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1)작가 후기입니다. (장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셨던 모든 소중한 독자님들께 인사를 올리고자 합니다.
오늘로서, 「기억상실에 걸린 마녀를 주워버렸다」라는 작품은 완결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완결을 낼 때마다 느끼는 것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완결을 낸다는 것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에는 실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끝을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떠한 소설을 최초의 플롯대로 끝까지 쓸 수 있었다함은, 비교적 순탄함을 유지한 채 마무리를 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이 글을 보아주시는 많은 독자님들이 크나큰 반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1월 16일부터 시작했던 이 글이, 대략 반 년 간의 여정 끝에 200화를 끝으로 완결이 났습니다. 이 글의 연재를 시작할 때 대충 200화 즈음에서 완결이 나겠다, 라고 어림짐작을 했었지만 생각이 이렇게나 잘 들어맞는다면 조금은 기쁘기까지 합니다. 중간에 여의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연중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다면 더더욱 그러하고 말입니다.
기억상실에 걸린 마녀를 주워버렸다, 약칭 기억상실마녀라는 작품은 제게 있어 참으로 많은 감회를 안겨다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참 많은 후회와 반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잘 썼더라면, 이 부분의 전개를 이런 식으로 전개하지 않았더라면, 이 부분의 설정을 조금은 바꾸었더라면... 등등 말입니다.
조금 구차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기억상실마녀라는 작품을 구상하였을 당시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구상하였던 최초의 서사는, 다름 아닌 ‘미저리’로부터 영감을 받았습니다. 어떠한 부분이 유사한지는 아마 모든 독자님들이 인지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그와 관련된 자세한 코멘트는 생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미저리’에서 파생된 부분은 껍데기만 남기고 전부 수정을 하거나 혹은 계획된 에피소드의 상당수를 쳐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앙카와 관련된 앞부분을 통째로 수정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비앙카가 자신의 사랑을 위해 카인을 끝까지 기만한다면, 그 둘의 끝은 필연적으로 불행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최초에 구성되어 있던 서사를 포기하고, 하나의 장치였던 회귀를 통해 각각의 여인들에게 상징성과 이야기를 부여하고자 하였습니다.
비앙카는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여인입니다. 그녀는 카인과의 추억을 통해 구원 받았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와 이어진 적이 없었죠. 그렇기에 비앙카는 어떤 의미로 보자면 과거의 속에서 살고 있는 여인입니다. 자신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있는 그대로 완성시키기 위해 현재의 그를 갈구합니다.
아이리스는 현재를 살아가는 여인입니다. 또한 그녀는 카인의 검술 스승이기도 합니다. 그녀 또한 회귀 전의 일로 인해 그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비앙카처럼 과거에 집착을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카인이라는 사람 그 자체에 매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현재를 살아가고, 지금 이 순간 그와 함께하기를 바라기에 어느 누구보다 그에게 먼저 다가가는 적극성을 보이는 여인입니다.
아리엘은 미래를 살아가는 여인입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그들은 결혼을 하였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아리엘은 그것이 과거이자 미래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집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와 함께하는 행복한 미래야말로, 자신이 꿈꾸었던 미래였으니 말입니다.
키리에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중심인물이자 동시에 조언자 역할을 맡은 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마땅히 악역이 없는 이 소설에서 악역을 맡아야만 한 불운한 여인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키리에가 악역을 맡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악역을 하나 출연시킬까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초반부에는 그를 위해 여러 가지 복선을 뿌려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개연성이 엉망이 되더군요. 전투력으로 따지자면 가장 강한 것이 아리아이며, 다른 여인들 4명이 모이면 그런 아리아와 맞먹을 수가 있는데 이제 와 다른 악역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사실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힘이 있는데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번 생에 갑자기 튀어나와 카인의 앞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개연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키리에에게 정말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다못해 일러스트도 주지 못하고 소설이 끝나버리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아리아는, 이야기의 끝에 최종적으로 서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행동으로 보자면 당당해 보이지만, 실은 어느 누구보다 위기를 타개해 줄 영웅을 기다리는 여성상을 염두에 두고 조형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또한 「테스」나 「주홍글씨」의 헤스터와 같이 핍박받고 고통 받는 여인을 함께 그려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를 구성을 하며, 저는 나름대로 많은 욕심을 부렸습니다. 아리아나 키리에 같은 여인들이 단순한 이야기의 장치이자 부속품으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정말로 살아서 숨을 쉬는 것만 같은 입체적인 사람을 그려내고자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입체적 요소를 넣어보았습니다. 캐릭터에 인위적으로 호불호 요소를 일부러 넣었으며, 그 끝에 캐릭터들이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고 정신적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보고자 하였습니다. 과연 그것이 제 뜻대로 잘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독자님들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방향성을 지닌 캐릭터로 받아들이신 것인지는 저 또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그러한 의도를 바라며 글을 써 내려 갔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에 생명을 불어 넣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오롯이 독자님들의 몫이니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제게 있어 참으로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았다는 것밖에 이야기를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후반부 내내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정말로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건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원래대로 플롯을 되돌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에 대해 말입니다.
반응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반응을 살펴보는 것 또한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라라는 캐릭터가 불쾌하다는 감상을 보았고, 거기서 많이 흔들렸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제 소설이 다른 누군가에게 불쾌함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날 공지를 올렸던 이후, 앞부분을 차근차근 수정하고 있었으며 수정에 대한 단락도 어느 정도 가늠이 잡힌 상태입니다.
1. 사라가 루시안과 결혼이 아닌 약혼을 하였다는 사실로 변경 시킬 생각입니다.
2. 그녀가 다른 남자와 접촉했었다는 묘사를 일괄 삭제할 생각입니다. 그와 더불어, 이와 연결되어 있는 부분들 또한 전부 수정이 이루어질 계획입니다.
3. 회귀 전, 카인을 향한 사라의 심리묘사와 그에서 비롯된 그녀의 행동 또한 부분적으로 수정이 들어갈 계획입니다.
수정에 들어갈 부분을 헤아려보니 대략 50화 정도는 내용이 변경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에 따라 수정에도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습니다. 빠르면 내일 전부 수정을 마칠 수 있겠지만, 길게 걸리면 넉넉잡아 일주일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수정을 전부 마친다면, 그 사실을 공지로 작성하고 이 작품을 완결 탭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완결 칸에 있지 않을 예정이니, 제가 결코 게으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두고 싶습니다 ㅠㅠ
지금까지 보아온 내용에 대해 갑작스레 수정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 독자님들께 미리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그저 제 자기만족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먼 훗날 어느 독자님께서 ‘기억상실마녀’라는 작품을 돌이켜 볼 때, 즐거웠던 하나의 여정처럼 생각되고자 하는 저의 헛된 발버둥이라 생각을 해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실 외전을 쓰고 싶었습니다. 특히 연재 과정 속에서 아리아를 비롯한 여인들의 19금 장면을 삽입하고 싶다는 약속을 드렸었기에 그런 내용으로 19금 외전을 작성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른 작품들이 본편이 끝나고, 등장인물들의 행복한 모습을 외전으로 그려내듯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죄송스럽게도 현재의 제 건강 상태가 정말로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완결을 내고자 하는 일념으로 열심히 달려오긴 했는데, 눈의 상태는 십여일 전과 비교해서 전혀 호전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소견으로는 아무리 못해도 두 달 정도는 오른쪽 눈에게 휴식을 주어야한다는 판단을 내리신 상태입니다.
그러니 정말 아쉽게도, ‘기억상실마녀’는 여기서 끝을 맺고자 합니다. 언젠가 아리아의 19금 장면을 쓰겠다고 약속을 드렸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대략 7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기억상실마녀라는 작품을 연재하며,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무척이나 힘들고, 지쳤으며,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끝까지 완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이 글을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아직도 산더미처럼 많이 남아있지만, 여기서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독자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지금까지 ‘기억상실마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든 독자님들께 행복과, 그리고 행운만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말입니다.
지금까지 저의 긴 후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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