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170) 15. 설월화(雪月花) - 17
만일 풋풋한 연인 사이의 남녀가 처음으로 관계를 나누게 된다면, 두 명의 남녀는 자신들의 첫 경험으로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라는 굳센 각오를 해야만 할 것이다.
사소하게는 성기를 삽입할 구멍이 어디인지 착각해 버린다는 귀여운 실수에서부터 시작해, 크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나누는 과정에 있어 자신이 생각하고 계획했던 대로 일이 잘 풀려나가지 않는다는 막막함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아랫구멍 속에 성기를 쳐 박는 일은 무척이나 쉽고 간단한 일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남녀가 세상에 다시없을 열락과 쾌락을 느끼게 될 때까지는 무척이나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으로 섹스를 하게 된 연인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를 꼽아보자면 바로 유의미한 전희와 애무를 생략하는 일이다. 소설 속에서야 난생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남녀일지라도 서로의 입을 맞추고 난 직후, 여자의 아랫부분이 홍수가 났다는 묘사가 자주 등장하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까지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다.
사람의 몸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리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법이다. 특히, 난생 처음으로 섹스를 하게 된 여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잔뜩 긴장을 하게 된 나머지 가랑이 사이에서 애액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좋은 기억으로 남아야할 첫 경험에 대한 감상이 그저 ‘아팠다’라는 불쾌한 감상으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침대 위에 누운 채 카인을 겁먹은 듯한 눈초리로 올려다보고 있는 아리엘 또한 지금까지 남자와 관계를 가진 적이 없는 여인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설명을 해보자면, 그녀의 정신은 이미 미래의 ‘카인 폰 에스텔’과 섹스를 한 이력이 존재하였지만, 현재 그녀가 지니고 있는 육신만큼은 어떠한 남자의 손길도 닿은 적이 없는 순결한 몸이라는 의미였단 말이다.
사실상 아리엘에게 있어서는 지금 카인과 하는 섹스가 난생 처음으로 행하는 섹스임이 틀림없을 테니, 카인 또한 최대한 상냥하고 부드럽게 그녀를 대해주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찔꺽-
아리엘이 걸치고 있는 얇은 속옷 위로 살며시 매만져보니, 축축하다 못해 습하기까지 한 무언가가 그의 손가락에 느껴지고 있었다.
“흐읏...!”
그는 아리엘의 비음 섞인 소리를 배경음악처럼 흘려들으며 자신의 손가락을 재빠르게 살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속옷을 매만졌던 검지와 중지는 끈적끈적한 무언가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가락을 살짝 하고 벌려보니, 손가락 사이에 실이 걸쳐지며 음란한 향기가 확하고 퍼져나가는 그 광경은 그의 머리를 돌아버리게 만들기 충분하고도 남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희고 애무고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았건만, 아리엘의 아랫도리는 속옷 위로도 확실하게 느껴질 만큼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타고난 몸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10년간 그와 관계를 맺었던 경험이 육신에 영향을 끼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리엘. 당신, 참 야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데.”
카인은 지금 당장 그녀의 속옷을 벗긴다는 멋없는 짓을 저지를 생각은 없었다. 자고로 맛있는 것은 가장 나중에 음미를 하면서 먹어야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간에서는 여신의 대리자이자 성녀(聖女)라고 불리며 언제나 모든 사람들 앞에서 고고한 모습을 보이던 아리엘 티에르라고 하는 여자의 흐트러진 모습을 특등석에서 감상할 기회를 흘려보내고 싶은 마음 또한 추호도 존재하지 않았다.
“...읏-!”
속옷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살짝 치우자 그녀의 조그마하고 습기 진 동굴이 카인의 눈앞에 그 자태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동굴의 입구는 마치 죄인을 가두는 쇠창살이 쳐져 있는 것 마냥 끈끈한 액으로 눅신눅신 뒤덮여 있었는데, 애액으로 이루어진 동굴의 쇠창살은 카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가 된 것 같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었다.
“흐응...!”
그가 예상했던 대로 동굴의 안쪽은 매우 비좁아, 시범삼아 넣어보았던 손가락 하나조차 겨우 진입을 마칠 수 있었다. 비좁은 동굴의 틈 사이를 조금씩 밀고 들어가던 카인의 손가락이, 문득 호기심이라도 일었는지 동굴 안쪽의 벽을 살그머니 문질러보았다.
찔꺽-
“...윽...! 그, 그만...”
살과 살이 맞닿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아리엘은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의 입술을 깨물어버리고 말았다.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질척하고 음란한 소리가, 도저히 자신의 몸에서 비롯된 소리라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평소와는 표정이 너무도 다른데. 성녀로서의 당신은 아이리스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는데, 침대 위에서의 당신은 그저 평범한 처녀인 것처럼 보여.”
“그, 그건, 치, 칭찬인가요...?”
전신의 모든 감각이 아래쪽으로 쏠려 있는 탓에 숨을 헐떡이면서 겨우겨우 문장을 완성해낸 아리엘이 그저 귀엽다는 듯, 카인은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매끄러운 목덜미를 한 차례 쓸어내린다.
“그럼, 칭찬이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당신의 새로운 면을 알아가고 있다는 뜻인데, 칭찬이 아닐 리가 없잖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나 고고하고 하늘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리엘이 내 앞에서는 눈물을 글썽이는 한 명의 여인에 불과하다는 그 사실이 당신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지만.
“...하지만, 거기는 더러운 곳이에요. 그런 곳을, 손으로 만지지는 말아 주세요...”
“그럼 손으로만 만지지 않으면 괜찮다는 의미인가?”
아리엘의 말에 능청스레 대꾸를 하던 카인은 그녀의 다리를 벌리더니, 그대로 그녀의 아랫도리를 향해 자신의 고개를 쳐 박았다.
“.....!”
흠뻑 젖은 속옷 위로 자신의 들숨을 한 차례 불어넣은 그는, 이내 속옷을 젖힌 상태로 혀를 내밀어 아리엘의 갈라져 있는 틈을 조심스레 핥아보았다. 맛은, 무척이나 감미롭게 느껴졌다. 실제로 감미로운 맛인 것인지, 아니면 아리엘의 애액이라 감미롭다고 느껴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하읏-”
그의 혀는, 무척이나 뜨겁다고 느껴졌다. 흡사 불덩이가 자신의 그곳을 핥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혀로 그곳을 쓰다듬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를 세워 클리를 아주 살짝 씹어보기도 하였고,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얼굴을 파묻어 민감한 부분의 돌기를 건들여 보기까지 하였다.
“으흣, 으으응, 아아...!”
좋았다. 너무도 좋았다. 여인으로서 가장 소중한 곳을 낱낱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 따위, 그녀에게는 안중에도 없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오직 자신의 쾌락과 행복만을 위해 정성스레 봉사를 해주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아리엘은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아흑-!”
그의 혀가 어떤 부분을 스치고 지나가자, 아리엘은 머릿속을 가득 두드리는 쾌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허리를 활처럼 휘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인해,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공중에 크게 출렁거리고 말았다.
“...실로 유감스럽지만, 오늘만큼은 당신의 말마따나 가슴 쪽은 내가 양보해주도록 하지.”
“하앙...!”
카인은 놀고 있는 한 쪽 손으로 그녀의 유륜을 아주 살짝 꼬집으며 그리 중얼거렸다.
“아빠가 돼서, 딸이랑 엄마의 가슴을 두고 경쟁을 하는 것은 조금 어른스럽지 못한 일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스트 스퍼트를 올려보겠다는 듯, 카인의 혀가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한 곳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결국 아리엘은 그 쾌감을 견대내지 못하여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을 버둥거렸지만, 유감스럽게도 카인의 손과 다리가 그녀의 몸을 꽉 옥죄이고 있었기에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흣, 아아...!”
눈앞이 번쩍이는 열락과 함께 전신의 통제권을 잃어버린 아리엘은, 자신이 침대 위에 그대로 누워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야 방금 전 자신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하, 아... 말도, 안 돼...”
부끄러웠다. 남자를 알지 못하는 몸인 것도 아니고, 무려 10년 동안이나 그와 한 침대를 썼던 경험이 있는 자신이, 고작해야 그의 애무 하나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하다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었는데, 그렇게까지 반응을 해주다니 조금은 기쁜 걸.”
아리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카인의 얼굴은 마치 금방이라도 세수를 한 것 마냥 흠뻑 젖어있었다. 그리고 실로 유감스럽게도, 아리엘은 카인의 얼굴이 어쩌다 저렇게 젖게 된 것인지 너무도 쉽게 추측이 가능하기도 하였고.
“거칠게 해줄까, 아니면 부드럽게 해줄까? 어느 쪽이 당신의 취향이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속삭이며 그리 물어오는 카인의 질문에, 아리엘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의 몸을 조심스레 끌어 안는다.
...부드럽게도, 그리고 거칠게도 해달라는 아리엘만의 신호.
“...읏!”
더 이상의 전희는 필요 없었고, 애무도 필요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카인은 아리엘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는다.
“...흐응, 흣-!”
그 순간, 아리엘은 발끝에서 정수리 위쪽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열기가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말았다. 행복했다. 자신과 그가 하나로 이어져있는 것에서 비롯되는 육체적 쾌감과, 정신적인 충족감으로 인해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카, 인...”
기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오직 자신만을 바라봐주고 있었다. 방금 전, 모두가 모여 있던 그 장소에서 카인은 아이를 임신한 아이리스 엘 데브하르트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오직 아리엘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만을 신경써주고 있었으며, 그녀만을 사랑해주고 있었다.
“...전, 그리고 티아는...”
“티아는, 곧 만나볼 수 있을 거야. 약속할게.”
카인은 한층 더 거센 기세로 자신의 성기를 안쪽 끝까지 밀어 넣는다. 성기를 꽉 하고 조여 오는 빠듯함과, 그의 물건이 자신의 안을 가득 채우고 말았다는 충족감에 두 남녀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크윽, 하아-!”
순간, 쾌감을 이겨내지 못한 아리엘이 결국 카인의 가슴팍에 스스로의 몸을 묻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어질어질한 쾌감만이 아리엘의 머릿속을 꽉하고 메우고 있는 중이었다.
"하, 아- 카인. 저, 는..."
땀에 젖은 아리엘의 지체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쾌감으로 인해 흐트러진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엘의 얼굴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아니, 필시 사랑스러운 것이 틀림없겠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언제나 고고하고 우아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가, 내 앞에서 만큼은 저런 얼굴을 지어준다는 것이 너무도 만족스럽고, 그를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하읏!"
카인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로 흩어져 간다. 그녀의 안쪽 깊숙한 곳을 들락거리고 있는 그의 성기가 방금 전보다 한층 더 가열차게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허리 움직임에 따라, 아리엘의 상체 또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이 계속해서 들썩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 이제 그만..."
쾌감이, 쾌감이 너무 크다. 이러한 쾌감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첫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쾌감을 느끼고 있다니, 자칫하다가는 카인에게 아리엘이라는 여자라는 음란하다는 인식을 심어줄지도 모른다는 것이 너무도 무섭다.
"크윽, 하아-!"
카인이 빠듯함을 이겨내지 못한 것과, 아리엘이 쾌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절정이었다. 카인은 자신의 허리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안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흐읏, 하읏...!”
아리엘 또한 자궁 안쪽에 따스한 온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두 남녀는 그대로 쓰러지듯 침대 위쪽으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방 안에는 음란한 향기가 가득하고 멤돌고 있었으며, 두 남녀는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워있던 탓에 방금 전까지 그 둘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너무도 쉽게 유추가 가능하였지만, 그럼에도 카인과 아리엘은 서로의 나신을 꼭 껴안고 있는 상태를 풀 생각은 추호도 하고 있지 않고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여운을 즐기고 싶었다. 그저 상대방의 육체를 핥고, 성기를 쑤셔 박는 것만이 섹스의 전부라고는 말을 할 수 없었으니까.
“...카인...”
“응?”
“고마워요.”
“뭐가 고마운데.”
“...그냥요. 그리고 전부, 전부 다요.”
그것이 끝이었다. 그들은 여느 사이의 남녀마냥 서로 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으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할 필요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서로가 서로의 몸을 꼭하고 안아주고 있기만 하였다. 서로가 서로의 위안이 되어주고 있으며, 그것만이 유일한 구원이노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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