 아으….!”

“맛있어.”

카르낙이 아이 같은 눈으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정말 기절초풍할 일이다. 이제 정말로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부끄러워서인지 아니면 너무 열이 나서인지 알 수 없었다.

“정말이야. 맛있어.”

그에게 손이 잡히지만 않았다면 두 귀와 두 눈을 모두 막았으리라.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가 주는 대로 쾌감을 느끼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에게 보여야 했다. 숨이 껄떡거렸다. 발끝에서부터 찌릿한 무언가가 그녀의 몸을 서서히 꿰기 시작했다.

“아… 칼….”

아파… 아니, 간지러워. 아니, 아파. 발끝부터 지끈거렸다. 참을 수 없어서 허리를 이리저리 뒤틀고 도리질을 했다. 눈앞이 흐렸다. 헐떡임을 넘어서 이젠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지끈함이 다리를 지나 한곳으로 몰렸다. 카르낙이 살점을 입 안에 머금고 빨았다. 그곳이 예리하게 일어섰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카르낙이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

릴리가 턱을 들며 허우적댔다.

“카… 칼!”

그녀는 더듬거리며 카르낙을 불렀다. 안 돼, 안 돼, 어떡해! 손끝에서부터, 정수리에서부터, 벌어진 입에서부터, 발끝에서부터 지끈거리는 느낌이 고이고, 고이고, 또 고였다.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모, 못 참겠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비명처럼 내뱉자 마침내 모든 것이 폭발했다. 제 신음이 아주 아스라이 들렸다. 눈앞이 아찔하게 바랬다.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가 부르르 떨었다. 스프링이 달린 듯 온몸이 멋대로 수축했다가 이리저리 튕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전력 질주를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처럼 사지가 침대에 무겁게 늘어졌다. 순간 모든 감각이 명멸한 것 같았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자아도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러나 카르낙의 혀가 제 아래를 핥고 빨아들이면 그 순간 간헐적으로 몸을 떨고, 신음을 할 뿐이었다. 한 것도 없는데 진이 빠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쉬고 싶었다. 한숨 푹 자고 싶었다. 안식을 취해야만 할 것 같았다.

릴리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울컥, 울컥 점액질이 흘렀다. 사지를 부르르 떨며 늘어질 때 왈칵 쏟아지더니 침대를 적실 만큼 흥건해졌다. 카르낙은 릴리의 가랑이를 더 벌리고 그것이 그녀의 하얀 엉덩이를 타고 시트를 적시는 것을 보며 기뻐했다.

이윽고 그는 손에 그것을 적셔 그녀의 사타구니에 부드럽게 펴 발랐다. 감촉이 매우 좋았다. 굉장해. 그는 아이처럼 신이 나 꿀을 바른 듯 매끄럽게 윤이 나는 그녀의 사타구니를 매만졌다. 이제 충분한 것 같았다. 이제 두 번째 일을 할 차례였다. 충분히 침을 발랐고, 원하는 만큼 그녀를 맛보았으니 이제 사내를 받는 구멍에 잔뜩 부풀어 오른 자신의 양물을 넣어야 할 때였다.

카르낙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것을 벌려 보았다. 미끄러워 손가락이 자꾸만 엇나갔다. 다시 집을 때마다 릴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카르낙은 릴리의 몸에서 열기가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아랫도리는 이미 붉어진 채 한껏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고 만지면 좋아하기보다 아파하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디야 이거. 구멍이 대체 어딨는 거야. 카르낙은 그녀의 작은 우주를 열심히 관찰했다. 손가락으로 매만져 보고 벌려 보았으나 어디에도 제 것이 들어갈 만한 구멍은 없었다. 카르낙은 음핵을 집었다. 릴리가 ‘흑’ 하는 소리를 내며 허벅지를 오므리려 했다. 카르낙이 재빨리 그것을 저지했다.

이건 구멍이 아니다. 그럼 이건가? 아니, 이건가? 아닌데? 뭐야. 어딨어? 사내를 받는 구멍이 어디에 있어? 그녀의 아랫도리에 구멍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항문을 빼고는 하나도 없었다. 카르낙은 당황했다. 뭐야. 어딨어! 구멍!

카르낙은 제 부푼 아랫도리를 힐끗 바라보았다. 곤란하다. 더없이 곤란했다. 이걸 어쩌지. 이대로 끝낼 수는 없는데.

“릴리.”

카르낙이 몸을 일으켜 쌕쌕거리며 호흡을 고르는 릴리의 뺨을 매만졌다. 그녀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그래도 반응은 보였다. 그의 손길을 따라 얼굴을 기울였다. 카르낙은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괜찮아?”

그가 묻자 릴리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나른하고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카르낙이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비볐다. 그녀는 식어 가고 있지만 자신은 여전히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릴리의 아랫입술을 빨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뜨거운 저의 체액이 그녀의 점막과 혀를 적셨다.

단단하게 부푼 그의 것이 릴리의 음모와 가랑이 사이에 닿았다. 몸을 겹치고 체중을 싣자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카르낙은 뜨겁게 숨을 토했다. 그는 그대로 허리를 움직여 그의 것을 릴리의 가랑이 사이에 비볐다. 점액질로 젖어 있어 느낌이 무척 좋았다. 음핵에 그의 것이 스칠 때마다 릴리는 신음을 흘리며 허벅지를 죄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써야 했다. 카르낙은 그녀의 목덜미를 핥고 귓불을 빨며 열심히 제 몸을 치댔다. 다행스럽게도 릴리가 제 어깨를 안으며 반응해 주었다. 그는 짐승처럼 씨근덕거리며 속도를 붙였다. 비비는 힘과 빠르기가 점점 세졌다.

잇새로 카르낙이 신음을 토했다. 질끈 눈을 감고 경주마처럼 자신을 몰아붙이다가 ‘흐윽!’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잠시 후 울컥, 울컥, 그의 선단 끝에서 뽀얗고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릴리의 배를 적셨다. 배출의 여운이 남은 그의 허리가 몇 번이고 잘게 움직이더니 이내 멈추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는 숨을 고르고 릴리에게서 천천히 몸을 떼어 냈다. 릴리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카르낙이 침대 발치에서 마른 헝겊을 가져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릴리의 배 위에서 정액을 깨끗이 닦아 내고 제 배와 성기에 묻은 것도 닦아 냈다. 그러고는 말려 올라간 릴리의 슈미즈를 다시 단정하게 내려 주고 자신의 흐트러진 가운도 다시 동여맸다.

“포도주?”

카르낙이 몸을 일으켜 탁자로 향하며 물었다. 릴리는 침대에 파묻힌 채 고개를 저었다. 온몸이 나른하여 그저 쉬고만 싶었다.

카르낙은 잔에 넘치도록 술을 따르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살며시 돌아보자 릴리는 슬금슬금 기어 베개를 벤 채 이불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몸이 무겁고 피곤해 보였다. 카르낙은 곁에 앉아 흐트러진 백금발 머리를 쓸어 주었다. 발갛게 물든 볼이 잘 여문 열매처럼 예뻤다. 릴리가 몽롱한 눈을 게슴츠레 깜빡이며 말했다.

“조금… 쉬고 싶어요.”

그러고는 베개에 머리를 더 깊이 파묻었다.

카르낙은 조금 더 하고 싶었다. 다시 그녀의 것을 맛보고 싶기도 했고 다시 그녀의 젖가슴을 매만지고 키스하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히 그녀를 안고 싶었다.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해결할 일이 있지. 그러니 그사이에 잠시 릴리를 쉬게 해 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카르낙은 릴리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밖으로 나가 살며시 문을 닫고 콧바람을 잔뜩 씨근덕대며 뒤를 돌아보았다.

“루이스!”

카르낙이 언성을 높이자 근위병이 움찔 놀라 재빨리 카르낙에게 다가왔다.

“그놈 어딨어?”

“…그, 루이스 경은 아까… 서, 성 밖으로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폐하.”

로아나인지 뭔지 하는 여자를 데리러 갔다가 아직까지 안 오고 있단 말이지? 지금 이쪽은 한시가 급한데! 제 맘대로 아무 소리나 대충 지껄여 놨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