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5화 〉12. 흐르는 별 - 06 (115/201)



〈 115화 〉12. 흐르는 별 - 06

그것은, 아무런징조도 없이 불현  찾아왔다.

처음에는 평소보다 겨울이 며칠 정도 길게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3월이 되어도 새순은커녕 하늘에서 눈이 흩날리는 것을 보자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6월, 평소 같으면 무더운 열기가 대륙을 덮쳤을 시기.허나 사방에는 온통 눈으로 가득하였으며 사람들은 두꺼운 방한복을 착용하지 않고는 거리를 나다니지 못하였다.

...그제야사람들은 알아차리고 말았다. 이 대륙에, 끝나지 않는 겨울이 찾아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겨울은 1년 이상 지속되었으며.

 끝에, 인세에 지옥이 도래해버리고 말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지독한 악몽의 시작이었다.


****

“아이리스, 결국 네게 이토록 큰 짐을 맡기게 되어 버리고 말았구나. 네게는 그저 미안하기만 할 뿐이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폐하.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은 자들은, 최악의 순간에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모든 신민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저라는 사람이 오롯이 저의 의지 하에 제국을 위해 무언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지극히 명예롭기만 느껴지기만 따름입니다.”

태양의 홀. 평상시 황제와 조정의 모든 대소신료들이 모여 제국의 모든 정무를 처리하는 공간이자, 제국의 위엄 그 자체를 상징하는 화려한 공간이었지만, 현재의 이곳은 황제와 아이리스를 제외한 어떠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다소 황량한 공간으로 탈바꿈 해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실로 간단하였다. 무려 1년 동안이나 끝이 없는 겨울이 지속된 끝에, 제국에 존재하던 모든 관료 시스템이 붕괴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식량이 부족해 아사해가는 사람이 속출하며, 불을 땔 장작을 구하기 위해 제 집에 존재하던 온갖 가구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땔감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 환경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리라 믿는 것은 실로 어불성설임이 틀림없겠지.

...그래, 상황은, 이토록 절망적이기만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절망만 해버리기에는 아직 일렀다. 희망은, 아직 남아 있었다.

성녀에게 여신의 신탁이 내려왔으며, 그를 바탕으로 일백명이나 되는 조사단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바친 끝에 끝나지 않는 겨울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에 성공하였다.

에스텔 공작령에 나타났다고 알려진, 손끝에서 눈송이를 피워내던 묘령의 여인. 그저 가벼운 눈짓만으로도 아흔 아홉의 조사단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사악한마녀.

어느새 모든 제국의 시민들이 입을 모아 ‘겨울의 마녀’라고 부르는 그것을 죽일 수 있다면, 대륙은 끝나지 않는 겨울에서 벗어나 다시금 봄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최후의 희망이었으므로.

곧바로 원정대가 꾸려졌다. 목표는 ‘겨울의 마녀’. 눈짓 한 번으로 일백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두어가는 것이 가능한, 절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강대한 무력을 지닌 존재. 어중이떠중이들을 데려가 봐야 정작 ‘겨울의 마녀’ 앞에서는 그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전락하게 될 터.

그렇다. 인세를 초월한 강대한 무력을 지닌 자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로 절대의 경지에 도달한 무력을 지닌 자. 원정대의 구성원으로 내정된 자들 역시, 현 인류의 정점에 도달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무력을 지닌 자들로 선별이 되기에 이르렀다.

일천년 내의 카스타나 후작가에서 배출한 마법사 중에서도 불세출의 천재라고 불리는 비앙카 델 카스타나, 여신의 현신이라 불리는 신성력을 지녔으며 여신께서 직접 하사한 ‘권능’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성녀(聖女) 아리엘 티에르, 천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으며 세계수의 수호자로서 기나긴 세월동안 존재해온 키리에 엘 데나리스, 그리고 대륙제일의 검사(劍士)인 동시에 ‘하늘의 검’인 아이리스 엘 데브하르트.

그들이야말로,  인류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이었다. 아이리스가 생각하기에, 자신을 포함한 4명의 조합은 실로 완벽했다. ‘겨울의 마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인류의 저력 또한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마녀에게 똑똑히 알려줄 수 있으리라-

“아이리스, 네게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느냐?”

황제의 힘없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이리 답을 할 뿐이었다.

“부탁이라니요. 폐하께서는 그저 제게 하명을 하시면 되는 일입니다.”

그리 대답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리스의 올곧은 눈동자를 보며 황제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네가 ‘겨울의 마녀’를 토벌하기 위한 원정대의 구성원을 소수의 강자로만 구성하려고 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낯을 보아서라도 원정대에 한 명의 인원을 추가시켜줄 수 있겠느냐?”

“...한 명을 추가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제게 말씀해주실  있으십니까?”

“카인 폰 에스텔.  에스텔 공작이다.”

황제의 말에 아이리스의 미간이 살포시 찌그러지고 말았다. 너무도 갑작스레 그를 거론한 황제가 너무도 의외이기도 하였거니와, 무엇보다 황제가 거론한 그 남자는 아이리스라는 여인이 너무도 혐오하는 인간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덜떨어진 남자 말씀이십니까?”

에스텔 공작을 향한 아이리스의 신랄한 비판에 황제의  눈에서 이채가 빛나고 말았다.

“...그에 대해 알고 있느냐?”

“제가 어찌 그 남자에 대해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   목숨 부지하겠다며 스스로의 영지를 내팽긴 채 제도로 부리나케달려온, 실로 제국의 수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심한 남자에 대해서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러한 남자를 고작해야 지하 감옥에 가둔 것은 실로 자비로운 처사가 아닌가 하는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로 우스운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귀족의 피가 푸른 것은 영예로운 선조들로부터 긍지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며, 그들이 대접을 받는 이유는 닥쳐오는 위협 앞에서 그 누구보다 앞에 서기 위함이었다.헌데 그러한 자신의 신성한 의무를 망각한 채, 고작해야 제 몸보신을 하고자 몸을 피신한 그 남자 때문에 제국의 모든 귀족들의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이 긍지 높은 황실의 혈통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아이리스는 에스텔 공작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그리고 엄청나게.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를 원정대에 포함시키려 하시는 연원을 여쭈어 봐도 되겠사옵니까.”

그를 향한 사적인 감상은 차치해두고서라도, 대체 어째서 황제는 그를 원정대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일까. 당대의 에스텔 공작은 전형적인 문인(文人)인 사내인지라, 어떠한 전력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황제 또한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에스텔 공작가는 제국의 시작부터 황실과 함께해 온 4대 공작가 중 한 곳이다. 비록 오늘날에 와서는 영락할 대로 영락하게 되었다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역사와 전통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마련이지. 만일 그들이 정말로 무너지게 된다면 황권에도 크나큰 손실을 입히게 될 터. 그렇기에 짐은 그를 원정대에 포함시켜 오(汚)를 과(果)로 덮게 할 생각이니라.”

결국, 단순하게 요약을 해보자면 정치적 목적에 의거한 이유라는 의미였다.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번 원정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어쩌면 인류  자체의 존망이 달려 있을 지도 모르는 중대사임이 틀림없을지 언데, 이런 순간에까지 추후의 정치 놀음까지 계산에 넣고 움직여야만 한다니. 만일 ‘겨울의 마녀’를 막지 못한다면 이 모든 것이 부질없어 지게  터인데.

...하지만 제국의 황제의 명령인 동시에, 자신의 하나 뿐인 아버지의 부탁이었다. 결국, 그녀가 황제를 향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리 하겠사옵니다. 폐하.”

아이리스는 벌써부터 만나보지도 않은 사내가 싫어지기 시작하였다.

****

“제국의 달을 마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카인 폰 에스텔이라고 합니다. 저하.”

아이리스가 카인 폰 에스텔이라는 남자를 처음 마주하였을 때 느낀 감상이란, 그는 참으로 미덥지 않은 남자라는 점이었다.

그의 얼굴은 어딘가 모르게 핼쓱하면서도 새하얗기 그지없었다. 남자답긴 했지만 동시에 곱상하게도 생긴 것이 태어난 이후로 고생이라고는 해보지 않은 전형적인 귀공자의 상이라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아이리스의 눈에는 그리 보일 뿐이었다.

또한, 그의 손은 참으로 보드라웠다. 굳은 살은 물론이거니와 잡티하나 보이지 않는 그 손은 검은커녕 펜대만을 평생 동안 놀려온 전형적인 문인의 손이었다.

“자네는, 무인이 아니로군.”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듯 했다. 이래서야 에스텔 공작의 의의란 정말로 짐짝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아이리스를 위시로 한 원정대는 북쪽으로 야유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인류의 미래를 담보로 한 최후의 희망을 거머쥐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러 떠나는 것이었다. 스스로의 몸조차 지켜낼 수 있을는지 장담할  없는 판국에 전력조차 되지 못하는 멍청이 하나를 대동해야만 하다니.

“...에스텔 공작.”

“예, 저하.”

자신이 그를 부르자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는 카인. 그 모습을 보며, 아이리스는 카인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가 무슨 자존심도 없는가. 오늘 난생 처음 보는 여자를 향해 이리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고 다니기나 하고.정말, 한심한 남자 같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지. 난 자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네.”

“.....”

아이리스의 그 말에, 카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살짝 흔들리고 말았다는 것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비단 세간의 소문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라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자네라는 사람이 에스텔 공작령을 다스리는 총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주제에 어느 누구보다 먼저 스스로의 영지를 버리고 제도로 도피한 겁쟁이라는  때문이라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물어보도록 하겠네. 자네는 어째서, 에스텔공작령에서 죽지 않았던 것이지? 자네에게는,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긍지와 영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토록 자신의 목숨이 값지고 소중했던 것인가?”

그것은, 아이리스 나름대로의 진심이자, 동시에 충고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자기 자신이 값지고 소중하다면 안전한 제도에 남아 스스로의 목숨을 영위하고 있으라는, 쓰라린 조언이기도 했다. 이런 한심하고  볼일 없는 남자를 원정대에 데리고 가 봐야,아무 짝에 쓸모없을 것이 자명한 일이니 이런 식으로라도 마음을 꺾어놓는 수밖에.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마,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도 아이리스의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은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동시에 딱 그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고작해야 이 정도 폭언에 마음이 흔들리다니. 에스텔 공작은, 처음부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한심한 남자였던 것이리라-

그리 생각을 하며 아이리스가 그에게서 몸을 돌리려고 했던  찰나.

탁-

무언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아닙니다.”

그에게서, 미약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작고 미약해, 귀를 기울여 듣지 않는다면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새부터인가 그 미약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자기 자신이 존재하고 있었다.

“제 목숨 따위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가 잃어버린 긍지를 되찾기 위해 북쪽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리 하려는 이유는 무엇이지? 작위 때문에 그러는 것인가?”

아이리스 또한 잘 알고 있다. ‘겨울의 마녀’가 에스텔 공작령에 나타난 책임을 물어, 그가 공작의 지위를 박탈당하였다는 것을. 그래, 대체 무슨 속셈으로 그런 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인가. 어서 진실을 토해내라. 네가 감춰두고 있는 꿍꿍이를 토로하란 말이다.

카인 폰 에스텔. 너와 같은 한심한 남자가 그리 기를 쓰고 나를 따라 나서려 하는 이유에는, 그에 합당한 저열한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저를 위해.”

카인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마치, 오래된 이야기를 읊조리는 것 마냥 목소리에 어떠한 고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추위로 인해, 폭설로인해, 한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버렸습니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나갔습니다. 저는 그들을 바라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공작인데도, 그들을 위한 공작이었는데도, 그저 그들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리스는 그의 가슴 한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끝에, 공허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과.

“전부 죽어버렸습니다. 제가 자신들의 공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저를 피신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습니다. 그 끝에, 저는 살아남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니, 살아남아야만 했습니다.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

왠지 모르게, 그가 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북쪽으로  그들을 위한 조의(弔意)라도 할 생각인가?”

하지만 동시에, 지독히도 오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끝나지 않는 겨울로 말미암아 괴로움 속에서 죽어간 사람과, 그를 슬퍼하는 사람 따위발에 채일 만큼 흘러넘친다. 너만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생각하는가. 오직 너만이 그들의 죽음을 짊어져야 한다 생각을 하는 것이란 말인가.

“복수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원(怨)과 한(恨)은 오롯이 생자만을 위한 것. 죽은 자를 위해  수 있는 것은 그들을 향한 애도밖에 존재하지 않지.  이상으로 나아가면 사자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벌어지는 분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대는 정녕 깨닫지못했단 말인가.”

네 마음을 꺾기위해,너의 정면에서 소리 높여 너를 비웃는다. 네가 추구하는 것 따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종래에는 무가치한 일에지나지 않다고.

그러니 어서 말해라. 포기하겠다고. 얌전히 제도에 남겠노라고. 하찮은 고집을 더 이상 부리지 않고 북쪽으로 함께 따라가지 않겠노라고-!

...하지만, 그는 이 정도로는.

“저하,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꺾이지, 않는다.

“저는 그들의 공작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위한 모든 일은, 오롯이 정당한 저의 몫입니다.”

끝까지 고집을 피우며, 자신에게 대항해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그의 모습은 정말로-

“...어느 누구도 그대가 행한 일을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미, 모든 것은 너무 늦어버리고 말았으니까.”

“상관없습니다. 바로 이 제가,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타인의 이해 따위,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노라고. 하지만 이런 자신에게도 무언가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다며, 그는 자신의 앞에서 긍정을 드높여 노래하고 있었다.

“단순한 고기 방패라도 좋습니다. 저하, 부디 저라는 인간을 써주십시오. 그것만이, 제게 남겨진 유일한 소망일뿐입니다.”

그의 두 눈에는, 진심만이 깃들어 있었다.

참으로, 눈부신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명의 인간이, 지금까지의 자기 자신을 관철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그 순간이란.

아아, 그래. 카인  에스텔.

아마 그때부터 나는, 너를 반짝이는 별과 같다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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