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6. 헛소동 - 09
“...으음...”
“...거참, 요새 젊은이들이란...”
나의 발언에 만찬장의 분위기가 아주 약간이지만, 변화하였다. 몸을 빼거나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앞에서 당당하게 사랑을 선언하는 나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역시, 요새 젊은이들의 패기가 어떠하니 도전 정신이 어떠하니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꼰대들에게는 정면 돌파가 명확한 정답이었던 셈이다.
“.....”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고작해야 일보전진에 불과하였다. 미약한 성과에 지나지 않았다. 만찬장 안에는 여전히 나를 탐탁지 않아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처한 상황은 고작해야 말 몇 마디로 헤쳐 나갈 수있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때였다. 만찬장의 구석에 앉아 있던, 체구가 작고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하기는 하였지만 동시에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을 내뿜고 있던 한 노인이 살며시 입을 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보잘 것 없는, 아무 것도 아닌 노인이 분명해보였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저 노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숨이 턱하며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가주, 외람 된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에스텔 소공작께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소이다. 이 늙은이가 이곳에서 입을 여는 것을 허락해주실 수 있겠소이까?”
“...그리 하시지요.”
카스타나 후작이 노인의 질문에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노인은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와 저 노인의 시선이 교차한다. 노인의 두 눈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그에게서 나를 향한 안광이 폭사하는 것을 느끼고 만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 그대로 나를 관통한다.
“처음 뵙겠소이다. 스카바티(Sukhavati)의 에스텔이여. 그대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들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배견(拜見)하게 된 것은 처음이구려. 소공작 쯤 되는 위치의 귀한 분이 이리도 어려운 걸음을 하신 것에 대해 감읍할 따름이외다.”
참고로 ‘스카바티’란 에스텔 공작령이 위치한 지역 그 자체를 일컫는 옛 명칭 중 하나였다. 내가 알기로 가문의 성 앞에 지역 명칭을 덧붙이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백 년도 더 된 과거의 고리타분한 예절이었거늘, 내 눈 앞에 있는 저 노인이 대체 몇 살이나 묵은 괴물인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저 노인이 나에게 예를 다하여 인사를 하였으니 나 또한 그에게 마주 예를 다할 의무가 있었다. 그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사람의 위에 군림하는 귀족으로서 당연한 예의였다. 나 역시 그를 향해 허리를 굽히는 궁정식 절을 하며 예를 표하였다.
“그대의 후의에 감사를 표할 따름입니다. 파바르(Faobhar)의 카스타나여. 저 개인적으로도 어르신의 환대를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허허, 이 보잘 것 없는 늙은이에게 소공작께서 그리 예를 표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구려.”
그리고 서로에 대한 탐색전은 여기까지였던 모양이다.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던 노인은 다음 순간, 얼굴을 굳히며 나를 향해 질문을 던져왔다.
“에스텔 소공작. 그대에게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내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이다. 소공작께 결례를 범하는 것을 허락해주시겠소이까?”
“말씀하시지요. 어르신의 고견(高見)을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이다, 소공작. 그럼 그대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도록 하겠소.”
그리 말하며 노인은 다시금 눈을 번뜩였다.
“소공작. 그대도 잘 알다시피 카스타나와 에스텔, 두 가문의 사이는 예로부터 그다지 좋지가 않았소이다.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풍조는 무려 천 년이라는 시간동안 가문의 어린아이들의 머릿속 깊숙한 곳에 스며들었을 정도로 오래되었으며 악의가 넘실거렸다는 것을 그대도 잘 알 것이오. 내 그렇기에 소공작과 비앙카, 저 아이의 관계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구려.”
비앙카와 똑같은 적안(赤眼)의 시선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문득, 저 노인의 눈동자와 비앙카의 그것과 많이 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자, 이 우둔한 늙은이를 소공작께서 깨우쳐 줄 수 있겠소이까. 소공작과 비앙카, 그대들이 약혼을 맺을 만큼 서로를 사랑하게 된 인과가 대관절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오.”
“...그건...”
확실히, 노인의 질문은 타당한 지적이라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에스텔과 카스타나의 후예가 서로 사랑을 한다는 것은 개가 알을 낳는 것보다 더욱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몸이니까.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상정 내의 질문이다. 나라고 해서 카스타나 후작가로 오는 여정 내내 멍하니 잠만 자고 있던 것이 아니었단 말이다. 비앙카와 내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완벽한 변명을 구축해놓았단 말이다.
“...다행히, 그것은 제가 답을 드릴 수 있는 질문이로군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저와 비앙카는...”
그런데 그 때였다. 나의 머릿속에 한 줄기 음성이 내리 꽂힌다. 그것은, 육성이 아니라 마법에 의한 의념(意念)의 전달임이 틀림없었다.
[카인, 짧게 말할게. 거짓은 말하면 안 돼. 절대로.]
‘...뭐?’
나는 저도 모르게 눈동자를 굴려 비앙카를 쳐다보았다. 나의 옆에 서 있는 비앙카는, 방금 전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 마냥 순진한 얼굴로 눈을 깜빡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그 음성은 결코 잘못들은 것이 아니었다. 방금 전, 비앙카는 마법을 사용하여 나에게 충고를 던졌던 것이 분명하리라.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고?’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있다. 일정 경지에 오른 대마법사들은, 그 원리는 알 수 없다만 타인의 말의 진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판별할 수 있다 하던가. 그렇다면, 내 눈 앞의 저 추례한 노인이 사실은 10년 뒤의 비앙카와 같은 경지에 오른 대마법사였다는 것인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빌어먹을, 나는 이번 일이 내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난이도가 수 배는 껑충하고 뛰어올랐음을 깨닫고 말았다. 즉, 나는 그 어떠한 거짓도 섞지 않은 진실만을 무기로 하여 이자리에 있는 모두를 속여야만 하였다. 그것도 두뇌 회전이라면 어디에 가서도 밀리지 않을 마법사들을 상대로 해서!
“.....”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아보았다.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상황은 아주 절망적인 것까지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와 비앙카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나는 그녀와 많은 관계를 맺어왔었다. 10년 전,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마주친 것부터 시작하여 10년 뒤, 마녀를 토벌하기 위한 원정대에 함께 속하게 된 것에 이르기까지 나의 인생은 비앙카와의 악연으로 점철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간단하다면 간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비앙카와의 무려 20여년에 걸친 악연의 한가운데서, 저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감정 선을 뽑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내게 놓여진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라는 것을 직감하고 말았다.
“...저는. 저와, 비앙카는...”
내가 해야 할 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기억의 저편에서 그녀와의 기억을 더듬어 낸 후, 혀끝에서 언어를 자아낸다.
“어린 시절, 우리는 서로와 마주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
나는 고개를 돌려 비앙카를 슬쩍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개인적인 추억과 관련된 이야기였던 만큼, 자칫하다가 그녀를 불쾌하게 만들지는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저와 그녀는 미래를 약속하였습니다. 언젠가는 꼭, 함께하기로 말입니다.”
확실히, 지금 내가 한 말은 거짓말이아니었다. 그녀와 헤어질 때마다 다음번에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나누고는 하였으니까.
“...아.”
그리고 내가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비앙카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였다. 그녀의 표정은 어떻게 보면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놀란 것 같기도 하며, 또 어떻게 본다면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
‘...윽.’
나는 그러한 비앙카의 표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혹시, 내가 어린 시절 비앙카와 미래를 약속했다던 그 남자와의 추억을 건드리고 만 것일까.
“...으음.”
그리고 우리 둘의 그러한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노인은 짐짓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어조로 내게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소공작. 내 견문이 짧아서 그러한 것인지 그대의 말이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구려. 설령 그대들이 어린 시절에 마주하여 그러한 약속을 나눈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대들의 만남은 극히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진, 몇 번 되지 않는 사소한 만남에 불과했을 것이라 추측하오만. 그런데 그 짧은 시간동안 비앙카 그 아이는 소공작의 어떠한 장점을 보았기에 미래를 약속하게 된 것이라는 말이오?”
노인의 질문 속에는 마법사다운 합리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노인의질문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쓰게 웃고 말았다. 노인의 말은, 올바른 말이기는 하였지만 옳은 말은 아니었다. 자고로 인간의 감정이란, 그리 자로 재듯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어르신. 제 생각에 어르신께서는 제게 질문을 잘못 던지신 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질문을 잘못 던졌다? 그건 무슨 의미인 것이오? 소공작?”
“저의 어떠한 장점 때문에 그리 되었냐가 아니라 저의 어떠한 결점 때문에 그리 된 것이냐, 이리 묻는 것이 올바른 듯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 말입니다.”
“...소공작의 결점을 보고 비앙카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오?”
나를 향해 그리 되묻는 노인의 두 눈에는 흥미가 가득하였다. 그는, 나와의 문답에서 상당한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공작, 내 부득이하지만 그대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싶소이다. 방금 전, 소공작의 말은 대체 어떤 의미에서 했던 말인 것이오?”
노인의 말에 나는 어린 시절, 비앙카와 처음 마주하였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때의 그녀는, 한 명의 어린아이에 불과하였다. 수없이 상처 입고, 벼랑의 끝까지 내몰린 끝에, 스스로의 삶에 대해 어떠한 희망도 가지지 못했던 조그마한 어린아이.
내가 그녀를 보며 가장 먼저 느낀것이란, 저 아이는 참으로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에 대해서 알지 못하며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아픔에 대해서 나 따위가 섣부르게 입에 담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 또한 알고있었다. 그 때까지 비앙카가 느꼈던 아픔에 대해서, 나 같은 것이 이해를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공감을 해줄 수 있을 리는 더더욱 만무하였다. 그 아픔은 오롯이, 비앙카 자신만의 것이었기에.
“...저는...”
하지만, 나는 비앙카가 그런 모습으로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아이의 눈은, 죽어 있었다. 나는 한 명의 여자아이가 아픔과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였을 뿐이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결점 투성이인 사람에 지나지않습니다. 미숙하고, 철이 없던 제가 비앙카에게 해줄 수 있는것이라고는, 제 결점을 보이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카인 폰 에스텔이라는 사람은 어디에나 흔히 굴러다니는 시시한 남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다른 사람들만큼 쉬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 ...내 앞에서 꺼져.
- 넌 정말 멍청하구나. 카스타나 후작가에서 괴물 같은 년이 하나 나왔다는 소문도 듣지 못한 모양이지? 괜히 내 옆에서 얼쩡거리다가 다치지 말고 저 만치 꺼지라고.
상처받고, 또 상처받은 끝에 타인을 보며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어린 아이를 향하여.
- 그런데? 그래서 뭐?
- ...뭐라고? 너 지금...
- 난, 너 같은 건 하나도 두렵지 않아. 마법 같은 건 우리 영지의 별 볼일 없는 늙은이도 쓸 줄 알아. 내가 보기에, 넌 그냥 평범한 여자아이에 불과해.
두려움을 속으로 삼킨 채, 있는 힘껏 허세를 부리며 강한 척을 하는 것.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저 아이가자신을 둘러싼 슬픔에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하나의 계기가 되어주고 싶었기에, 나는 그리 행동을 하였다. 그렇게 나는 비앙카를 향해 시비를걸었으며, 그녀와 투닥거렸고, 다음번의 만남을 기약하기까지 하였다.
...어차피,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정도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당시의 저희는 미숙하고, 한심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던, 나약하기만한 어린아이 말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랬었기에,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비앙카라는 여자는 성격이 더러우며, 언제나 잘난 척만 해대며, 타인을 향해 언제나 거만하기 그지 없는 태도를 고수하며, 도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개년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비앙카라는 여자를 그리 좋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마냥 대놓고 그녀를 싫어할 수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저 여자가, 실은 얼마나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여자인 것인지. 언제나 당당해 보이는 저 이면에, 상처 입은 한 계집아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 역시.
결국 나도 비앙카도, 결점 투성이인 인간에 불과하였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한심한 사람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나는 비앙카의 그러한 결점 때문에 그녀를 향해 손을 뻗은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실로 시시하기 짝이 없는, 그러한 종류의 옛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저는 여기에 모여 계신 분들에 비해 한참이나 어린 나이이며, 무언가에 대해 논하기에 저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라도 감히 여러분들 앞에서 약속을 드릴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엇이오?”
“저는, 비앙카라는 여자를 결코 홀로 놔두지않겠습니다. 제가 비앙카의 약혼자인 이상, 언제나 그녀의 곁에 있어주겠습니다.”
이것은 딱히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비앙카와의 계약이 지속되는 동안은 그녀의 약혼자 시늉에 전념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에게서 받을 것을 다 받아낸다면 다시는 얼굴도 마주할 생각이 없었지만.
얼굴을 옆으로 돌려 비앙카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녀의 얼굴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나에게 사랑에 빠진 약혼자 시늉에 완벽할 정도로 몰입이 되어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몰입도였다.
움찔.
비앙카와 마주잡은 손이 부르르 떨린다. 평소의 당당하기만 비앙카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나의 말에 크나큰 부끄러움을 느끼고 만 것인지 바닥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한 명의 여인 뿐이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비앙카와 마주잡은 손에 힘을 주고 말았다.
“그것만이, 제가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께 약속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