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12. 흐르는 별 - 14
어전 앞에서 빌어먹을 청문회가 개최되었던 이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흐르고 말았다. 처음 황궁에 입궐(入闕)하였을 무렵만 하더라도 황제 앞에서 ‘흐르는 별’에 얽힌 제반 사정에 대해 전부 설명한다면 에스텔 공작령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마냥 집에 돌아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말았다.
그 속에 얽힌 제반 사정이야 어떠하건 간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읊어보자면 제국에서 제일가는 미녀라고 소문이 난 황녀 아이리스가 제국의 4대 공작가의 후예이긴 하지만 동시에 그것만이 내세울 것의 전부인 에스텔 공작가의 카인 폰 에스텔이라는 얼간이를 향해 사실상 청혼과 다름이 없는 고백을 했다는, 말 그대로 제국이 그대로 뒤집힐 정도의 대사건이 일어난 것이란 말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이면 제도의 시민 중 카인 폰 에스텔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존재하지가 않지 않을까.
그리고 들불처럼 퍼져나가는 소문에 기름을 붓듯, 황제는 또 다시 한 가지 폭탄과도 같은 발언을 툭하고 던지기에 이르렀다. 그 발언의 내용은, 사실 뭐 대단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조만간 제국에 하나의 ‘경사’가 찾아올지도 모르니, 그를 미리 기념하고자 간단한 연회를 개최하겠다는 아주 단순한 공지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뇌라는 기관이 존재하여 생각이라는 행위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비록 주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황제가 말하는 ‘경사’라는 게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너무도 쉽게 유추가 가능하였으니까.
아리아를 통해 슬쩍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보게 한 결과, 연회 준비는 내가 제도에 도착하기 일주일 전부터 착착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하던가. 그 말인 즉 슨, 현재 물 흐르듯 이어져가는 일련의 상황은 결단코 우연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 하에 진행이 되고 있는모종의 음모였다는 소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자면, 황제와 아이리스가 합동으로 개최하였던 이 장대한 연극에 나를 비롯한 조정의 모든 대소신료들이 낚여버리고 말았다는 아주 간단한 결론이 도출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황녀를 탓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내가 그리고 있던 그림과는 구도가 다소 다르긴 하지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은 내게 있어 그렇게까지 최악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며, 결정적으로 아직 나의 수중에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패가 몇 개 남아 있기도 하였으니까.
하지만 황제와 아이리스가 벌려 놓은 이 판 때문에 나의 골치가 아파오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며, 방 안에 틀어박힌 채 상황을 어찌 수습을 해야 할까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동안 어느새 그 놈의 ‘경사’에 대해 미리 축하를 하는 의미를 담은 연회가 개최되는 날이 다가오고 말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었지만, 황제의 어명에 따라 나는 그 연회에 강제적으로 참석을 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뭐, 애당초 여기까지 와서 어디론가 내뺄 생각은 추호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카인, 아직 멀었는가? 저번에도 그렇고 그대는 언제나 숙녀를 기다리게 하는데 특출 난 재주가 있는 것 같군. 아무래도 그대에게는 신사의 소양은 없는 것이 아닐까싶네.”
아리아의 도움을 받아가며 연회에 참석을 하기 위한 턱시도를 갖춰 입고 있던 나의 등 뒤에서, 어떠한 기척도 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감각을 맛보고 말았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그녀는 정녕 ‘노크’라는 개념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오늘만큼은 그녀에게 한 소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품은 내가, 황녀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바로 그 순간-
“...흠, 어떠한가. 내 비록 이런 차림을 즐기지는 않네만, 만약 이런 복장을 몸에 걸치게 된다면 누구보다 자네에게 먼저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네. 그래, 나의 이러한 모습을 본 감상을 표해주었으면 하는 바이다만.”
아주 잠시, 숨이 멎고 말았다.
나의 눈앞에는, 눈과 같이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황녀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었다. 노출을 즐기지 않는 그녀답지 않게 잡티 하나 없는 어깨와 팔뚝, 그리고 매끄러운 각선미를 자랑하는 다리 부근까지 전부 노출이 되어 있는, 그러한 복장이었다.
...순간, 나는 그녀의 주변에 월광(月光)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는 착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허나 빛무리가 내려앉는 것에 소리가 존재할 리가 만무한 노릇. 그저, 일순간 그런 착각을 해버릴 정도로 아이리스 엘 데브하르트라는 여인은 스스로의 전신에 아름다움을 휘감고 있던 것일 뿐이니.
황금을 그대로 녹여서 만든 듯한 사금과도 같은 머리카락이 아주 살짝, 흩날린다. 그녀의 모습 마치 하나의 풍상(風尙)과도 같아, 감히 범접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고결함으로 완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그녀는 그저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미(美)를 체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무려 1년 만에 다시 입어 보는 드레스이건만, 내게 있어 그토록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황녀의 투정과 다름이 없는 그 말에,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있었던 연회장의 풍경이 떠오르게 말았다. 확실히,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그 때 당시에 그녀가 걸쳤던 드레스와 동일한 그것임이 분명하였다.
“...어울립니다. 그것도, 아주.”
내가 더듬거리며 그녀를 향한 감상을 읊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이러한 드레스를 걸친 보람이 있군. 이렇게 실로 기껍기 그지없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그녀의 미소는 아주 환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내 눈이 부시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미소 속에는, 그저 나의 칭찬을 기꺼워하는 뿌듯함만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손쉽게 눈치 채고 말았다.
...그랬다. 그녀는 언제나, 나를 향해 전심(全心)으로 대하고 있던 것이다. 고작해야 나 따위의 칭찬에 일희일비를 할 만큼, 언제나 나를 진지한 태도로 대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황녀의, 아니 아이리스의 아이와 같은 솔직한 태도에 나는 비로소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결심이 서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비유하자면, 나를 향한 그녀의 진심을 정면에서 마주할 각오라고도 할 수 있을 법한 결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아리아. 미안하지만 잠시 나가 있어 줄 수 있겠니. 저하와, 단 둘이서만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단다.”
“...네. 그렇다면 저는 바깥에서 카인님을 기다리도록 할게요.”
아리아는 의외로 순순히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더니 이내 출입문을 통해 살그머니 밖으로 빠져나갔다. 아리아가 이 방을 빠져나가니, 이곳에는 오직 나와 황녀의 거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흐음, 카인.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가녀린 아녀자와 방 안에서 단 둘만이 있기를 청한 것이란 말인가. 설마하니 나의 차림새를 보며 정념이 들끓기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황녀는 남정네와 단 둘이서 방 안에 있다는 것에 어떠한 불안감도 존재하지 않는지 그저 키득거리기만 할 뿐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황녀와 농담을 나눌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하였고.
“...저하. 이제 연회장에 가야하는 시간이 머지않았습니다.”
“나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네. 그러니 내가 지금 시간에 맞춰 자네를 데리러 온 것이 아니겠는가?”
너스레를 떨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황녀를 향해, 나는 침중한 어조로 질문을 던진다.
“...저하. 한 가지, 저하께 질문을 던져도 괜찮겠습니까?”
“상관없다네. 자네의 질문이라면, 그 어떠한 것이라도 기쁘게 답을 하도록 하지.”
황녀가 살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그머니 눈꺼풀을 닫고 말았다.
“어째서 입니까? 대체 어째서 제게 이렇게까지 하신 것입니까?”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실로 밑도 끝도 없는 이상한 질문.
...허나 그럼에도 황녀는 내가 무엇을 묻고자 하는 것인지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지금 이 순간, 아주 살짝이나마 자신의 얼굴을 굳히고 말았으니.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통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제가 알고 있는 아이리스 엘 데브하르트라는 여자는 그 어떠한 난관이 닥쳐올지라도 스스로의 힘과 지혜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가며 자신이 믿는 긍지를 세상 그 무엇보다 우위에 두고 있는 여자입니다. 올곧음과 정직을 자신의 삶의 신조로 삼으며, 그러한 삶의 방식을 어느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사람이 바로 아이리스 엘 데브하르트라는 여자였단 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데 어째서, 스스로의 신조를 어겨가면서까지 이리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한 것이냐며.
나는 차마 언어가 되지 못한 신음성을 허공에 흩뿌리고 말았다.
“.....”
그녀는 나의 질문을 잠자코 듣고만 있더니, 이내 입가에 아주 작은 씁쓸한 미소만을 띠워 보였다. 순간, 나는 그녀가 짓는 미소가 마치 오랜 세월동안 닳고 닳은 끝에 풍화가 되어버린 하나의 조각상과 같다는 이상한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황녀의 입가에서 망설임으로 가득 찬 숨이 한 차례 새어나온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하나의 결의가 매듭이 지어진 듯한 하늘빛의 두 눈동자로 나를 직시하기 시작하였다.
“...카인, 그거 알고 있는가. 그대는 항상, 그대를 둘러싼 많은 이들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책임, 말씀이십니까.”
“그래, 책임. 물론, 그대의 행동이 그릇되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네. 사람은 누구나 삶을 구가하며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며, 그러한 스스로의 행동을 수습하고 책임지려는 행위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네. 내가 보기에 그대는 마치, 그대의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부채의식을 짊어진 끝에 그들을 책임지기 위하여 아등바등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그 말은 대체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아이리스는 나를 직시하고는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내가 아닌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현재 에스텔 공작가에는 비앙카 델 카스타나가 체류하고 있지. 그 여자가 카스타나 후작가로 돌아가지 않고 에스텔 공작가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이유가, 카인 그대가 그 여자를 책임질 예정이기에 그렇다는 것은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일세. 애당초, 그 여자 본인부터가 숨길 생각이 없었으니 말일세.”
“나 역시, 비앙카 델 카스타나에게 그 정도 행복이 주어질 자격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사랑을 모르고 자랐으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짝사랑에 애달파하던 계집 하나가 행복해질 권리 따위는 충분하다고 보니.”
아이리스의 말은 그저 담담하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자신은 사실 그 자체만을 읊조릴 뿐이라 고하고 있는 것 마냥.
“헌데 자네는 그것을 넘어 비앙카 델 카스타나를 아예 책임지려고 하는 것처럼 굴더군. 마치, 그녀를 어떻게 해서든 행복하게 해줘야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지.”
“...그대가 그리 행동을 하는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빌어먹을 엘프가 내게 많은 것을 속삭여주었으니. 그 여자가 자네에게 이상한 수작을 부린 나머지, 자네는 결코 알아서는 안 될 미래의 자신에 대해 알아버리게 되었다는 것 또한, 나는 잘 알고 있다네.”
“.....”
“하지만 그대와 하나의 결말을 맞이했던 나이기에 지금 이 순간 그대에게 당당히 말을 할 수 있지. 그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네. 어떠한 죄도 범하지 않았다네. 그것은 자네의 기억이 아니야. 그저, 그대가 도달하였을 지도 모르는 하나의 결말에 불과할 따름이지.”
아이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꽉 하고 깨물고 말았다. 그녀는 카인의 고지식함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스로의 어깨에 모든 것을 짊어지려는 그의 행태가, 정말로 싫었다.
“나는 말이지, 카인. 자네라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한다네. 세상의 모든 사람을 합친 것보다, 자네가 훨씬 더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네.”
네 두 손은 책임을 등에 짊어지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며, 네 두 발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대로라면, 너는 결코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스스로의 고됨과 바꿔, 우리를 행복하게 하려하고 있으니까.
헌데 비앙카 델 카스타나는 이를 알지 못한다.
오직 네게 매달리고, 사랑만을 갈구하고 있는 미련한 여자에 불과하니.
아리엘 티에르 또한, 알지 못한다.
그녀 또한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만을 네게 바라고 있으며,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슬픔을 함께 하기를 갈구하는 여자에 불과하니.
아리아? 그 여자 또한 그가 평생 계도(啓導)해야 갈 여자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그의 옆자리에 설 자격이 갖추어진 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네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갈구하고자 하지 않는다. 나는 네 옆에 서서, 너와 동등한 과오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카인, 네가 만일 스스로 이고 있는 짐의 무게에 지쳐 허덕인다면, 나는 네가 이고 있는 짐을 함께 나누어 들 것이다.
네가 만일 추워한다면, 나는 너를 꼭 하고 안아주어 나의 온기를 나누어 줄 것이다.
네가 만일 아파한다면, 어느 누구보다 네게 가장 먼저 달려가 네 상처를 보듬고 쓰다듬어 줄 것이다.
네가 죄를 지었다면, 너와 함께 거리로 나아가 속죄의 의미로 대지에 입을 맞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네가 책임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너와 함께 발걸음을 맞추어 걷고 있으며, 함께 내일을 향해 나아갈 자격이 있는 단 하나뿐인 반려자이므로.
“그러니 착각하지 말도록 하게나, 카인. 내가 그대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네. 그대가, 나의 것이 되는 것이지. 그대를 포함한, 다른 계집 또한 내가 전부 품도록 하겠네. 그 계집들이 그대의 곁에서 머무는 것을 수용해주도록 하겠네.”
“...그러니 더 이상, 그대는 그 어떠한 것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네. 그저, 제국의 만인지상 일인지하로서 행복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네. 아니, 나는 기필코 자네를 그리 만들고 말 것이라네.”
나 또한 네게 사랑을 갈구하는 한 명의 여자이긴 하지만.
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네게 보호 받기를 원하는 애처로운 계집이 아니다.
아니, 내가 오히려 너라는 남자를 책임질 것이다.
그 끝에 기필코 너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외로움을 느낄 틈 따위는 두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너를 옭아매고자 책략을 부린 나만을 탓해주었으면 한다.
앞으로 네가 누릴 행복에 비하면, 내가 일평생 지켜왔던 긍지 따위 싸구려보다 못한 존재에 불과하니까.
...아아, 그래. 그의 사랑을 받는 것도, 그의 미움을 받는 것도, 그의 곁에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있을 자격이 있는 사람도-
전부, 나.
오직 나만이, 카인 폰 에스텔이라는 남자의 최우선이 될 자격이 있을 뿐이니.
"충분한 대답이 되었는가? 나는 오직, 그대의 행복만을 바랄 뿐이라네. 오직 그것만이, 나의 전부나 다름이 없게 되었으니."
그리 말을 하며 카인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리스의 얼굴에는, 아주 살짝 비틀린 웃음만이 입가에 걸쳐져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