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상실에 걸린 마녀를 주워버렸다-136화 (136/201)

(EP.136)13. 아이리스 엘 데브하르트 - 10

내가 가장 처음 위화감을 느꼈던 것은, 연회장에서 루시안과 결투를 하던 바로 그 때였다.

결투의 마지막 순간, 나는 녀석이 발하던 오러의 흐름을 일부 탈취한 것으로도 모자라 내 것으로 만든 뒤 그 힘을 녀석에게 되돌려주기까지 하였다.

결투 당시에는 무심코 넘어간 일이었다만, 결투 직후 머리를 좀 식힌 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리스의 가르침에 의하면, 오러란 본디 인간의 생명기로서 그 사람의 심령(心靈)과 하나로 이어져 있기에 흐르는 별을 사용하더라도 타인의 오러에 간섭할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고 하였다.

물론, 세상만사가 그렇듯 이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에 한 가지 예외가 존재하였다. 바로 같은 검술을 익힌 사람들끼리는 무의식중에 생명기의 패턴이 비슷해지기에 오러가 공명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그 흐름을 탈취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설명이었다.

- 즉, 다시 말하자면 같은 ‘흐르는 별’을 익힌 우리 둘끼리는 서로의 오러를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뭐, 그래봐야 당대에 ‘흐르는 별’을 익히고 있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니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만.

아이리스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설명을 하고 지나쳤던 부분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설명을 떠올리며 크나큰 위화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나는 루시안 그 녀석의 오러를 탈취하는 것이 가능했단 말인가?

모든 의문은 바로 그 점에서 출발을 하였던 것 같다. 어떠한 추측을 하더라도 쉽사리 답을 내놓을 수가 없는 문제를 눈앞에 두고, 나는 고심 끝에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사실, ‘흐르는 별’과 ‘어스름한 달’은 원래 하나의 검술이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같은 원류(源流)를 지닌 쌍둥이 같은 검술이 아니었을까.

가능성은, 충분했다. 흐르는 별이나, 어스름한 달이나 전부 두 검술 모두 초대 황제였던 데브하르트와 그를 섬기던 4대 공작이 사용하던 검술. 오히려 두 검술 사이에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증이 나의 가설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의문점은 한 가지 더 생겨났다.

본디 카인 폰 에스텔이라는 인간에게는, 검술과 관련된 재능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럭저럭 절정의 검사가 될 정도의 소질은 존재하다만, 아이리스와 같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재능까지는 타고나지 못한, 범재에 불과한 인간이었단 말이다.

...아마, 아이리스와 함께 했던 순간의 ‘카인’의 기억이 없었더라면, 내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일은 아직까지도 요원한 일이 틀림없었을 테지.

- 단언하지. 자네에게는 소질이 없어. 하지만, 나의 가르침을 익혀나가는 속도는 기묘할 정도로 빠르군. 어쩌면, 자네와 ‘흐르는 별’은 궁합이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헌데 나는 아이리스에게서 흐르는 별을 배울 당시, 고작해야 1년이라는 시간 만에 흐르는 별을 완숙한 경지까지 익혀내는 것에 성공하였다. 내게 재능이 없다고 단언을 했던 아이리스가 의문을 표할 정도로 빠른 시일 내에 검술을 익혀내는 것에 성공했던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나도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절박함이 가득하였으며,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검사가 스승이 되어 주었으며, 가혹하다고 할 정도의 수련 과정이 그를 뒷받침해주었다고는 하지만 그 전부를 감안하더라도 나의 진도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단 말이다.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넘겼던 일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 무언가 한 가지 짚이는 것이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흐르는 별이나 어스름한 달과 마찬가지로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에스텔 공작가의 검술인 명신(明神)을 익혔던 몸이었다.

어쩌면, 명신을 익힌 사실 그 자체가 흐르는 별을 원활하게 익히는 것에 도움을 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이상의 단서를 가지고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정립할 수 있었다. 어쩌면, 황실과 4대 공작가에 내려온 천 년의 역사를 지닌 검술들은 무언가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검술들을 단 하나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두 개, 세 개를 함께 익힐 때 더욱 쉽고 원활하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어디까지나 심증이긴 했지만, 아이리스와 아리엘이 나와 같은 회귀자라는 것이 의심이 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니 나 또한 그녀들에게 맞서, 본신의 힘을 최대한 길러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기에 그 결투 속에서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자존심도 없이 나를 향해 넙죽하고 고개를 숙인 루시안과 같은 얼간이를 에스텔 공작가에 받아들여 주었다. 실은 그런 등신 같은 놈을 공작가에 받아들이기는 싫었지만, 여러모로 실험을 해볼 것이 있었기에 계산 끝에 녀석을 받아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실험이 시작되었다. 나는 녀석에게 명신을 가르쳐주고, 녀석은 내게 어스름한 달을 가르쳐주었다. 나의 재능은 루시안 그 녀석에 비하자면 많이 모자랐기에, 두 검술을 하나로 접목하는 것에는 녀석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흐르는 별과 관련된 이야기는 녀석에게 꺼낼 수 없었다. 괜한 분란을 사서 만들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으므로. 흐르는 별을 연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몫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으며, 그 결과 나는 꽤나 고무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다.

루시안 그 녀석은 극단적으로 기본기를 강조하는 명신을 익힌 것만으로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벽을 넘어 검사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그리고 나 또한 고작해야 몇 달이라는 시간 만에 어스름한 달을 실전에서의 사용은 무리더라도 흉내 정도는 그럭저럭 낼 수 있을 정도로 익히는 것에 성공하였다.

이로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천 년 전부터 내려온 네 가지 검술은 본디 한 가지 검술에서 파생된 것들이었으며, 그것들을 함께 익혀낸다면 나는 지금보다 배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 나의 스승을 뛰어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그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의 재능이 일천한 탓인지, 명신과 흐르는 별을 제한 나머지 두 검술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쉽사리 진도가 나지 않았다. 실전에서 두 검술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고, 명신을 기본으로 삼고 흐르는 별로 상반된 흐름을 합하고 조율해야만 겨우겨우 흉내라도 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흉내에 불과한 검술일지라도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의 재능이 한참이나 모자라, 본래의 위력에 반의 반의 반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괜찮았다.

일월성신(日月星神).

하늘을 구성하는 세 개의 천체(天體)를 단 한 자루의 검 안에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 그 검을 휘두르는 순간만큼은, 비록 흉내라 할지라도,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나는 자신의 한계를 한참이나 뛰어넘는 힘을 구사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 바로 지금과 같이.

****

그것은, 달빛을 안주로 삼아 벌어지는 남녀 사이의 아름다운 검무(劍舞)였다.

더 이상의 꾸밈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상대방을 향해 내질러지는 일격은 전부 필살.

사전에 합이라도 맞춘 것 마냥 검을 나누고 있는 두 남녀 사이에 오고 가고 있는 것은, 오직 스스로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강철 같은 의지 뿐.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수 없다 외치면서도, 결국에는 하나의 의지로 귀결이 되는 어긋난 예조(枘鑿)였다.

끼리릭-

강철이 어긋나며 불꽃이 튀기는 소리가 난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방금 전까지의 그와, 현재의 그는 다른 사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기운이 달라져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검술 또한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였고, 그 역시 강한 기세로 스스로의 검을 내달리게 하고 있었다.

“...으, 읏...!”

다시 한 번, 그의 검을 받아낸 그녀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쁜 숨소리가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녀에게서는 더 이상, 아까까지의 여유로움을 찾아볼 수가 없다.

상대방을 향한 방심 따위, 마찬가지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진심으로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의 검을 수월하게 막아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반격까지 감행해오고 있었다.

어째서 상황이 갑자기 반전이 되어 이리도 수세에 몰린 것인지, 이유 따위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검술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휘두르는 검의 궤적에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흐르는 별이 계속적으로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감각에 혼선이 온다. 그를 향한 자신의 공격은 어긋나며, 방어는 지속적으로 한 발짝 늦고 만다. 지극히 사소한 차이였지만, 지금과 같은 정면승부에서 이는 치명적인 결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대비책은 있다. 그가 휘두르는 검술은 흐르는 별을 정면에서 압도할 만큼 강하긴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는 스스로의 검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스스로가 구사하는 검술에 사용자가 끌려 다니는 듯한 볼썽사나운 모양새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그러니 해답은 간단하다.

그가 휘두르는 검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여기서 몇 발자국만 뒤로 물러선다면 적은 알아서 자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어낸 승리를, 자신은 떳떳하게 승리라고 자칭할 수 있을까.

“.....”

이를 악문다. 일순간이나마 그따위 생각을 한 자신이 치욕스럽게 느껴진다.

이것은, 결투였다. 그것도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임하는, 지극히 명예로운 결투였다.

지난 생, 다해내지 못했던 미련의 결착을 맺기 위한 결투였단 말이다.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지도 모르는 지금, 고작해야 순간의 불리함 따위를 이유로 들어 적에게서 등을 보이란 말인가.

지금 자신에게 맞서는 그는, 결코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결투에 임하였는데?

그가 품고 있는 마음이 자신의 마음에 이토록 와 닿고 있는데, 어떻게 자신이 그런 굴욕을 감내할 수가 있겠는가.

세상 어느 누구보다, 바로 자신이 그러한 작태를 용납할 수 없거늘.

그러니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정면에서 맞이하며, 그를 상대한 끝에, 굴복시킬 것이다. 바로 그것이, 그의 스승을 자처한 그녀의 드높은 자존심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을 뛰어넘은 하나뿐인 제자를 진심으로 꺾고자 한다.

카앙-!

좌측면을 향해 내질러진 혼신의 일격을, 그는 사전에 읽고 있었다는 듯 튕겨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이긴 하지만, 일순간 틈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아직 미완성이긴 하다만.”

우우우웅-

아이리스의 검을 중심으로 주위의 공간이 크게 일렁이기 시작한다.

마치 공간에 물감을 들이 부은 듯한 비현실적인 광경.

흐르는 별에 의한 현상이 아니다. 그녀는 오직 검 한 자루로서, 현 시대의 마법조차 결단코 개입이 불가능한 시공간에 손을 뻗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

공간 그 자체가 압축되기 시작한다.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가 무의미하게 변하였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공간을 휘감은 채 일렁이는 그녀의 검을 바라보며, 그는 직감하고 말았다.

저 검은 위험하다. 그러니,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고.

‘어스름한 달’에서 가장 날카로운 기술인 역월(逆月)과, ‘이지러진 태양’에서 가장 재빠른 사일(射日)을 동시에 담아낸다.

상반된 두 개의 파괴의 이미지가, 하나의 별빛 속에 담긴 끝에 절대적인 파멸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기술의 이름은 파천(破天).

그에게 있어 하늘 그 자체인 하나 뿐인 스승을 꺾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만든, 최강의 일격.

꽈아아앙-!

흡사 꽃잎이 저물듯, 주위의 공간 그 자체가 산산이 깨지고 조각난다.

두 검이 충돌한 여파로 주위의 땅이 모조리 뒤집어지고, 사방에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친다.

맞부딪힌 두 검의 파괴력은, 아슬아슬하게 길항하였다. 허나 그는 스스로의 미간을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방금 전의 일격을 억지로 휘두른 대가로, 팔의 힘줄이 모조리 나가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스승은.

아직 하늘 저 높은 곳에 위치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를 호기로 본 것인지, 그녀는 그를 향해 달려든다.

그녀의 검 속에는, 아직 공간의 일렁임이 남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휘두르고자 하는 검은 ‘하늘의 검’이 아니었다.

과거, 아이리스는 모든 사람들을 품는 하늘을 스스로의 심상으로 삼았지만.

지상에 내려온 하나 뿐인 별을 본 이후, 그녀의 심상 또한 크게 달라지고 말았다.

그녀가 스스로의 검 속에 담아낸 심상은 아주 자그마한 별빛.

비록 저번에는 미완성이었지만, 이번에는 많이 다를 것이다.

"간다."

그녀가 발하는 의념이 하늘과 땅을 잇는다. 한 명의 인간이 발하는 의지가, 세계의 법칙을 왜곡시켜나간다.

그녀가 휘두르고자 한 검의 이름은 바로.

“별의 눈물.”

검이 내질러진다. 집속되는 빛. 자그맣게 속삭이는 목소리와 함께, 오러로 이루어진 빛의 파도가 그를 덮쳐나간다.

콰아아아앙-!

별빛을 한데 그러모아, 공간 그 자체를 불사르며 퍼져나가는 그 검에 대적할 수 있는 것 따위 존재할 리가 없다 생각된다.

이에 맞서는 그의 검 따위, 너무도 작고 초라하게만 느껴질 뿐.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아주 작고 가냘픈 검 한 자루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아."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한 순간, 그의 검 속에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말았다.

그렇다. 방금 전의 그것은, 분명히 그 때의 그-

“.....”

“.....”

빛의 파도는 저물고 사라졌다.

어느새 사방을 뒤집던 거센 격류는 이젠 자취조차 찾을 수 없다.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스산한 바람 소리뿐.

두 남녀 모두 어떠한 말도 입에 담지 않은 채, 승패의 여운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카인의 검은, 아이리스의 목 앞에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를 둔 채로 멈춰서 있었다.

하지만 이제와 승패를 입에 담는 것은 무척이나 여운이 없는 짓이라 생각되기만 하였다.

왜냐하면 방금,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것을 보았으니까.

“...방금 전, 그 기술의 이름은 무엇이지?”

마지막 순간, 빛의 파도를 둘로 가른 그 일검의 이름을 그녀는 알고 싶었다.

“미완성이라, 아직 이름은 없어.”

“...미완성이라고?”

“그리고 내가 이름을 붙여서는 아니 되는 일격이기도 하지. 왜냐하면 방금 전의 그건 당신과 함께 했던 ‘카인’의 검이거든.”

제 아무리 나와 동일인물이라고는 하지만, 네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그 남자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해서는 아니 되는 노릇이니.

“...미안하다. 이런 편법이 아니었다면, 나는 너를 이길 수가 없었어. 나는 아직 진정으로 네 곁에 서기에 많이 부족한 남자거든.”

그의 자조 어린 말에, 그녀는 고개를 얌전히 좌우로 내젓는다.

“그렇지 않아. 지금의 너도, 그 때의 너 못지않게 참 눈부시거든. 지금의 너는, 정말로 멋진 남자임이 틀림없어.”

아이리스는 한쪽 손을 들어, 그의 볼을 손으로 살짝 어루만진다. 그의 볼은, 무척이나 따스하다는 생각만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하였다.

떨그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자신의 검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 자리의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졌어. 나의 패배야. 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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