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그는 커다란 손으로 릴리의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의 귓불을 빨았다. 릴리는 더운 숨을 토하며 그의 어깨를 안았다. 간지러운 동시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 절로 몸이 떨렸다.
카르낙은 슈미즈 자락을 더 밀어 올리고 하얗게 드러난 릴리의 가슴을 번갈아 주무르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말캉한 젖가슴의 움직임을 보았다. 그러다 엄지손톱으로 뾰족이 선 젖꼭지를 긁었다. 릴리가 ‘아읏’ 소리를 내며 손등을 물었다. 카르낙은 그녀의 젖꼭지를 한 번 빨아 보고는 가슴에서 배꼽, 그 아래까지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간질거리면서도 찌릿한 느낌에 릴리는 제 손톱을 씹으며 신음을 삼켰다.
릴리의 몸에는 체모가 별로 없었다. 있다 하여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새하얀 피부와 구분할 수 없는 밝은 은백색의 체모였다. 카르낙은 그녀의 배꼽 아래를 한참 지나 그 아래에 있는 릴리의 체모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릴리가 다리를 오므리고 싶은지 허벅지에 더 힘을 주었다. 그러나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에 구멍이 있단 말이지? 카르낙의 아랫도리는 이미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것은 다시금 저를 만져서 싸게 해 달라고 난리였다. 제 아랫도리는 그럴지언정 카르낙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것을 원했다.
릴리의 신음 소리. 릴리가 저에게 해 줬듯 저도 그녀를 그렇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루이스가 일러 준 대로 여자의 구멍에 넣어 보고 싶었다. 그게 릴리를 기분 좋게 해 준다면 꼭 해 보고 싶었다. 카르낙은 침을 삼키고 벌어진 릴리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넣었다.
카르낙의 손가락이 제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자 릴리가 ‘힉’ 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킴과 동시에 그의 팔뚝을 잡았다. 붉게 달아오른 릴리의 얼굴을 바로 보았지만 이미 그의 손은 둔덕의 사이로 파고든 후였다.
“…뭐….”
카르낙이 미간을 구기며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음절을 내뱉었다. 그것은 언어라기보다 신음에 가까웠다. 릴리의 가랑이 사이가 매끈했다. 처음엔 그저 피부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매끈함은 릴리의 피부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미끄덩거리는 점액질 같은 게 그의 손끝을 적시고 있는 것이다.
“릴리?”
카르낙은 이상하고도 놀라운 그 감촉이 궁금하였다. 혹시 그녀라면 알까. 자신의 몸이니 말이다.
“이게 뭐야?”
그가 물었다. 그러면서도 젖은 손가락을 계속해서 점액질에 문질러 대 릴리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손톱을 문 채 도리질했다.
모른다고? 그렇다면…. 카르낙은 그녀의 두 무릎을 잡아 양옆으로 벌렸다. 그렇다면 제 눈으로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 했다. 파니릴리가 헉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칼!”
릴리는 버둥대며 ‘잠시만, 잠시만요!’ 하고 카르낙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지만 카르낙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의 허벅지를 감아 제 쪽으로 더 당겼다.
“잘 안 보여.”
이유는 그게 다였다. 사타구니 사이가 잘 안 보여서 그녀의 하체를 제 쪽으로 더 당겨 무릎이 더 접히도록 했다. 그 바람에 카르낙의 손을 놓쳐 버린 채 릴리의 상체는 뒤로 휙 넘어갔다. 카르낙은 다시 릴리의 무릎을 잡고 양옆으로 벌렸다.
아. 좋아. 이제 좀 나아졌네. 성에 찰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것을 제대로 보려면 태양이 환히 떠 있는 낮이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촛불 아래에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버둥거리는 릴리의 상체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릴리의 벌어진 사타구니 아래만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모양새. 꽤 많은 곳들을 다니며 꽤 많은 것들을 보아 왔지만 그 어떤 것도 이것과 닮은 것은 없었다.
제 아래에 달린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완전히 달랐다. 릴리의 것은 더 깊고 은밀하며 복잡하고 훨씬 더 정교해 보였다. 카르낙은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눈처럼 하얀 피부 아래의 붉은 빛을 띤 속살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그래서 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예뻐. 릴리….”
그리고 붉어진 얼굴로 울상을 지으며 까득까득 손톱만 씹고 있는 릴리를 보았다. 곤란하여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저를 거부하지 않는 모양새가 사랑스러워 그는 방긋 웃었다.
“정말이야. 마음에 들어.”
이런 건 뭐라고 대답해야 좋은 걸까. 릴리는 도저히 상황에 맞는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얼굴이 예쁘다고 칭찬을 받거나 마음씨가 예쁘다고 칭찬을 받을 때처럼 ‘고맙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얌전히 그에게 순종하는 것뿐이었다. 제 알몸, 그 아래에 자신도 잘 보지 못하던 은밀한 부위까지 모두 보인 채로 말이다.
카르낙이 릴리의 가랑이 사이를 손끝으로 훑었다. 릴리가 ‘흑’ 소리를 내며 잡히지 않은 한쪽 다리를 오므려 붙이려 했다. 카르낙이 다시금 그것을 잡아 힘주어 벌렸다. 릴리가 다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제 사타구니를 가리며 도리질했다.
“왜?”
카르낙이 아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릴리는 정말 울고 싶었다.
“…너무 부끄러워서….”
“괜찮아. 내가 할게.”
카르낙은 아까 릴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고대로 되돌려 주었다. 릴리는 원망스럽다는 듯 울상을 하고는 칭얼거렸다.
“하지만 너무 오래 쳐다보십니다….”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그렇게 오래 쳐다볼 만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릴리는 가랑이를 벌리고 있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도 조금은 헤아려 주었으면 했다.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말이다. 카르낙은 어르듯 말을 덧붙였다.
“네 것을 보게 해 주면 너도 내 것을 마음껏 보게 해 줄게. 물론 네가 원한다면.”
“…….”
그래. 그건 좀 궁금하다. 하지만 사내의 경우는 이렇게 다리를 활짝 벌리지 않아도 보이지 않았던가. …아니, 벌리면 또 볼만한 게 나올까? 그녀의 마음처럼 그녀의 동공도 왔다 갔다 흔들렸다.
“보고 싶다. 네 다리 사이를 좀 더 보게 해 다오.”
카르낙이 애원하며 속삭였다. 입꼬리에 웃음기가 배어 있는 것을 보니 저를 놀리는 것 같기도 한데 마음이 살살 녹았다.
“그 예쁜 것을 보게 해 다오, 릴리. 응?”
아아. 안 돼. 못 이기겠다. 릴리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털썩 누우며 제 가랑이 사이에서 손을 치웠다. ‘이젠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하며 팔로 눈을 가리는데 카르낙이 ‘아아’ 하고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건 좋은 거야. 보고서 무섭고 흉측하다며 비명을 지르고 뛰쳐나가는 것보다야 열 배, 백 배, 천 배, 만 배는 나았다. 어쨌든 예뻐하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 예쁘다고 생각하니까 보는 거고, 예쁘다고 생각하니까 만지는 거고, 예쁘다고 생각하니까 거기에 입술을…? 뭐? 입술?
릴리가 번쩍 머리를 들었다. 카르낙의 얼굴이 제 사타구니 사이에 있었다. 그의 코끝이 제 음모와 맞닿아 있는 것이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보였다.
“칼!”
릴리는 혼비백산하며 허벅지에 힘을 주어 조이고는 그의 머리통을 밀어냈다. 카르낙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웅얼거렸다.
“숨 막혀, 릴리.”
한 음절 한 음절 내뱉을 때마다 그의 더운 숨결이 느껴졌다. 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흑, 하고 또 신음이 났다. 정신이 없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본의 아니게 정말 그를 허벅지 사이에서 질식사시킬까 겁이 난 릴리는 애써 다리에서 힘을 풀었다. 자꾸 힘이 들어가려는 것을 막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카르낙은 릴리의 다리 사이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느슨해진 사이 릴리의 양손을 꽉 잡아채고 더 깊게 얼굴을 묻었다.
“꺄아아악!” 하고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었다.
“칼!”
릴리는 다시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엉덩이를 들썩이며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뿐. 어떻게 해도 그의 얼굴을 거기서 밀어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무력한 저항이 카르낙을 더 즐겁게 해 주는 것만 같았다. 깍지 껴 잡은 두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아무리 해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만해요! 그만….”
하다가 카르낙이 혀로 제 가랑이 사이를 핥자,
“아….”
하는 신음이 흘렀다. 안 돼, 카… 아… 카알…. 아응, 그만… 하아…. 아흣, 아… 기분 좋아…. 아… 안 돼! 정신 차려! 아으…. 이러면 안 되는 걸 아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안 되는데…아… 그는 엘버그의 왕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아… 왕은… 이러면… 아흣….
“카알….”
어느새 목소리가 젖어 들어 비음이 섞였다. 그의 혀에 온몸이 녹아 들어갔다. 그가 흠뻑 젖은 곳을 핥으며 말했다.
“이곳에… 할짝, 침을 발라야… 할짝, 한댔어.”
“아…? 아응… 흑… 칼… 아….”
“릴리… 네 것에서… 할짝, 맛이 나, 할짝.”
아아. 어떡해. 정말 울고 싶다. 아예 기절을 하든가. 그러면 그가 하는 말을 듣지도 못하겠지. 그러면 이렇게 이상해지는 자신을 견디지 않아도 될 텐데. 이렇게 속절없이 무방비하게 느끼며 부끄러워하지도 않을 텐데.
카르낙은 계속해서 그녀의 가랑이를 핥았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그는 입맛을 다셨다. 이건 무슨 맛이지? 지금껏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맛이었다. 짠 것 같기도 하고, 신 것 같기도 하고, 단 것 같기도 했다.
생소한 맛이지만 계속 맛보고 싶었다. 카르낙은 혀를 세워 아주 세밀하게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핥았다. 제 새끼손가락보다 작게 솟아 있는 것을 혀끝으로 매만지자 릴리가 부르르 떨며 엉덩이를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