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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화 〉9. 복수불반(覆水不返) - 04 (79/201)



〈 79화 〉9. 복수불반(覆水不返) - 04

그 뒤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데카라즈난 공작가로 떠나기 위해 행장을 꾸리거나 혹은 내가 없는 동안의 빈자리를 최대한 메꾸어 넣기 위해 인수인계를 하는  여러모로 바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내가 아무 것도 하는  없이 한가롭게 지내는 한량처럼 보이며, 실제로도 명함만 소공작이지 한량과도 같은 신세가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작가의 후계자인 만큼 자리를 비우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여러 가지 일처리가 필요하였단 말이다.

바꿔 말하자면, 비앙카와 ‘밀월여행’을 다녀올 당시 아무 말도 없이 훌쩍하고 종적을 감춘 그 때의 내가 무개념이었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놈의 밀월여행에는 나의 자유의지 따위는 조금도 섞여있지 않았지만.

하지만  따위 일처리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나라는 녀석은 에스텔 공작가에 있으나 없으나 별반 차이가 없는 밥벌레 같은 인간이었으니까. 진정으로 나를 지치고 힘들게 만든 요인은 다름이 아니라 현재 에스텔 공작가를 자기 집이라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식량을 축내고 있는, 아이리스  데브하르트와 아리엘 티에르라고 하는 여인 둘이었다.

원래 에스텔 공작가가 집이라 할 수 있는 아리아와, 이제 다시는 카스타나 후작가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다니는 비앙카는 그렇다 쳐도, 나는 어째서 이 둘이 에스텔 공작가에 거머리처럼 붙어서 황궁과 법황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인지 이해를  수가 없었다. 어차피  여자들이 에스텔 공작가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다른 여자와 얼굴을 마주하면 으르렁거리는 일밖에 없었는데  굳이 이곳에 남아 스트레스를 받을 일을 자처해서 만드는 것이란 말인가?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비앙카, 황녀, 아리엘 이 여자 세 명 때문에 실시간으로 수명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듯한 끔찍한 기분을 맛보아야만 했다. 그나마 그들 사이에 암묵적인 룰이라도 생긴 것인지 말보다 주먹을 앞세움으로서 에스텔 공작성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다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동시에 무력행사를 제외한 다른 어떠한 음험한 계략을 펼치는 것에는  순간의 주저함도보이지 않고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언성을 드높이는 말싸움은 애교 수준이었으며, 중상모략, 반간계, 이간질 등 전쟁터에서나 오고갈 법한 온갖 음험한 수작들이 수도 없이 오고가기도 하였다. 대체 무엇이  여자들을 저렇게 필사적으로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그녀들은 진지하기만 하였다.

어지간한 궁중암투는 가볍게 뺨칠법한 세 여인의 불꽃 튀는 신경전 끝에,  어떠한 위협과 위기 속에서도 지난 천 년간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에스텔 공작가는 고작해야 일주일이라는 시간 만에 셋으로 쪼개진다는 불상사를 맞이하고 말았다.

대표적으로 나의 아버지는 비앙카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하셨지만, 엘레나는 아리엘이 우리 가족이 된다면 정말 괜찮을 것 같다며 나를 향해 여러  은근한 말을 흘린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탓에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엘레나를 꼭두각시 마냥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사악한 존재가 있다 생각이 드는 것은 결코 나의 착각이 아니리라.

“...정말, 그 음험한 여자가 꾸밀 법한 재수 없는 책략이네. 있지, 난 처음부터 그 여자가 정말로 마음에 안 들었어. 겉으로는 언제나 성녀랍시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주제에, 마음 속으르는 구렁이 양식장을 기르고 있는 소름끼치는 여자잖아? 그러니깐 당신도 조심하도록 해. 그 음험한 여자라면 아차, 하는 사이에 당신을 납치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적어도 네가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엘레나가 눈치를 보며 자신을 피하는 광경을 보며, 나를 향해 그런 투정을 내뱉는 비앙카가 나는 어이없게만 느껴졌다. 정작 자신은 이미 전과가 있는 주제에 다른 여자에 대한 험담이나 실컷 늘어놓는 비앙카도 별로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비앙카가 나에게 그런 말을 늘어놓아봐야 이미 대세는 기울어져 있었다. 아리엘에게서 대체 무슨 세뇌를 받은 것인지, 날이 가면 갈수록 엘레나가 비앙카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점점 사나워졌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엘레나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그리 들지 않았다. 엘레나가 나에게 늘어놓고 있는 ‘비앙카의 단점’들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 그 자체였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성격이 괴팍한 건 사실이잖아.’

그렇게 아리엘이 장수를 잡기 위해 주위의 말들을 착실히 공략해가는 동안, 황녀라고 해서 가만히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황녀는 특이하게도 내 직계혈연에게 다가가기 보다는 에스텔 공작가의 기사들과 사용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에 열중하였다.

황녀가 내뿜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뇌까지 근육으로 꽉꽉 찬 기사들과   대련을 해주고 나니, 며칠 지나지 않아 에스텔 공작가는 ‘자비롭고 인자하시며 아름답기까지 한’ 황녀 저하를 칭송하는 목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물론, 사용인들 사이에서도 비앙카를 언급하는 목소리를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정말 슬프게도 아주 어릴 적부터 그녀를 보아온 나의 아버지를 제한다면, 에스텔 공작가에서 비앙카를 반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에스텔 공작가는  여인의 사악한 흉계에 의해 생일 케이크처럼 삼등분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만 봐야했던 내 가슴 또한 억장이 무너지고 말았다. 다른   그렇다 치고 어째서 나에게는  여자들을 말릴 만한 힘이 없는 것인지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였다.

‘...시발.’

저잣거리에 떠도는 여러 소설책에 의하면,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인들은 대게 친지가 존재하지 않아 어린 시절을 홀로 외롭게 보냈기에 외로움을 타는 성향이 강하다는 설정이 붙어 있으며, 이에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다른 여인과 마주하더라도 싸우기는커녕 서로를 ‘자매’ 같이 여기는 끝에 언제나 하하호호 웃음꽃을 가득 피운다고 들었다.

내가 알기로 비앙카와 황녀는 무남독녀이며, 아리엘 또한 법황국의 고아원 출신이라 형제자매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내 주변의 여자들은 서로를 자매처럼 여기기는커녕 어찌하여 사이가 이토록 험악한 것인지 슬프기만  따름이었다.

덕분에 지난 일주일은 나에게 있어 참으로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과연 내가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전 셋을 모시고 다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고통스런 시간이었단 말이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그 날 이후 아리아는 무척이나 얌전하게 행동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황녀나 아리엘뿐 만이 아니라 비앙카에게도 고개를 숙이며 존댓말을 사용해주었는데, 그 태도가 어찌나 극진한지 왕년에 아리아와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인 전적이 있던 비앙카 또한 아리아를 향해 순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고서야, 드디어 내가 에스텔 공작가를 탈출하여 데카라즈난 공작가로 떠나는 날이 당도하고야 말았다. 나와 함께 떠나는 사람은 아리아 단 한 명. 다른 여인들은 내가 떠나는 것을 배웅해주겠다고 말을 하였지만 나는 그녀들을 필사적으로 말렸다. 마지막 순간만큼은 여인들 셋이서 서로가 잘났다며 언성을 드높이는 광경 따위를 추호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왜 부른 거야. 배웅 같은 것은 받기 싫다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더니.”

왠지 마음이 상한  나를 뾰로통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비앙카를 향해, 나지막한 어조로 대답을 해주었다.

“황녀님이나 아리엘은 조만간 이곳을 떠날 몸이지만, 너는 에스텔 공작가에 계속 머무를 거잖아. 그런 의미에서, 내가 없는 동안 에스텔 공작가를 잘 부탁한다 하려고 그랬던 거야. 비앙카.”

“그거야 당연한 일이니 굳이 부탁할 필요까지도 없어, 너도 몸조심해야 해, 카인. 절대 위험한 일에는 끼어들지 말고. 그리고...”

비앙카는 저만치 세워져 있는 마차 앞에서 나를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는 아리아를 한 차례 힐끗 쳐다보더니 나를 향해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리 속삭였다.

“아리아를 너무 신뢰하지는 마. 비록, 지금은 전속시녀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다지만, 그녀의 본질은 ‘겨울의 마녀’라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해. 차라리 아무런 힘도 없다면 모를까, 그녀의 지식과 지혜는 이미 보통의 마법사 따위는 뛰어넘은 것도 모자라, 진리에 근접한 수준이야. ...어쩌면, 과거의 힘을 전부 되찾은 것일 지도 모르는데 네 앞에서 의뭉을 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돼. 알겠지?”

그리 말을 하는 비앙카에게는 나를 향한 걱정만이깃들어 있었기에,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고자 있는 힘껏 허세를 부려본다.

“뭘 그리 걱정을 사서 하는 거야. 이제 아리아는 ‘겨울의 마녀’가 아닌, 그냥 아리아일 뿐인데. 그리고, 벌써 잊어버리기라도 한 거야? 마지막 순간에, ‘겨울의 마녀’의 심장에 검을 꽂아넣은 사람은 너도, 황녀님도, 성녀도 아닌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이미 한 번 이긴 상대를, 두  이기지 못할 리가 없지 않겠어?”

“...뭐?”

헌데 비앙카의 반응이 이상하였다. 그녀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나의 허세가 섞인 말에 코웃음을 치거나,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대체 무슨 소리야, 카인?”

비앙카는 내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를 향해 이리 말을  뿐이었다.

“회귀 전, ‘겨울의 마녀’를 죽인 사람은 카인 네가 아니라 바로 나였잖아?”

****

“...또 다시, 그가 떠나는구나. 이번에도 나만을 홀로 남겨둔 채, 저리 떠나가는구나.”

아리엘은 자신에게 주어진 방에 나있는 창문 밖으로  대의 마차가 지평선 너머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만 보며 그리 중얼거리고 말았다.

이것은, 그녀에게 있어 익숙한 광경이었다. 그가 자신을 떠나가고, 자신은 그의 뒷모습만을 바라본다는 그러한 광경은 그녀에게 있어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었단 말이다. 왜냐하면, 이미 몇 번이고,  번이고 반복되어온 광경이었던 것이다. 그와의 이별로 인한 슬픔도, 아픔도, 괴로움도, 전부 그녀에게 있어서는 익숙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었다. 아리엘이라는 여자에게 있어, 그와의 이별이란 언제나 아프기만 하였다. 그것은, 결코 익숙해질  있는 종류의 아픔이 아니었다.

...아니, 익숙해져서는 아니 되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당시 자신이 느끼고 말았던 아픔과, 비탄과, 비애를,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어찌 잊어버릴 수가 있겠는가. 그녀의 생애를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그리고, 모든 것이 파국으로 막을 내려야만 했던, 비통했던 순간을.

제발, 가지 마. 내게서 떠나지 말아줘. 약속했잖아.  곁에만 있어준다고. 나만을 바라봐준다고. 카인, 부탁이야.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응?

- ...미안하다, 아리엘. 비록 내가 모든 것을 내버려두고 왔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아픔만은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한 때나마 그들의 소공작이었으니까.


“...매정한 사람 같으니. 당신은 정말, 멍청한 사람이야. 카인.”

그리 말을 하며 아리엘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결단코 그러한 결말로 모든 것을 끝맺지않을 것이다. 그것이, 10년 전으로 회귀를 하며 그녀가 다짐했던 단 하나의 맹세였다.

그런데,  때였다.

우웅-

에스텔 공작성의 어디에선가, 아주 작은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마치, 카인과 아리아가 성을 떠나기만을 기다린 듯한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거기다가 파공성에 섞여 있는 이 느낌은, 아리엘에게 있어 너무도 익숙한 기척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리엘이,  기척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기척의 주인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키리에?”

그 음흉한 엘프의 기운이 대체 왜 에스텔 공작가에서 느껴지는 것일까. 아리엘이 알기로, 현 시점의 키리에 엘 데나리스는 세계수가 있는 대수림에서 단 한 발짝도 나온 적이 없던 것이 분명할 터. 하지만 현재 아리엘의 신경을 대차게 거스르고 있는  기운 또한 키리에의 것이 분명하였다. 이것은, 대체 어찌된 영문이란 말인가.

“.....”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아리엘이 파공성의 근원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마치 아리엘을 부르는 듯한  기척이 어디서 새어나오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아리엘은 발걸음을 옮긴 끝에, 사용인들이 머무는 방들 중 한 곳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젖혔다.

끼이익-

방 안은, 전형적인 마법사의 거처였다. 여러 종류의 마도서가 가득 쌓여 있으며, 정체를 도무지 알  없는 플라스크와 실험 물질이 책상 위에 즐비하게 늘여져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 방의 주인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아리아, 그것의 방이로군.’

하지만 아리아의 방 내부의 생김새 따위 아리엘에게 있어 전혀 흥밋거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눈을 돌려, 방  구석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자그마한 나뭇가지에 자신의 시선을 주었다.

“...세계수의 나뭇가지?”

키리에가 사용하는 활의 재질이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만든 것이었기에 아리엘은 저 나뭇가지가 무엇인지 쉽사리 눈치  수 있었다. 헌데, 저토록 귀한 물건이 왜 이 방 안에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우우웅-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다시 한 번 울음을 터트렸다. 마치 빨리 자신에게 손을 뻗어달라는 그 파공성에, 아리엘은 찰나의 망설임 끝에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 말았다.

- 아, 이제야 손에 쥐어주었네요. 너무 신중한 거 아니에요? 어쨌건, 오래간만이에요. 아리엘 티에르.

“...키리에?”

틀림없었다.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매개로 하여,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고 있는 이 목소리의 주인은, 분명 키리에가 틀림없었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이지요? 이 나뭇가지는 대체  이곳에 있는 것이며, 제가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안 것이죠?”

아리엘의 추궁에 키리에는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음을 지어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아는 방법이 있지요. 그건 그렇고, 너무 매섭게 반응하는  아닌가요, 아리엘?

“그야, 당신 같은 음흉한 여자를 쉽사리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 흐응, 제가 아니었으면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했었을 주제에, 꽤나 당당하게 나오네요. 아리엘?

“.....”

뭐, 좋아요. 당신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지만, 그런  때문에 당신과 이리 대화를 시도한 것은 아니니깐 말이죠. 나뭇가지에 남겨진 마력이 얼마 없으니,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할까요?

“본론?”

그래요, 본론.

키리에는 실로 재미있다는  연신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키리에의 이어진 말에, 아리엘은 자신의 몸을 딱딱하게 굳힐 수밖에 없었다.

- 혹시, 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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