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6. 헛소동 - 13 (45/201)



〈 45화 〉6. 헛소동 - 13

지금으로부터 천  전, 초대 황제의 명에 의해 4대 공작가가 사방(四方)에 자리한 이후, 4대 공작가는 자신들이 위치한 지역의 패자(霸者)로서 군림을 해오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4대 공작가쯤 되는 위치의 공신들이 변경에 위치하게 된 유래를 살펴본다면, 제국 전체의 끊이지 않는 환란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초대 황제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고 그곳에 파견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북쪽의 에스텔, 서쪽의 투르니젠, 동쪽의 데카라즈난, 남쪽의 크러셀.

그들은 명실상부한 한 지역의 맹주이자 패자와 같은 존재였으며, 그 지역의 군소영주들에게 있어서는 제도에 위치한 황제보다 더욱 막강한 권세를 휘두르는 절대자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루멘티움에만 틀어박혀 있어 평생 한 번 만나볼까 말까한 구름 위에 위치한 존재인 황제보다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지역 곳곳에 투사함으로서 자신의 권세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공작가가 훨씬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으므로.

허나 제국이 들어선지 대략 팔백년이 지났을 무렵, 북부에서는 그러한 체제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주축으로 하여 북부를 이끌어 나가야 할 에스텔 공작가가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굳이 말로 할 필요조차 없었다. 농지가 메말라가고, 지력이 쇠하였으며, 금과 은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던 광산들이 하나 둘 폐광이 되어가며 에스텔 공작령은 한낱 군소영지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을 하게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무릇, 귀족가의 권세란 단순히 지위나 가진  권위에서부터 파생이 되는 것은 아닌 법. 스스로의 안위조차 챙기지 못하는 주제에 뻔뻔스레 다른 누군가의 위에 서서 군림을 하려는 행태가 용납이 될 리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영락하고 쇠한 끝에 전성기 당시의 부스러기 밖에 남아있지 않은 에스텔 공작가는, 북부의 패자로서 모두의 위에 군림할 자격을 상실하게  것이나 마찬가지이리라.

그렇게 이백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에스텔 공작가가 북부를 대표하는 맹주의 위치에서 내려온 이후,  자리를 새롭게 차지한 이는 다름 아닌 카스타나 후작가였다. 북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생각하기에, 카스타나 후작가는 에스텔 공작가의 뒤를 이어 패자로서 군림을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카스타나 후작가 또한 제국이 건국되었을 무렵부터 존재하였던 유서 깊은 가문이었으며, 대대로 강력한 대마법사를 배출하였으며, 아티펙트를 팔아 엄청난 수익을 올림으로서 경제력 또한 제국에서 수위를 다툴 정도로 모난 곳이 없는, 위세 높은 가문임이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들은 이제와 에스텔 공작령이 이백년 전의 기세를 되찾을 리가 없다고 단정을 짓고 말았다. 북부의 귀족들은 에스텔 공작가를 외면한 채 카스타나후작가를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대세는 이미 결정이 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 에스텔 공작가의 소공작인 카인  에스텔과 카스타나 후작가의 적장녀(嫡長女)인 비앙카 델 카스타나가 약혼을 맺는다는 소식이 북부 전체를 강타하기 직전까지는.

그 소식은 북부의 귀족들에게 있어서는, 실로 청천벽력과 다름없는 소식과 진배없었다. 그들은 그러한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들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상식에 있어서는 에스텔과 카스타나의 후예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은 개와 고양이가  눈에 배가 맞아 백년해로를 하게 되었다는 다를 바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였단 말이다!

말도 안 된다.  년 전부터 서로의 면상만 들여다보아도 으르렁거리던 두 가문의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으로도 모자라 가문의 구성원들이 전부 모여 있는 곳에서 사랑을 고백하기까지 하다니. 그야말로 저잣거리의 싸구려 통속극에서도 나오지 않을 막장전개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뇌가 멈춰버릴 정도의 놀람도 잠시, 북부의 귀족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경악을 하기 보다는 ‘약혼 이후’에 대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것인지에 대해 고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어디까지나 만약에 불과한 일이기는 하지만, 에스텔 소공작과 카스타나의 딸 사이의 약혼이 성공적으로 성사가 되고,그들 사이에서 아이라도 태어나게 된다면,  이후 북부의 판도가 무척이나 복잡하게 돌아가게 될 것이 자명하였기 때문에.

카인 폰 에스텔이 에스텔 공작가의 소공작인 만큼 둘 사이에서 태어나게 될 아이는 아버지의 성인 에스텔의 성을 물려받게 될 터.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머니로부터 카스타나의 혈통을 절반은 이어받은 만큼 카스타나 후작가의 모든 것을 승계 받을 수 있는 적법한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비앙카 델 카스타나가 현재 카스타나 후작가의 유일한 적손(嫡孫)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의해 에스텔과 카스타나가 하나의 가문으로 합쳐질 가능성 또한 결코 배제할 수 없었다. 즉, 이들의 약혼으로 인하여 간신히 진정되었다고 생각했던 북부 전체의 균형이 다시 한 번 뒤집히게 될 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북부의 모든 귀족은 그들의 약혼식이 치러지는 카스타나 후작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에스텔과 카스타나 사이에서 불어온 자그마한 미풍이, 추후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기 위하여.


****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원정대에 속해 있을 무렵, 나는 키리에와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다.

‘으음, 카인.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무얼 하나 물어보아도 될까요?’

나를 향해 아주 공손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질문을 던지는 키리에. 그 정중한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저 싸가지 없는 엘프가 드디어 인간 세상의 예법에 대해 어느 정도 깨우친 것 같았기에 어딘가 모르게 기특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 대체 무엇이 궁금하신 것입니까? 키리에?’

‘으음, 별 건 아니고요. 저번에 당신이 비앙카 델 카스타나와 나눈 대화를 어쩌다보니 주워듣게 되어서 말이에요.  대화를 듣다보니 당신에게 무언가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예?’

다른 사람의 대화를 훔쳐 들었다는 말을 존나 당당하게 하는 키리에의 모습을 보며 나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기분을 맛보고 말았다. 대체 어째서 다른 여자들은  귀쟁이년에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훔쳐 듣는 것이 범죄에 속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아, 설마 몰래 한 이야기였나요? 그렇군요. 인간들과 저희들의 청각 수준이 달라서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네요.’

결코 고의는 아니었어요, 라고 말을 하며 키리에는 자신의 기다란 귀를 톡톡하며 두드렸다. 나는 키리에의 그러한 모습을 보며 이러한 것도 종족차별의 일종이 아닌가하는 고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고픈 질문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키리에?’

‘뭐, 간단해요. 카인, 당신 말이죠. 과거에 약혼을 맺었던 적이 있었다면서요?’

‘...예, 뭐. 그렇긴 하죠.’

‘그런데 대체 어쩌다가 그 약혼이 깨지게 되었던 것인가요? 혹시, 카인이 무슨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기라도 했던  인가요?’

‘.....’

...참, 인간의 마음 따위는 알지 못하며 헤아릴 생각조차 없는 엿 같은 엘프가 아닐 수 없었다. 꼭 저렇게 타인의 가슴 아픈 과거를 후벼 파야만 속이 후련해지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런 것은  물어보시는 것입니까?’

‘그야, 궁금하거든요. 저희 엘프들은, 일생 동안  한 명의 배우자만을 택하고, 그와 늙어 죽을 때까지 함께 하기로 약속을 맺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미래를 약속했으면서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져버리는 당신의 약혼자였다는 여자의 마음이 정말로 궁금하기 짝이 없어서 말이에요.’

그리 말을 하며 키리에는 무언가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자신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의 기다란 귀 역시 현재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위아래로 퍼덕거리고 있었다.

‘...으음...’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나의 모든 신경은 키리에가 위아래로퍼덕거리는  귀에 집중되고 있었다. 존나 신기하기만 한 광경이었다. 순간, 나는 마치 살아있는 생선처럼 퍼덕거리는 저 귀를 손에 움켜쥐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나의 마음을 꺼멓게 잠식해오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눈  감고 키리에의 기다란 귀를  번만 쓰다듬어 볼 수 있다면, 정말 세상에 부러울  하나 없을 것 같은데-

‘...카인? 지금 뭔가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눈초리가 뭔가 이상한데요?’

‘...전혀 아닙니다. 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순간적으로 내가 얼굴을 굳히며 발뺌을 하자, 키리에는 뭔가 수상쩍은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면서도 이내 추궁을 멈추고 순순히 넘어가주었다.

‘뭐, 그래서 대답을 해주실  있나요? 카인, 그 여자는 당신과 어째서 파혼을 하자고 선언한 것이었나요?’

...뭐, 대답해주기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 그냥, 그 때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좆같아지기에 굳이 입으로 언급하는 것이 꺼려지는 일이었을 뿐. 하지만  앞의 이 엘프가 나의 기분 같은 사소한 문제에 신경을 써줄 리가 만무하므로 이윽고 체념을 해버리고만 내가 키리에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하던 찰나였다.

‘...으음.’

‘어라?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시는  같네요? 저도 끼어도 될까요?’

‘.....’

그 때였다. 저 만치에서 개인적인 수련에 열중하고 있던 황녀도, 얌전히 모닥불을 쬐고 있던 성녀도, 그리고 주변에서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던 비앙카 또한 이쪽으로 살그머니 다가오더니 처음부터 자리를 맡겨놓은 것 마냥 나의 주변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이제 보니 원정대에서 관음증에 걸려 있던 사람은 키리에 한 명 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모두들, 대체 왜 이곳에 몰려드시는 것입니까?’

제발 모두들 꺼져주었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을 품고 물어본 질문에 저 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으로 내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야, 나도 궁금했던 일이니 말일세.’

‘흐응, 사실 저도 카인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거든요. 실례가 될 것 같아 묻지는 않았지만요.’

‘그런 질문 던질 시간에 저 여자 질문에 대답이나 하지? 응?’

‘.....’

...참, 여자들이 본래 남의 연애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타인의 가슴 아픈 과거에 대해 저리 흥미를 느낀다는 것은 저들이 인간으로서 성숙치 아니하거나 혹은 고등 윤리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하기야, 하나하나가 살육병기 같은 년들이니  안에 도덕심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탑재 되어있다면 그게  신기할 노릇일 테지만.

허나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와 발뺌을 한다면 저 여자들이 나를 다섯 등분으로 찢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새삼스럽게 이곳이 인간세상의 도덕과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야만적인 치외법권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는 사라와 나의 약혼 사이에 얽혀 있던 제반 사정에 대해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리 된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녀와 저는 손조차 제대로 잡아본 사이가 아니니 제대로 된 약혼 관계였다고 말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냥, 순수한 정략 관계였다면 모를까요.’

그리 중얼거리며 나는 수치심에 휩싸여 저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지금은 눈앞의 이 여자들의 폭력이라는 외압에 이기지 못해 어쩔  없이 고백을 하고 만 것이지만,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었음에도 다른 여자와 변변찮은 관계 한 번 맺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수치스럽지 않다면 대체 어떠한 이야기가 수치스러운 것일까.

‘...카인. 정말, 정말로  여자와 손도 안 잡아본 관계야?’

그리고 그런 나에게 확인사살을 날리는 비앙카. 나는 언젠가 반드시 비앙카의 목을 졸라버리겠다는 굳은 맹세를 하며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그러니까 제발 그 질문은 더 이상 안하면 안 될까?’

나의수치심으로 범벅이 된 표정이 만족스럽기만  것인지 흡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비앙카. 그리고 그에 반비례해 나의 기분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고개를 푹하며 떨구고 있던 나를 향해, 이번에는 성녀가 질문을 던져왔다.

‘...흐음, 카인. 혹시 사라라는 여자, 사랑했었나요?’

성녀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살며시 좌우로 내저었다.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사랑이었다고는 말을 하기 힘든 것 같군요.’

사라를 좋아했던 것은 그녀의 겉모습만 보고 홀딱 넘어갔던 철이 없던 과거의 이야기였다. 지난 몇 년, 나는 나이를 뒷구멍으로 쳐 먹은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알고 있다. 내가 사라를 향해 강요했던 것이, 얼마나 철딱서니 없는 구애방법이었는지 잘 알고 있단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나를 보며 황녀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자신의 미간을 찌푸리며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경은 정말,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나? 약혼녀였던 여자가 다른 사내의품에 안기는 것을 보고도 그녀를 용서할 수 있었는가?’

‘...뭐, 좋아하기는 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끝난 일이잖습니까? 이제 와서 그녀를 향해 어떠한 미련을 가지는 것이 더 구질구질한 일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래, 나라고 해서 성인군자는 아니었기에 기분이 존나 개 같기는 했지만 이제 와서 내가 뭘 어찌할 수 있겠는가. 막말로, 투르니젠 공작가에 쳐들어가 사라와 루시안 그 개새끼의 싸대기를 내 분이 풀릴 때까지후려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

내가 저 여자들을 향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자 그제야 호기심이 충족되신 것인지 모두들 조용히 입을 다물고 계셨다. 하긴, 평소마냥 서로를 금방이라도  죽일 듯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는 것보다는 백 배 나은 일이었던지라 오늘은 나의 수치심을 제물로 삼아 원정대의 평화를 지켜내었다고 자위하도록 하자.

그렇게 내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무렵, 오늘 이따위 청문회를 개최한 장본인이라 할  있는 키리에가 나를 불러 세웠다.

‘카인, 어디까지나 만약의, 정말로 만약의 영역에 존재하는 질문이기는 합니다만...’

그리 말을 하며 키리에는 유리알과도 같은 자신의녹안(綠眼)을 반짝거렸다.

‘당신이 다시 한  약혼을 맺게 된다면, 그 때는 어떠한 여자와 약혼을 맺을 생각인가요?’

키리에의 질문에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이렇게 대답을 하였던  같다.

‘그 때야말로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약혼을 치루고 싶군요. 이제 정략혼 같은 것은 사양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비앙카와 거짓 약혼식을 치루게 된 나는 과거 키리에와 나누었던 문답을 떠올리며 쪽팔림이 물밀 듯 밀려오는 것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시이발..."

꼴에 여자 앞이라고 개폼을 잡았던 과거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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