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10.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 01 (83/201)



〈 83화 〉10.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 01

그리하여, 비앙카 델 카스타나를 둘러싸고 있던, 기나긴 겨울은 끝을 맞이하였다. 지난 30년 이라는 세월 동안, 그녀를 옭아매고 있던 모든 사슬로부터 해방되고, 그녀는 앞으로의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함께할 이정표를 얻을 수 있었다.

- ...넌 정말, 맹랑한 계집애구나. 비앙카. 너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너한테 뭐라 그럴 수도 있는 거 몰라?

소년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비앙카를 쳐다보았다. 방금 전, 소녀를 경원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꼬맹이들을 향해 아주 약간의 살기를 내비추어 쫓아버렸다. 첫째는 소년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며, 둘째는 자신을 향한 험담이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소녀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였다. 자신을 보고도 겁먹지 않으며, 자신을 향해 먼저 손을 뻗어준 유일한 존재였으며, 자신을 향해 ‘친구’라고 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소년의앞에서만큼은, 한 명의 여자로 남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무서웠다. 방금 전, 자신의 손속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소년마저 자신을 경원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머릿속을 엄습한다.

- 뭐, 어쩔  없지.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너한테 뭐라 그러면, 내가 대신 뭐라고 해줄게. 이래 봬도 나는 공작가의 후계자니까, 어지간한 사람들은 나한테 함부로 못할걸?

멋쩍음을 숨기기 위해 딴청을 부리며  곳을 바라보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소녀는 따스함을 느끼고 말았다.

“...아아.”

비앙카 델 카스타나는, 에스텔 공작가 뒤편에 위치한 화원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그저 느긋하기만 할 뿐이었다. 앞으로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따위, 무궁무진하였다. 그러니 서두를 것 필요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에스텔 공작령은, 무척이나 평온한 곳이었다. 비앙카라는 여인에게, 에스텔 공작가라는 곳은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것 그 이상의 안온함을 안겨다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이 살기 그리 썩 좋은 곳은 아니었다. 날씨는 상당히 험상궂고, 농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영지 전체에 그리 활력이 돌지도 않았다. 카스타나 후작가와 비교하자면, 이곳은 참으로 빈궁하기 짝이 없는 영지였다.

대신, 에스텔 공작가에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카스타나 후작가에는 없는 것들이 있었다. 이곳에는 민심이 있었으며, 활기가 넘쳤으며, 공작가의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낮은 신분의 사람들과 어떠한 허물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쉬이 찾아볼  있었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을지언정,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어떠한 정이 느껴졌다. 이런 풍조를 지닌 곳에서 자랐으니, 그 또한 그런 따스함을 지니게 된 것이리라.

온기를 머금은 바람이,그녀를 스쳐지나간다. 자신의 머리카락에 무언가가 묻었음을 깨닫는다. 떼어내고 보니, 그것은 분홍색 꽃잎이었다. 어느덧, 세상은 완연한 봄이 되어 있었다.

- ...이것  놓으면 안 돼? 난 이제 가야 해.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셨거든. 이제, 돌아갈 시간인 것 같아.

소년과의 이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렇기에 그의 옷깃을 놓기가 싫었다. 이곳에 오기 전, 소녀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자신의 얼굴을 다른 귀족들에게 충분히 알린  같으니, 카스타나 후작가로 돌아간다면 ‘교육’이 시작될 것이라고.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외출이 될 것이라고.

후작이 말하는 ‘교육’은, 어지간한 아픔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비앙카로서도 고통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전신에 강제로 마법을 주입당하는 그 고통은, 인간으로서 쉬이 감당할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앙카에게는 그 따위 고통보다, 소년과 헤어진다는 슬픔이 더욱 커다랗기만 했다. 어쩌면, 이번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  지도 몰랐다. 그러한 사실만이, 너무도 아플 뿐이었다.

- ...잠깐만 기다려봐.

소년은 소녀를 내버려두고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이내 손에 자그마한 장신구 하나를 들고서 다시 나타났다.

그것은, 귀걸이였다. 세상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조악하게 만들어진 싸구려 귀걸이. 소년은 귀걸이를 그녀에게 내밀더니, 어딘가 쑥스러운  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 선물이야. 아버지께서 그러셨는데, 남자가 돼서 여자한테 선물하나 없이 떠나보내는 것은 눈치가 없는 일이라고 하셨어.

난생 처음, 누군가에게서 받은 선물이었다. 어떠한 이해득실도 없이, 순수하게 그녀만을 위한 선물이었다. 왠지 모르게 멍한 눈초리로 소년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를 향해, 소년은 소녀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 주었다.

- 만약, 어른이 돼서 갈 데가 없다면 에스텔 공작가에 와도 괜찮아. 공작가에는, 유능한 마법사가 부족하거든. 만약 네가 온다면, 언제든 환영하도록 할게.

소년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만은 알  있었다. 이러한 자신이라도, 세상 어딘가에 안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날 이후 소녀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기만을 바라였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귀걸이를 손에  쥔 채로.

그와 함께했던 짧은 추억은, 그녀의 일생동안 쉼 없이 파직거리며 되풀이 되었다.

...그 후로,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오해가 있었고, 많은 갈등이 있었다. 일직선으로 나 있는 길을, 멀리 돌아가 버린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끝에,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만 하는 보금자리에 안주할 수 있었다. 기나긴 여정 끝에, 비로소  때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것만이, 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주어진 유일한 안식이었다.

“...카인.”

화단에 피어있는 히아신스를 어루만진다. 이것은, 과거로 돌아온 이후 그를 처음 보았을 때 함께 보았던 그 때 그 꽃이었다. 봄의 끝, 마지막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는 그 자태는 너무도 아름답기만 하였다.

히아신스를 얌전히 어루만지며, 비앙카는 생각하고 말았다. 이러한 자신이라도, 정말 그의 곁에 있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

비앙카는  이상, 그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의 곁에 당당히 서서, 그와 공과 오를 동등하게 나누어 가지고 싶었다. 아리아,  계집이 그를 향해 헌신하듯, 자신 또한 그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데카라즈난 공작가로 떠나는 그를 붙잡지 않고 비앙카는 이곳에 순순히 남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의 뒤를 강아지마냥 졸졸 따라다니는 아리아를 찢어 죽이고 그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에스텔 공작가에서 그녀가 할  있는 일이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인내심을 발휘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비앙카는 조만간 카스타나 후작가에 들릴 예정이었다. 그 인간들에게서 어떠한 ‘허락’도 맞지 않은  바깥을 나돈  시간이 꽤나 경과했으니까.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한, 본가의 추잡한 늙은이들이 지금쯤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는 불 보듯 뻔한 노릇이겠지.

아마, 카스타나 후작가에서 유일한 자신의 편이라 할 수 있는 전대 가주가 그녀를 변호해주었겠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달하였을 것이다. 조만간, 자신의 행방을 찾아 카스타나 후작가가 자랑하는 무장세력, 흑풍대(黑風隊)가 에스텔 공작가를 찾아온다는 불상사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비앙카는, 카스타나 후작가의 인간들이 더러운 흙발을 묻히며 에스텔 공작가에 기어들어오는 꼴을 용인해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카스타나 후작가의 인간들을 죄다 몰살시켜버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10년 뒤 찾아올지도 모르는 겨울을 생각한다면 마법사 하나하나가 귀중한 인력이었다. 아직은, 죽여 버릴 때가 아니었다.

결정했다. 그들을 살려두기는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것이다. 자신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건 간에, 더 이상 어떠한 간섭도 하지 못하도록, 그들을 ‘설득’할 것이다.

비앙카의 머릿속에 그들이 자신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의 말을 거절하는 순간, 카스타나 후작가의 앞마당에 예쁜 크레이터 하나를 만들어줄 생각이었으니까. 원래  안에 칼을 쑤셔 넣고 협상을 시도한다면 어지간한 부탁은 전부 수용이 되는 법이었다-

“아, 비앙카님. 이런 곳에 계셨군요.”

“...아, 카를님.”

하지만 다음 순간, 비앙카의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법사로서의 스산했던 표정은 순식간에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그리고 대신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스타나 후작가의 기품이 넘치는 영애, 비앙카 델 카스타나였다.

“허어, 혹시 이 늙은이가 비앙카님의 사색을 방해한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가 드는군요.”

“그럴 리가 있나요.  또한 매우 적적하던 찰나에 카를님께서 이리 말을 걸어주시니 마음이 한결 놓였던 걸요.”

비앙카가 싱긋 웃으며 그리 사근사근 답을 하자 카를의 얼굴에 감탄이 스친다. 그가 전해 듣기로 비앙카 델 카스타나라는 여인은 전형적인 명문가의 아가씨로서 손에 물 한 방울 묻혀 보지 못했을 정도로 고귀한 태생인데다, 약관의 나이에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초절한 재능까지 갖추었거늘, 어떻게 타인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씨까지 지닐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상에 어찌 이런 완벽한 여인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역시, 비앙카님께서는 그 빼어난 외모만큼이나 고결한 성품을 지니셨군요. 실로 마법사의 귀감이라 할 만한 분이 아니실 수 없습니다.”

카를은 자신도 모르게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비앙카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일평생 동안 하급 마법사의 위치에 머물러 있던 그에게 있어, 어린 나이에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비앙카는 경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질투심 따위는 애초에 나지도 않았다. 수준 차이가 어지간해야 질투심 같은 것이 일어나는 법이다. 이미 인생의 황금기를 끝내고 황혼을 맞이한 그에게 있어, 자신의 연구를 뛰어 넘어 그 너머의 지혜를 바라보는 선각자(先覺者)의 모습은, 그저 귀엽게 비춰지기만  뿐이었다.

다만,  가지 마음에 차지 않는 점이 있다면, 이 아름답고 참하기까지 한 아가씨가 웃어른에 대한 싸가지가 손톱만큼도 깃들어 있지 않은 자신의 소공작을 흠모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다가 소공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얼굴을 붉히며 사르르 고개를 돌리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양갓집 규수의 귀감과도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나쁜 것은 아니건만.’

카를은 아주 오래전부터 소공작을보아왔다. 비록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아무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소공작은  나름대로 괜찮은 남자임이 틀림없었다. 그저, 소공작이 비앙카와 같은 완벽한 여인을 곁에 두는 것은 조금 과분한 노릇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만  뿐.

그리고 그것 말고도 카를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아리아,  아이는 어찌 되는 것이란 말인가.’

카를은 노인 특유의 연륜과 혜안(慧眼)으로 말미암아 아리아가 소공작의 옆자리를 탐욕스럽게 갈구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아니, 모를래야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노골적으로 행동을 하는데 어찌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물론, 아리아는 그의 모든 것을 이어받은,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을 자랑스러운 제자였다만, 그런 콩깍지가 씌워진 눈으로 보아도 아리아의 행동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소공작이 일과를 보러 나선 틈을 타 그의 방에 몰래 들어가 몇 시간이고 나오지 않는 행동은 실로 양반이었단 말이다.

‘...아니, 소공작이 흘린 머리카락은 대체  줍는 것이란 말인가?’

아리아가 그의 머리카락을 주워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 것인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고,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저, 사랑스런 제자가 자신이 가르친 마법을 이상한 일에만 사용하지 않기를 간절히 빌 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행동은 아리아가 소공작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제자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아리아 정도면 소공작의 옆자리를 차지할 자격 정도는 차고 넘치는 것이 아니던가?

물론, 출신성분이 약간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장래에 아리아가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면 황실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을 가능성 또한 충분히 있으니 별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고-

하기야, 당사자가 아니니 이런 생각 따위는 전부 부질없긴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전부 소공작이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니던가?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는 접어둔 채 카를은 비앙카와 함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 사이의 공통적인 화제인 마법과 관련된 이야기에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서로 마법사이다 보니 대화가 잘 통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환담이 오고가던 도중, 비앙카는 마침 떠올랐다는 듯 카를을 향해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아, 카를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무언가 한 가지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허허,  늙은이가 답할  있는 것은 뭐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카를의 허락이 떨어지자 비앙카는 두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혹시, 카를님께서 아리아에게 집속치환술식을 가르쳐 주신 것인가요?”

떠올린다. 아리아와의 혈투 당시, 그녀는 결코 한 곳에 섞일 수 없는 번개와 얼음의 마법을 한 곳에 융합시킨 끝에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는 이신합성(二神合成)이라는 기술을 구사했었다.

그것은,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비앙카가 보기에도 경악스러운 기술이었다. 서로 상반되는 원소를  곳에 뭉친 것으로 모자라, 그를 자연스레  단계 위의 마법으로 승화시키기까지 하다니!  마학 상, 그것은 결단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앙카조차 아리아가 행했던 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무리였다.

“집속술식 말씀이십니까?”

카를은 영문을 알 수가 없다는 태도로 고개를 내젓기만 할 뿐이었다.

“흐음, 제가 아리아에게 가르쳐준 것이라고는,마력의 합일로 인한 반발을 최소화하는 투마융합(鬪魔融合)뿐이었습니다만. 뭐, 워낙에 천재적인 아이니 자신이 따로 개발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카를은 아리아의 천재적인 재능을 떠올리며 그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비앙카는 결코 그를 가벼이 넘길 수가없었다. 이신합성뿐만이 아니라, 전신에 마법을 두르고 전쟁터를 누비던 그 융합술식에 이르기까지, 아리아가 구사했던 모든 것은 왠지 모르게 낯이 익기만 하였다. 대체 왜 자신이, 아리아의 마법으로부터 왜 익숙함을 느끼는 것인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설사 아리아가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시점의 어떠한 마법사도 알지 못하는 술식을 어찌 그녀 혼자서 만이 알고 있단 말인가? 그것도 실전에 투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완성도까지 지닌 채로?

본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란 극도로 지난한 과정이며, 지식과 지혜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나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것은 너무도 이상한 일이었다.

확실하였다. 아리아, 그 계집은, 무언가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중대한 비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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