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3. 시작이 시작되기 전에 - 01
“으으음....”
눈이 떠진다. 의식이 위로 부상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땅바닥이 아니라 어떠한 방에 눕혀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짹짹짹.
창문 사이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한 줄기 바람이 창문 사이로 흘러 들어와 나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간다.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는, 봄바람이었다.
“.....”
몸을 일으킨다.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이 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것을 보며 자신이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있었음을 깨닫는다.
“...침대?”
왠지 모르게 머리가 지끈지끈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움켜잡으며 내가 누워있던 방을 찬찬히 살펴본다.
“...아.”
방의 구성은 단출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꽤나 호화롭기도 하였다. 내가 누워 있는 침대나 덮고 있는 이불도 촉감을 통해 상당한 고급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바닥에 깔려 있는 양탄자나 창문에 달려 있는 커튼에는 하늘을 나는 두 머리의 용이 화려하게 수가 놓아져 있는 것이 보인다. 하늘을 나는 두 머리의 용, 그것은 에스텔 공작가의 상징이다.
“.....”
전체적으로 굉장히 낯이 익은 방이었다. 아니, 낯이 익은 정도가 아니라 내가 잘 알고 있는 방이었다. 그야 그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내가 에스텔 공작가의 가주가 되기 전까지 사용했던 방이었으니까.
“내 방이라고?”
그러한 결론을 도출하기 무섭게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진짜 말도 안 된다. 내가 세상 어느 곳에 있더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내가 내 방에 누워있다는 사실 만은 정말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 방은, 아니 에스텔 공작령의 본성은 비앙카의 마법과 충돌한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는 꼬라지를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였으니까.
“...염병, 진짜.”
다시 생각해보니 전혀 웃음을 터트릴만한 일이 아니다. 비앙카 그 개 같은 년 때문에 나와 엘레나는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는 거지 신세가 되고 말았단 말이다. 아니, 문제는 그것뿐 만이 아니다. 마녀와 원정대의 피를 말리는 사투의 결과 에스텔 공작령 그 자체가 개박살이 나고 말았다.
마녀는 토벌되었다. 마녀의 심장에 검을 꽂고 죽어가는 것을 확인하였으니 대륙에 휘몰아친 겨울은 이제 종적을 감출 것이다. 그리고 황제와 윗대가리들이 주둥이로 내뱉어 놓은 바가 있으니 땅바닥에 떨어진 에스텔 공작가의 명예 또한 다시 원래대로 복원될 것이며 빼앗겼던 공작위 또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는가? 정작 내가 다스려야 할 에스텔 공작령 그 자체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는데.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풍비박산난 에스텔 공작령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서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비앙카 그 망할 년한테 가서 본성을 무너뜨린 책임에 대해 따지는 것은 조금 꺼려지는 일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존나게 꺼려진다. 마녀와 맞장을 뜰 때 비앙카가 사용했던 그 거대한 화염을 떠올리면 지금 당장 오줌을 찔끔 흘릴 것만 같다. 눈으로 덮여 있던 대지를 마쉬멜로처럼 녹여버리는 그 화염은 비앙카에 대한 나의 분노조절장애를 단번에 치유 해주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게 침대위에서 대체 어떻게 하면 에스텔공작령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문 밖에 요란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을 깨닫고 만다.
“...가씨. 아가씨. 안 됩니다. 소공작께서는 아직 병상에서 일어나시지 않은...”
“...아요, 언니. 오라버니는 아직 환자에요. 사전에 기별도 없이...”
“...는 약혼녀가 아니었던가요? 약혼한 사이에 병문안을 가는...”
워낙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이기에 그 말이 띄엄띄엄 들리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대충 파악이 가능하였다. 아마, 소공작이라는 얼간이가 병상에 누워 있으며 그를 사랑하는 약혼녀는 자신의 피앙세가 위중한 상태에 놓여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만나보려 한다는, 아주 흔하고 구질구질한 러브 스토리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런 러브 스토리에 있어서 약혼녀를 방해하는 야비한 집사나 악독한 시누이의 존재는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이다.
....가만, 그런데 저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어디서 들어본 듯 한 목소리들이다. 아니, 사실은 엄청나게 친숙한 목소리이다. 내가 저 목소리들을 대체 어디서 들어보았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찰나.
벌컥!
“...누구야?”
노크도, 전조도 아무 것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는 탓에 나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그 사람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말았다. 대체 누구야, 노크도 없이 다짜고짜 문을 벌컥 열어대는 매너 없는 인간이.
“...카인.”
허나 다음 순간, 나는 아무런 기별도 없이 방 안에 들어온 여인의 얼굴을 보며 온 몸을 뻣뻣하게 굳힐 수밖에 없었다.
“...사라?”
****
사라 세르나드.
나의 달콤 쌉싸름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여인인 동시에 나의 첫사랑.
그리고 과거 나의 약혼녀였던 여인.
그래, 무엇을 숨기랴. 나는 사라를 사랑했다. 내 인생의 첫사랑이었다. 비록 정략으로 이루어진 약혼 관계였지만 내가 사라를 사랑했었다는 사실만큼은 확고부동한 사실이었단 말이다. 뭐, 적어도 그녀가 약혼관계를 일방적으로 박살내버리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사실, 격으로만 따진다면 세르나드 백작가는 에스텔 공작가의 소공자와 약혼 관계를 맺기에는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세르나드 백작가는 상업을 통해 새로이 귀족 신분에 편입한 역사가 짧은 이들이었으며 에스텔 공작가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국의건국 이래 천 년이상 자신의 혈통을 보존해온 유서 깊은 가문이었으니까.
허나 그러면 뭐하랴. 세르나드 백작가는 제국 내에서 손꼽히는 부유함을 자랑하는 가문이었으며 에스텔 공작가는 제국 내에서 손꼽히는 거지가문이었는데. 그렇게 해서 정략적 약혼관계가 이루어졌다. 세르나드 백작가는 자신들의 ‘격’을 올리기 위하여, 에스텔 공작가는 자신들의 ‘부유함’을 위하여.
세르나드 백작가의 영애인 사라 세르나드와 약혼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광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께 바로 달려가 몇 번이고 절을 올렸는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사라 세르나드는 제국 내에서 손꼽히는 미인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나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했고 이야기 한 번 나누지 않았지만 나는 자신이 그녀를 열렬하게 사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날 밤 잠도 자지 않은 채 그녀와 몇 명의 아이를 출산할 것인지, 첫째 아이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신혼집은 어디에 마련할 것인지 청사진을 그려버리고 말았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내새끼들은 원래 다 그런 놈들이니까.
하지만 약혼식 날 그녀를 실제로 대면하고 난 이후 그러한 기대는 전부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사라는 나를 좋아하는 기색을 눈꼽만큼도 내비추지 않았으니까. 내가 여심을 읽는 것에 능숙하여 그런 것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아니다. 그냥, 사라는 약혼식 내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나와 약혼식을 한다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대놓고 짓고 있는데 눈치를 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가 그녀를 맹렬하게 사랑한다 생각했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감정이 사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말이다.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녀도 나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사랑했다고 하는 편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 나는 여자는 얼굴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통렬하게 깨닫고 있지 않았던가.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얼굴은 예쁘장하지만 인성은 추악한 오물이라 칭할 수 있는 비앙카 같은 썅년이다. 나는 그 개 같은 년과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부대낀 결과 여자의 외모가 모든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파릇파릇한 십 대 애송이였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단 말이다. 이제는 이불을 뻥뻥 걷어찰 만한 병신 짓도 참 많이 하였다.
그 병신 짓 중 하나가 바로 ‘아픈 척’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나를 소닭 보듯 쳐다본다고 할지라도 하나 뿐인 약혼자가 아프다고 하면 달려와 줄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진짜로 뒈져버린다면 약혼 관계가 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서 와주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멋들어지게 들어맞았다. 그녀는 나를 찾아와 사실은 내가 아프지 않다는 것을 금세 간파하였고, 이내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에스텔 공작령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1년 후, ‘파혼에 대한 배상금’이라는 명목이 붙은 막대한 예물과 함께, 한 통의 편지가 보내져왔다. 그 편지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사라와 나의 약혼이 취소되었다는 것과, 제국의 4대 공작가 중 하나인 투르니젠 공작가의 차기 후계자와 사라가 약혼을 맺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1년이 지난 후, 그들은 수많은 이들이 축복을 해주는 가운데에서 그들을 결혼식을 올렸다. 나에게도 청첩장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밥이나 먹으러 갔다. 사실은 가기 싫었지만 4대 공작가의 결혼식쯤 되면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서 나는 한 때 나의 약혼자였던 여인이 다른 남자와 찐한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사라와 나는 손 한 번 잡아본 적 없었기에 비참함은 배가 되었다.
그렇게 나의 청춘사업은 끝이 났고 그 후 내 인생에서 달콤한 연애 따위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애당초 절도 없고 빽도 없으며 구질구질하기로는 대륙 일품을 칭할 수 있는 에스텔 공작가에 눈독을 들이는 여인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후 내가 인생에서 맞이한 여자는 비앙카 같은 썅년이나 황녀와 같이 나를 수도 없이 갈궈대는 여자들뿐이었다. 참으로 비참한 인생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에 사라가 있는 것인가? 그녀와 나의 관계는 진작 종말을 맞이한 것이 아니던가? 그 전에, 투르니젠 공작가의 안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가 이리 함부로 밖을 나다녀도 되는 것인가? 대체 왜 나를 찾아온 것인지? 지금 와서 왜?
“...꿈인가.”
그래, 그러고 보니 자리에서 일어난 무렵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비앙카에 의해 가루가 되어버렸을 나의 방에 누워있었지 않나, 이제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옛약혼녀가 나를 찾아오지를 않나.
둘 다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는 이상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리가 없는 일들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꿈이다. 꿈이 분명하다. 현실의 나는 마녀를 죽이고 난 후 정신을 잃고 땅바닥과 입맞춤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내 허벅지를 꼬집어보았다. 하지만 더럽게 아프기만 할 뿐, 꿈에서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꽤나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카인.”
사라가 나를 쳐다본다.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그녀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청금석과 같은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직시한다.
“꿈이 아니야. 당신이 나를 불렀잖아. 아프다고, 죽을 것 같다고. 죽기 전에,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똑같았다. 무엇이 똑같았냐면, 내가 그녀에게 차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과 완전히 똑같았다. ‘꿈이 아니야.’라는 대사만 제외한다면. 10년 전에 들었던 대사의 내용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재현해 내다니, 나의 뇌도 은근히 성능이 좋은 편이아닐까.
“헌데 멀쩡하구나. 병은 결국 핑계였어. 당신이 진짜 죽기 직전 일까봐 한 순간이라도 걱정했던 내가 한심해. 정말.”
그리 말하며 그녀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게다가 쟤는 누구야? 당신 지금 나한테 시위라도 하는 거야? 나를 사랑하니 뭐니 그렇게 말했지만, 결국 당신도 남자였구나. 우리는 아직 약혼 관계이니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쟤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지. 내 방 안에 대체 다른 누가 있다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인가. 애당초 이 방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들인 기억 따위는 없...
“.....”
옆을 돌아본다. 나의 옆에는, 왠 하얀 머리를 한 여자가 새근새근 잠에 들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순간, 할 말을 잃는다. 얘는 대체 누구지? 과거의 내가 이런 여자를 침대로 들였었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 때 당시의 나는 사라에게 미쳐있었다. ‘순정’이니 뭐니 하는 빌어먹을 것을 들먹이며 그녀를 위한 시를 쓰곤 하던, 살짝 맛이 가있던 시기였다는 말이다. 그런 내가 버젓이 약혼녀를 두고 있음에도 다른 여자를 침대로 끌어들이는 쓰레기 같은 짓을 할 리가 없다.
“...우웅.”
잠자리가 불편하기라도 한 것인지 몸을 뒤척이는 하얀 머리의 여자.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이 방의 온도는 점점 싸늘해지기만한다. 등 뒤에서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이 위기를 타파하지 않는다면좆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야, 야. 일어나봐.”
흔들흔들.
나는 내 옆에서 곤히 잠에 빠져 있는 하얀 머리의 여자를 흔들어서 깨운다.
“으음...”
그제야 하얀 머리의 여자가 서서히 눈을 뜬다. 이윽고 그녀의 눈이 완전히 떠지고, 그녀와 나는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여자의 얼굴을 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만다. 이 여자,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닌데, 저 보라색 눈동자는 어디선가 분명히 본 기억이 있었다. 대체 누구지. 애초에 내가 알고 있는 여자는 그리 많지가 않은데...
그렇게 내가 생각에잠겨 있자니 하얀 머리의 여자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그 반응이 마치 연쇄살인마를 마주한 무고한 시민 같았던지라 왠지 모르게 가슴이 쓰라려온다.
“...누, 누구세요...?”
“...뭐?”
그리 말하며 하얀 머리의 여자는 갑자기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끌어 당겨 온 몸을 꽁꽁 감싸더니 나를 보며 벌벌 떨기 시작한다.
“여, 여기는 어디에요?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 에요? 저를 왜 이런 곳에...”
하얀 머리의 여자가 벌벌 떨며 그런 말을 하자 나는 황당하기만 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눈을 뜨고 보니 내 옆에서 쿨쿨 자고 있던 여자가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아니, 그게 무슨...”
헛소리냐, 너야 말로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 라고 말하려 했지만 나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였다. 왜냐하면,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라의 눈에 쌍심지가 켜지고 말았으니까.
“...정말, 최악인 남자네.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를 이곳으로 끌고 온 것도 모자라, 억지로 추행하기까지 했단 말이지? 정말, 역겨워.”
그리 말하며 내가 뭐라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향해 오른손을 거세게 휘두른다.
짝!
사라의 진심이 듬뿍 담겨있는 싸대기는, 진짜 존나게 아팠다.
저도 모르게 눈가에눈물이 핑하고 돌고 만다.
‘시발-’
이것이 바로 내가 10년 전 과거로 되돌아오자마자 일어난,한 편의 촌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