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223화 (1,221/1,239)

1223화

* * *

“키아아아아―!”

“소아귀들을 끌어다 올려라!”

중상위 권속 악마들은 소아귀를 통해서 방벽을 세웠다. 소아귀들이 스스로 서로 뒤엉키며 벽을 만들기도 했다. 그들의 명령을 따르는 셈이다.

운석의 파편이 후려치고 지나갔다.

그에 한순간에 수천, 수만의 소아귀가 파편에 짓눌려 피떡이 되었다.

무시무시한 운석의 타격은 한순간에 끝났다.

바다에 떨어진 권속 악마들은 끔찍한 피해를 입었지만 대부분 소아귀들이 죽었다. 빠르게 대비한 덕분이다.

특히 소아귀들은 훌륭한 방벽을 세웠다.

스스로 희생하는 자가 있기에 피해가 클 수가 없다.

소아귀의 죽음은 피해라고 볼 수 없었다.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카타베루의 권속에게 있어서 소아귀의 죽음은 아주 익숙했다.

“이거 기회가 아닌가?”

“갑작스러운 2차 타격. 행성의 필멸자는 이를 버티지 못했을 거다.”

구천안흉(九千眼凶). 아카타베루의 꾀주머니인 중급 권속 악마들이 눈에 탐욕이 서렸다.

기회를 포착한 눈이다. 덫에 걸린 멧돼지를 산 채로 잡아먹을 때의 눈빛이 나타났다.

“우리는 아카타베루 님을 지켜야 한다.”

“공격받으면 반격하라는 아카타베루 님의 말씀도 있었다.”

“운석이 놈들의 공격은 아니다.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오히려 칭찬하시겠지.”

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리스크가 존재하는 한, 반대하는 자들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착각했다면?”

“운석이 마수라는 건 아카타베루 님께서도 알고 있다.”

“우리가 착각할 수 있지.”

그런 편협한 방법은 사용되지 않았다. 아카타베루가 9천 마리의 구천안흉에게 얼마나 많은 지적 권한을 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들은 아카타베루를 속일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들이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 아스모데의 군대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중에 구천안흉 같은 이들은 없었다. 그런 막강한 권한을 지닌 권속 악마를 아스모데는 싫어했다.

피와 분노, 살육에 미쳐있는 강력한 무력을 지닌 권속 악마가 득실거렸다.

이들은 운석 마수의 공격을 테라의 공격으로 착각했다. 자신들이 공격받았다고 여겼다.

불타오르는 운석 파편은 마법으로 오인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

놈들의 흉포한 고함은 옆에 있는 악마 세계에 속한 아카타베루의 권속들도 들을 수 있었다.

“이놈들, 우리보다 먼저 간다!”

그게 심지가 됐다.

다이너마이트에 붙은 심지가 지닌 영향력은 상당했다.

경쟁하는 한쪽이 움직이자, 다른 쪽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전쟁은 상대적인 것이고, 사회는 항상 상대적 평가가 이루어진다.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나보다 더 뛰어난 놈이 회사에 있으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 권속 악마들은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가장 혹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하나의 초월자가 있고, 오직 그 초월자를 위해서 살아간다.

그 삶 속에 있는 건 오직 경쟁뿐이다.

악마에게 있어서 경쟁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행동력을 할 수 있게 했다.

악마 세계가 느릿느릿하게 바다에서 대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권속 악마들 중 자신들의 악마를 지키기 위해서 남은 이들이 많았다. 그들 대부분 실패자며, 실력이 없는 놈들이었다. 강한 놈들은 모두 대륙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앙상한 뼈대 같은 권속 악마들이 자신들의 악마를 지켰다. 그 외에는 모두 대륙으로 향했다.

드낙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끝났겠지만, 드낙의 인지 능력은 현재 테라 행성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업과 격과 정신이 모두 행성 속에 들어가 있어서다.

또한, 다른 두 대악마도 그 속에 들어가 있었으므로 드낙은 딴짓을 하지 않고,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계획대로 이루어진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수십 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사자가 앞으로 나아갔다. 바다를 거침없이 헤쳐나간다.

그 아래의 몸에서 작은 돌기가 생겨나더니 이내 문어 같은 발이 생겨났다. 그 촉수 같은 것을 휘두르며 더욱 속력이 빨라졌다.

이는 악마들의 권속이 얼마나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스모데의 권속은 하나같이 중급 이상의 권속 악마로 이루어졌기에 그런 퍼포먼스를 여실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 아카타베루의 권속은 딱히 그렇게 몸을 변형시키지 않았다. 그런 변형조차도 피가 소모되는 까닭이다.

그들은 소아귀를 다리로 사용해서 걸어가거나 정 속력이 나오지 않는다 싶으면 소아귀를 ‘뭉쳐서’ 변형시켜 그들을 노를 젓게 하는 괴이한 도구로 만들어 버렸다.

이 생체 도구를 평범한 사람이 봤다면 안의 것을 모두 게웠을 터다. 내장이 밖으로 그냥 튀어나와서 꿈틀거리고 있어서다.

가축의 고기를 먹으면서도 가축을 도살하지 않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그로테스크한 것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외부에 노출된 장기가 있었기에 소아귀로 만든 생체 도구는 빠르게 생명의 빛을 잃었다. 그때는 그저 입에 집어삼켜서 자신의 배를 채웠다.

하늘 위로 붉은 용이 비행한다. 그를 타고 있는 데몬 나이트가 사위를 살폈지만, 딱히 보이는 건 없었다.

“평탄하다.”

재미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바다에서 해일이 치솟았다.

저 먼 지평선에서부터 시작됐다. 하늘에 있지 않았으면 몰랐을 정도로 멀리서 시작된 해일은 그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머메이드다! 드낙 님으로부터 하사받은 바다를 지킬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까닭은 그들이 바다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받아서다.

권리는 반드시 책임을 불러온다.

사장이 되면 불황이라도 매년 연봉을 올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회사가 망할 뿐이다. 그게 책임과 권리라는 놈이었다.

드낙이 방어적으로 나서라고 해도, 머메이드의 땅은 바다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땅’이란 대단히 넓은 의미로 쓰인다.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무기를 들어 올린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내 집에 엉뚱한 놈이 살고 있다면 경찰에라도 신고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머메이드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 또한 그들의 땅을 지키고 싶어 해서 안달이 나 있다.

그 땅이 비록 인간에게는 그저 망망대해이며, 산호 지대가 아니면 식량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도, 머메이드들에게 있어서 바다는 자신들의 땅이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40년 동안 다종족 연합과 함께 해저도시를 만들어 냈다. 처음에는 거의 7할을 다종족 연합이 만들어 줬다. 하지만 이제는 다종족 연합은 자본을 제공해 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도와주지는 않는다. 그만큼 성장했다.

“쓰―나미를 놈들에게 보여줘라!”

“질량의 힘!”

“물의 힘!”

“우리들의 힘!”

인어들이 떼를 지어가며 쓰나미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파도를 키워서 앞뒤로 움직이며 큰 파도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에 휩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인어들은 능숙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그들은 40년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40년 뒤에 악마들이 쳐들어올 것을 오크들이 예지한 덕분에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전투와 관련된 힘을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평화의 시대. 초월자가 관리하는 시대. 초월자를 이길 수 있는 전투 기술을 발전시키기에는 까마득했다.

목표가 까마득하면 노력하기조차 두렵다.

국토대장정이라는 목표는 분명 자랑할 만하지만, 한국에서 그런 목표를 달성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나이가 있어서, 직장이 있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해서, 다른 꿈이 있어서.

수많은 이유가 존재했다.

나가들의 파괴 전술 발전은 분명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서 갈고 닦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물이란, 공기보다 무거운 것이며 모아놓으면 가장 강력한 질량을 가진 액체다.

강철의 요새조차도 수장시키고, 밀어낼 수 있는 게 바다의 힘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쓰나미를 만드는 연습을 했다.

머메이드가 죽어 나갔다.

안전장치를 만들어도, 쓰나미는 위협적인 놈이었다. 때로는 무려 500km를 떠밀려 내려가기도 했다. 재수 없게 몬스터와 충돌해 죽는 경우도 있었다.

그 수많은 희생이 만들어 낸 인공 쓰나미.

수많은 노력이 만들어 낸 결정체.

한 번 성공하면 쓰나미의 높이가 높아진다. 이제는 최대 200m에 달했다.

그 해일이 이동하는 권속 악마들을 노렸다.

아카타베루의 권속 악마와 아스모데의 권속 악마들의 진행 방향은 대륙이었기에, 방향이 같을 수밖에 없었다.

“막아야 한다!”

데몬 나이트는 말만 그렇게 하고 붉은 용과 함께 날아올랐다. 개새끼도 이런 개자식이 없었다.

잘못되어도 나는 상관없다는 고약한 심보가 그 행동에 깔려 있었다.

반면 아스모데의 권속 악마는 아카타베루의 권속 악마와 확연히 달랐다.

그들은 짐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대악마로서의 위엄을 가지고 있었으나, 질량이 많은 몸을 다루는 데에는 재능이 없었다.

웃기게도, 초월자의 격에 도달했음에도 그런 ‘재능’의 격차가 존재했다.

놈들은 전혀 전지전능하지 않았다.

황무지 가득한 곳에 성당과 교회를 짓기보다 우물을 파는 데 돈을 쓰는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건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무한한 사랑.

초월자에게는 결여된 감정이었다.

“크어어어어!”

아스모데의 권속 악마들은 서로 뭉쳤다. 약한 놈은 밖으로 내몰렸고, 강한 놈은 중심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잡아먹히는 놈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미리 배를 채워놓을 생각을 하는 악마 또한 존재했다.

거대한 쓰나미를 향해서 마법이 쏟아져 내렸다. 종종 피로 굳어진 날카로운 기둥 같은 것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나같이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다만 그걸로 쓰나미를 없앨 순 없었다.

머메이드들은 물을 만들어 낸 게 아니다. 그들은 그저 바닷물을 이용했을 뿐이다.

테라는 그 어떤 행성보다 바다가 넓은 곳이었다.

쓰나미는 멀리 있었고, 지금은 그 높이가 100m로 낮아졌지만 그대로 권속 악마들을 치고 지나갔다.

압도적인 질량에 모든 것이 휩쓸렸다.

권속 악마들이 마구 뒤엉킨다. 서로의 신체와 신체가 뒤엉키며 우득 부러져 버린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간단하게 뼈가 부러져서 바다와 함께 떠내려간다.

완벽하게 와해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거의 절반이 떠내려갔고, 살아남은 권속 악마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메이드들이 정신없이 도망쳤다. 동시에 권속 악마들은 주변에 있는 해양 자원을 닥치는 대로 섭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다에서 식량을 찾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모든 바다가 생명의 보고는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물고기가 사는 곳은 산호 지대가 중요했다. 하지만 산호 지대는 수온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존재하는 곳이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그건 인간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권속 악마들은 지나가는 물고기 떼. 혹은 고래나 돌고래를 사냥했으며 몬스터도 거리낌 없이 잡아먹었다.

혹은 땅을 파고 들어가서 해저 광물을 집어삼키기도 했다.

권속 악마는 인간이 못 먹는 것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몸은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머메이드가 사흘을 도망쳤다가 다시 쓰나미를 사용했을 때 처음과는 다르게 반의반의 반절도 죽이지 못했다.

쓰나미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머메이드들은 그 뒤로 산발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직접 교전까지 불사했지만 패배했다.

약 2억 8천 마리에 달하는 피해를 입고, 머메이드들은 지상으로 대피하게 됐다.

말을 듣지 않은 대가를 치렀다고 비웃을 수 있었지만, 자신들의 나라와 국토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 이들을 비웃는 자들은 없었다.

40년 동안 부흥한 머메이드들은 인도적으로 피난하게 됐지만, 지상의 꼴도 말도 아니었다.

식량은 지하 연합이 대주고 있었지만 그게 언제 끊길지 아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런 정보를 대중과 공유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당장 내일 수도권에 식수가 끊긴다고 정부가 공표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 *

“머메이드들은 실패했지만 제법 큰 피해를 줬다고 합니다.”

“그렇게 죽었는데 성과라도 없으면 안 되겠지.”

해안가에서 조용히 명상하고 있는 세파리아스가 짧게 대꾸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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