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상실에 걸린 마녀를 주워버렸다-191화 (191/201)

(EP.191)17. 여신(女神) 아리아 - 09

“...아리아.”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그녀의 모습. 다행히, 현재 그녀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얀 눈과 같은 백발도, 한 쌍의 영롱한 자수정과 같다 생각했던 자안(紫眼)도, 언뜻 보기에 하나의 겨울과 같다 생각할지도 모를 단아하고 싸늘한 얼굴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아리아를 구성하는 요소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아리아는 아리아 본인이 맞긴 했지만 동시에 그녀가 아니었다. 굉장히 미묘한 변화이긴 했지만, 얼굴의 생김새가 과거보다 한층 더 성숙한 얼굴로 변화하였으며 키 또한 아주 살짝 커지기도 하였다.

결정적으로, 내가 알고 있던 다른 사람을 향해 저리 요염하고 우아한 미소를 내비추던 여인이 아니었다.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전신에 휘감고 있던 여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대기 중의 산소보다 더욱 짙은 농도를 지니고 있는 방대한 마력 때문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향해 싱긋 웃음을 짓고 있는 아리아의 모습을 마주한 그 순간,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란 다름 아닌 그녀를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쳐 박고 싶다는 강렬한 경외감이었으니까.

오한이 인다.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고(思考)가 퍼즐처럼 조각조각나고 시야의 곳곳이 모래성마냥 무너지기 시작한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저 여인은, 이미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아리아가 아니라는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만다.

바로 저것이 여신 아리아. 천 년 전, 이 땅 위에 내려와 인간들을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네 명의 여신 중 하나. 사계절 중 겨울을 관장하고, 생명의 종말을 상징하는 가장 끝의 여신-

“이런, 제 쪽에서 먼저 예를 다해 인사를 드렸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해주시지 않는군요. 조금은 섭섭해지려고 해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타인을 대하는 예절이라 제게 가르쳐주셨던 분은 다름 아닌 카인님 본인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쿡, 하고 웃음을 짓는 아리아. 그와 동시에 그녀의 감정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마력이 춤이라도 추듯 넘실거리고 그녀가 온몸에 두르고 있는 신기(神氣)가 한층 더 거세진다.

“...하.”

혀가 바싹하고 마른다. 단순히 그녀가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신의 세포가 고개를 쳐들고 나를 향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지 말라고, 그리고 그녀와 마주해서는 아니 된다고. 저것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차원의 무언가가 아니라며 두려움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내게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경고를 전부 무시한 채, 나는 모든 용기를 쥐어 짜내며 아리아를 향해 입을 연다. 다른 건 몰라도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 한 가지 있었으니까.

“...아리아. 아리엘은 어디에 있지. 키리에의 말에 따르면 아리엘은 방금 전까지 네 곁에 있었다고 하던데.”

“...아리엘.”

나의 입에서 ‘아리엘’이라는 이름이 나온 바로 그 순간, 아리아는 실로 불쾌한 감정을 느낀 사람처럼 스스로의 두 눈을 치켜세운다. 마치, 나의 입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의 이름이 튀어나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마냥.

“그 여자라면 방금 전까지 제 곁에 있긴 했죠. 하지만 그 여자는 이제 이 무대 위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다름이 아니라 카인님께서 저를 만나러 오기 위해 이곳까지 와주신 역사적인 순간에, 당신이 제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정신을 쏟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불쾌한 일임이 틀림없으니까요. 설령, 그것이 방구석에 쌓인 먼지 정도의 자그마한 관심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건 무슨 뜻이지. 설마 아리엘을 죽이기라도 한 것은 아니겠지.”

“저를 너무 야만적인 여자로 보시는군요. 죽이지는 않았어요. 무엇보다, 그녀와 저는 계약으로 이루어진 관계거든요. 그녀가 바라는 소망을 이루어주기까지는,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가 없답니다.”

아리아의 목소리는 일찍이 나의 전속 시녀였을 시절처럼 날아갈 듯 가벼웠으며, 동시에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중압감을 느끼게 할 만큼 무거움을 가지고 있었다. 결코 한 곳에 공존할 수 없는 그 모순은, 그녀가 인간 이상의 존재임을 암시하는 명백한 증거였다.

“...소망이라. 그러고 보니 키리에가 그런 말을 했었지. 자신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현세에 여신을 다시금 강림시킨 것이라고. 키리에의 소망은 불로불사를 넘어선 스스로의 죽음이었지. 그렇다면 아리엘의 소망은 대체 무엇이었지?”

“그녀의 소망 역시 죽음이었죠. 물론, 키리에의 소망과 같이 스스로의 죽음은 아니었어요. 그녀가 바라던 소망이란 다름 아닌, 하나 뿐인 딸의 원수라고 할 수 있던 겨울의 마녀 아리아의 죽음이었으니 말이죠.”

“...마녀, 아리아의 죽음이라고.”

“예. 한 때나마 인간들을 보살피던 여신으로서의 체면이 있는데 한 입으로 두 말을 내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저는 그녀의 소망을 이루어주겠노라고 약속하였습니다. 때가 되면 언제고, 이 목숨을 가져가도 된다는 허락과 함께 말이죠.”

“.....”

머리가 아파온다. 아리엘이라는 여자가 티아를 세상 그 무엇보다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끝내 아리아를 죽이면서까지 그 한을 풀고자 할 줄은 짐작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아리엘은 정말로 진심인 것일까. 그녀는 정말로, 이렇게 피를 피로서 씻어내는 방법을 통해 얽히고설킨 이 갈등을 해결할 작정인 것일까.

- ...저를, 믿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당신을 배반하였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끝까지 저라는 여자를 신뢰해주시고 제가 하는 행동에 딱 한 번이라도 괜찮으니 믿음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 속, 언젠가의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신을 믿어주고 자신에게 신뢰를 줄 수 있냐고 묻던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나는 분명, 아리엘의 질문에 이리 답을 하였다. 그리 하겠다고. 나는 네게 언제까지고 믿음을 주겠노라고.

그렇다면 믿자. 그녀가 아리아의 손에 죽음을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하였으니 지금은 그것으로 되었다. 그녀는 내게 믿음을 달라 하였다. 그렇다면, 나 또한 그녀에게 신뢰로서 답을 하는 것이 당연한 노릇 아니겠는가. 아리엘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만큼은 너무도 명확하기만 하였으니까.

“...그래, 아리아. 다 좋은데, 내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거든.”

“그게 무엇인가요?”

“너는 지금 네가 굉장히 잘난 듯 이것저것 떠들고 있긴 하지만, 애당초 너는 키리에의 손에 납치를 당한 것이었지 스스로가 원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잖아. 즉, 지금 네가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처음부터 네 의지가 아니었다는 말인 것이지.”

“.....”

내 말에, 지금까지 여유가 가득하기만 하던 아리아의 얼굴이 아주 살짝 굳어진다.

“스스로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나를 가로막았던 키리에는 저만치에 쓰러져 있지. 가슴에 예쁜 구멍이 두 개나 뚫렸으니 제 아무리 불로불사의 몸이라고 할지라도 그녀는 이제 우리가 서 있는 무대에 간섭할 여력이 없어. 키리에가 대체 어떤 감언이설을 던지며 너를 꼬셨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를 향해 계속해서 의리를 지킬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확실히, 그건 틀린 말이 아니군요. 저는 이제와 여신 따위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며, 현재 제 손 안에 전능이 맴돌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요. 키리에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약속한 것 역시, 한 순간의 변덕에 지나지 않아요. 그랬던 만큼 그녀와 지킬 의리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었죠.”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제 알 바가 아니에요. 저는 어디까지나 제 의지로 이곳에 서 있습니다. 키리에와 아리엘이 스스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저를 여신으로 각성시켰던 것처럼, 저 또한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소망을 위해 이곳에 서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추구하고자 하는 소망? 지상의 어떤 이보다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저 몸 안에 전지전능을 품고 있는 아리아가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란 대체 얼마나 거창한 것일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카인님. 키리에 엘 데나리스라고 하는 사전에 어떠한 동의도 없이 저를 무단으로 납치한 것으로도 모자라 저를 강제로 여신으로 각성시키기까지 한 무례한 여인이지요. 그런데 제가 여자의 소망을 이루어주겠노라고 약속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모른다.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가까이에 있는 여자의 마음도 모르는 내가, 고귀한 여신님의 자애로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할 터.

“그건 말이죠, 그 여자가 그토록 원하고 갈망하던 소원에 대해 제가 가슴 깊이 공감을 하였기 때문이랍니다. 그녀와 제가 추구하는 소망의 형태가 놀랍도록 닮았기 때문이었죠.”

그리 말을 하며 아리아는 하늘을 향해 자신의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곳의 끝에는,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듯한 소리를 내비추고 있는 눈보라가 투명한 구의 안쪽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광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보이시나요? 저 눈보라의 정체란 다름 아닌 지난 천 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제 통제에서 벗어난 신력(神力)이랍니다. 저는 겨울이라는 개념이 의신화(擬神化)된 여신이다 보니 제 통제에서 벗어난 신력 또한 필연적으로 겨울의 형태를 띠게 되었죠. 만약 제가 봉인 중인 상태였다면 저 신력은 인세에 어떠한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였겠지만, 제가 세상에 이리 풀려나게 된 이상 저것 또한 본래의 형태를 되찾게 되고 말았죠.”

“하지만 저는 눈보라를 통제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몸에 손과 발이 붙어있는 한 사람은 자신의 손발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긴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손과 발이 잘려나가게 된다면 떨어진 손발 또한 움직일 수 없게 되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에요. 저 또한, 제게서 분리된 신력을 통제할 힘을 갖추고 있지는 않아요. 봉인이 되기 전의 저였다면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천 년의 봉인 끝에 영락하고 쇠한 저는 도저히 무리라고 할 수 있죠.”

아리아의 말은 무척이나 담담하다. 흡사 아침이 되면 태양이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달이 떠오른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존재하였던 수 차례의 회귀 속, 이 대륙에 언제나 끝나지 않는 겨울이 닥쳐왔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답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 눈보라는 휘몰아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얼리고 부술 때까지 바람은 결코 멈추지 않겠죠.”

“...예, 저 눈보라는 그 어떠한 수단으로도 멈추지 않아요. 오직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차갑게 식은 그녀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이 낸다. 방금 전의 키리에와 같이, 아리아의 전신에서도 살기가 새어나온다. 다만, 키리에의 살기가 향하는 곳이 나였다면.

아리아의 살기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 차이점일 뿐.

“...여신 아리아의 완전한 소거 말인가.”

“네. 여신 아리아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저 눈보라 또한 겨울이라는 형태를 잃고 원래의 무가치한 신력으로 돌아가겠죠. 제 목적은 처음부터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를 죽인다는 아리엘의 소망을 이루어주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어차피 저는 죽을 생각이었거든요. 겸사겸사 아리엘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을 했었죠.”

나를 향해 답을 하고 있는 아리아의 말은 한없이 가볍다. 도무지 스스로의 죽음을 바라는 이의 말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나의 속을 울컥하고 치밀게 만든다. 목구멍의 끝까지 내장이라도 올라온 듯한 역겨운 기분이 나의 전신을 감싸 안고 있었다.

“...헛소리 하지 마. 네가 이런 곳에서 함부러 자살을 하도록 내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나의 으르렁거리는 듯한 그 말에 아리아는 나를 보며 아주 살짝 한숨을 내쉰다. 마치, 무지몽매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가련한 눈빛으로.

“당신께서 그리 반응을 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키리에를 보내 앞을 가로막게 했던 것입니다. 제발 미련하게 굴지 마세요. 사실 카인님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여신 아리아가 사라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에요.”

“키리에가 저를 여신으로 각성시킨 이유는 스스로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였지만 동시에 지금이 최적의 적기였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제 이름을 지어주신 덕에 저는 본래의 역사보다 힘을 빠르게 되찾았고, 그에 따라 여신으로서의 각성 또한 머지않았었죠. 만약 키리에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스스로가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멸망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죠.”

“.....”

“저는 키리에의 심정을 무척이나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당신과 함께한 추억이 마모되는 것을 두려워한 끝에 죽음을 갈망하고 말았죠. 스스로가 아름다웠다 생각한 당신과의 추억을 더럽히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저를 둘러싸고 숭배했던 인간들은 하나 같이 저를 경원시하고 두려워했습니다. 생명으로서의 끝과 죽음을 관장하는 저는,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에 걸쳐 무가치함만을 쌓아 올려왔었습니다. 아픔도, 외로움도, 괴로움도 아무 것도 없는 무(無)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랜 세월간 포기뿐인 삶만을 살아왔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변화가 생겨났어요. 당신과 함께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정말로 행복하였습니다. 오랜 세월 홀로였던 제 마음에, 무언가 풍족함이 깃드는 듯한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제 생애 전체와 비교를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별과 같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찬란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리아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다. 그녀는 스스로의 목소리 속에, 나를 향한 조용한 감사와 자그마한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는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어요. 만약 당신과 함께한 2년이라는 시간의 결말이 모든 것의 파멸일 뿐이라면, 제가 당신과 함께 쌓아올린 추억들 또한 결과적으로 저주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그것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 또한 지금의 제가 느끼고 있는 행복과 위안의 끝을 더럽힐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설령, 그 과정 속에 저의 죽음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결정적으로, 카인님께서는 저와 그 날 약속했잖아요. 제가 세상을 위협할 나쁜 마녀가 된다면, 저를 말려주시기로. 그 때가 바로 지금이에요. 괜찮아요. 이미 한 번 해본 일이잖아요? 사악한 마녀를 죽이는 일은, 지금이나 미래에서나 찬사를 받아 마땅한 일이거든요.”

그리 말을 하며 아리아는 스스로의 가슴을 내민다. 당신의 손에 의한 죽음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듯 은은한 미소까지 머금은 채.

“...그래, 아리아. 확실히, 나는 너와 약속했었어. 네가 마녀가 된다면 세상 누구보다 먼저 너를 말려주기로.”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허리춤에 매여 있던 검을 조용히 뽑는다. 내 손에 들려 있는 검을 바라보는 아리아의 미소는 더더욱 짙어진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너를 죽이겠다고는 약속하지 않았어. 네가 마녀가 된다면 기필코 너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한 것이었지. 만약 네가 스스로의 죽음을 그토록 갈망하더라도, 나는 끝까지 너를 방해하도록 하겠어. 그게 싫다면, 어디 힘으로라도 나를 막아보도록 하시지.”

“...그러니 덤벼, 아리아.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그 날 끝끝내 결착을 짓지 못했던 승부의 끝을 이곳에서 보도록 하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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