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10.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 13
“...믿기지가 않는군요. 이런 결계가, 현세에 존재한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저는 도무지 믿음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데카라즈난 공작가에 소속되어 있는 전속마법사, 헤론은 현재 데카라즈난 공작가에서 약간 떨어진 숲 전체에 설치된 결계를 더듬더듬 매만지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헤론, 자세히 좀 설명해주게. 이 결계가 대체 어떠하다는 말인 것인가?”
노엘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눈초리를 하며 헤론에게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 앞에 설치되어 있는 결계의 안쪽을 향해 자신의 손을 쑥 하고 뻗었다.
우우웅-
헤론이 결계의 안쪽을 향해 손을 뻗자 결계의 표면에 파문이 일렁인다. 그리고 잠시 후, 헤론이 뻗었던 손이 그와 약간 거리를 둔 표면에서 불쑥하고 튀어나왔다. 비유하자면, 마치 길거리의 마술사들이 신체분리마술이랍시고 보여주는 트릭과 매우 유사한 광경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헤론이 보여주는 광경은 길거리의 마술도 트릭쇼도 뭣도 아니라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라는 점일까.
“보이십니까, 공녀님? 이 숲을 둘러싸고 있는 결계는 공간 그 자체를 왜곡시킴으로서 결계에 접근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보통의 결계였다면 결계를 유지하는 ‘강도’ 그 자체를 높임으로서 외부의 출입을 불허하였겠지만, 이 결계는 공간의 연속성을 비틀어놓음에 따라 타인의 간섭 그 자체를 금지한다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겠군요.”
헤론의 설명에 노엘은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살며시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이 결계의 내부에 진입을 하려 한다거나, 혹은 결계를 파괴하려고 하려고 하는 시도조차 불가능하다는 말인 것인가? 설사 그렇게 하려고 해도 결계를 구성하는 공간 그 자체가 왜곡되어 있기에 간섭 그 자체가 소용이 없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헤론이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노엘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비록 내가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네. 현 시대의 마법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이 불가능한 것인지는 알고 있다는 말일세.”
그렇다. 노엘이 아는 한, 현 시대의 마학(魔學)으로는 시간과 공간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운 일이었다. 진리의 편린(片鱗)에 맞닿아 초월적인 경지에 도달한 대마법사라면 시공간에 일부 간섭하는일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기는 하였지만 전 대륙을 통틀어도 몇 명 되지 않는 대마법사가 뭐 하러 데카라즈난 공작가를 침입한 것이며 사라 세르나드는 뭐 하러 납치를 했단 말인가?
“...혹시 이 근처에 대마법사가 왔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나?”
노엘의 질문에 헤론은 자신의 고개를 절레절레 내흔들었다.
“각 마탑의 탑주들이 자리를 비웠다는 소문은 전해 듣지 못하였습니다. 카스타나 후작 또한 제국에서 요주의 인물로 손꼽히는 인물인지라 이 근처에 그만한 인물이 당도하였다면 분명 제 귀에도 그 소식이 들려왔을 것입니다.”
헤론의 논리정연한 말에 노엘은 자신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분명 그러하였을 테지.”
“...더군다나, 숲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결계에 이 정도의 공간치환을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이에 대한 정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결계 내부에 특정 인물들만이 진입 가능하도록 조건을 맞춰 세공을 해둔 것은 그 원리조차 파악을 할 수가 없군요.”
일종의 경외심마저 느껴지는 헤론의 말을 들으며, 노엘은 문득 의아함을 표하고 말았다.
“...특정 인물들만이 결계 내부로 진입이 가능하다고?”
“그렇습니다. 이 결계를설치한 누군가는 아무래도 저희들이 이 숲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다른 누군가들을 아무 잡음 없이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을 지닌 것 같습니다. 아마, 정체를 알 수 없는 ‘특정 인물’들은 이 숲에 결계가 쳐져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숲으로 들어갔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그들을 이 숲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이지?”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것은 사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냥?”
“예. 세르나드 영애를 납치하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납치사실을 과시하였을 뿐 아니라, 데카라즈난의 저택 바로 근처에 이런 결계를 설치까지 해두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저희가 알지 못하는 제 3의 세력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것은 흡사 사냥꾼들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방법과 유사하지 않습니까? 미끼를 내던지고, 함정이 있는 곳까지 동물을 유인하여, 자신이 사냥감이 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틈도 없이 바로 숨통을 끊어버린다는 것이야말로, 정석적인 사냥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만일, 그대의 말이옳다면 이미 저 숲의 안쪽은...”
공녀의 그러한 말에 헤론은 실로 두렵다는 듯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고 말았다.
“...아마, 지옥이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결계를 쳐둘 정도로 철두철미한 마법사가, 올가미 안에 제 발로 기어들어온 멍청한 사냥감의 숨통을 끊을 수단 하나 마련해 두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
사라 세르나드를 납치한 괴한의 뒤를 쫓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다른 누군가의 행적을 뒤쫓는 일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노라고 자부하는 사냥개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였다. 흔적을 감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이런 일에 미숙한 것 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납치범의 종적을 파악하는 일을 손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납치범의 행적은, 데카라즈난 공작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숲에 이어져있음이 분명하였다.
그렇게 사냥개들은 이 숲에 발걸음을 들여놓았다.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어떠한 것도 없었다. 어떠한 함정도 없었다. 덕분에 그들은 표적을 향해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다만, 이 숲은 무언가가 이상하였다. 뒷세계에서 온갖 더러운 일들을 처리한 끝에 감수성이 말라 비틀어져버린 사냥개들이 보기에도, 이 숲은 어딘가 꺼림칙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우선, 이 숲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주위에는 풀벌레가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수풀이 바람에 흩날리며 마치 무언가가 울부짖는 듯한 괴성을 동반하는 오싹한 소리뿐이었다.
주위에 얽히고설킨 나뭇가지들은 얼핏 본다면 괴이한 형태의 생명체 같이 보이는 듯 하였으며 숲 전체에서는 금방이라도 살이 베일 것 같은 은은한 살기가 새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래, 구체적으로 표현을 해보자면, 목덜미에 보이지 않는 칼날이 드리워져 있어, 금방이라도 목을 쳐버릴 것만 같은 스산함이 그들을 감싸 안고 있었단 말이다.
그들이 사냥개로서 갈고 닦은 육감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본능에 맹렬하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굳이 스스로의 입을 열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상을 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하나 같이 공통된 감상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이 숲은, 어딘가 불길하다. 그리고, 위험하다.
그렇게 중년인을 비롯한 사냥개들이 마음 속 한 구석에 꺼림칙한 감상을 품은 채로 숲의 안쪽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찰나.
우뚝.
이내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앞에는, 눈과 같이 새하얀 머리카락을 한 소녀가 길목을 가로막으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
“꽤나 고즈넉한 도착이네요, 무례한 손님들. 이런 야심한 밤에, 이렇게 한적한 숲에는 대체 무슨 용건으로 찾아오신 것일까요.”
그것은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오기라도 한 것 같은 기묘한 광경이었다. 이 숲의 꺼림칙한 분위기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외모의 소녀가 사랑스러운 자세로 그들을 맞이하고 있던 것이다.
...이런 곳에서 느낄만한 감상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풋풋한 소녀와 활짝 만개한 여인의 중간 단계에 놓여 있는 듯한 그녀에게서는, 마치 여느 귀족가의 영애나 일국의 공주에게서나 느껴질 법한 기품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홀몸이었음에도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이곳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제 이름은 아리아. 제국에서도 이름이 높은 4대 공작가 중 하나인, 에스텔 공작가에 속해 있는보잘 것 없는 시녀 중 한 명이랍니다. 물론, 제가 섬기고 계신 분은 절대 보잘 것 없는 분은 아니지만 말이죠.”
“...에스텔, 공작가?”
순간, 사냥개들은 도무지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에스텔 공작가의 시녀가, 이곳에서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이유가 대관절 무엇이란 말인가?
“아, 참고로 아리아라는 이름은 저의 주인께서 제게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랍니다. 어떠신가요? 저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되시지 않나요?”
킥, 하고 사랑스런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녀에게 그들을 향한 적의 따위 비춰지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녀의 태도는 마치-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군. 계집, 네 주인의 비루한 정체 따위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 영문 모를 소리를 하지 말고 어서 그 자리에서 비...”
불행하게도, 아리아를 향해 언성을 높이던 남자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상반신이 통째로 사라진 시점에서, 하던 말을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털썩.
이 자리의 어느 누구도, 전조조차 느끼지 못하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의 상반신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에게 파먹히기라도 한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상반신을 잃은 남자의 몸이, 결국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지고 만다.
“...정말, 예의가 없는 분이네요. 다른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을 때, 함부로 끼어드는 것은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나쁜 버릇일까요?”
그랬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바라보며 살포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리아는, 이들을향한 경계 따위는 추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리아는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그들을 적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저들이 이 숲에 발걸음을 내딛은 시점에서, 저들의 생사여탈권은 오직 아리아가 쥐고 있었기에.
다만, 카인에 대한 저들의 막되먹은 말버릇이, 아리아를 아주 살짝 화나게 했을 뿐이었다.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피차 볼일을 보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들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답니다.”
아리아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 것인지 연신 키득거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제 용건은 오직 하나, 당신들이 제 주인에게 당도하지 못하도록 이곳에서 당신들을 가로 막는 것이랍니다. 그 분께서 당신들의 생사여탈권은 알아서 하라고 하셨으니, 굳이 여러분들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오늘은 그 분께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매우 좋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들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요.”
그녀는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이내 그들을 향해 조롱이라도 던지듯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어 보인다.
“딱 한 사람, 한사람은 이 자리에서 살려서 보내드릴게요. 누구로 할래요? 가위바위보로 정하실래요? 아니면 제비뽑기?”
“건방진...!”
자신들의 목숨을 마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 마냥 굴고 있는 그녀의 행태를 더 이상 참아낼 수가 없다는 듯, 중년인은 허리춤에 매여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중년인의 허리춤에 매여 있는 검은 다름 아닌 대륙 8대 기보 중 하나인 뇌전검 카르벨라. 대륙 제일의 부를 자랑하는 세르나드 백작가에서 최근 막대한 거금을 들여 구입한 검으로서, 검을 휘두르는 주인으로 하여금 산조차베어내고 호수를 증발시킬 정도의 뇌력(雷力)을 부여한다는 전설적인 위명을 가진 검이었다.
“쳐라! 적은 고작해야 어린 계집 하나에 불과하다! 제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지닌 마법사라 할지라도, 몸뚱이에 칼을 꽂으면 죽는다는 것을 동일할 터!”
중년인의 말에 용기를 얻은 사냥개 셋이, 품 안에서 단검을 뽑아든 채로 아리아를 향해 쇄도한다. 제 아무리 눈앞의 마법사가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마법을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사냥개들 역시 전장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자들. 설사 대마법사라고 할지라도 몸에 칼을 박으면 죽는 것은 누구나 똑같다!
푸욱-
예상외로, 저항은 없었다. 아리아는 어떠한 저항도 없이, 그들이 내지른 단검을 순순히 몸에 받아들인다. 그리고-
파스스-
비명 역시 없었다. 그녀의 몸에 단검을 꽂은 사냥개들의 몸이, 전부 소금으로 변하여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
말로 형언할 수가 없는 끔찍한 광경에 이 자리에 모든 이들이 할 말을 잃은 채 우두커니 서 있자, 아리아는 킥킥 웃으며 그들을 향해 말을 던진다.
“아, 그러고 보니 깜빡하고 말을 안 한 것이 있네요. 여러분들 앞에 서 있는 제 모습은, 단순한 환영이랍니다. 저는 이미 몸과 마음을 다 바친 분이 따로 있으니, 외간 남자들 앞에 함부로 몸을 드러낼 수 없는 몸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시면 안 돼요? 왜냐하면-”
아리아, 아니, 아리아의 환영이 손가락을 아래쪽으로 내리긋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쩌저적-
아리아의 환영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냥개 둘이 그대로 얼음동상이 되어버리더니.
퍼서석-
그대로, 산산이 부서져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여러분들 목숨 하나쯤은 손쉽게 거두어 갈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이적임이 틀림없었다. 이 숲을 둘러싸고 있는 결계의 내부에서라면, 그녀는 아무런 패널티 없이 대이적을 행사할 수 있으며, 공간 그 자체를 초월해 마법을 행사하는 것 또한 가능하였단 말이다.
이 숲 내부에 한정해서라면, 아리아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강력한 마법사임이 틀림없었다.
“이제 깨달으셨나요? 당신들은, 결코 이 숲을 살아서 빠져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애당초, 아리아는 처음부터 저들을 살려둘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왜냐하면, 저들은 감히 카인을 죽인다는 말을 입에 올렸으며, 그를 향해 살기를 내비춘 것들이었으니까.
‘이번 일을 잘 처리하면 또 칭찬해 주시겠지?’
그리 말하며 아리아는 해맑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녀는 아직, 자신을 향해 칭찬을 해준 카인의 따스한 손길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실로 흉포하기 짝이 없는 살기가 숲 전체를 진동시키기 시작한다.
그 살기는, 말하자면 수렵의 신호였다. 무자비한 숲의 여주인이 뒤도 돌아보지않고 도망치고 있는 죄수들을 향해 내린, 죽음의 선고였던 것이다.
“...조금은 오래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리 말하며 쿡하고 웃음을 짓는 아리아의 옆얼굴은, 카인이 익히 알고 있는 한 때의 어떠한 얼굴과도 무척이나 닮아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