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상실에 걸린 마녀를 주워버렸다-175화 (175/201)

(EP.175)16. 끝이 끝나기 전에 - 04

처음에는, 그저 변덕에서 비롯된 마음이었던 것 같다.

- ...아아.

졌다. 결국 자신은 패배하고 말았다. 자신을 토벌하기 위해 찾아온 인간들과의 전투 끝에, 자신은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비록, 자신 또한 곱게 당해주기만 한 것은 아닌지라 네 명의 여인들 또한 전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상태였지만 정작 자신 또한 그들의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아 있으니 결국에는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리라.

방금 전에 일어났던 강렬했던 전투의 여파인지, 사방에 휘몰아치던 눈보라는 이미 그친 지 오래였으며 올려다 본 하늘은 그저 높고 청명하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면 그대로 빠져나갈 것만 같이.

터벅.

어딘가에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이유 또한 너무도 뻔하였다. 저들은 자신을 토벌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원정대. 그렇다면, 자신을 죽이는 것 말고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다른 이유가 존재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 …….

솔직히 말하자면, 죽는 것 따위 하나도 두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지겹기까지 한 일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대충 세어 봐도 이미 다섯 번 정도 죽어본 몸이었으니까.

달력과 시계의 공통점은 현재의 시간을 가르쳐주는 도구라는 점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달력은 한 번 지나가버린 시간 따위, 두 번 다시 가리키지 않는다. 달력은 오직, 현재와 미래만을 바라보고 지향하기만 할 뿐.

하지만 시계는 다르다. 시계가 표현해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열두 시간. 초침과 분침이 번갈아가며 째깍거린 끝에 한 바퀴를 전부 돌고 난다면,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마치 시작도 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는 하나의 원과 같이.

그녀가 처한 상황 또한 이와 같다. 아무리 죽음을 맞이하고, 아무리 심장이 터져나가도 결국에 그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그녀에게 죽음 따위는 무의미하며, 심장이 으스러지는 고통 또한 찰나의 아픔에 지나지 않는다. 이 아픔이 지난다면, 그녀는 다시 10년 전으로 되돌아가겠지. 그녀를 죽음에 빠뜨리게 한 장본인과 함께.

고개를 살그머니 돌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다. 이번에는, 대체 누구일까. 인간들의 황녀일까, 아니면 그 욕심 많은 못난 성직자일까, 그것도 아니면 저번에 손수 자신의 손을 뻗어 심장을 터트린 전적이 있던 붉은 머리의 마법사일까.

터벅.

...전부 아니었다. 그녀의 심장에 검을 꽂기 위해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손에 검을 쥐고 있는 어느 남자였다. 다른 여인들에 비해 본신의 실력이 한참이나 모자란 보잘 것 없는 남자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그녀의 몸을 베어 가른 전적이 있던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남자.

‘...카인, 님...’

- …윽.

그 때를 떠올리니, 왠지 모르게 머리가 아파온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 남자가 그녀를 베어 넘겼던 당시의 기억은 그저 흐릿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저 남자가 이제 곧 자신의 손에 들린 검으로 그녀의 심장을 찌를 테니까.

...그래, 찌를 거면 어서 찌르기나 해라. 그리한다면, 모든 것이 끝난다. 다시 자신은 처음으로 돌아가 ‘겨울의 마녀’가 될 것이며, 그 지겹고 지긋지긋한 10년을 다시 한 번 보내야만 하게 될 테지. 비록, 자신이 바라지 않는다해도 그것이 바로 이미 정해진 '역사'이니.

그리 마음을 먹은 그녀가 마지막 남아 있는 힘을 쥐어짜 자리에게 가까스로 일어난다. 죽을 때는 죽더라도, 저 남자에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마음이 들었으므로.

당신은 대체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일까. 부? 명예? 권력? 하지만 전부 소용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나를 죽인다면 그저 과거로 회귀하게 될 뿐이니까. 결국, 당신이 나를 죽인다고 해도 당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는 없다는 말인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당도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것은, 도대체.

- … 잘 가라. 다음 생이란 것이 있다면, 착하게 살아보고.

세상을 멸망의 위기에 빠뜨린 ‘겨울의 마녀’를 처단하고자 하는 남자의 마지막 말은, 솔직히 말해서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여자에게 잘 가라고 말을 해주다니, 이 어쩌나 멋대가리라고는 없는 말이란 말인가.

- ...킥.

...하지만, 동시에 괜찮은 말이기도 하였다. 세상 사람들 전부가 자신을 마녀라고 부르며 경원시하고 있건만, 그런 자신을 애도해주는 남자가 바로 자신을 이제 막 죽일 예정인 남자라니.

설사 남자의 저러한 말이 스스로의 우월에서 비롯된 교만일지라도, 약자를 향한 싸구려 적선일지라도 상관없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그녀를 향해 이런 말을 건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천 년 전은 물론이거니와, 세상 전체로부터 경원시 받는 ‘마녀’로 전락하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아, 그래, 정말로 단 한 번도. 그녀는 자신을 향한 동정을, 받아본 경험이 없었던 것 같다.

- …….

...자신은, 아주 나쁜 마녀다. 단 한 번의 손짓으로 무수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전적이 있으며, 세상에 끝이 없는 겨울을 불러온 끝에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죽어나가게 할 사악한 마녀임이 틀림없다.

그런 나쁜 마녀를 죽이면서도, 오히려 적을 신경써주고 배려를 해주는 남자라니. 이 어찌나 멍청하고 어리석은 남자란 말인가. 그러한 감상에 비하면, 심장에 꽂힌 검의 아픔 따위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 …이번엔, 네가 남았구나.

마지막 순간, 그녀는 스스로의 심장에 검을 꽂은 남자를 향해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듯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돼. 내가 이렇게 한 남자에 대해 관심을 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거든.

- 고마워.

숨이 가빠온다. 고통이, 점점 옅어져간다. 시간이 과거로 되감기는 듯한 익숙한 감각을 느끼며, 그녀는 마지막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 가지 소망을 품고 말았다.

만약 저런 남자가 자신 곁에 있어주었더라면, 자신은 이렇게 ‘마녀’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그러한 부질없는 꿈을 꾸어 보았다. 지금까지는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하나의 헛된 소망을.

****

에스텔 공작가에서 아리아가 보내는 하루 일과는, 예상 외로 그리 한가하지만은 않다. 명목상으로는 소공작의 전속 시녀이긴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면을 제외한다면 다른 사람의 수발을 드는 일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자신 있는 일이라고는 결국 마법을 사용하는 일임이 틀림없었으니까.

더욱이 최근 들어, 키리에가 에스텔 공작가에 온 뒤로 아리아는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빌려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오늘, 아리아는 공작가에서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는 먼 곳까지 나가 사람들을 도와줄 예정이었다. 어디까지나 소문이기는 하였지만, 최근 들어 온 커다란 홍수로 인하여 다리 하나가 무너졌다는 소식이 있으니, 이러한 자신이라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면서.

옷을 입는다.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단정히 꾸민다. 자신은 마법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카인의 전속 시녀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만큼, 자신은 언제 어디서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는 아니 된다. 왜냐하면 이 몸은, 그에게 도움이 되어주기로 맹세를 하였으므로.

...그래, 그에게 ‘아리아’라는 이름을 지음 받았을 때부터.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

또각, 또각.

그렇게 옷을 갖춰 입고 마을로 가보기 위해 에스텔 공작가를 나서는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던 아리아를 급히 붙잡은 사람은, 그녀 또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아리아.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어라. 아리엘님?”

에스텔 공작가의 본성으로 통하는 정문, 그곳에서 평소와 같이 수녀복을 단정히 차려 입은 채 아리아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아리엘이었다. 평소에는 다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긴 하였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눌 만큼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아리아는 자신의 고개를 살며시 갸웃거리고 말았다.

“어쩐 일이신가요?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그리고 아리아의 의아함을 눈치라도 챈 듯, 아리엘은 그녀를 향해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카인이 아리아를 급히 찾아서 말이에요. 마법적인 부분이 필요한 일인지라, 아리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아리엘의 말에, 아리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두 눈을 깜빡거렸다.

“...단순히 마법적인 부분이 필요한 것이라면, 저 말고도 비앙카님도 계시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 저한테...?”

“글쎄요. 비앙카는 최근 들어 많이 바쁘잖아요. 그리고 카인의 입장에서는, 비앙카보다 아리아 당신이 더 가깝고 친숙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 부탁을 한 것이 아닐까요.”

아리엘의 그러한 말에, 아리아의 얼굴 위에 살그머니 미소가 떠오르고 말았다. 아무리 들어도, 카인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의지하고 있다는 말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흠흠, 그렇다면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네요. 카인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혹시 안내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여기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숲의 뒤편이요. 제게 아리아를 찾으면 그 쪽으로 오라는 전언을 남겼으니 아마 지금쯤 그곳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리엘의 여상한 대답에, 아리아는 어떠한 의심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방금 전 아리엘이 한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한 그 순진한 태도에 아리엘은 자신의 마음이 살짝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 ‘겨울의 마녀’는, 네 원수잖아?

“...이쪽이에요.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아리아.”

언젠가 키리에가 자신에게 했던 그 말을 머릿속에서 애써 지워내며, 아리엘은 아리아를 이끌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하였다. 키리에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리아를 제압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그 장소를 향해.

아리엘이 앞장서고, 그 뒤를 아리아가 조용히 뒤따른다. 애당초 그 둘은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오고가는 대화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저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와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렇게 숲의 안쪽을 향해 얼마나 발걸음을 옮겼을까.

우뚝.

아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줄곧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뒤따라오던 아리아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발걸음을 내딛지 않고 있었기에.

“아리엘님, 이제 슬슬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장소까지 온 것 같은데. 본론부터 말씀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를 왜 이런 곳까지 유인해주신 것인지 말이에요.”

“...그건, 대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죠. 아리아.”

...설마, 벌써 들킨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대체 어떻게? 들킬만한 요인은 전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는데?

“저는 카인님의 전속 시녀에요. 설마 제가 오늘 카인님의 스케줄 하나 파악하고 있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건 좀 너무하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는데요.”

마치 산보라도 나온 듯한 아리아의 여상한 대답에 아리엘은 스스로의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아리아는 지금-

“...제가 당신을 유인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군요. 그렇다면 왜 저를 순순히 따라 나선 거죠.”

아리엘의 질문에, 그녀는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 피식하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닐까요. 왜냐하면요."

"...당신이 무슨 수작을 부렸건 간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아리엘님."

쿵-

아리아는 아리엘 쪽을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그 간단한 동작에, 아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휘청거리고 말았다.

무겁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연약하게 보이는 하얀 머리의 여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아리아의 발걸음 속에는 세상의 그 어떠한 이라도 쉬이 감당할 수가 없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끼리릭-

아리아에게서 새어나오는 압도적인 마력의 파동에, 공간 그 자체가 뒤틀리는 꺼림칙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말았다. 아직 아리아는 본격적인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고작해야 그녀의 몸에서 새어나오는 찌꺼기 같은 마력조차 이런 막대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니.

...최근 2년 사이, 아리아가 마녀로서의 힘을 전부 되찾았다는 키리에의 말이 정녕 사실이었단 것인가.

“왜 그러세요, 아리엘님. 여기까지 저를 유인하신 걸 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셨던 것 아니었나요. 설마 제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으신 분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저를 유인하기만 하셨던 것인가요? 대체 어떤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셨기에, 저를 이런 곳까지 유인한 것인지 조금은 궁금-”

“그야 물론, 당신을 제압하기 위해서랍니다. 아리아.”

그리고 그 때였다. 미리 한 발 앞서 이 숲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키리에가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며 그러한 말을 내뱉은 것이.

“카인에게는 조금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저희에게는 당신을 제압해야만 하는 목적이 생기고 말았거든요. 하지만 그 이는 절대로 그런 일을 허락해주지 않을 테니, 어쩔 수 없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당신을 제압하기로 결정한 거죠. 그 점만큼은 양해를 부탁드려요, 아리아. 사실 저희도 이렇게 야만적으로 행동하기는 싫었거든요.”

키리에의 그러한 말에 아리아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하.”

이내, 정말로 우습다는 듯 미친 듯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하하하! 난 또 뭐라고. 너희들이 나를 제압하겠다고? 패배자들 주제에 아직도 주제파악을 하지 못한 모양인데. 아리엘 티에르, 그리고 키리에 엘 데나리스!”

“.....”

"....."

아리아의 비웃음이 섞인 그 말에도, 아리엘과 키리에는 감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대답을 할 여유를 가지지 조차 못하였다. 그녀에게서 새어나오는 마력의 파동이 너무도 거센 나머지, 발이 제대로 움직여지지도 않는다.

순간, 아리엘은 한없는 절망감을 느끼고 말았다. 8년 뒤, 네 명이 전부 모여 있을 때도 저 여자와 가까스로 동수를 이루었건만, 고작해야 두 명이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제야 아리엘은 아리아라는 여자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고 말았다.

저 여자야말로 겨울의 마녀. 오직 단신의 힘으로서 대륙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던, 인세의 절대자-

아리아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좋아.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마음대로 해봐. 제압이건 결투건, 너희들 뜻대로 해보렴. 그동안 한솥밥을 먹은 정을 생각해, 너희를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너희 따위가 해낼 수 있다면, 말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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