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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235화 (1,233/1,239)

1235화

* * *

드낙은 대회의에 들어섰다. 대부분의 지배자들이 참석했다. 재건은 그들이 없어도 다른 이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운 좋게도 뿔쥐들이 신격 3개를 획득했다.”

“지하 연합이겠지. 고블린과 크놀은 가만히 있었느냐?”

“두더지 인간도 힘을 내긴 했지.”

세파리아스의 견제를 드낙은 쿨하게 넘겼다. 그만큼 그는 기분이 좋다~ 이 말이다!

이 자리에는 이번에 새로 다종족 연합에 가입한 카실레안도 있었다. 그는 분위기를 살핀답시고, 조용히 있었지만, 그것도 오래 못 갈 것 같았다. 다종족 연합이 지니는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신격은 모두 만신전의 원정대로부터 얻었다. 카실레안, 너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어떠냐? 하나 정도는 받아 가는 게? 애초에 너와 함께했던 이들이다.”

“필요 없다. 다른 이의 신격을 잡아먹고 싶지는 않다. 거기에 만신전이 억지로 보낸 이들이다. 그들의 것까지 탐하고 싶지는 않다.”

똑 부러진 소리였다.

‘거기에 앞으로 가는 ‘대신(大神)’으로서의 길을 걷는데 이상한 짓을 할 수는 없지.’

유일하게 인신 중에 대신에 올랐던 중립신도 다른 이의 신격을 빨아먹었던 적이 없었다. 처단해도 그 신격을 잡아먹지는 않았다.

카실레안의 눈이 순간적이지만 매섭게 다른 두 명의 초월자를 훑었다.

대신과 관련된 건 천천히 이 세력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풀 생각이었다.

“그럼 세파리아스? 너는?”

“하나 정도는 챙기고 싶군. 앞으로 여러 개의 차원과 테라가 연결될 텐데, 신제국을 나 대신 다스리거나 내 대리자 노릇을 할 놈을 키우고 싶으니까.”

그는 신격 하나를 원했다. 그 이상으로 가진다면, 테라에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권리를 누리는 건 자연스럽게 책임을 불러오는 탓이다.

그건 세파리아스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신제국에 자신을 대신하여 국가를 경영할 초월자가 한 명만 더 있으면 충분했다. 그 이상은 선을 넘는 일이다.

‘드낙은 이를 원하고 있겠지만, 어림없지.’

많은 역량은 더 많은 책임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좋아. 그럼 신격 3개는 내 것이다.”

드낙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걸 두고 볼 세파리아스가 아니었다.

“잠깐. 대의회에서 정해놓고 가야지. 아무리 그래도 신격이다. 누가 가져가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으이그! 모르긴 몰라도 신격이라는 걸 누가 가져가는지는 알고 싶구나? 내가 인심 쓴다.”

“시끄럽고, 빨리 말하고 가기나 해라.”

드낙 독단으로 하는 것과 대의회의 결정은 또 달랐다.

세파리아스가 없을 때, 드낙을 견제할 수 있도록 대의회는 ‘명성’이 있어야 했다. 적어도 드낙이 아닌 다른 종족의 필멸자가 그렇게 여기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음… 일단 지하 연합에 신격 하나를 주고. 엘프신도 하나 만들고. 인간도 하나 줘야겠지.”

이에 카실레안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격을 아무도 섭취하지 않는다니. 그건 조금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이 이상한 일이었다.

‘정말로 이곳은 특별한 곳이다. 조금 더 살펴봐야겠어.’

“엘프들이 이를 허락하던가?”

“이미 한 놈 지정해 놨잖아. 그놈이 안 하면 어쩔 건데?”

“쉽게 받아들이진 않을 거다. 수백 년 뒤에 엘프신이 되는 것과 하루아침에 엘프신이 되는 건 체감이 다르지.”

당연히 에르하르트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좋아. 그럼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엘프신을 결정하자고. 열여덟 명의 벨룸 퓨에르는 모두 엘프신이 되어도 잘할 놈들이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

두 명의 초월자가 말하는 걸 가만히 듣던 카실레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신이 되는 걸 싫어한다고? 어째서지?’

그는 알 도리가 없었다. 아직 테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알고 싶다고 해서 단기간에 아는 것도 아니다. 다른 초월자의 눈치도 봐야 했다. 드낙과 세파리아스가 합심하면 카실레안을 죽이는 게 가능해서다.

엘프신에 대한 것은 제비뽑기로 하기로 하고, 인간의 인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내 아내들은 안 돼. 악마의 길을 가고 싶다고 했거든.”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내 쪽의 인력은 못 준다. 애초에 나 또한 신격을 하나 챙겼으니까.”

드낙이 홱 하고 카실레안을 바라봤다. 그가 움찔했다.

“용병 지구인은 제대로 된 지구 시민권도 가지지 못한 자들이다.”

이등 시민인 셈이다. 물론 그래도 누릴 수 있는 건 누렸다. 그들은 예능도 볼 수 있었고, 게임도 가능했다.

“그들 중에 재능 있는 자가 있지 않겠나?”

드낙은 용병 지구인 중에서도 적합한 자가 있다면, 인신으로 삼고 싶었다. 테라의 필멸자들은 신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반마가 되고 싶어 할 뿐이다.

반마가 되면 수명은 무제한이면서 누릴 책임은 적다. 최고의 삶인 셈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신을 노리기 마련인데, 그런 실력자가 아닌 이들을 드낙이 신으로 삼을 리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인력이라 할 수 있는 용병 지구인 중에서 신을 한 뽑아내면 큰 이득이었다.

“인신은 그리 가볍지 않은 물건인데, 용병 지구인에게 내어준다고? 하하!”

카실레안이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을 바라보는 세파리아스와 드낙은 그저 냉철하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런 것으로는 장난을 치지 않는 것 같았다. 이에 카실레안도 웃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있긴 있다.”

“없을 수가 없지.”

드낙이 음흉하게 웃었다. 용병 지구인은 말 그대로 우주 낙원으로 차출되는 필멸자다. 그런 필멸자에 ‘인신 후보자’가 없을 수는 없었다. 만신전은 인신을 ‘자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카실레안의 무구… 그것 또한 인신을 산 채로 녹여서 만드는 무기이고, 방어구였다.

“후보자는 있다. 하나같이 그 자질이 뛰어나지. 다만 그들은 평범하다. 그래서 아마 우주 낙원에서도 있었지만 들키지 않았겠지.”

“없었는데.”

“있다.”

“없던데…….”

드낙의 말에 카실레안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없었다.”

세파리아스가 이에 동의했다.

“우주 낙원 하나에 반드시 ‘성녀’가 한 명 존재한다.”

“추적해 봤지만 없었다니까. 엘레우테리오인지 엘리따거인지. 없더라고.”

“그렇다면…….”

카실레안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그는 주제를 돌렸다. 말해 봤자 자신이 몸담았던 곳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를 말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건 곤란했다.

깡패 소굴에서 도망쳐왔는데, 자기보고 깡패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어쨌든 우주 낙원 하나당 성녀가 한 명 있다. 인신 후보자들이고, 모두 인성이 좋지. 그들 중 아무나 선택해도 상관없다. 평범한 의사처럼 보일 뿐이지.”

의사는 중요 전문직이다. 살고 싶다면 살려야만 한다. 그런 이들이 인신 후보자라는 건 납득할 만했다. 만신전은 대단한 인물이 인신이 되는 걸 꺼리는 편이었다.

카실레안 이후에 쟁쟁한 인신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 살리는 일 하는 사람이 인신이 되면 나야 찬성이다.”

만장일치로 용병 지구인 ‘인신 후보자’가 인신이 되기로 했다. 누군지 모를 미래의 인신인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운명이 결정된 셈이다.

“그럼 나중에 인사를 시키겠다.”

“됐어. 됐어. 넣어둬.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못하면 그때 가서 얼굴 보면 될 일이고.”

드낙은 웃으면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세파리아스도 몸을 일으켰다. 이에 카실레안이 다가가서 물었다.

“원래 이런 식인가? 너무 빈틈투성이다.”

“저놈은 ‘추적’할 수 있는 게 많다. 어려우면 이렇게 해도 된다. 선만 지키면 돼.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 아니지. 나도 할 일이 많아서 가야겠다. 지상이 말이 아니야.”

그가 떠나고 홀로 남은 카실레안도 이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당분간 서로 볼 일이 없을 것이다.

* * *

초월자 탄생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드낙은 먼저 엘프들을 건드렸다. 여론을 조작했다. 정정당당하게 날조와 선동을 통해서 일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게 더 편하니까.’

대중을 다스리는데 선동과 날조는 가장 잘 먹힌다.

그 누구도 소주도 몸에 안 좋고, 담배도 몸에 안 좋은데, 소주 광고에는 예쁜 연예인이 나오고 담배 광고에는 예쁜 연예인이 안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다. 그건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의미 없는 것이다.

진실은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모두 감정적인 무언가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종과 날조는 아주 잘 먹히는 정치 도구였다.

“신격 하나가 엘프들에게 배정된다던데.”

“성정만 괜찮으면 바로 그냥 한 방에 엘프신으로…….”

“히익!”

먼저 그들이 두려워하는 걸 퍼뜨렸다. 그다음에는 벨룸 퓨에르들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변했다.

“난제가 아닌가? 백색 빛 엘프 중에 누가 엘프신이 된단 말이야.”

“적합한 자가 되어야지. 아무에게나 준다고 될 일이 아니지.”

너도나도 하고 싶지 않은 티를 팍팍 냈다.

“시장들은 지금까지 막대한 부를 쌓았어. 그들은 그 책임을 짊어지어야 해.”

엘프들은 결코 이기적인 건 아니었다. 그들은 일하는 만큼 돈을 가져갔고, 권력에 따라서 받는 돈도 달랐다. 엘프들이 만든 종이 화폐 또한 다종족 연합에서 크게 쳐주기 때문에 더욱 노골적인 자본주의가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난 어차피 수백 년 뒤에 신이 된다고 했으니, 이제는 너희 차례다.”

그중에서 시장이 못 된 에르하르트가 기고만장해서는 엘프 도시 투어를 다니면서 시장이 된 벨룸 퓨에르과 동료의 속을 박박 긁고 다녔다.

‘이거 어쩐다…….’

결국 벨룸 퓨에르는 조용히 드낙과 교섭하여 제비뽑기를 하기로 했다. 당연히 에르하르트는 제외됐다.

“1달 뒤에 엘프신 제비뽑기를 생방송 하겠다!”

“호우!”

백색 빛 엘프들은 크게 환호했다. 엘프신이 벨룸 퓨에르 출신 열여덟 명 중의 한 명을 뽑는다는 소식 때문이다.

‘흐흐, 너희들은 이미 덫에 걸린 멧돼지 신세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연극에 불과했다.

‘한 놈이 두 놈 되고, 두 놈이 세 놈 되는 거지.’

동시에 테라가 지배하는 차원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차원들은 모두 차원 다리를 통해서 테라에 연결될 것이며, 더 막대한 세력이 결집할 터였다. 그 속에 수많은 자유가 결국 노래가 될 것이다.

‘너희들 모두 초월자행이다. 죄다 엘프신으로 만들어서 백색 빛 엘프를 다스리는 데 단 1도 노력하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거다. 그게 내 목표 중에 하나다.’

열여덟 명을 모두 엘프신으로 만들면 ‘엘프 최고 의회’를 만들 생각을 가졌다.

‘한 놈, 한 놈. 은근슬쩍 끼워 넣어서 차근차근 엘프신을 만든 뒤 절반을 넘기면 더는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 크크크.’

이미 된 놈들은 안 된 놈들을 증오할 것이다. 그리고 엘프신은 초월자다.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뿔쥐의 신은 당연히 대장 쥐가 맡았다. 모든 의원들. 모든 지하 연합의 시민들이 그를 지지했다.

“뜨나아아아악!”

그는 초월자가 되어서도 자신의 신앙을 버리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 대장 쥐는 ‘캡틴갓’으로 불리게 됐다. 또한 테라의 지상이 박살이 났기 때문에 지하 연합은 지상으로 올라오게 됐다.

노는 땅이 너무 많은데, 가만히 둘 드낙이 아니었다. 세파리아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날씨가 쌀쌀해지는 산에서 크는 나무는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평야는 가지지 못했지만, 계곡과 산에 대한 영토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오다니. 멍청한 지상 놈들! 찍찍!”

“산에 터널을 뚫어라! 산에 도로를 둘러라! 산을 계단식 지형으로 만들고, 나무를 심어라!”

지하 연합은 지하 개발에 비해서 절반 수준의 토목 공사비가 들어가는 지상 발전이 지니는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지상의 존재들에겐 산악지형은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애물단지였지만 지하의 존재들에게는 자본이 적게 투입되는 꿀단지였다.

일을 정리하고 나서도 드낙은 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집을 잃은 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운석 마수의 침공 때문에 피해가 극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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