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1화 〉11.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03 (101/201)



〈 101화 〉11.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03

사라는 자신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아리아의 손목을 잽싸게 잡아채더니, 카인을 향해 이리 말을 하였다.

“여자들끼리의 대화를 좀 나누어볼까 하는데, 잠시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소공작님.”

그리 말하더니 사라는 카인의 대답을 미처 듣지 않은 채로 아리아와  둘이서 공터의 으슥한 곳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선배님, 그러면 여인들끼리의 대화를 나누어 볼까요?”

“...그런데 저를  선배라고 부르시는 것이죠?”

아리아의 싸늘한 목소리에도, 사라의 입에 걸려 있는 미소는 무너지지 않는다. 애초에, 이 귀여운 선배에게 미움 받는 것을 전제로 이리 다가선 것이었으니까.

“이제  또한 소공작님을 모시는 몸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아리아님께서는, 제가 소공작님을 모시기 훨씬 이전부터  분을 가까이셔 모셨던 몸이잖아요. 그러니, 제게 있어서는 선배가 되는 분이 아닐까 생각했을 뿐이랍니다.”

사라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아주 약간이지만 쓴웃음으로 변화하고 말았다. 마치 스스로의 처지를 자조적이라 생각하는 듯한 그 모습에, 아리아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그래도, 저를 선배라고 부르지 마세요. 싫으니까요.”

왜냐하면, 나 같은 계집에게  정도의 여자가 존칭을 써주고, 존댓말을 해주는 것 자체가, 네가 가진 여유를 표현하는 것 같으니까. 비록 세르나드의 성이 없어져서 한낱 평민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네가 한  백작가의 영애였으며 카인의 약혼녀였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짧은 순간이나마 카인과 많은 것을 함께하며, 그와 같은 시야를 공유하고, 그와 미래를 함께한다는 약속을 했었던 여자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아리아는 짜증이 나기만 할 뿐이었다.

마찬가지인 이유에서, 아리아는 비앙카라는 여자가 싫었다. 그것도 너무너무 싫었다. 아리아는 비앙카 델 카스타나라는 여자를 싫어하는 이유를 열거해보라면 책 한 권 정도의 분량은 가볍게 읊을 수 있을 정도로 비앙카를 싫어했지만,  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를 대라면 그것은 오직 하나 밖에 없었다.

아리아와 비앙카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미친 듯이 다투었던  날, 비앙카는 아리아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마냥 이러한 말을 내뱉었었다. 자신과 카인은, 이미 사랑을 나누었으며, 자신은 그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았노라는 말을, 어떠한 서스럼도 없이 내뱉었었단 말이다.

그렇게 비앙카 델 카스타나는 그저 카인과 몸을 섞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와 미래를 함께해 나갈 동반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미래영겁, 카인과 비앙카는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부부가 되어, 모든 사람의 축복 하에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고 말겠지.

...그래. 그들의 행복을 뒤에서만 바라봐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아리아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불공평했다. 무엇이 불공평했냐면, 비앙카가 아리아를 향해 자랑을 했던 것들은, 아리아라는 여자에게 있어 결코 닿지 못할 것들이라는 사실이 못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아리아는 카인의 전속 시녀였다. 언제나 카인의 곁을 따라다니며, 그의 곁에 있으며, 그를 보좌하고,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전속 시녀였다. 아리아는, 그의 전속 시녀라는 직책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크건 작건 카인이라는 남자에게 도움이 되어줄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기만  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허락된 선은  거기까지였다.

아리아는, 에스텔 공작령의 전속 마법사이기도 하였다. 마법을 사용해 세상의 섭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뒤바꾸며, 마법을 통해 자신이 섬기는 주인의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전부 배제하는 한 자루의 검이 되기를 원하였다. 그가 자신의 부드러운 몸 위에서, 안락하게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이 그녀에게 허용된 한계선이었다.

그 이상은, 아리아에게 있어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전속 시녀 일지라도, 손끝에서 온갖 대단한 이적을 자아낼지라도, 그라는 사람에게 아무리 많은 도움이 될지라도, 그의 검이 되어 온갖 부덕을 행할지라도-

단 하나, 그의 곁에 나란히 서는 것만은 용납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카인과 아리아의 사이에는, 천 년이라는 역사의 간극에서 비롯된, 절대적인 신분의 벽이 자리하고 있으니까.

카인은 4대 공작가 중 하나인 에스텔 공작가의 후계자인 반면, 아리아는 이름도, 출신도, 도무지 알 길이 없는 비천하고 비루먹은 계집아이에 불과했으니까.

비록 에스텔 공작이 그녀를 친딸처럼 귀애할지라도, 공작령의 사용인들이 그녀를 예뻐하며, 카인이 그녀를 아무리 아낀다고 할지라도-

아리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서서, 그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같은 미래를 꿈꿔나가는 것만은, 그녀에게 허락되지 않은 일이었다.  정도로, 카인과 아리아의 신분 차는 절망적이었으니까.

장차 제국의 네 명밖에 없는 공작  하나가  카인에게 있어, 그의 옆자리에 어울리는 여성은 그와 마찬가지로 고귀한 혈통을이어받은 비앙카 델 카스타나나, 아이리스  데브하르트 같은 여인뿐이겠지.

그렇기에 포기하려 했다. 허나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그럼에도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그의 발자취를 뒤쫓고 있는 자기 자신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리아의 눈앞에  있는 여인은 마치 그녀의 마음을 낱낱이 읽어낸 것 마냥, 그녀의 폐부를 깊숙하게 찔러온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아리아. 저라면, 당신에게 도움이  수 있어요.”

“...무엇을요?”

“소공작님의 곁에, 당신이라는 사람이 한 명의 여자로서 있을  있게, 제가 도와드릴  있다는 말이에요.”

"...뭐라고요?"

이 여자는 대체 뭐라고 말을 하는 것일까. 이런 보잘 것 없는 내가,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모자라기만  내가, 시녀도 아니거니와 마법사도 아니고, 한 명의 여자로서 그의 옆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제가 전해 듣기로, 최근 에스텔 공작가에는 카스타나 후작가의 금지옥엽인 비앙카 델 카스타나가거의 상주하다시피 머무르고 있는 중이라던데, 그 말이 정말 사실인가요?”

끄덕.

사라의 질문에, 아리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이었다. 어차피, 감춰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기도 하였고.

“아, 그리고 제국의 황녀님 또한 최근에 소공작님 때문에 에스텔 공작가에 들렀다는소문 또한 정말로사실인가요?”

이번에도, 아리아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야말로, 황녀가 카인을 구하기 위해 어떠한 생고생을 하였는지 바로 옆에서 관람을 했던 산증인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비앙카  카스타나, 그리고 제국의 황녀님. 전부, 아리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신분을 자랑하는 분들이네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여자들에게 소공작님을 빼앗길 수 있어요. 하지만, 아리아에게는 그 여자들에게는 없는 장점이 있잖아요?”

“...장점?”

아리아는 어느새 사라의 요사스러운 속삭임에 귀를 쫑긋하고 기울여가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요, 장점. 자고로 병법의 기본이란,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 시키는 것에서 출발을 하는 법이죠. 상대방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선 커다란 그림을 그린  상대방의 시야기 미치지 않는 곳에서의 우세를 점한 뒤,  순간에 판도를 뒤집어야만 비로소 ‘승리’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진정한 일류는, 사냥감이 눈치조차 채기 전에 사냥을 끝내놓고 시작하는 법이랍니다.”

그러한 말을 듣는 아리아의 표정이 점점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제 장점이 대체 뭔데요.”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지만, 이미 아리아의 말투 속에서는 사라에 대한 적의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없었다. 그만큼, 사라의 말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바로 거리죠. 소공작님과의 물리적 거리.”

“아리아는 너무 순진해요. 제가 만약 아리아의 위치에 서있었다면, 지금보다 소공작님과의 사이가 두 배는 가까워졌을지도 몰라요.”

“두, 두 배나요?”

카인과 자신의 거리가 지금보다  배가 가까워진다면 대체 어느 정도일까. 아리아의 두 눈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지금도 카인은 그녀를 무척이나 귀애해주고 있어, 머리를 쓰다듬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있건만. 만약 지금보다  배를 더 귀여워해준다면 그것은 대체-

“거기다가, 저는 소공작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요. 지난 몇 년간, 소공작님과 함께 지냈던 시간이 꽤나 길었으니까 말이죠. 비앙카 델 카스타나나, 황녀님께서는 결코 알지 못할, 고급정보 말이에요.”

이것 또한 사실이었다. 한 때 사라에게 홀딱 넘어갔던 카인은, 그녀의 호감을 사기 위하여 자신의 여러 취향에 대해 필력을 했던 어두침침한 과거가 있었으니까.

“전, 아리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것은, 정말로 진심이에요.”

그리 말을 하며 푸근한 미소를 짓는 사라를 향해, 아리아는 무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원하는 게 뭐죠? 저를 도와줄 테니, 전속 시녀의 자리를 달라고 협상이라도 하자는 것인가요?”

아리아의 추궁에, 사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흔들 뿐이었다.

“사실, 저는전속시녀 같은 건 사실 관심도 없어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기왕 에스텔 공작가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그의 모습을 언제고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귀여운 선배를 제치면서까지, 그 자리를 빼앗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사라가 아리아를 보며 그녀를 응원하고자 하는 이유는 실로 간단하였다.

...그저, 가엾었기 때문이었다. 결코 되돌아갈 길이 없는 애조(哀弔)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보답 받지 못할 사랑에 마음 아파하는 여인은, 자신 한 명뿐이면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어떠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네 노력이 끝끝내 헛된 의미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너무도  알면서도.

현재의 자신과 같이, 후회로 점철되어 있는 삶을 사는 것보다는 백배는 낫기에, 사라는 아리아의 하나 뿐인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자신 또한 그를향한 사랑에 애달파 하는 주제에,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주제에, 아리아의 월하노인 노릇을 하는 것에   점의 아픔도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거짓일 것이다. 네가 이토록 가까이에 있는데, 너를 향한 애처로움의 잔향(殘香)이 남아있지 않다면 그것 또한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와 같은 것을 보았고, 무언가를 함께 했던 경험이 있다. 그것은 앞으로 내게 살아갈 삶에 있어, 한 때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 틀림 없겠지.

...그에 반해 이 여자는, 카인 네게 여자로서 인식될 기회조차 없었으며,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 지도 모른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나갈지도 모르는 눈앞의 귀여운 선배에게, 사라는 한 순간의 봄이 되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비앙카  카스타나나 황녀에게 카인을 쉽사리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짓궂은 마음도 있었다. 만약 자신의 선배가 이 개싸움에 본격적으로 참전을 하게 된다면, 그렇게 해서 그들의 혈투가 날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면, 카인이 독신으로서 지내는 시간 또한 길어지게  지도 모르는 노릇이니까.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흘러가버린 사랑을 향한, 사라의 소소한 복수가 되어줄 것이다.

“...아리아, 이제 그만  보세요. 소공작님께서, 당신을 찾으시고 계시는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아리아를 돌려보내며, 사라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번에야말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부디, 그녀의 참전이 한 때의 소나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국을 뒤흔드는 파장이 되기를 기원하며.



****


“카, 카인님! 괜찮으신가요?”

카인의 곁에 살며시 다가간 아리아는, 카인의 상세가 어떠한 지에 대해 깨닫고 그만 울상을 짓고 말았다.

그녀를바라보는 카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방금 전, 검을 휘둘렀던 오른팔은 뼈가 완전히 박살이  나머지 살갗을 뚫고 흉하게 튀어나와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오른팔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카인이 자신의 팔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미련하게 입을 꾹 하고 다물고 있던 이유는 실로 간단하였다. 만일 사라가 카인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의 팔이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대체 어떠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볼지 실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카인님은 정말로 미련하세요. 다치지 않아도 되었는데, 괜히 자처해서 부상을 입고 돌아오시고.”

아리아는 불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그것이 그의 선택임을 깨달았기에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그의 오른팔에 치유마법을 걸어줄 뿐.

우우웅-

성직자들이 사용하는 신성력보다는 치유 효율이 낮기는 했지만, 아리아쯤 되는 마법사가 행하는 치유마법의 수준이라면 성직자의 치유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는 효과를 자랑하였다. 아리아가 그의 오른팔에 치유를 건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안색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기시작한다.

“...카인님, 최근에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요.”

비앙카 델 카스타나와 싸울 때 좌반신이 통째로 불타는 경험을 했으면서 이번에는 스스로의 오른팔을 박살내기까지 하다니. 아무래도 그녀의 주인은 자신의 신체를 너무 함부로 굴리는 것 같은 경향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거기다가, 또 생명기를 억지로 끌어내서 오러로 사용하기까지 하셨죠? 카인님. 제가 누누이 말씀 드렸지만 그건 너무 무식한 방법이에요. 생명기가 오러로 변환되는 효율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위력을 내려면 카인님의 수명이 기하급수로 줄어드는 꼴이 된다고요.”

그리 말을 하며 아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고 말았다. 그녀가 섬기는 주인의 수명이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꼴을 관람하고만 있어야 했는데 결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단 말이다. 다만, 카인이 절대 나서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기에 어쩔  없이 따른 것에 불과할 뿐.

“카인님은 다른 사람, 아니 다른 여자 때문에 스스로의 몸을 너무 돌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카인님의 그런 모습을  때마다 저는 정말로...”

그리고 그러한 아리아의 모습을 보며, 카인은 쓴웃음을 머금어버리고 말았다. 자신 또한, 좋아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닌데 말이지.

“...나를 걱정 해주는 것이로구나. 고맙다, 아리아.”

그리 말을 하며 카인은 아리아의 머리 위에 살포시 손을 올려다 놓았다.

“하지만 괜찮아. 오른팔의 문제라면 네게 이리 잔소리를 들어도  말이 없다만, 생명기를 오러로 전환한 것만큼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단다.”

카인의 말은, 단순히 아리아를 위로해주기 위한 말은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남아있는 수명 따위는, 정말로 하잘 것 없는 문제에 불과했단 말이다. 왜냐하면, 현재 자신에게 남아 있는 수명을 생각해본다면, 고작해야 몇 개월 어치의 수명을 소모한 것쯤은 정말 티도 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렇지 않나? 키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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