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4. 제도 루멘티움 - 07 (18/201)



〈 18화 〉4. 제도 루멘티움 - 07

“우선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도록 할까. ‘흐르는 별’은 검술이지만 검술이 아닐세.”

“...네?”

저건 또 무슨 말일까. 혹시 황녀가 대낮부터 술이라도 걸친 것일까.

“흠,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군. 조금 더 쉽게 설명하도록 하지. ‘흐르는 별’을 펼치는것에 있어서 꼭 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라네.”

그리 말하며 황녀는 마치 파리를내쫓는 것 마냥 손을 살짝 휘저었다.

스윽-

그리고, 그 자그마한 손짓이 불러온 결과는 참으로 놀라웠다.

쿠쿠쿵-

황녀 옆에 있던, 적어도 100년은 묵었을 것이라 생각되는 거대한 아름드리나무가 삽시간에 반으로 갈라졌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건만 도저히 믿기지가않는 광경이었다.

“.....”

어처구니가 없다. 어찌 사람이 맨손으로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를 반토막낼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나를 향해 살포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이런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네. 흐르는 별에 완벽히 숙달이 된다면 맨손으로도 검술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네. 아니, 맨손뿐만이 아닐세. 팔꿈치, 다리, 무릎, 어깨에 이르기까지 자네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위로 흐르는 별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 것입니까?”

“흐음. 간단히 설명하자면, 흐르는 별은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검술이기 때문이라네. 상대방에게서 발생하는 힘의 흐름을, 검을 통로로 삼아 잡아 비틀고, 그것에 나의 힘을 더해 고스란히 되돌려 준다. 그것이 흐르는 별의 요체라고  수 있겠군.”

“...허.”

흐르는 별이라는 검술이 왜 황족의 직계만이 익힐 수 있는 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저런 사기적인 검술이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흐르는 별이 무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네. 상대방의 힘을 고스란히 돌려주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필요하지.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그 본질을 파악당한다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네. 뭐, 그것은 흐르는 별의 약점이 아니라 카운터라는 기술이 지닌 근본적 취약점에 불과하긴 하지만.”

허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흐르는 별이 최상승의 검술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황녀의 말마따나, 흐르는 별의 약점은 검술의 약점이 아니라 카운터라는 전법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결함이었기에.

“그렇기에 흐르는 별은 형태가 정해져 있지만 동시에 형태가 없는 무(武) 그 자체라네. 정확히 말하자면 사용자가 어떠한 형태로완성을 해나느냐에따라 그 모습이 변화하는, 사용자의 심상을 대변하는 검술이라 할 수 있겠군.”

그리 말하며 황녀는 전에 없던 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자네는 과연 어떠한 형태로서 흐르는 별을 완성하게 될 것인가?”

****



퍼억-!

“커헉!”

결투가 시작된 바로  순간, 카인의 주먹에 의해 턱이 돌아간 루시안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를  수가 없었다. 결투가 시작되기 1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카인의 모습은 자신으로부터 열 걸음 정도 떨어진곳에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느 틈에 자신에게 접근을 한 것이며 턱에 주먹은 어떻게 꽂아 넣은 것인가?

“큭!”

허나 당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사로서 무수한 대련을 치러온 루시안이었다. 턱에 주먹이 꽂히는 일 따위,지금까지 수도 없이 겪어온 일이다.

고작해야 턱에 충격이  것으로 정신을 잃을 만큼 루시안은 나약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상대를 향해 한 발짝 전진한다. 적의 타격이 끝난  순간이야말로, 자신에게는 최적의 공격 순간인 법이다.

“하아-!”

몸을 살짝 숙이고, 허리를 뒤로 살짝 뺀다. 노리는 곳은 상대의 명치. 이 거리,  타이밍이라면 필중이라 자부한다. 팽팽히 당겨져 있던 루시안의 검이, 카인의 가슴팍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간다!

허나 다음 순간,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스르륵-

“....!”

검이 녀석을 투과하였다. 아니, 자신은 분명 녀석의 명치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건만, 검은 마치 허공을 찌른 듯 녀석을 통과하였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하는 것 마냥.

“뭐야? 어디를 보는 거야?”

왠지 모르게 비웃음마저 섞인 말투. 치욕스럽지만 상대의 조롱 덕에 루시안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뒤-!’

스팟-!

잽싸게 몸을 돌려  뒤를 베어냈다. 하지만  뒤에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카인의 모습은, 다시금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콰앙-!

“크헉!”

인지할 틈 사이도 없이 루시안의 옆구리에 주먹이 꽂혔다.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에 더욱 통렬하게 느껴지는  일격은, 순식간에 늑골을 지나쳐 폐까지 닿는다. 순간, 루시안의 심폐기능이 아주 약간이지만 정지하고 말았다. 아주찰나에 지나지 않은 순간이었지만, 상대방의 ‘흐름’을 읽는 카인이 보기에 그것은 매우 커다란 빈틈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스승님께 배운 것이 하나 있지.”

카인은 히죽하고 웃으며 루시안을 쳐다본다.

“아파하는 놈을 한 대  쥐어박으면 그만큼 더 아프대.”

“.....!”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흡사 빛살과도 같은 발차기가 루시안의 몸통에 작렬하였다. 루시안은 재빠르게 검을 들어 올려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그것은 1초 차이로 너무 늦었다.

콰아아아앙!

사람의 몸통에 발이 꽂혔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는, 거대한 폭음이 일어났다. 루시안의 명치에 정확하게 꽂힌 카인의 발은 그를 순식간에 10여 미터 이상 날려 보내었다.

“커헉, 허, 크흑...”

“큭, 뭐야. 벌써 끝이야? 난 아직 검 한 번 휘두르지 않았는데?”

피식 웃으며 루시안을 향해 조롱을 던지는 카인.

“.....”

허나 카인의 조롱에도 루시안은 조금 전과 같이 발끈을 하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음을 더욱 차분하게 만들고 머리를 차갑게 식힌다. 전투 중의 명경지수란 기사의 기본 중의 기본.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미친 소가 아니라 냉정한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루시안은 카인의 조롱을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방금 전에 있었던 공방을 한 차례 복기(復棋) 해보았다.

‘무언가 속임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속임수를 썼다고 상대방을 향해 질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결투 또한 전쟁의 한 종류. 타인과의 전쟁에서는, 속임수를 쓴 쪽이 잘못이 아니라 걸려든 쪽이 잘못이었다. 속임수를 썼다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상대를 향한 최고의 찬사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찾는다. 방금 전 있었던 싸움을 차근차근 되짚어본다. 떠올려보도록 하자. 상대는 지금 어떻게 자신을 농락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점은 총 두 가지. 첫 번째는 내가 육안으로 인지할 수 없는  기묘한 움직임. 그리고 번째는-’

어째서, 상대방은 검을 손에 쥐고 있음에도 검을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주먹질을 하거나 발차기를 하는 것보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강력할 텐데, 대체 왜.

“.....”

가지 더, 방금 전 녀석의 일격은 너무도 강력했다. 방금 전의 그것은 단순한 발차기라 하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강했다. 상식적으로 미루어 볼 때, 단련되지 않은 육체의 소유자인 카인이 단순한 발길질로 루시안을 십여 미터 이상 날려 보낸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모르겠군. 아무 것도.’

허나 정보가 너무도 부족하다. 방금 전의 짧은 공방만으로는, 적이 어떠한 수를 쓰고 있는 것인지 확실시 할 수가 없었다. 특히,  기묘한 움직임에 대항할 수단을 내지 않는다면 자신은 카인에게 농락만 당하다가 패배할 것이 자명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순간 루시안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바로-

“카인 폰 에스텔.”

“응?”

“아까 전의 무례를 사죄하마. 넌 강하다. 한순간이나마 나를 무릎을 꿇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겠지. 그러니-”

“...전력을 다하겠다.”

상대방이 어떠한 수작을 부리건, 정면에서 압도적인 힘으로 깨부수는 것. 그것이 루시안이 선택한 길이었다.

다음 순간, 루시안의 몸에서 강력한 마력이 폭사하기 시작한다. 폭사되던 마력은 이내 한줄기 푸른 색 기운으로 화하여, 루시안의 검에 응집되기 시작한다.

“오러!”

“맙소사, 루시안 경의 나이가 올해 몇이었지?”

“이제겨우 약관의 나이라네. 허, 약관의 나이에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다니! 투르니젠 공작가에서 희대의 천재 한 명을 배출하였구만!”

구경꾼들은 루시안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오러를 보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허나 그들의 소리는, 루시안의 귀에 와 닿지 않는다. 그의 전심은 오직, 카인을 타파하는 것에 돌려진다.

“간다-”

 중에 먼저 움직인 쪽은, 루시안이었다.

콰앙-!

본격적으로 오러를 내뿜기 시작한 루시안의 속도는, 방금 전의 그것과는 비교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카인조차 한 순간 뒤쫓지 못할 정도로.

“큭!”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였다. 이번에는 ‘흐르는 별’을 쓸 수가 없었다. 마지막 순간, 루시안의 검의 궤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것이 전부였다. 체내의 모든 기능을 회피로 돌린다.

스팟-!

루시안의 검이 카인의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루시안의 검이 스쳐지나간 곳에서 피가 솟구친다.괜찮다. 상처는 얕다. 치명상은 아니다.

...하지만 루시안의 노림수는 애초에 카인의 가슴 쪽이 아니었다.

콰직-!

“크윽-!”

루시안의 발이 카인의 오른발을 강하게 짓밟는다. 순간, 카인은 오른쪽 발의 뼈가 말 그대로 아작이 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래서야, 아까와 같은 움직임을 펼치는 것은 무리였다.

“...이런. 이게 노림수였나.”

애초에 루시안이 노리던 것은 카인의 기동성을 빼앗는 것이었다. 시야에서 불현 사라지는  움직임은, 오러를 개방한 루시안조차 경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기묘한 움직임을 펼치지 않는 카인은 루시안에게 해볼 만한 상대로 전락한다는 의미였다.

“카인  에스텔, 이제  기묘한 움직임은 펼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말했지. 지금부터는 전력으로 상대하겠다고.”

그리 말하며 루시안은 횡으로 검을 긋는다. 그것을 보며 카인은 허겁지겁 옆으로 고개를 숙였다.

콰앙-!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연회장의 벽이 박살나고 말았다. 방금 전, 루시안의 검격이 일으킨 결과일 테지.

"...이런 미친."

카인의 등어리에서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 내린다. 방금 전, 그것을 제대로 맞았다면 카인은 곤충표본마냥 두동강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허나 쉴  따위는 없었다. 어느새 한 발  앞으로 다가온 루시안은 왼쪽 발로 카인의 가슴팍을 강하게 후려 찼다. 방금 전, 카인의 발차기에 대한 답례였다.

퍼억-!

“크학!”

루시안의 발차기를 얻어맞고 연회장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는 카인.

허나 루시안은 그런 카인을 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음에도, 루시안은 숨을 헐떡이며 몸을 일으키는 카인을 그저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하였다.

“...하아, 하아. 뭐야.  공격 안 해?”

“말했지 않나. 전력으로 상대하겠다고.”

그것은 단순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기술로, 적을 끝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죽이지는 않겠다. 다만, 한동안 침대 위에서 요양을  해야  것이다.”

그것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나를 일순간이나마 당황스럽게 한 너에 대한 예우이다-

웅웅웅-

자세를 잡는다. 루시안의 검에 맺혀 있던 오러가 세를 넓혀나가며연회장 안을 가득 메운다. 허공에 잔존하여 있던 오러는 그대로 기화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물어뜯는 날카로운 이빨이 되어 허공에 잔류한다.


전방위를 타격하는 이 기술의 이름은 역월(逆月). 설사 카인이 부상당한 발을 이끌고 다시 한  그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더라도상관없다. 아니,오히려 그리 되기를 바라고 있다. 카인이 섣부르게 몸을 움직인다면, 사납게 울부짖는 오러의 폭풍에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테니까.

“이것으로 끝이다-!”

검을 내리 긋는다. 그 순간, 사방에 퍼져있던 오러가 카인이라는 표적 하나를 향해 폭사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순간, 루시안은 보고야 말았다.

“.....!”

절체절명의 위기라 칭할  있는 상황 속에서, 카인이 자신을 향해 쓴웃음을 짓고 있는 광경을.

“고맙다, 루시안 폰 투르니젠. 네가 정정당당한 기사라서.”

네가 완벽한 승리를 추구하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패배하였을지도 모르지-

그리 중얼거리며 카인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결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이, 이건...!”

카인을 향해 폭사하던 역월의 오러가 루시안의 통제를 벗어난다. 이윽고, 오러가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카인 쪽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다!

“...큭!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역월은 루시안의 오러가공중에 응집되어 그의 뜻대로 형상화  기술. 루시안의신체의 일부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제어가 불가능하다니? 이것은 팔다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반항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일이다!

“....!”

이윽고 그의 오러는 카인의 손 위에 응집되었다. 그의 오러는 카인을 주인으로 인정하기라도 하는 것 마냥 카인의 손 위에서 순순히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루시안은 자신의 머릿속에 패배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말았다.

“야, 네 오러. 아주 맛있다?”

“카인 폰 에스텔-!”

허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사라의 명예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단련을 거듭한 루시안의 의지가 패배를 용납할 없다 울부짖는다.

까드득-

체내에 남아 있던 모든 오러를 검에 그러모은다. 루시안이 펼치고자 하는 기술의 이름은 삭월(朔月). 그가 알고 있는 기술 중, 최속의 빠르기를 자랑하는 찌르기이다. 이것으로, 적이 인지하기도 전에모든 것을 끝내버린다!

“하압-!”

다음 순간, 연회장에서 루시안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루시안의 움직임을 포착한 이는 없었다. 심지어,루시안 본인조차 자신의 움직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카인 역시 루시안의 모습을포착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루시안의 입가에 미소가 띄워진다. 이것으로 끝이다!

“.....!”

허나 찰나의 순간, 그는 카인의 손이 환상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루시안의 오러가 응집되어 있던 그의 오른손이 루시안의 검을 부드럽게 움켜잡는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 마치, 사전에 합을 맞추기라도 한 것 같은 그림 같은 움직임이었다.

‘카운터!’

허나 알아차리는 것이 한 발짝 늦고 말았다. 루시안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모든 것은 이미 끝나있었다.

쾅!

서로의 검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카인은 루시안에게서 검을 빼앗아 허공에 던진 것과 동시에, 자신의 검 또한 쓰레기 버리듯 던져버렸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이상 검은 필요없었으니까.

서로의 팔이 교차한다. 카인의 발이, 그를 향해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눈 깜짝할 사이에 루시안은 자신의 시야가 연회장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의 등의 바닥에 닿기 직전.

콰아아아앙-!

루시안의 역월과 카인의 혼신의 힘이 함께 깃들인 주먹이 루시안의 명치를 강타한다!

“커허--!”

충격은 루시안의 늑골을 지나, 등을 관통해, 연회장의 바닥마저 떨쳐 울린다.

루시안의 시야가암전되어 가기 시작한다. 의식이 흐려져가는 루시안을 내려다보며, 카인은 그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앞으로 결혼할 일이 있으면 그 때는 뽀뽀만 해라. 어디서 신성한 결혼식장에서 혀를 집어넣어?”

‘상도덕도 없는 새끼 같으니.’ 라며 이해할  없는 불평을 늘어놓는 카인의 모습이 루시안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렇게, 결투의 승패가 판가름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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