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218화 (1,216/1,239)

1218화

“낄낄, 깔깔!”

아스모데는 갑자기 입을 딱 다물었다.

‘저게 뭐지?’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눈이 돌출되며 시야가 더욱 넓어졌고 이내 달팽이처럼 안구가 튀어 나가 쭈욱 높아졌다.

그제야 더욱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독수리의 눈처럼 생체 안구가 배율 렌즈처럼 확대되어 보게 됐다.

‘어?’

그녀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7m에 달하는 거체(巨體)였다.

그것은 초월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인신이었다면 정신체의 부분이 툭 튀어나와 있어야 한다.

영혼을 제어하는 건 신의 반열에 올라도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악마도 아니야.’

그런데 끝도 없이 쏟아지는 운석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팔은 두 개였고, 검은 하나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수천, 수만에 달했다.

꼴딱!

아스모데가 침을 삼켰다.

‘조, 조금 강하네.’

그녀 또한 다수의 대악마를 집어삼켰다. 그녀는 명실상부 대악마 중에서 대악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간다면, 정말 대적할 이가 없어질 터다.

“…….”

‘돌아갈까?’

그런 생각이 스며들기는 했다.

세파리아스의 공격은 그녀조차도 볼 수 없었다. 끝없는 소모전을 통해서 이겨야 한단 소리다.

그건 꽤나 고통스러운 승리일 것이다.

‘아카타베루도 있으니, 걱정 없겠지.’

힘 빼기는 성공할 것이다.

아스모데는 끝없는 병력을 끌어왔다. 그녀가 만든 차원 길은 보통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권속 악마로 만들어진 ‘차원 다리’였다. 살아있는 다리이기도 했다.

그녀는 가만히 대기했지만 마음속에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파리아스가 운석을 파괴하는 장면은 그만큼 두려웠다. 결국 아스모데가 명령했다.

“언제든지 행성에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라. 필요하다면 아카타베루를 도와야 한다.”

“쿠어어어!”

권속 악마가 고함을 내질렀다.

아카타베루가 죽는 것을 구경하다가 상황에 따라 아카타베루를 돕기로 마음을 먹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거칠게 움직였다.

아스모데의 권속 악마들이 서로 뒤엉켰고, 이내 하나의 기둥을 만들어 냈다.

그 기둥에서 거미줄 같은 것이 피어 올라와서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이내 다른 기둥과 서로 뒤엉켰다.

그 기둥은 서로 합쳐지며 다시 퍼져나가고 다시 합쳐지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내부가 텅 비어있는 원통이 되었다. 그곳에 권속 악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쿠구구구……!

세상이 붉게 변했다.

이글거리는 화염에 휩싸인 운석이 세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점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내 아주 먼 곳에서 타오르며 재가 되어 사그라졌다.

그런 현상이 끝도 없이 벌어졌다.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그저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기도는 당연하게도 다분히 악마적이었다. 자신들의 손에 피를 내고, 제단에 올렸다.

드낙에게로 향하는 간접패스였다.

즉, 시민들은 드낙에게 원기옥처럼 업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 어떤 기도보다 확실한 거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안전해질 수는 없었다.

초월자는 전지전능하지 않았다.

“떠, 떨어진다!”

그들의 눈앞에 운석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무엇을 어찌할 새도 없이 운석이 땅에 틀어박혔다.

찡―!

귀가 먹었다. 그다음에 거친 바람과 흙먼지에 사람이 그대로 날아갔다. 그중에는 이종족도 속해 있었다.

오크라 할지라도 속수무책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건물의 잔해와 부딪쳐서 육신이 박살이 났다.

사람의 비명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단단히 준비해 둔 건물이라, 후폭풍이 지나간 후에야 기울어지더니 폭삭 주저앉는다.

뒤늦게 무너지는 탓에 마치 ‘영화’ 같았다. 창문에 처박힌 사람의 다리가 덜렁거리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그곳에서 풍겨오는 피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현실이라 믿지 않을 터다.

운석 마수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시설을 파괴한다.’

내륙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마수들의 목적이었다.

이 탓에 운석의 명중률은 대단했다. 하늘에서 도시를 구분하는 건 아주 쉬웠으며, ‘밤’에는 빛으로 가득하기에 더 쉬웠다.

어두운 숲. 어두운 산. 어두운 강. 그에 반해서 도시는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기에 운석 마수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이 때문에 곧바로 불을 꺼트렸지만, 그 피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또 사실 그런 빛의 도움도 필요가 없다.

도시에서 인공물을 찾는 건 더 쉬운 일이었다. 마법으로 숨겨도 의미가 없었다.

덩치가 큰 운석 마수는 그만큼 많은 힘을 보유하고 있었고, 간파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오직 부딪쳐서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운석 마수였다. 그들은 적에게 부딪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다 막을 수는 없다.’

놓치는 것에서 생기는 피해는 별수 없지만 감내해야 했다. 그것 때문에 수천만이 죽어도 별수 없었다.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

양단하지 않고, 그저 겉만 두들긴다고 사라질 운석 마수가 아니다.

운석은 그리 간단한 놈이 아니고, 운석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마수는 그야말로 끔찍한 행성 파괴 무기였다. 표면만 타격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대부분의 지성 종족은 그것만으로도 모든 인프라가 부서질 테니까.’

전쟁조차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무려 두 명의 초월자. 그것도 초월의 여부 상관없이 ‘경지’에 오른 이들도 모두 막지 못한 공세가 겨우 끝이 났다.

마신은 목적을 달성했다.

테라 대륙의 절반은 화염에 휩싸였고, 건물이 무너졌다. 지하 벙커로 들어간 이들은 살아남았지만, 밖에서 아카타베루의 권속 악마와 싸운 병사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100억 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테라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는 산출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이상의 마수 공격은 존재하지 않았다.

딱 거기까지가 마신이 그들에게 내린 징벌이었다.

발전을 멈추고, 폐허를 재건할 시간이야말로 마신이 원하는 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테라는 마신 세력을 이길 수 없게 됐다.

‘이게 마신의 생각이겠지.’

드낙은 늘어놓았던 자신의 육체를 되돌리며 세파리아스의 옆에 섰다. 세파리아스의 고도는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전신 갑주가 힘을 다했다는 뜻이다.

격렬하게 움직였으니, 기물이 제대로 기능할 리가 없었다.

―악마 세계를 처리하는 일은 다음이다. 지금은 테라를 수습해야 한다. 운석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다.

비행기 테러 하나가 끔찍한 일을 벌인 것처럼 운석 충돌은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이 도시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놈들은 해안가를 주로 노렸는데, 내륙 도시보다는 해안 도시가 더 성장하기 좋아서다.

40년 동안 내륙 깊이 운해를 많이 설치한 것을 생각한다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병신이 아니고서야 모를 수가 없다.

―보통 일이 아니긴 하네. 하지만 걱정 없다. 지하 연합이 있으니까.

―행성 표면을 타격해 봤자 지하는 깊게 파괴할 수 없으니.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지. 죽은 이들은 애석하지만 테라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그간 노력했다. 오늘 죽은 이들이 100억 명이라고 해도 드낙은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전쟁이라는 놈이다. 그것도 자신이 원해서 하는 전쟁이 아니다.

‘이건 패권 싸움이다.’

차원은 넓고 끝이 없지만, 그렇기에 계속 노력해야만 한다. 언제 뒤처져서 정복당할지 모른다.

이 전쟁은 그것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다. 새로운 새싹이 튀어나왔으니 짓밟는 것뿐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서.

‘감내하고, 또 감내해야 한다.’

드낙은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업(業)을 보내고 있었다. 죽어가면서도 자신들의 신을 울부짖으면서 죽는다. 그건 세파리아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적어도 감정이 동(動)해 보이지는 않았다.

강철과도 같았다.

―지하 연합으로는 부족하다.

―그래도 우리는 그곳에 신경을 쓸 수 없다. 네 말마따나 지금 중요한 건 악마니까.

위와 아래.

하늘 위에도 악마가 새로 등장했고, 바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악마도 있었다. 이를 모두 처리해야 했다.

―이미 때가 늦었단 소리다. 이놈아! 상황을 수습하고, 처리해야 한다.

그 말에 드낙이 피식 웃었다.

―그럼 너나 지켜라. 난 바다로 내려오는 악마를 싹 다 죽여 버릴 테니.

―멍청한 놈. 여기서 더 상황이 악화되면, 어찌 되겠느냐? 무조건 최고의 성적을 받기보다는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

그 말에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기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하는 상황이니라.

세파리아스가 근엄하게 말했다. 그 말도 옳았다.

‘100조의 손해를 봐도 나라를 지킬 수 있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군비에 투자하는 것과 같았다. 지금은 놈들을 바로 죽일 때가 아니다.

‘다른 변수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며 운석 피해를 입은 이들을 수습하고, 방비를 다시 단단히 한 뒤에 놈들을 조진다.’

드낙이 마음을 굳혔다.

―이번에는 네 말이 옳다. 너는 해안가로 향해서 그곳을 지키고, 내가 피해를 수습하겠다. 어떠냐?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고개를 까딱이더니 빠르게 추락했다. 전신 갑주가 가루처럼 변했다. 한계에 닿았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세파리아스를 보며 드낙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초월자라는 놈이 아직도 마법 하나 못 쓰고.

―마법을 내가 왜 배우냐? 나는 아직 단 하나의 길조차도 끝을 보지 못했는데.

그 정신 파동이 메아리처럼 울리며 사그라들었다.

‘놈… 아직도 무의 길이 끝이 아니라고 믿고 있구나.’

실로 무시무시한 놈이다.

‘혹시 영향무력 다음을 깨우친 건 아니겠지?’

그런 의문이 생기자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내 파동으로 변해서 그림자 구름으로 획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드낙이 구조에 나섰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하늘을 뒤덮었다.

종말의 때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차의 붉은빛이 사방을 밝히고 있다. 무너진 건물에 소방관 수백 명이 아귀다툼을 하고 있었다.

마법 기둥이 내부 공간을 가득 채우고, 무너진 잔해가 살짝 들어 올려지는 것을 확인한 소방관이 고함을 내질렀다.

“좋아! 들어 올려―!”

장비가 무거운 돌을 집어 들어 올렸다. 흙먼지가 쏟아지고, 동시에 물이 분사되며 흙먼지를 가라앉혔다.

“후욱! 후욱!”

산소통을 짊어진 소방관 몇이 그대로 내부로 진입했다. 빛을 투사하며 사위를 훑었다. 곧 붉은색 가루가 반짝인다. 피 냄새 따위를 ‘결정화’해 주는 마법 장비였다.

“있다…….”

소방관이 서둘러 그곳으로 다가갔다. 사람의 손이 삐쭉 튀어나와 있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손을 매만졌다. 맥을 잡기 위함이다.

꽈악……!

‘아!’

무언가가 가슴에서 요동치며 뜨끈한 것이 터져 나온다.

“생존자다! 생존자 발견!”

곧 소방관이 그 위험한 곳으로 계속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먼저 잔해를 치우고, 마법 기둥을 몇 개나 더 세웠다.

단 한 명을 위해서 많은 자원이 들어갔다.

소방관을 강하게 잡은 손을 결코 놓지 않았다. 아직 자신이 살아있다고 강하게 말해 주고 있었다.

수욱, 수욱! 파악! 파악!

소방관들이 흙과 건물 잔해를 치웠다. 마법 기둥을 세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기둥은 주변 표면까지 퍼져나가서 지탱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가장 요긴하게 쓰인다.

곧 사람 하나가 밖으로 나왔다.

구경하던 이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곳에 드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마법을 이용해서 잔해를 통째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분해했다. 사람과 잔해를 따로 분해하여 나누었다. 이를 여러 번 반복하자 상황은 단번에 끝났다.

‘대부분 피해는 건물 붕괴다.’

드낙은 곳곳에서 활약했다. 가장 힘든 곳에 자진해서 나섰다.

그림자를 투입해서 잔해를 들어 올려서 거대한 그림자 둥지 같은 것을 만들기도 했다. 내부에 공간이 생기자 소방관이 거침없이 들어가서 사람들을 꺼내올 수 있었다.

물론 그중에 대부분이 시체였다. 하지만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렸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셈이다.

그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애초에 세금이 사람을 구하는 데 쓰인다는 것에 불만을 지닌 이는 없었다.

구급차를 막는 택시 기사가 있는 세계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당연히 프로파간다도 이어졌다.

모든 언론이 안팎으로 드낙의 구조를 영상으로 담고, 사진으로 찍고, 마법 크리스털로 오지에 배송했다.

“찍찍.”

지하 연합 또한 이를 잔뜩 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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