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상실에 걸린 마녀를 주워버렸다-146화 (146/201)

[19] (EP.146) 14. 미련의 끝 - 09

“...아, 아리엘...”

나는 여느 때와 같이 티끌 한 점 없는 순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엘의 얼굴을 당혹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말았다. 현재 나의 두 눈은 내 앞에 서 있는 아리엘의 얼굴을 향하고 있긴 하였지만, 나의 모든 정신은 책상 밑에 무릎을 꿇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비앙카를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건, 위험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대체 왜 비앙카는 가벼운 헤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을 굳이 나서서 크게 만드려고 하는 것일까.

방금 전, 나와 비앙카 둘 사이에 요상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던 것 자체는 사실이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저 분위기만 형성이 되어있었을 뿐 아직은 아무런 짓도 저지르지 않은 상태였단 말이다. 그런데 굳이 아리엘을 피해 몸을 숨긴 이유는 무엇이며 하필이면 책상 밑을 자신의 피난처로 삼은 이유는 또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쉬잇.

한편, 나의 착잡한 기분 따위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것인지 책상 밑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비앙카는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우더니 자신의 입술 앞쪽에 얌전히 가져다 댄다. 비앙카의 입가에는 짓궂기 이를 데 없는 미소만이 떠올라 있는 상태였다. 모르긴 몰라도,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곧바로 아리엘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비앙카 나름대로의 경고임이 틀림없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환장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찔리는 구석이 생겨난 나는, 혹시라도 비앙카의 모습이 아리엘에게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의자를 최대한 책상 가까이로 가져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윤리의식에 투철한 성직자라고 할 수 있는 아리엘에게 벌건 대낮부터 비앙카와 객쩍은 일을 할 지도 몰랐다는 사실을 밝히기는 죽어도 싫었다.

“...카인? 왜 그러시죠? 혹시 어디가 편찮으시기라도 하신 건가요?”

책상 밑에 웅크리고 있는 시한폭탄을 환장할 것처럼 바라보고 있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자신의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리엘.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전 정말로 괜찮습니다.”

진심으로 내가 걱정된다는 듯 그리 물어오는 아리엘을 향해 진실을 고할 용기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내가 택한 길은 모두의 행복을 위해 진실을 얼버무리는 길이었다. 이제 와 모든 것은 사실 깜짝 파티였다며 비앙카가 책상 밑에서 슬그머니 기어 나오는 것 또한 웃기는 일임이 틀림없었으니.

“...당신이 그리 말한다면, 납득하도록 할게요. 그것보다 카인.”

“예, 아리엘.”

“그러고 보니 실은, 아까 전부터 제게 엄청나게 거슬리는 것이 있는데 말이죠.”

“...무엇이 거슬린다는 말씀이십니까?”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린다. 짚이는 점이 하도 많아 아리엘이 지금 무엇이 거슬린다고 하는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대체 무엇을 알아차리게 된 것일까. 방금 전, 집무실의 한 가운데에서 비앙카와 갈 때까지 갈 뻔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가? 아니면 지금, 내 책상 밑에 흐트러진 차림새의 비앙카가 숨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카인. 전부터 줄곧 생각해 온 점인데, 어째서 제게-”

그리고, 그 때였다.

“헉!”

책상 밑에서 얌전히 몸을 웅크리고 있을 줄 알았던 비앙카가, 재주도 좋게 오직 입만을 사용해 바지를 아래로 내리더니 이내 나의 성기를 덥석하고 물어온 것이다. 그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키고 말았다.

비앙카의 따뜻한 혀가 나의 성기를 살그머니 감싼 끝에 모든 것을 자신의 색으로 칠해가고 있었다. 조금은 서툰 입놀림이기는 했지만, 그에 반비례하여 정성스럽기 그지없는 혀놀림으로 기둥을 쓸어 올리는 그 작태에 엄청난 쾌감이 밀려오고 말았다.

아리엘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그래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래쪽을 힐끔하고 바라보니 비앙카는 성기를 입에 물어 뺨이 홀쭉해진 상태로 나를 향해 눈웃음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음탕하면서도 아름답게만 비춰지는 비앙카의 자태에 성기가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치켜세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꼿꼿하게 세워진 성기를 비앙카는 사랑스럽다는 듯 입에 한가득 물며 귀두의 끝부분까지 자신의 혀로 살랑살랑 자극하였으며, 그에 따라 나의 성기는 더욱 빳빳하고 딱딱하게 변화하고 말았다. 실로 머리가 아득해질 것 같은 악순환임이 틀림없었다.

“...또 왜 그러시는 거죠. 정말 몸이 편찮으신 것은 아닌가요.”

“아니, 아닙니다. 몸이 불편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현재 나의 책상 밑에 비앙카가 성기를 살짝하고 깨무는 바람에 놀라서 그런 것이라고는 차마 고백할 수가 없었다.

“...하던 말씀 계속해서 하시지요, 아리엘.”

현재 비앙카가 책상 밑에서 내 성기를 사탕처럼 쪽쪽 빨고 있음에도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나름대로 아리엘을 의식하여 방음 마법을 사용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를 신경 써 주었다면 애당초 책상 밑에서 입으로 성기를 빠는 행위는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흐르는 별’까지 사용해가며 내 얼굴표정을 최대한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나의 노력이 통하기라도 한 것인지, 아리엘은 자신의 얼굴에 떠올라있는 의문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나를 향해 순순히 입을 열어 보였다.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저를 대하는 어투가 너무 타인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이었어요. 예전처럼, 저를 향해 반말을 사용해주시면 안될까요.”

“...반말, 말씀이십니까?”

갑작스러운 부탁에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한 상태로 눈을 깜빡이자, 아리엘은 입술을 꽉 하고 깨물며 말을 덧붙였다.

“네. 회귀 전, 제게 편하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이에요.”

어딘가 모르게 애절하게까지 느껴지는 아리엘의 부탁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 고작해야 말을 편하게 하는 것쯤이야 뭐.

“그래, 알았어. 아리엘.”

나의 바뀐 말투에, 아리엘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였다. 그리고 아리엘을 향해 말을 편히 하는 내가 못마땅하기라도 하듯, 비앙카는 콧방귀를 세차게 뀌며 나의 성기를 더욱 세찬 기세로 빨아들여 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쉬이 버틸 수 있었다. 그래,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적장은 입으로 해주는 것에 많이 서툰지라, 나를 덮치고 있는 쾌감의 공세가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 제가 별다른 기별도 없이 카인을 찾아온 것은,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에요.”

“물어보고 싶은 것?”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그 말에, 나는 스스로의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방금 전,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던 여자가 지금 책상 밑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본다면 경계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별 다른 것은 아니고, 아주 간단한 질문이에요. 저는 카인이 제 질문에 오직 진실로서 답변을 해줄 것이라 믿어요.”

마치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냐고 묻는 듯한 여상한 어조로, 아리엘은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 날 밤, 야외의 테라스에서 아이리스 그 여자와 했나요? 정말로?”

“.....”

혹시 오늘은 무슨 날이기라도 한 것일까. 대체 어째서 나를 보는 여자들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차마 그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우물쭈물 거리고만 있자, 그러한 기색으로부터 정답을 읽어낸 것인지 아리엘은 나를 향해 울적한 감정이 섞여 있는 듯한 불만을 토로해내고 말았다.

“...했군요, 정말로. 제게는 그간 손가락 하나 건들이지 않았던 주제에, 그 여자의 유혹에는 대뜸하고 넘어갔던 것이로군요.”

아리엘의 그 말에 동의하기라도 하듯, 이를 세워 성기를 살짝하고 깨물어오는 비앙카.

위아래로 두 여자의 파상공세를 맞이하고 있으려니, 등줄기 뒤편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치사해요. 제가 먼저 당신을 좋아했고, 제가 먼저 당신과 깊은 사이가 되었는데, 어째서 그 여자와 먼저 몸을 섞은 것이죠. 그러다가 그 여자가 정말 임신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아리엘은 자신의 옷자락을 꽉 하고 움켜쥐며 조금은 원망이 어린 듯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알고는 있어요. 아이리스 그 여자는 당신과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한 여인이며, 한창 때의 두 남녀가 몸을 섞는 것쯤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의 이야기라는 것을요.”

“...아리엘,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해요. 저는 공작가에 분란을 일으키기도 싫고, 다른 여자들과 입 아프게 말다툼을 하는 것도 싫어요. 아이리스 그 여자처럼, 당신을 독점하고자 하고픈 마음도 없어요. 그저, 당신이 저를 좋아해주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해요.”

그리 말을 하며 아리엘은 나를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박력에 나는 스스로의 몸을 움찔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제가 당신을 존중하듯, 당신 또한 저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저는 이미 당신의 가족이며 당신의 아내이니까요.”

“비앙카가 그랬듯, 아이리스가 그랬듯, 저 또한 당신과 섹스 정도는 할 권리가 있다 생각하는데요?”

참으로 노골적인 아리엘의 선언에, 나는 그만 소리 없이 기함을 터트리고 말았다. 비앙카 또한 상당히 놀랐는지, 사탕처럼 내 성기를 빠는 행위를 일순간 멈출 정도였다.

“그러니 잊지 말았으면 하는군요. 어떤 여자가 당신의 정실이건 측실이건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고, 당신이 다른 여자와 어떤 음란한 사생활을 즐기건 간에 그건 전적으로 당신의 자유이지만, 나 또한 당신의 아내이며 당신의 모든 것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사소한 것이든, 사소하지 않은 것이든. 유형적이건 무형적이건. 그것이 어떠한 종류의 것이라도, 당신이 다른 여자에게 해준 것이라면 나 또한 그것을 가질 권리가 충분하다 것을 말이죠.”

“...그리고 아이만큼은 절대로 안 돼. 그러니 다른 여자와 할 때 피임은 최대한 신경 써요. 왜 안 된다고 하는 것인지, 그 이유는 당신도 잘 알고 있겠죠?”

그리 말을 하며 아리엘은 내게서 휙 하며 등을 돌리며 집무실의 출입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럼, 나중에 봐요. 오늘은 말고,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의 밤에.”

“...왜?”

나의 멍청하게까지 들리는 듯한 그 질문에, 아리엘은 피식하고 웃으며 순순히 답을 해주었다.

“이번 생에서는 당신과의 첫 경험이 될 텐데, 거기에 다른 여자의 냄새를 묻히고 있는 당신과는 섹스하기 싫으니까.”

쾅!

문이 평소보다 더욱 거세게 닫혔다. 내가 멍하니 거칠게 닫긴 방문을 바라보고만 있자, 책상 밑에서 비앙카가 입맛을 다시며 책상 밑에서 어슬렁하고 기어 나왔다.

“아무래도 다 들킨 모양이네. 하여간 눈치 빠른 여자야.”

입가에 다 삼켜내지 못한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음에도 나를 향해 그러한 말을 중얼거리는 비앙카.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남의 얘기 하듯 하는 거야? 네가 먼저 시작한 일이잖아.”

“그야, 이건 전적으로 네가 성녀에게 변명할 일이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

어깨를 으쓱이며 자기 일 아니라는 듯 나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오는 비앙카.

“...그러니까 애초에 왜 책상 밑으로 숨어서 일을 크게 만든 거야. 갑자기 거기는 또 왜 빤 거고.”

“뭐 어때. 매일 그러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은 이런 게 더 스릴이 넘치고 재밌지 않아?”

확실히, 비앙카의 말처럼 심장이 두근거려 돌아버릴 뻔한 경험이기는 하였다.

"흥, 방금 전의 그건 내 나름대로의 투정이나 벌충이라고 생각해 줘. 나 같이 예쁜 여자를 연인으로 두고서도, 다른 여자에게 함부로 한눈을 판 벌충."

"...비앙카, 너..."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온전히 나한테만 신경을 써줘. 방금 전 저 여자가 그랬지. 다른 여자와 뭘 하건 간에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자신에게도 똑같은 권리를 부여해달라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혹시라도 구질구질하게 보일까봐 네게 말하기는 싫었는데, 네가 황녀와 야외에서 나뒹굴었다는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짜증이 났었는지 네가 알기나 해...?”

귓가에 그리 속삭이며 비앙카는 한 쪽 팔로는 나의 목을 감싸 안고, 다른 한 쪽 팔로는 나의 성기를 살짝 움켜잡으며 나른한 어조로 내게 속삭여왔다.

“그러니, 아직 더 할 수 있지?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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