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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224화 (1,222/1,239)

1224화

“…잠깐. 머메이드들은 쓰나미를 사용한다. 악마 군대는 여기에 도달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고?”

잦은 전투로 명상에 몰두했던 것이 세파리아스다.

몰두(沒頭). 가라앉을 몰에 머리 두.

깊은 심해에 가라앉은 초월자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덕에 세파리아스는 한층 더 성장했다.

‘영향무력의 사거리가 한 치 정도 늘어났다.’

“그것이… 권속 악마들이 바다에 적응했습니다. 쓰나미에 밀려가도 죽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상세한 데이터를 내 단말기로 보내라.”

“예!”

세파리아스는 단말기를 확인했다.

그가 몰두한 사이에 있었던 모든 정보가 매우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보통 지배자라면 이런 보고서를 내놓은 새끼를 조져놓았을 것이다.

반면 세파리아스와 드낙은 달랐다. 그들은 무엇이든지 꼼꼼한 것을 좋아했다. 상세한 보고서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고, 누락된 것도 간파 가능했다.

단출한 것보다 난해한 것이 더 빈틈이 많은 법이다.

“자주포를 쏴도 소용이 없겠어.”

물의 매질 때문에 피해를 줄 수 없을 것이다.

“오션 오크들에게서 기계수뢰(機械水雷)를 요청해라.”

기계수뢰의 줄임말은 기뢰다.

“수량이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세파리아스의 곁에 머물고 있는 문인이 걱정했다.

아무리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고 해도 모든 정보를 알고 있지는 못했다. 정보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뭘 걱정하느냐? 마신이 테라의 바다를 오염시키려고 했던 건 벌써 잊었느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오션 오크가 기뢰를 준비하지 않은 건 어리석은 일이다.

드낙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은근히 드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중립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뇌의 탓도 부정할 수는 없다. 강제로 근시안적으로 살아왔으니, 더욱 멀리 내다보는 삶을 살고 싶어졌을 것이다.

그 덕에 오션 오크는 드낙의 입김 때문에라도 기뢰를 많이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바다는 그들이 지켜야 하는 것이다. 머메이드들이 번성했지만 오션 오크 또한 바다의 은혜를 받고 있었다.

거기에 그들은 마법으로 일정 구역의 수온을 높여서 산호 지대로 만들기까지 했다.

산호 지대는 지구 해저의 1%이지만 산호 지대는 25%의 해양생물을 지탱하고 있다.

테라도 마찬가지였지만 마법을 통해서 수온 증가 및 수온 유지를 통해서 산호 지대를 무지막지하게 확장해 두었다.

바다 농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더욱 오션 오크들은 자신들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꾸준히 군비를 증가시켜왔다.

“이미 기뢰를 뿌려놓았다고 합니다.”

“난 못 봤는데.”

“지평선 너머에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근해는 산호 지대라서…….”

오션 오크들은 자기들 재산을 지키려고 발악을 했다. 이미 오션 오크들은 모든 역량을 기뢰 제작에 투입하고 있었다.

“오션 오크들도 나름 절박했군. …자주포를 모두 뒤로 밀어라. 해안가에서 방어하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현재 다종족 연합의 방위 전략은 바다 타격이다.

자주포는 해안가에 즐비했고, 미사일 또한 곧게 서 있다. 바다를 헤엄치는 권속 악마를 타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적응했으니까.’

머메이드는 권속 악마를 크게 줄였지만 동시에 권속 악마들을 바다에 적응시켰다.

그렇기에 놈들은 색다른 방법으로 대륙을 침공할 것이다.

훨씬 뒤로 미뤄서 해안가에 도달한 권속 악마를 공격할 생각을 가졌다.

“해안가를 포기한다. 해안가를 타격할 수 있는 곳까지 후퇴한다.”

“예!”

반대는 없었다. 싸움터에서 세파리아스의 말은 절대적이다.

결국 그들은 뒤로 후퇴했다. 후퇴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아니, 씨발. 여기에 창고만 1만 개가 넘는데, 그걸 버리고 간다고요?”

“군인이 말이 많다. 다 빼내!”

“와… 이건 진짜…….”

식량이 빼곡하게 들어있는 창고에 우뚝 선 병사가 까마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찔했고, 현기증이 났다.

넣은 걸 다시 빼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장소를 물색해!”

“진지 공사를 한 곳이 있기는 합니다.”

“마법사부터 투입해! 골렘으로 싹 다 밀어버려!”

“밀라고요?”

“길을 확장시키라고! 진지 공사가 된 곳이라고 해도 형편없을 거 아냐!”

다종족 연합이 서둘러 움직였다. 각자 세력은 스스로 진지를 만들거나, 지하 연합의 땅을 임대하기도 했다.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지하 연합답게, 어디든지 군대가 주둔할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저 텅텅 비어있어도 얼마든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지하의 단점 때문이지.’

지하는 땅으로 꽉 차 있다. 그리고 세상일인 어찌 될지 모른다. 오션 오크가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세파리아스와 드낙의 사이가 요원해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군대를 일으켜 봤자, 지하 연합은 주둔지를 찾기가 어렵다.

그것 때문에 지하 곳곳에 거대한 주둔지가 존재했다. 그곳을 임대한다면 진지를 건설할 필요가 없었다.

개꿀인 셈이다.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지하 연합은 내버려 둔 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었고, 다른 세력은 공사에 들어가는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다종족 연합은 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이 됐다.

연합이 뒤로 물러났다는 소식은 신문으로 퍼져나갔고, 온갖 미디어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중요한 정보는 없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 혼란은 없었다.

사설부터 시작해서 모두 이성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에 선동하는 자는 없었다.

40년 동안 쥐어짰기 때문이고, 젊은 놈 중에 선동과 날조를 일삼는 놈이 있지만 극소수라서 바로 잡아들일 수 있었다.

“여기인가?”

새로운 이들이 해안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나같이 조그맣다. 다만, 이상하리만치 앞과 뒤로 퉁퉁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소금 냄새와 비린내가 심하다!”

있는 게 없었다.

붉은 용을 탄 데몬 나이트 때문에 쉽게 무너져 내려 버렸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죽지 않았다. 두개골이 녹은 드워프조차도 시간이 지나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각성제를 먹으면 부작용이 존재하는데 드워프들은 그런 것에서 자유로웠다. 해독에 대해서는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작업을 시작하자고.”

드워프들은 다종족 연합이 빠져나간 해안가에서 작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말만 그럴싸했다.

뽕!

“흐흐흐!”

“히히히!”

그들은 일단 입에 술부터 넣었다.

“다른 놈들은 언제 온대?”

“몰라. 안 궁금해서 안 물어봤어.”

“푸하하하!”

“헤헤헤헤!”

드워프들은 경박하게 웃으며 보급 마차 속에 숨겨둔 술통들을 꺼냈다. 술병이 잔뜩 담긴 나무 상자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이들은 숫자가 천 명을 넘어갔을 때, 일을 시작했다.

주변에는 드워프 말고는 아무도 없었기에 나무랄 수 없었다.

세파리아스조차도 뒤로 물러났다. 그는 아직 전투 복기를 끝내지 못했고 ‘몰두’해야 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런 순간에도 그는 진정으로 무(武)를 추구하고 있었다.

드워프들이 하는 일은 참호를 만드는 일이다.

이곳으로 향해서 질량 병기와 마법 포격이 쏟아지기 때문에 거기서 싸우기 위해서는 참호가 효과적이었다.

참고는 드워프가 들어갈 정도는 되어야 했지만, 윗부분은 좁아야 했다. 마음대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셈이지만, 신경 쓰는 드워프는 없었다.

땅에 매몰되어도 죽지 않는 게 드워프였다.

그들은 몇 가지 단점 빼고는 중립신의 첫 번째 자손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대단한 종족이었다.

참호는 평범한 참호가 아니었다. 드워프의 손길이 뚝뚝 묻어났다. 위에 접이식 철판을 만들어서 포격이 심할 때 포격을 막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 철판의 두께는 10cm에 달했다.

드워프는 이를 한 손으로 열 수 있었다.

접이식 철판의 안쪽에는 따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술병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드워프들이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이스핀 벌꿀 주’를 만들기 위해서 주류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팔리지 않은 술을 직접 구매해서 들고 다녀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습관적으로 술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모든 원인은 이스핀이 빚을 벌꿀 주 때문이다.

공급량이 적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량을 낮춰야 했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드워프 중 파산 위기를 맞은 드워프는 이스핀 벌꿀 주 한 병을 얻으러 이스핀 백작에게 가는 여정을 떠날 정도다.

그런 여정을 ‘해피 실크 로드’라고 불렀다. 비단길이 가득한 길을 걷는 것. 행복을 향한 여정이다. 그런 여정을 떠나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권리만큼 책임을 져야 했다.

각성제는 40년 동안 수없이 발전해 왔다. 드워프 제국 전원이 각성제를 먹기 때문이다. 각성제의 수요만큼 각성제에 투입되는 돈이 많았다.

그만큼 연구가 이루어졌다.

제약회사 중에 드워프 제약회사는 높은 순위에 있다.

놈들의 각성제는 이제 ‘기호품’에 맞게 수천 종류에 달했고, 매달 여러 종류의 각성제가 반드시 새로 출시되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이스핀 벌꿀 주를 복제하려고 발악하고 있었으며, 각성제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만큼 많은 술과 각성제를 구매하고 복용해야 했다.

세간에는 드워프들을 ‘드러그 드워프’라고 부르기도 했다. 드워프들을 모욕할 때 쓰지만, 드워프들을 질투하고 시기할 때도 쓴다.

‘반마의 좌’에 앉을 수 없고, 그 격을 소유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은 영겁의 세월을 살아갈 수 있는 드워프들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

드러그 드워프를 줄여서 부르는 것도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제기랄. 여기서 크게 당하면 수십 년은 복구하지 못할 수도 있겠어.”

“신체 복구는 짜증이 나는 일이긴 하지. 목이 날아가면 각성제도 못 먹잖아.”

“경구복용 각성제가 편하긴 하지. 다른 방법으로 언제든지 복용할 수 있어. 난 패치 형식으로 된 각성제도 좋아해.”

드워프들이 신나게 떠들어댔다.

“야! 됐다!”

전력이 연결됐고, TV가 복귀됐다. 드워프들은 곧장 TV를 조작해서 군사 뉴스를 틀었다. 그곳에서 필요한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국군장병 여러분. 다종족 연합의 군대가 해안가에서 후퇴한 지 5일이 흘렀습니다.

간단한 브리핑은 항상 꾸준했다. 한 번만 말해서는 못 알아먹는 저지능 필멸자가 존재해서다.

꾸준히 여러 번 말을 해줘야만 했다.

고지능 필멸자는 지루하겠지만,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다. IQ가 낮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었다.

“악마 군대에 대한 소식은 왜 안 나오는 거야.”

“지금쯤 도착했을 텐데.”

무딘 시절의 드워프라면 이러면 어떻고, 저런들 어쩌리, 하고 넘어가겠지만, 각성제 때문에라도 드워프들은 활기찼다.

활기차면 오지랖이 넓어지게 마련이었다. 그 오지랖은 자기 상황을 확실하게 인지하기 위해서라면 번거로운 일도 할 수 있도록 드워프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고 있었다.

―악마 군대에 대한 소식을 연합원 모두가 궁금해하실 겁니다. 현장에 나가서 오션 오크의 함선에 있는 라이난 기자와 연결해 보겠습니다. 라이난 기자?

―…네. 라이난 기자입니다. 여기는 지금 해안가로부터 훨씬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입니다!

해풍이 대단했다.

“바람이 왜 저래?”

“머메이드 놈들 때문이지. 바다 상태가 엉망이 됐어.”

바다는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지만 머메이드들은 쓰나미를 사용하면서 순식간에 그 균형을 무너뜨렸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폭풍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지진입니다!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화면이 크게 덜덜덜 떨렸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지만, 악마 놈들이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악마들이 해저를 들쑤시면서 생긴 지진이라는 것 같았다.

화면은 순식간에 꺼졌다.

―상황이 매우 급박한 것 같습니다. 해안가를 타격할 미사일의 규격에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는 소식이 급하게 들어왔습니다. 다종족 연합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무기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제기랄. 이거 생각보다 오크 놈들이 똑바로 활약 못 할 것 같은데?”

드워프가 불안감을 느꼈다. 그 불안감을 떨쳐내려면 각성제를 먹으면 안 되지만, 드워프들은 습관적으로 각성제를 복용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감정은 참을 수 없는 쾌감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참호를 더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당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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