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2)17. 여신(女神) 아리아 - 10
허공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섬광이 격돌한다.
하나는 속력 그 자체를 무기로 삼은 채 지표면을 세차게 박차며 적의 간격으로 침입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던지는 한 줄기 섬광.
육안으로는 시인할 수 없는 속력으로 지표면뿐만이 아니라 전후상하좌우를 가릴 것 없이 어지러이 움직이며 적을 향해 날아드는 그 모습은, 먹이를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 사냥감을 철저히 포위하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뱀이 집어삼킬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자기보다 자그마한 사냥감에 국한될 뿐. 제 아무리 적이 시인할 수 없는 속도로 사방을 어지러이 날아들며, 적의 목덜미에 독니를 꽂아 넣을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더라도 그러한 시도는 전부 헛된 발버둥으로 끝날 뿐이다.
그가 상대하고 있는 적은 다름 아닌 처음과 같이 표연한 기색으로 지상에 자리하고 있는 여신 아리아. 한 송이의 눈꽃과 같은 백색의 마력을 전신에 휘감은 채, 굳건한 성채마냥 대지 위에 선 채로 그를 맞이하는 아리아에게는 자그마한 피로의 기색조차 비춰지지 않고 있었다. 그녀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카인의 숨결이 잔뜩 흐트러진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야 그럴 만도 하다. 이 싸움은 처음부터 승패가 정해져 있는 싸움과 마찬가지다. 여신 아리아와, 인간 카인 폰 에스텔 사이에 놓여 있는 격차는 누군가의 우위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로 절대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설사 카인 폰 에스텔이 지니고 있는 모든 힘을 모으더라도, 여신 아리아의 한쪽 손바닥 위에 걸쳐져 있는 마력조차 꿰뚫지 못하겠지.
그래, 처음부터 자신이 이길 것을 알고 있는 자그마한 ‘헤프닝’ 정도에, 피곤이나 긴장을 느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단언할 수 있다. 마스터의 경지에 닿은 검술을 스스로의 장기로 삼고 있는 카인 폰 에스텔은, 자신이 갈고 닦아온 어떠한 수단을 쓰더라도 여신 아리아에게는 결코 닿지 못한다. 그 증거로 둘 사이의 싸움이 개시된 지 벌써 10분이라는 시간이 경과하였지만, 카인의 검은 단 한 번도 아리아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하였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카인은 현재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모든 힘을 불살라가면서까지 그녀에게로의 육박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아리아는 단 한 번의 마법만으로도 그의 오러를 산산조각 깨뜨려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그의 육신의 기능까지 조금씩 앗아가고 있었다.
카인 폰 에스텔이 휘두르는 검은, 여신 아리아에게 닿기는커녕 유의미한 사정권 안에 들어온 적조차 없었던 것이다.
둘 사이의 실력 차는 너무도 명확하였다. 그녀가 발하는 마법의 과녁이 되지 않기 위해 카인은 사방천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포착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의 육신은 아리아가 발하는 마법으로 인한 피해와 한계를 넘어선 질주로 인해 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 아...!”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가까스로 참아낸다. 그 또한,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리아에게 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에게 배정된 결말이란 패배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녀와 나 사이의 행해지는 싸움이, 그러한 전개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단 말이다.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어찌 잊어버릴 수가 있겠는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 ‘겨울의 마녀’가 휘두르는 가벼운 손짓 하나를 대륙의 최강자 넷이 가까스로 막아내는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바가 있었으니까.
그렇다. 싸움의 끝은 이미 그의 패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무한대에 가까운 마력을 지니고 있는 여신 아리아와의 정면 승부는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이니, 싸움의 전개가 이러한 양상으로 흘러가게 될 것도, 그리고 다름 아닌 스스로의 자멸로서 모든 것이 끝나게 될 것 또한 익히 예측하고 있던 바였다.
...그리고 이 싸움의 끝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 또한, 오직 하나라는 사실 역시.
- 한 가지 충고해두겠는데, 너 혼자만의 힘으로는 키리에는 물론이거니와 여신 아리아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해. 그러니 가급적이면 그 둘과 정면에서 충돌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좋아. 애시 당초 우리는 그 둘을 설득하러 가는 것이지, 그 둘과 싸우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둬.
- ...나도 제법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딱 잘라 단언하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나.
- 제발 헛소리 좀 하지 마. 이건 단순한 산수문제이니까. 8년 뒤, 나를 포함한 원정대의 네 명이 죽을 각오를 다해내서야 겨우 동수를 이룰 수 있었던 존재가 바로 겨울의 마녀야. 그리고 겨울의 여신 아리아는 온전한 신격을 갖추고 있는 만큼 겨울의 마녀보다 한층 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을게 뻔하지. 네가 전에 비해 강해졌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우리 네 명을 상대로 이길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아리아와 정면에서 맞붙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도록 해.
- 그렇다면 만약, 그녀와 정면에서 부딪힐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 ...정말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방법이라고는 오직 하나밖에 없겠지.
다행히 그녀에게 대항할 비장의 카드는 갖추어져 있다. 그녀에게 어떻게 해서든 접근만 할 수 있다면 승산은 존재한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기회는 오직 한 번뿐이다. 한 번 당했던 수단에 두 번 당할 정도로 아리아는 녹록한 여자는 아니었으니까.
“...끈질기군요. 이쯤 되면 알아서 수준 차이를 실감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당신께서는 정녕 저와 끝까지 가기를 원하시는 것인가요.”
아리아의 말은 싸늘하다. 현재의 그녀는, 정말로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을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여신임이 틀림없었다.
“너야 말로 평소의 귀여운 맛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걸. 네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나를 이렇게 철저히 이기려고 들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
“그것도 당연하죠. 저는 저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설사 카인님이라고 해도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소망을 방해하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저는 죄인이에요. 제 의지가 아니긴 하였지만, 저에게서 비롯된 겨울은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적이 있어요. 그 속에는, 카인님과 카인님의 가족을 포함한 죄 없는 무수한 생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속죄를 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잃어온 것, 남기고 온 것, 그리고 떨어뜨린 것들에 대해 용서를 추구해야만 합니다. 두 번 다시 그러한 참극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제게 주어진 유일한 사명이니 말입니다.”
기이잉-
아리아의 등 뒤에서 마력이 천천히 부유하기 시작한다. 굳이 그녀가 직접 마법을 캐스팅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오직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마력을 마법으로 빚어내며 적을 향해 달려들게 할 수 있다. 자신의 신력이 미치는 공간 안에서만큼은, 그녀는 전능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
여신이 된 그녀에게 마법이란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노예를 대하듯 자연스레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신대에 존재했던 여신인 그녀에게 있어, 마법이란 하나의 도구나 마찬가지 일 뿐.
“지금부터는 조금 진지하게 나가겠습니다. 아무래도 보통 수단으로는 카인님을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말이죠.”
공간 위에 무수한 마법이 전개된다. 그 순간, 아리아의 의지와 함께 하나하나가 일격필살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 마법들이 허공을 미끄러지듯 달려들기 시작한다.
공간 그 자체를 얼리는 듯한 한기를 지닌 냉기, 사방천지의 모든 것을 증발시킬 듯한 신의 벼락,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는 뜨거운 염열(炎熱)에 이르기까지.
세간에서는 대마법(大魔法)이라 칭할 수준의 장대한 마법들이 이곳에서는 흡사 소나기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큭-!”
들고 있던 검에 남아 있던 잔여 오러를 전부 불어 넣는다. 사방을 어지러이 날아드는 마법의 개수는 총 열다섯. 나를 향해 닥쳐드는 절대적인 죽음에 대항하여 나는 마법을 베어내고, 흐르는 별로 흘려내고, 억지로 몸을 비틀어가면서 회피를 한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해 낸다-
“...제법이군요. 원숭이처럼 동작이 꽤나 잽싼데요?”
귀에 들려오는 느긋한 목소리. 방금 전, 무리한 자세로 회피를 계속하느라 호흡이 흐트러진 나를 바라보며, 아리아는 느긋하게 자신의 손가락을 하늘 위쪽으로 치켜세운다.
파지직-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늘을 바라보니, 상공을 뒤덮고 있는 구름의 위편이 금빛의 섬광으로 물들여지고 있다는 섬짓한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저건-”
틀림없었다. 저것은 분명, 과거 겨울의 마녀와의 싸울 당시 그녀가 우리에게 쏘아 보낸 초월적인 위력의 벼락-
...무리다. 인세에서 가장 막강한 화력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비앙카조차 저 벼락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아리엘이 여신으로부터 하사 받은 권능인 ‘휘광의 수호’만이 저 벼락을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뿐. 저 벼락에 흐르는 별로 대항을 한다고 한들, 몇 초의 무의미한 저항 끝에 증발하는 것이 나를 기다리는 유일한 결말일 터.
“...카인님. 방금 전, 제게 이리 말씀하셨죠. 저를 반드시 구해내겠노라고. 저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노라고.”
오직 허무함과, 무가치함만을 담아낸 그녀의 목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진다.
“그렇다면 증명해주세요. 지금의 당신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리아의 손가락이 위에서 아래로 낙하한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황금빛 벼락이 피할 수 없는 뇌신의 철퇴가 되어 지상에 내리 꽂혔다.
****
콰아아아아-!
순간, 시야에 비춰지고 있는 모든 것이 불타오르고 말았다. 적어도, 아리아의 시야 안쪽에 들어오고 있는 것 중에 멀쩡한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황금빛 뇌전이 지상에 내리꽂힌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지만, 그 여파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 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뇌신의 철퇴가 내리꽂힌 반동으로 인해 대수림 전체가 뒤흔들렸으며, 벼락이 정통으로 내리꽂힌 대지의 정중앙에는 흡사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 같은 열기가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여파로 발생한 굉음과 진동으로 인해 주위의 나무는 물론이거니와 그녀의 등 뒤에 위치한 세계수조차 쓰러질 뻔 했을 정도로 그녀의 뇌전은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결국, 당신의 말은 그저 허울 좋은 외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가요. 아무리 올바른 말이라고 할지라도, 동반되는 힘이 없다면 그저 메아리에 지나지 않죠. 아무래도 이번에는 제가 이긴 것 같군요, 카인님.”
아리아는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파괴의 현장을 바라보며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뇌전을 쏘아내기 직전, 그의 신체에는 뇌전으로 인한 일정 이상의 충격이 가지 않도록 마법을 구성하였으니까.
하지만 제 아무리 위력이 반감되었다고 한들 그 정도의 벼락을 정통으로 맞았으니 그 또한 무사하지는 않을 터. 아마 십중팔구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을 것이 분명하였다. 그리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즈음에는 모든 것이 끝나 있겠지. 그 때 쯤이면, 여신 아리아는 이 세상에서 소멸을 하였을 것이다.
“저를 너무 원망하지 마시길. 당신께서 하셨던 말대로, 저는 그저 그 날 보지 못했던 승부의 결착을 지은 것뿐이니까요.”
그리 말을 하며 천천히 몸을 돌려 다시금 세계수 앞에 놓인 제단으로 향하려는 그녀의 등 뒤쪽에.
“...글쎄, 내 생각에 아직 승리 선언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귓가에,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리고 말았다.
“.....!”
순간, 아리아는 정말로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름 아닌 의문이었다. 현재의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최강의 일격인 그 뇌전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인가? 대체 어떻게?
설마 ‘흐르는 별’을 통해 일정 이상의 충격을 저편으로 흘려낸 것일까? 아니, 말도 안 된다. 아리아 또한 흐르는 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흐르는 별은 일정 영역 내에 모든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는 검술이지만, 결국은 검술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일정한 영역을 넘어선 과도한 에너지를 정면에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일터.
예나 지금이나 그녀가 쏘아낸 벼락을 유효하게 막아낼 수 있는 수단은 오직 여신이 아리엘에게 하사해준 절대방어인 ‘휘광의 수호’ 뿐이다. 제 아무리 흐르는 별이 대단한 검술이라고 해도, 여신의 권능과 비등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설마.”
아니, 이곳에 존재하지 않던가.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지 않던가. 그녀가 쏘아 보낸 뇌전을 아무런 상처 없이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이곳에 있지 않았던가!
“아리엘 티에르-!”
아리아가 그녀의 이름을 사납게 울부짖는 것과 동시에, 이 근처를 가득 메우고 있던 수증기가 걷혀 나간다. 끓어오르는 열기 속, 보랏빛 머리카락을 나풀거리는 아리엘과 자신을 향해 하나의 유성과도 같이 쇄도해오는 카인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 속에 들어오고 있었다.
“...아.”
힘의 격차가 뚜렷함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카인의 모습에 아리아는 뒤로 주춤하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당황한 나머지, 그에게 너무도 많은 간격을 허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스스로의 정신을 최대한 냉철하게 가다듬고 다시금 마법을 장전하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긴 하지만 카인의 몸 상태는 한계임이 분명했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그의 돌진이, 이번 승부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임이 자명할 터!
“오지 마세요. 더 이상 저를 향해 다가오지 마세요!”
그녀는 이를 악물고 주위의 마력을 다시금 마법으로 빚어내기 시작한다. 그를 저격할 마법을 캐스팅하는데 1초면 충분하다. 현재의 그는 방금 전과 같이 자신이 쏘아내는 마법을 절대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때였다.
“...뭐-”
섬광이 번뜩였다. 그것을 하나의 빛이라고 인지한 순간, 이미 모든 것은 끝이 나 있었다. 빛의 궤적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어떠한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가 캐스팅하고 있던 마법들 또한, 형태를 잃고 원래의 무(無)로 되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놀란 아리아의 시야 속에는, 이쪽을 향해 손을 뻗치고 있는 붉은 머리의 여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카인이 아리아의 시야에서 이탈하는 형태로 최대한 요란스럽게 싸웠던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를 이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정작 그녀를 이곳으로 불러들인 가장 큰 표지판은 아리아가 지상에 내리꽂은 벼락이 되었지만.
비앙카가 구사한 섬광계열의 주문으로 인해 아리아의 주변이 잠시 소강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괜찮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비앙카의 마법으로 인해 주위의 마력이 잠시 ‘밀려난 것’에 지나지 않다. 그를 가로막는 마법쯤이야, 다시 한 번 캐스팅하면 되는 노릇-
“아리아-!”
하지만, 그것은 1초 차이로 너무 늦고 말았다. 비앙카가 그에게 벌어준 1초는, 그가 아리아에게 닿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어주고 말았다. 두 발에 남아있던 모든 오러를 집중시킨 그는 끝내 모든 장애물을 돌파하고 그녀의 앞에 닿을 수 있었다. 이미 그에게는, 아리아를 공격할 힘 따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손에는 검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것이란 다름 아닌-
“증명하라고 했지.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자그마한 나뭇가지.
"...그, 건-"
아리아의 놀람을 뒤로 한 채로.
“바로 이것이, 내가 너에게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벌이야.”
그리고 단 한 번의 뒤로 물러섬 없이, 카인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녀의 가슴에 나뭇가지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