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상실에 걸린 마녀를 주워버렸다-181화 (181/201)

(EP.181)16. 끝이 끝나기 전에 - 10

“...사라? 지금 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대체 왜 스스로의 심장에 저러한 것을 겨누고 있는 것인지. 대체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란 말인지. 그리고 그녀가 들고 있는 저 나뭇가지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지. 전부 다, 아무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야, 당연히 목숨을 끊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말이에요.”

내게 대답을 하고 있는 사라의 어조는 지극히 여상하기만 할 따름인지라, 평상시에 내게 건네던 어조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이 평탄하게만 느껴지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내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섬뜩함을 안겨다주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저토록 위험한 무기를 스스로의 심장에 겨누고 있으면서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마음속으로 모든 각오를 끝맺었기 때문이라는 것과 똑같은 의미였기에.

“.....”

나는 살며시 눈동자를 굴려 비앙카와 아이리스를 힐끗하고 쳐다보았다. 그녀들도 사라가 갑자기 저런 행동을 할 줄 몰랐던 것인지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내 상황 파악이 전부 끝난 것인지 각기 전신에 마력과 오러를 끌어 올려 사라를 제압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라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미친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이 자리에서 자살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오러를 구사할 줄 아는 마스터 두 명과 마법사 한 명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더욱이, 비앙카는 이미 노딜레이에 무영창으로 마법을 구사할 줄 아는 경지에 오른 대마법사이기까지 한 여자이다. 제 아무리 저 불길하기 짝이 없는 빌어먹을 나뭇가지가 사라의 가슴팍 바로 위쪽에 겨누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비앙카가 직접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녀의 전신을 굳히는 것은 일도 아닐 터.

“...죄송하지만, 그런 것은 소용없어요. 소공작님. 소공작님과 황녀 저하께서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비앙카님께서 대마법사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는데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크나큰 오산이랍니다.”

그리 말을 하며 사라는 자신의 왼손을 들어 귀걸이와 목걸이를 아주 살그머니 매만진다.

“제가 차고 있는 귀걸이와 목걸이는 착용자의 항마력(降魔力)을 상승시키는 마도구랍니다. 물론 비앙카님과 같은 대마법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는 물건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것을 제 심장에 박아 넣을 시간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테지요. 그러니 미리 경고 드리겠어요. 만약 비앙카님께서 제게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시거나, 혹은 소공작님이나 저하께서 움직이는 기색을 보이기만 하더라도 저는 주저 없이 이것을 심장에 쑤셔 넣도록 하겠어요. 그러니, 허튼 수작은 부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랍니다.”

“...뭐.”

다른 무엇도 아닌, 스스로의 목숨을 저당 삼아 우리를 향해 협박을 하고 있는 사라의 모습에 우리는 전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소공작님. 실은 이렇게 과시라도 하는 것 마냥 자기 자신을 인질로 삼아 소공작님을 협박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실은, 지금처럼 여러분들께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버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 밖에 들지가 않더군요.”

순간,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사라의 양손이 아주 살짝 떨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 하나 편하겠다고 어디 가서 몰래 죽어버리면 그건 그냥 도망에 불과한 노릇이잖아요? 제게는 제 잘못을 알아주고, 저를 매도하고, 저를 상처 입히며, 제게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적어도 제 마지막 순간만큼은, 소공작님께서 직접 저를 심판해주시기를 바라였기에.”

사라의 두 눈 속에는 이미 굳건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이미 말로서 그녀를 설득할 단계는 지나가버렸다는 확실한 증거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왜.”

바로 그것이 사라가 내게 바라던 것이라는 걸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끝내 그녀를 향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째서? 사라. 당신의 목적은 가문의 억압에서 해방이 되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나? 이제 당신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당신은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떠한 것이라도 될 수 있어. 처음 내게 도움을 요청할 때만해도 당신의 목적은 오직 그것이었던 게 아니었나? 그런데 정작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자기 자신을 죽이려는 생각 같은 것을 하는 거지?”

“...자유의, 몸이라고요?”

나의 그 말에서 사라는 무언가를 느꼈던 것인지, 자신의 두 눈을 아주 잠시 깜빡이더니 이내 스스로의 얼굴에 자그마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예, 생각해보니 바로 그것이 문제였던 것 같네요. 자유라는 단어,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끝에 정작 자기 자신의 발밑은 들여다보지 못했던 어리석은 여자가 바로 저이니 말이에요.”

그림으로 그린 듯한 그녀의 미소 안에는, 스스로를 향한 분노와 조소만이 배여 있었다.

“확실히, 저는 제 삶 속에서 오직 자유만을 꿈꾸고 바라였죠. 가문의 인형으로 자라나는 스스로의 처지가 너무도 증오스러웠고, 때가 되면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물건 팔려나가듯 약혼식을 맺게 될 자신의 신세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어요. 그렇기에 설사 이 몸뚱이만큼은 팔려나갈지라도 제 마음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주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었지요.”

순간, 나의 머릿속에 언젠가의 ‘사라 세르나드’의 모습이 떠오르고 말았다. 나와 약혼식을 맺는 내내 흡사 인형처럼 단 한 번도 웃음을 짓지 않은 사라. 그리고 루시안과 결혼식을 맺는 장소에서조차, 마치 마네킹과 같은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던 사라의 모습이.

“결국, 과거의 ‘사라 세르나드’는 자기 자신과 다짐했던 그 약속을 훌륭하게 지켜냈었지요. 카인 폰 에스텔과 약혼 관계로 맺어져 있었음에도 끝까지 스스로의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기에 카인 폰 에스텔이라는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의 곁을 떠날 수 있었죠.”

그녀의 그 말은, 대체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사라는 지금 나를 향해 과거의 자신을 고백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말은 내게 닿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상처 입히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 당신의 말마따나 우리는 그저 정략에 의한 약혼 관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첫 단추가 좋은 모양새로 끼워지지 않았으니, 끝 또한 좋을 리가 없었겠지. 그러니 당신이 그 약혼에 부채감을 느낄 이유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또한, 내가 사라 세르나드라는 약혼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그저, 내가 멋대로 그녀를 짝사랑한 일에 불과할 따름이다. 세상 곳곳에 사랑이 되지 못한 짝사랑은 넘쳐흐르기 마련이다. 고작해야 누군가의 마음을 외면하였다는 사실 하나가,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법한 사유는 결코 되지 못한다-

“소공작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과거의 카인 폰 에스텔과 사라 세르나드는, 처음부터 어긋난 길을 걸었던 것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에요. 조금 뻔뻔한 말이긴 하지만, 저 또한 과거의 제가 딱히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사라 세르나드는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렸던 것이니 말이에요.”

쿡, 하고 웃음을 지어보이는 사라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우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사라 세르나드라면 이야기는 다소 달라지죠. 왜냐하면 현재의 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모든 것?”

키리에가 보여주었다는, 회귀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뜻하는 것인가?

“예. 단순히 이야기로 전해들은 것이 아닙니다. 저 또한 ‘끈’을 통해 전부 보았습니다. 카인 폰 에스텔이라는 남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사라 세르나드가 저지른 과오와, 원죄와, 잘못을. 그리고 소공작님께서 그녀를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조용한 목소리가, 방 안 가득히 울려 퍼진다.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두 눈은, 자신이 무엇을 보았고 어떠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는지 절실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

시야의 초점이 어긋나 버린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사라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행동이 단순한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논리고 이치고 아무 것도 없이 스스로의 감정만을 앞세우고 있는 어린 아이의 치기에 가까운 행동이라는 것을.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아픔을 외면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렇다. 비록 한 때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도 당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던 때가 존재하였다.

봄바람이 스쳐 지나간 꽃잎과 같이 끝내 사방에 덧없이 흩어지고만 부질없는 시간이었다만, 내심 나를 향한 너의 사랑에 은은한 기쁨을 맛보고 말았다.

...허나 동시에, 나는 두려움에 빠지고 말았다. 너와의 사랑 놀음에 빠진 끝에, 내 목적을 잊어버리게 될까봐 두려워하였다. 너를 정말로 사랑하게 된다면, 이 또한 가문이 원하던 대로 놀아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외면하였다. 그리고 기왕 그를 외면하고 배신할 것이라면, 철저히 악역을 도맡기로 결심하였다. 만일 사과라도 해버린다면, 면죄부를 얻은 것 마냥 내 마음이 편해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니, 사실 이것 또한 거짓말이다. 나는 그저, 필사적으로 모른 척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도 아프니까. 나도 이 모양 이 꼴인데, 누가 누구를 도와주고 신경 써줄 수 있겠냐는 생각 하에 스스로를 합리화하였고.

결국, 그를 상처 입혔다. 나를 사랑했던 그의 10년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덧없는 형태로서.

당신의 말이 옳다. 당신을 향한 나의 과거가 무작정 죄라고는 할 수 없다. 누군가가 죽음으로서 끝을 맺어야 하는 이야기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세상에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는 사랑보다는 결국 되다 만 사랑의 이야기가 훨씬 많다. 사람들이 해피엔딩을 동경하는 이유는, 사실 그것이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그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내가 행한 일을 잘못이라 생각하며 죄과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추악하게 여기며, 그를 향해 진심 어린 속죄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너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으니까.

언제부터였을까. 대체 어느 순간이었을까. 내게 너를 사랑하게 된 그 순간이란.

그 날 밤, 숲에서 네가 나를 길고 긴 악몽에서 꺼내주었을 때부터일까.

아니, 사실은 비가 오던 그 날. 네가 빗속을 뚫고 나를 찾으러 왔을 때부터가 아닐까.

어쩌면, 네가 나를 구해주겠노라고 나를 꼭 끌어안아주었을 때부터였을까.

그것이 언제부터였던 간에 나라는 여자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으며, 당신의 뒷모습만을 뒤쫓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네 곁에는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여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한 번 네게서 떠난 내가, 염치도 없이 너의 사랑을 갈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너의 곁에 머물며, 너의 힘이 되어주고자 하였다. 형태는 다르지만, 이것도 사랑의 한 종류가 아닐까 자위를 하면서.

...언젠가, 그 또한 자신의 이런 사랑을 알아주지는 않을까 살며시 기대감을 품으면서.

보상을 바라지 않는 자기 멋대로의 사랑. 그를 위한 숭고한 희생.

그런 추악하고 구역질나는 자기만족에 도취되어, 스스로를 비극 속의 여주인공이라 여겼다-

그것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키리에가 보여준 과거를 통해,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된 지금은, 스스로가 너무도 우스꽝스럽고 역겹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자신의 배신으로 인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토록 아파했던 그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구해주었건만.

어떠한 대가도 없이 나를 대신해 분노해주고, 나를 대신해 울어주고, 그 끝에 나를 기나긴 악몽에서 꺼내주기까지 하였건만.

정작 나는 내 운명을 눈앞에 두고서 끝끝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주제에, 스스로에 도취되어 그의 곁에 머물며 행복만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도저히 이러한 모순을 견딜 자신이 없다. 방금 전, 그에게 나를 심판해 달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은 틀렸다. 스스로에게 이런 심판을 내린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너를 사랑하고 있기에 네 앞에서 죽음으로서 모든 것을 끝내기만을 갈망하고 있다-

“...아니야. 내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야. 나는 고작해야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그토록 자유를 갈망했던 것이 아니야-!”

다른 누군가가 아닌, 스스로를 향한 노호성이 울려퍼진다. 현재의 사라 세르나드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지금, 다름 아닌 스스로의 죽음으로서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모든 모순을 치유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 끝에 증오해버리고 말았다. 자유 따위를 갈망한 끝에, 스스로가 거머쥘 수 있었던 행복을 전부 흘려버리고 만 과거의 사라 세르나드를. 그리고 현재의 자기 자신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직도 무엇이 올바른지 무엇이 그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저라도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어요. 그건 바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에요. 과거의 소공작님께서 그토록 아파하고 괴로워했으니, 저 또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그러니 자책만큼은 하지 마세요. 이런 형태로서 속죄하기로 결심한 것은, 다름 아닌 저 자신이니 말이에요.”

그리 말을 하며 사라는 나뭇가지를 쥔 두 손에 힘을 넣는다. 그녀의 어깨부근 힘줄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향해 소리를 치고 말았다.

“사라!”

“그럼, 안녕히. 아, 그리고.”

나를 향해 빙긋 웃어주며, 사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널 사랑하고 있어. 이것만큼은 진심이야. 카인.”

그녀의 머리카락이 사방에 휘날린다.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나뭇가지가 그녀의 심장을 부드럽게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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